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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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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 잘 가.”
어색하게 인사하는 최이서.
눈가에 짙게 남은 눈물 자국은 방금 전까지 우리의 감정선이 극도로 치달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으나.
조금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현실로 돌아왔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사랑은 없다고 말했는데, 왜 말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하게 쳤던 걸까.
‘미친놈이었네 그냥.
솔직한 심정이긴 했으나 그래도 너무 솔직하지 않았나 싶다. 좀 절제할 줄 알아야 했는데.
집으로 들어가려는 최이서를 다급하게 부른다.
“야, 이서야. 우리 내일 다시 봐야 하거든?”
영화 촬영이 아직 남아있다.
내일 다시 만나서 촬영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렇게 헤어지면 내일 볼 때까지 이불만 차고 있을 것 같다.
“그, 그렇지?”
갑자기 내가 부를 줄 몰랐는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대답하는 최이서.
일단 어떻게든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게…… 그러니까.”
근데 또 막상 얘기하려니까 도대체 어떻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나 싶었다.
결국 둘이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 와중.
“어? 둘이 뭐해?”
집 밖으로 나오는 민지와 딱 만나게 되었다. 수면바지를 입고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나왔는데.
“이 시간에 쓰레기 투기를 한다고?”
기회다 싶어서 곧장 한마디 하자 민지가 투덜거리면서 답한다.
“원래 이서 차례인데 안 와서 내가 하는 거야…… 근데, 뭐야?”
그러고는 우리를 보더니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주춤거린다.
“둘이 뭔 일 있었어? 내, 내가 타이밍을 잘못 맞췄나?”
그렇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걸 보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대강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서 울었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민지는 최이서의 눈물 자국을 보고는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다가온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서한테 뭐했어?!”
호들갑스럽게 최이서를 끌어안은 민지가 나한테 버럭 외치는 걸 보면서 어깨에 힘이 좀 풀렸다.
“나쁜 짓 안 했으니까 또 형님들 부르지 마라.”
“아니, 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민지야, 쓰레기 냄새 나.”
“나 분명 네 편으로 온 건데 왜 나한테…….”
바로 우리 둘이 민지를 갈구자 축 처져서는 입술을 삐죽 내민다. 덕분에 분위기가 좀 가벼워졌다.
“너무하네 다들. 난 쓰레기 버리고 그 옆에 앉아 있을게. 타는 쓰레기니까 분리수거까진 필요 없겠지.”
터덜터덜 쓰레기 버리러 가버린 민지를 내버려두고 나는 다시 최이서를 쳐다본다.
입가에 그윽한 미소가 살짝 지어진 게 최이서도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풀렸다 생각한 모양이다.
“애가 밝아졌어.”
민지 쪽을 힐끔 보면서 덧붙이는 최이서. 예전에 망상에 휩쓸리던 그때랑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네가 도와준 덕분이야.”
“본인이 용기를 냈던 거지.”
내가 뭘 했겠는가.
민지는 죄를 지었고 벌을 받았으니 개심해서 새사람이 된 것뿐이었다.
“나는 슬슬 가볼게. 오늘 했던 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어정쩡하긴 했으나 그리 말해주자 최이서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풋 하고 웃음을 흘리면서 답했다.
“너는 내가 한 말 흘려듣지 마.”
“…….”
“잡아, 알았지?”
확답은 주지 못했으나 일단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그대로 몸을 틀었다.
중간에 쓰레기장을 지나가면서 쓰레기봉투 옆에 쭈그려 앉아 있는 민지가 눈에 들어오긴 했으나 그냥 못 본 척하고 지나갔다.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자야겠다.
기지개를 켜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우웅!
갑자기 울려온 핸드폰.
시간이 자정을 향해 가고 있는 와중에 울려온 거라면 보통 대나무숲 알림이었기에 별생각 없이 확인했으나.
- 유아린 -
꽤나 뜬금없는 사람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분명 아까 같이 촬영하고 헤어졌었는데 무슨 할 말이 있나?
심드렁하니 전화를 받자.
- 어디야?
낮게 깔린 유아린의 목소리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내게 간접적으로 알려오고 있었다.
“최이서 집에 데려다준 다음에 나도 집 가는 중인데?”
- ……좋았겠네? 이 시간까지 같이 있었으면 가로등 밑에서 키스라도 박았냐?
“끊어도 되나?”
한숨을 내쉬면서 그대로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유아린이 다급하게 외쳤다.
- 아니아니! 미안해! 진짜 미안하니까 딱 한 번만 나 좀 도와주라.
“뭔데.”
- 내가 톡으로 주소 보낼 테니까 거기로 와주라.
그리 말하곤 전화를 끊겼다.
‘얘는 과제 끝나면 그냥 집에 갈 것이지 뭘 또…….
그리 생각하면서도 일단 유아린이 톡으로 보낸 주소로 향한다. 오늘 여러 가지로 유아린 관련해서 묘한 얘기들이 들어왔기에 일단 가보는 게 좋을 듯했다.
유아린이 찍어준 장소는 좀 뜬금없으나 동네 놀이터였다.
최근에는 애들이 돌아다니는 장소가 아니라 불량한 학생들이 괜히 갈 곳 없을 때 보이는 장소였기에 장소부터가 딱 불길한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유아린의 머리색이 워낙 밝은 톤이라서 밤에 멀리서 봐도 바로 유아린인 걸 알 수 있었으나.
그 맞은편에 서 있는 덩치 큰 남자 하나.
나름대로 꾸미긴 했으나 다소 어색한 느낌. 딱 봐도 지나가다 함부로 눈 마주치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남자였다.
“우지나아!”
나를 알아본 유아린이 바로 손을 흔들면서 달려온다. 살갑게 인사하면서 끝을 올리는 걸 보면 딱 봐도 연기 톤이다.
달려와서는 팔짱을 끼는 유아린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냐.”
작게 속삭이며 묻자 유아린이 바로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는다.
“닥치고 말만 맞춰줘. 진짜 제발.”
“…….”
이렇게 다급한 걸 보면 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거 딱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았기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확 들어갔다.
나를 남자 앞으로 데려간 유아린이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 보셨죠? 얘가 제 남…….”
“남친은 아니고요. 그냥 같은 과 다니는 친구입니다.”
바로 유아린의 말을 끊으며 들어가자.
표정이 썩어버린 유아린은 나를 노려봤고, 오빠라던 분도 표정이 기묘하게 변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는 바로 오빠분에게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유아린 같은 과 친구. 김우진이라고 합니다.”
내가 당당하게 나오자 저쪽에선 오히려 얼떨떨한 표정으로 멍하니 악수를 받아준다.
“그, 표진호라고 합니다. 아린이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는 사이고요.”
이 사람이 표진호구나.
그런 느낌이 들긴 했는데 이렇게 딱 보니까 애들이 쫄만했다.
“아하, 그렇군요. 혹시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여전히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로 계속해서 묻자 표진호는 내 흐름에 휘말려서는 말을 이어간다.
“제가 예전부터 아린이한테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연락을 좀 해봤는데…….”
“아하, 그런데 저를 남친이라고 이 쓰레기가 불러낸 거군요?”
뒤에서 내 등에 주먹질을 하고 있는 유아린. 진짜 아프니까 그만해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저는 얘 남자친구가 아닙니다.”
“…….”
“혹시라도 저한테 막 질투하시거나 욕하시거나, 뒤에서 때리려고 오시거나 그럴 필요 전혀 없어요.”
이상한 소문이 흐르는 남자였다.
괜히 엮여봤자 좋을 거 없지 않은가.
여기서 내가 유아린 남자친구라고 했으면 어떤 봉변을 당했을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오! 나쁜 놈아! 말 한 번만 맞춰달라니까 그게! 그게! 그게 그렇게 힘들어?!”
계속 내 등을 두드리는 유아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틀어서 녀석의 손목을 낚아챈다.
“애초에 나를 남자친구인 척하려고 했던 네 심보가 더러워!”
그렇지 않은가.
“관심 없으면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 뭐가 무서워서 이런 거짓말까지 치려고 하는 거야?!”
“아니, 그게……! 하, 진짜!”
“고등학교 때는 주먹질하고 그러셨을 수도 있겠지! 딱 봐도 떡대도 좋으시니까 그러고 다니셨을 것 같아!”
내가 바로 표진호 형님을 가리키며 외치자 형님의 몸이 움찔 떨린다.
“근데 지금 몇 살이야! 형님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스, 스물둘.”
“와, 주희 누님이랑 동갑이시네. 지금 저 나이를 드셨는데 아직도 주먹질하고 살아가실 것 같아?! 형님 이미 손 뗀 지 오래야!”
“네가 뭘 알아 미친 새꺄! 오늘 처음 봤으면서!”
모르지.
근데 그냥 지껄이는 거야.
“그래도 나는 형님한테 마음이 가는 걸 어쩌라고! 형님이 남자답게 고백을 박으셨으면 너는 여자답게 솔직하게 답해야 하는 거 아냐? 어디서 남친 있는 척 밑장 빼고 있어!”
“아오! 진짜 죽여 버리고 싶네!”
얼마나 흥분했는지 발로 지면을 쿵쿵 내리찍는 유아린. 저거 맞으면 진짜 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하게 말씀드려! 형님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을 거 아냐! 그쵸? 딱 봐도 상남자인 형님께서는 솔직한 대답을 듣길 원하시죠?”
“어? 그, 그치…….”
흐름에 휩쓸리기 시작한 진호 형님 쪽으로 가서 등을 툭툭 두드려 드린다.
“가시죠, 저 썅년한테 고백 박으시는 겁니다.”
“아! 싫다고!”
버럭 외친 유아린이 결국 감정을 토해내듯 외쳐댄다.
“싫어요! 선배 싫다고요! 선배 때문에 예린이랑 사이 틀어졌던 것도 빡치고요! 걔한테 질투하게 된 내 자신도 싫고요! 정찬우 개새끼가 제 고백 깠던 것도 싫어요!”
“…….”
“태권도 같이할 때 은근슬쩍 다가오던 거 땀 냄새 나서 싫어요! 애들한테 뒤에서 저는 자기 꺼라고 막 경고하던 것도 짜증 나고요!”
“…….”
“저한테 계속 도장 나오라고 하는 것도 좆같고! 주변 애들한테 연락하면서 저 찾는 것도 좆같고!”
“…….”
“분명 거절했던 거 같은데 이렇게 치근덕거리는 거 존나 싫고요! 첫사랑이니 뭐니 하면서 따라다니는 것도 엿 같아요!”
“…….”
“제 첫사랑은 지독하게 부숴놓고 저한테 이러는 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
“옷도 입는 거 문돼충 느낌이라서 싫고요! 걸음걸이도 팔자라서 싫고요! 향수 뿌리는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뿌려서 싫고요!”
“…….”
“땀 냄새도 존나 나서 싫고요! 애들 기강 잡는 것도 싫고요! 밤에 이렇게 찾아온 것도 싫고! 기다렸다면서 그윽하게 쳐다보는 것도 싫고!”
“…….”
“거만한 것도 싫고! 저한테 센 척하는 것도 싫고! 톡 보내는 것도 싫고! 전화 거는 것도 싫고! 다른 애들 때문에 눈치 봐야 하는 것도 싫고!”
“…….”
“저한테 차였다고 다른 애들 집합시키거나 분풀이할 거 생각하면 싫고! 삥 뜯었으면서 돈 자랑하는 것도 싫고!”
“…….”
“담배 피는 거 싫고요! 가래 뱉는 거 특히나 좆같고요! 성희롱하는 것도 씨발이고! 정작 다른 여자도 종종 밝히는 게 엿 같고!”
“…….”
“그냥! 그냥 싫어! 아니, 어떻게 내가 선배를 좋아할 수 있어요?! 선배한테 바짝 쫄아서 정찬우 그 개병신이 제 고백도 거절하고! 어?! 저 지킨다고 찬우랑 예린이 강제로 맺어주려고 했으면서?!”
“…….”
“뭐? 고백? 고백? 엿 먹어 개새끼야! 너 때문에 고등학교 조졌는데! 내가 현역이었으면 넌 나한테 처맞고 바로 병원에서 쪽쪽이나 빨고 있어 이빨 다 깨져서!”
“…….”
“아오! 그리고 하나만 말해주는데. 너랑 겨루기 할 때 애들이 그냥 져주던 거야 개새끼야! 그러니까 대회 가서 입상도 못 하지! 선수한다고 깝치더니 스물둘에 지도자의 길을 걷는 건 도대체 뭐냐? 대회에서 처맞고 이불에 지도 그린 다음에 생각을 고쳤니?”
“…….”
“막 후회되지? 고딩 때는 세상이 내 꺼임 쿰척쿰척하고 다녔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니까 어이쿠? 그냥 좆밥이었네?”
“…….”
“선생님들한테 그렇게 지랄지랄! 학교에서 그렇게 지랄지랄! 근데 이게 웬걸? 네가 지랄지랄하던 사람들이랑 장소가 사실 너를 지켜주고 있었던 거 지금은 알고 있니?”
“…….”
“넌 인성부터 고쳐 이 새끼야! 그러다가 군대 가서 개 처맞아! 왜? 선임한테도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고 해라? 너 2학년 때 3학년 선배들한테 그랬다며! 수능 준비하는 사람들한테!”
“…….”
“존나 볼만하겠다. 요즘 핸드폰도 쓴다니까 영통 걸어라. 팝콘 들고 기다릴게! 바로 중대장 소환! 대대장 소환! 연대장 소환! 하나하나 계급장 떼고 싸우다 보면 이 새끼 대통령이랑도 싸우겠네!”
“…….”
“좆만아! 축하한다! 계급장 떼고 대한민국을 드셨네! 그때 되면 와라, 그럼 내가 가랑이 벌려서라도 사귀어줄 테니까 시발 놈아!”
드디어 끝난 걸까.
헥헥거리면서 표진호를 노려보는 유아린. 나는 천천히 유아린에게 다가가 뭔가를 건네주는 시늉을 한다.
“유아린에게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감사합니다.”
줄 게 없어서 대충 주는 시늉만 했는데 의외로 잘 받아줬다.
혹시라도 표진호가 흥분해서 달려드는 게 아닐까 싶었으나. 말로 이미 살해당하셨는지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형님, 멋지십니다. 남자답게 고백 박고 남자답게 까이셨네요.”
“…….”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터덜터덜 떠나가는 표진호. 나는 어깨를 두드려주며 핸드폰을 내민다.
“나중에 소주나 한잔하시죠.”
“…….”
혀가 마비라도 되셨는지 아무 말 없이 그냥 나한테 번호를 찍어주신다.
그러면서 좀 진정이 되셨는지 슬쩍 유아린을 쳐다보는데.
“사랑했다 씨발년아 같은 소리하면 죽인다 씨발놈아.”
“야! 이미 링에서 내려왔는데 왜 또 때려! 그만해!”
형님은 결국 그대로 떠나가셨고.
나와 함께 남은 유아린.
“솔직히, 저 선배 좀 무서웠는데. 한 번 말문이 트이니까 그냥 쏟아냈네.”
말을 워낙 많이 했기에 호흡이 거칠어진 녀석을 보면서 나는 씨익 웃어줬다.
“후련함?”
내 물음에 유아린도 웃더니 주먹을 슬쩍 내밀었다.
“존나 후련해서 살짝 젖음.”
내민 주먹에 나도 주먹을 맞대주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미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