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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익명90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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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원하게 인정하는 이은우 양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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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익명69. 그러니까 섹x좌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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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금 보이는 모습은 보통 커뮤니티 이용자로서는 보기 힘든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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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자신의 정체를 들켰다면 보통은 불쾌해하거나 부정하기 마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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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있는 이은우는 오히려 나를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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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접 만나는 날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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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만요. 왜 저를 익명69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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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는지 물었으니 이은우는 히죽 웃으면서 내 가슴에 손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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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서 황급히 몸을 뒤로 뺐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었는지 혀로 입술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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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반응 맛있네요. 귀여워라. 1학년인 것 같은데 반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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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미친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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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학에 들어오고 이상한 애들을 자주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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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맛이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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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머, 먹어요?! 저는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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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내가 먹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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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슴없이 섹드립을 쳐대고 있는 걸 보니까 왜 섹x좌 신봉자인지 잘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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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고요. 왜 내가 익명69라고 생각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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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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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관련해서 나를 찾아올 사람이 섹x좌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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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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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확하게 맞췄지? 영어영문과 관련 글에만 댓글 쓰는 거 보면 딱 그쪽 사람일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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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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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합리적으로 추론했다고 생각했거든. 대나무숲에서는 이미 묻히긴 했는데 그래도 당사자는 뒤통수가 간지러워서 그냥 있을 수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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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한숨이 쉬어졌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계속 내 몸에 손을 대는 게 일단 확실하게 말해줄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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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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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에서랑 다르게 부끄럼쟁이네? 그런 애들이 또 속에 성욕을 잔뜨윽 쌓아두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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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사람이 그렇게 안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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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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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봤을 때는 딱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 느낌이었는데 지금 나한테 말하고 있는 걸 보니 색기가 몸에서 줄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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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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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내 가슴에 손을 얹는 이은우. 은근슬쩍 엄지손가락으로 젖꼭지를 꾹 누르고 가는 게 보통내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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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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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화내며 몸을 다시 뒤로 빼자 주변에서 우리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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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내가 섹x에 미친 익명69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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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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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서 헤어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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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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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 방금 소란 때문에 시선이 집중되었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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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치과 천막 뒤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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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설명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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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익명69니 섹x좌니 하면서 얘기하는 것도 우스운 꼴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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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오는 이은우. 호랑이 굴에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어쨌든 힘에서는 내가 이기니까 큰 문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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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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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좀 마셨는지 붉어진 얼굴로 뒤에 있는 나무에 기대는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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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서 보였던 소심해 보이던 캐릭터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내 앞에는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암컷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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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는 건 지극히 평범한 행위였으나 그것조차도 노골적인 유혹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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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해본 적은 없는데.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목소리 잘 죽여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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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죽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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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를 짚으며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나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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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확실하게 말하고 갈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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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좌는 아다지? 원래 커뮤에 그런 글 싸지르는 애들은 보통 동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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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좌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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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뭘 여기까지 와서 부끄러워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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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연상의 여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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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으면서도 시선은 계속 내 고간 쪽으로 가 있는 게 뭔가 나체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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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좌가 아니면 너는 누군데? 대나무숲 관련해서 나를 찾아올만한 사람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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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계속 추파를 던져대고 있는데 일단 정체를 밝히기 전에 궁금증을 좀 해소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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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섹x좌를 만나려고 한 건데요? 아니, 왜 정체를 밝히겠다고 헛저격을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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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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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턱선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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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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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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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먹으려고 그랬다고. 딱 봐도 성욕은 왕성한데 동정인 남자애가 떡하니 먹어달라고 글 싸지르고 있는데 그거 그냥 두면 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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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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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대학원에 조교까지 해야 되거든? 우리 과 신입생들 건드리긴 좀 그렇고,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 만나기엔 취향이 안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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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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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활동 시기를 봤을 때 1학년에 아무것도 모르는 걸로 보이는 남자애 하나 잡아다가 섹프로 지내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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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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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실제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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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부끄럼쟁이들이 안에 성욕은 잔뜩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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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본인 이야기라는 걸 보다 보니 알 수 있었다. 소심해 보이던 외형과 다르게 막상 몸 안에는 성적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중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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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응한다고 뭐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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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재밌었어. 호감도 올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아쉬운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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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다시 나한테 한 걸음 다가온다. 은근슬쩍 내 다리 사이에 무릎을 집어넣으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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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답이었네? 그것도 대박으로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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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세요. 몇 번을 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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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밀어내며 단호하게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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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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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부정을 많이 해서 그런 걸까. 이제는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은우에게 나는 잠깐 고민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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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익명69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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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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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커뮤니티 관리자 역할이었다. 이걸 가지고 내가 돈을 벌거나, 이득을 취하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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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게시판 교통정리 정도만 하는 거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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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관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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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묵직하지 않은 진실을 툭 털어놓는다. 서예린 같은 애들한테나 들키면 안 되는 거였지 사실 다른 사람한테는 큰 문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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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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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까진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혹스런 표정으로 쳐다보는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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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벙하니 입을 벌리고는 뭔가 말하려고 더듬더듬하지만 정작 말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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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69한테 괜히 이상한 집착하지 마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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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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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서로 정체 가지고 떠보지도 말고요. 오늘은 교훈을 주러 온 거예요. 익명 커뮤니티라는 장소에서 정체 까발리겠다고 까불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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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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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 내가 아니라 진짜 정신 이상한 애였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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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학 커뮤니티라서 최소한의 커트라인은 존재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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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제 어디서 이상한 놈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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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오늘 일 가지고 대나무숲에 쓰거나, 말 나오기 시작하면 그땐 각오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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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정신을 차린 이은우는 차분하게 심호흡하고는 뒤에 있는 나무에 기대며 팔짱을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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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떻게 할 건데? 글 삭제하고 차단하는 걸로 막을 수 있니? 그냥 커뮤 관리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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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음을 내걸고 있는 이은우를 쳐다보며 나는 묵직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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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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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 한 걸음 내딛었고 이은우의 바로 앞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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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교수님한테 당신이 뭐 하고 다니는지 로그 캡처해서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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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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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지로 한번 올려봐? 내 정체도 밝혔으면 그쪽도 까일 생각해야지. 익명90이 나잇값 못하고 1학년 신입생 낚아서 호텔 끌고 가려는 섹x에 환장한 년이라고 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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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명언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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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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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짜 의미는 다르다고 해도 어쨌든 여기서도 쓰일 수 있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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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정체’라는 같은 패를 쥐고 있었다. 다만, 이쪽은 스페이드 에이스라는 점이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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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도 들어가고, 조교도 한다고 했지? 물치과 학생들이 너 볼 때마다 수군거리게 만들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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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다면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 배 째라고 그냥 나설 수도 있었겠지. 물론, 그래도 본인 손해밖에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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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마, 말할 생각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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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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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의 머리 위, 나무에 손을 찍는다. 키가 작은 편이었기에 딱 좋게 위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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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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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처음 봤을 때의 소심하던 모습이 나타났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이은우를 내려다보며 승리감이 담긴 미소를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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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에 미친 새끼라고 소문나면 기분 엿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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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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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쪽 덕분에 한 번 겪어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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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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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좌라고 소문났던 거 때문에 여기저기서 이상한 시선을 받아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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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디 갈 때까지 가볼까? 그냥 평범한 대학 커뮤니티 관리자랑 대학원 가고 조교까지 하면서 나잇값 못하고 섹x에 미친 여자랑 올인 싸움하면 누가 이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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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다 말을 쏟아내면서도 확실히 나는 꿀릴 게 없다는 게 머리로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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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울상이 되어서는 나를 올려다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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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내가 뭔가 하겠단 소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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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놓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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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를 잡으려고 이를 으득 물며 경고하자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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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 제가 폭로하겠다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냥 여쭤본 거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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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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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물고 있을게요! 대, 대나무숲에 쓴 글도 다 제 망상이었다고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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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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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부, 부탁드립니다. 저 아직 학교 다녀야해요. 교수님 보수적인 분이라 이런 거 알면 진짜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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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과 내면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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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이은우를 봤을 때, 겉모습에서부터 헤픈 여자의 느낌이었다면 이런 협박도 통하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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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익명 뒤에 숨어서 남자를 낚아야 할 정도로, 그녀는 학교에서 나름의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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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꿀릴 게 많은 저쪽은 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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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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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뒤로 빼며 깊게 숨을 들이킨다. 찬바람 덕분에 뜨거워졌던 분위기가 개운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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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가 대나무숲에 익명69에 대한 저격이 자기 망상이었다는 걸 쓰는 것까지 본 후 나는 다시 돌아가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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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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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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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더 남았나 싶었는데 우물쭈물하면서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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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도 관리인 2호기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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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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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지난번에 보니까 관리자의 정체를 알아내면 관리인이 된다고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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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유아린이 그런 글도 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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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조교까지 하는 사람이 뭔 관리인이에요. 그냥 조용히 대학 생활하다가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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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넵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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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했지만 뭔가 서운해 보이는 표정의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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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었기에 나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로 영문과 부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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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해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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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지러운 사람이긴 했으나 그래도 나름 해결됐음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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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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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제 주점이 운영하는 것도 아니니까 몰래 짐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려 홀 천막 쪽으로 들어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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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지이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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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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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하게 취한 서예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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