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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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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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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주말에도 활발하게 글이 작성되는 대나무숲을 보고 있던 서예린은 옅은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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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이 요동치던 게 오늘에 와서는 조금 진정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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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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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다시 떠올리니 또 얼굴이 붉어지면서 화끈거렸다. 거리에 주저앉아서 울던 걸 정찬우만 봐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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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김우진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우느라 꼴이 엉망이었고 경찰이 오면서 소란이 일단락되었기에 서예린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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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돌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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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제 만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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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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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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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랑 일단 뭐든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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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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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 채로 이불을 뻥뻥 차는 서예린. 방금까지 대나무숲의 관리인이 되는 법에 대해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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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최근에는 대나무숲 관리자 때문에 복잡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또 김우진 때문에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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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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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관리자에 대한 질문에도 이제 관리인은 따로 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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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관리자에게 따로 한 소리 듣고 있는 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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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9: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정체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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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문의로 관리자에게 괜히 한마디 한 이후, 톡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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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남자만 벌써 다섯이나 자신에게 톡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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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나 저녁을 먹거나,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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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어제 자신에게 치근덕거렸던 강창식 선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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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정중하게 거절한 서예린은 슬쩍 김우진에게도 혹시 톡이 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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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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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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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자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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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으로 가자고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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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밥이라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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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을 먹자고 하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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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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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최이서랑 같이 나올 것 같다. 최이서가 싫은 것도 아니고 같이 나오면 좋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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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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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서예린은 김우진과 대화하고 싶었는데 최이서가 있으면 진솔하니 얘기를 못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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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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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톡을 할 수 있었다. 그때 관리자에게 위로를 받고 김우진의 번호를 받으려고 국밥집으로 찾아갔던 적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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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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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톡 하나 보내는 게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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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한 서예린은 몇 번이나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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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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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되는대로 한마디 날려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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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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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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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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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이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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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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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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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아직 안 일어난 것도 아닐 테고, 톡을 보냈어도 다들 금방금방 답해주는 서예린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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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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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갸웃거리며 답장을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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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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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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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에 꽂혀 들어온 박치기는 상당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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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날린 유아린 때문에 그대로 몸이 뒤로 넘어가 버렸고 덕분에 현관에 쓰러져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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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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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그대로 나를 짓밟으며 내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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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려고 손을 뻗어봤으나 발목을 살짝 훑을 뿐 결국 막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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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도 슬리퍼라서 깔끔하게 벗어던진 그녀는 그대로 내 매트리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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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 내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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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트리스에 누워서는 그대로 뒹굴뒹굴하기 시작한 유아린을 보면서 머리가 지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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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냄새 빼려고 빨래를 그렇게 했는데 저러면 다시 냄새가 배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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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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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우진이 스멜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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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미친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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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달려가서 이불을 뺏으려 들자 아예 양팔과 다리로 달라붙어서는 놓을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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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 포기한 나는 이불을 던지듯 놓으며 짜증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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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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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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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꼬물거리며 이불을 붙잡은 채로 다시 매트리스로 올라가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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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 채로 매트리스를 펑펑 내리치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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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짜증이 나는 거야. 갑자기 관리인1호 같은 소리나 듣고. 대숲하려고 해도 다들 나한테 욕이나 해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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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관리인의 숙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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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 솔직히 학교생활 좀 지루했는데 그런 거라도 해보는 거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해. 네가 관리자이기도 하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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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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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본인 역할을 쉽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유아린은 씨익 웃으며 중지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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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이런 거 시킨 너한테 엿 좀 먹이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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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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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며어언! 라면 가져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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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기 핸드폰을 보면서 실실거리고 웃기 시작한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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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딱 나 짜증나게 하려고 여기 왔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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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방비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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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와서 매트리스에 누워있는 건 무슨 유혹하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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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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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면서 자신의 모습을 슬쩍 훑어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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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피식 웃으면서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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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꼴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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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행실 문제야. 충분히 짜증나게 했으니까 그냥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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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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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주변을 둘러본 유아린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고 있는 맨투맨 끝자락을 살짝 들추며 하얀 자신의 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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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피부와 더불어 배꼽이 보이는 모습은 분명 야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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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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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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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쉑. 자신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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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거리며 웃어대고 있는 유아린을 보자 인상이 팍 써졌고, 어느 순간 나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대로 밀어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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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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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재밌는지 매트리스에 눕혀진 유아린. 헝클어진 옷 때문에 여전히 배꼽이 보이고 있으며, 내 한쪽 다리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며 빼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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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잔등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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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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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내가 그리 말하자 유아린은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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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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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여기까지 하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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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거기에 한술 더 떠서는 내 손 하나를 잡더니 자신의 가슴 위에 툭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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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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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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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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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싶었으나, 전 여친과 헤어지고 자위행위조차 하지 않았던 나였기에 순간적으로 욕망이 부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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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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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의 가슴 위에 얹어진 손을 한 번 오므리자 겉옷과 속옷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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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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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성을 살짝 흘린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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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참기 힘들었기에 움직이려던 순간 씨익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는 유아린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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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동자를 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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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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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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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지금,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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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갑자기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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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른 이유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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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찬우가 떠올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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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는 순간 손을 확 떼며 몸을 뒤로 뺐고 유아린은 어느새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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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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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친구가 좋아하는 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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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서의 욕망에 져버려서 찬우를 배신할 뻔했다. 너무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 나도 모르게 휘둘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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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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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음에 안 드는 대답이었는지 유아린이 무표정하니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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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본 유아린의 표정 중 가장 무서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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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런 건데? 지난번에 갑자기 접근한 거부터 시작해서 나한테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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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긴 했으나 정도가 과할 때가 분명 있었다. 가령 지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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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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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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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한테 물어봐. 걔가 답 어떻게 하나 나한테도 말해주고. 궁금하네, 걔가 뭐라고 말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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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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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하면 나랑 정찬우 엮어주는 거 그만두지 않을까 싶어서 하려고 했던 거야. 뭐, 그리고 다가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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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을 흐린 유아린은 다시금 자기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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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옷매무새도 깔끔하게 다 잡은 걸 보아 그런 분위기로 갈 것 같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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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뭐가 됐든 내가 한마디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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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아린을 내려다보며 나는 진심으로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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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무랑 자고 그러는 거 아니다. 정찬우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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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민지 사건 때 봤던 옆 학교 남자들처럼. 충분히 나쁜 놈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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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유아린은 슬쩍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더니 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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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이러는 거 아닌데? 너라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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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러니까 그게 안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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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처녀딱지도 떼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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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 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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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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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표정으로 유아린을 쳐다보자 그녀는 핸드폰으로 입가를 가리며 중지를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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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끝났어,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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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친구 배신 안 해. 그러니까 내 핸드폰 좀 줘봐. 찬우랑 절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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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학!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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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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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아린이 저렇게 깔깔거리며 웃어대고 있는 걸 보니 또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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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고. 이제 됐으니까 집에 돌아가. 너 진짜 여기 있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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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 저녁까지 먹고 갈 건데? 치킨 시켜 먹자. 관리인 된 기념 회식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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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중에 해줄게. 나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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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 잘하라고 밥 사주는 정도는 해줄 생각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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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나 술 취했을 때 집에 데려다준 거랑 같이 퉁 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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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 뭐가 바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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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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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이야. 바쁘니까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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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니까 그게 뭔데. 나 여기까지 오는 시간도 있는데 알아야 나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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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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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나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는 유아린을 보며 나는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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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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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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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려서 빼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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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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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꺼져. 지금부터 심도 깊게 영상 찾아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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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잠깐 당황한 유아린은 뺨을 긁적이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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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옆에서 해. 이쑤시개 문지르는 거 보인다고 문제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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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 불러서 데려가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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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 알았어! 나 화장실에 가 있는 동안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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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 좀 가라! 왜 우리 집에서 지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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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님! 1호기 배고파요! 밥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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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진지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평소처럼 서로를 향해 욕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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