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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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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건이 있었던 탓에 영문과 주점은 조기 종료되었고, 뒷정리만 끝내고 오늘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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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육이 워낙 많이 나가서 나는 이르게 나와서 밑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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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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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천막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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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다니는 길 바로 앞에 놓인 바비큐 그릴을 내려다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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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멀뚱히 그릴을 내려다보고 있자 토치와 숯 그리고 번개탄을 가져오시는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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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지원해 주신 거야. 어제 우리 제육볶음 인기가 많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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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에 제육을 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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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지. 교수님 개인 물건이라서 조심해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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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꽤나 고급품으로 보이긴 했다. 비싼 걸 쓰시는구나 싶으면서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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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으로 하던 것보다 양은 많이 할 수 있으니까 편해지긴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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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 파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지나가는 앞에서 제육을 굽는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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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덕분에 먹으러 오는 사람이 더 늘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 맛집이라고 SNS 같은 거에도 많이 올라왔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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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을 툭 치며 주희 선배가 웃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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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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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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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로 기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맛있는 제육볶음을 만들려고 했던 게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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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점 메뉴가 허접했던 것도 일조하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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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은 피워본 적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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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캠핑 가본 적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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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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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주방 쪽 천막으로 쏙 들어가는 주희 선배. 사실상 주방장 역할이니 해야 할 게 많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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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제 주방에서도 자잘한 사고들이 있었으니까 보완할 점도 찾아왔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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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진지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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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탄을 아래 깔고, 토치로 불을 붙인다. 얼추 불이 붙었다 싶으면 숯에도 불을 지져주면서 멀뚱히 있자 금방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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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야, 드디어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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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했어 내 남편! 고기는 내가 구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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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전 여친 오윤지가 이곳저곳 가자고 했던 게 종종 도움이 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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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불붙이는 것도 고생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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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오른 불길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있다 보니 옛날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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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추억이 되레 아프게도 남을 수 있다는 건 실로 특별한 경험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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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윤지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소화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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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야?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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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라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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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피운 김에 뭐라도 좀 구워 먹어볼까 싶었다. 아직 4시 정도밖에 안 됐으니 주점을 열려면 시간이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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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 있는 버섯을 슬쩍 하나 가져와서 제육이랑 같이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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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로 제육을 구워 먹어보는 건 처음이지만 향이 확 배 있는 게 풍미가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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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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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고 싶어지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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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더 맛있어졌다는 확신을 가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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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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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예쁘장한 여학생 둘이 나한테 다가왔다. 쭈뼛쭈뼛 거리면서 부끄러움을 숨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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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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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괜히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걸 보는 순간 뭔가 가슴에 팍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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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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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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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새로운 만남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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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헌팅 받아본 남자 대열에 낄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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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안현호, 정찬우 딱 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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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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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언제부터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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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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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이 6시에 여니까 그때 오시면 드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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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점에서만 먹을 수 있어요? 따로는 안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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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따로는 안 팔고 안주로만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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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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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미련도, 다른 용무도 없이 그대로 떠나가는 두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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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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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하고 남은 제육이나 먹고 있자니 뒤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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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인 줄 알고 설렜던 김우진이면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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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실 웃어대면서 지금 과 내에서 인기 절정으로 치솟고 있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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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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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축제에 나간 이후부터 수많은 남자들의 헌팅을 받고 있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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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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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팔짱을 낀 채로 한심하단 눈으로 나를 보는 최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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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나를 비웃음과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데 솔직히 좀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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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설렐 수도 있는 거 아냐? 나 번호 따이고 이런 거 겪어본 적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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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변명을 해봤으나 번호 따이는 데 익숙해 보이는 세 사람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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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먹고 있냐, 나도 좀 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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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나무젓가락 들고 다가온 유아린. 평소였다면 방금 비웃음이 거슬려서 주지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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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치검팬 유아린은 인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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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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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그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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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좋은 걸 보게 해줬으니까 답례로 제육을 내밀었고 먹더니 깜짝 놀라며 내 어깨를 툭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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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뭐야?!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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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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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쓱하면서 대꾸하자 서예린과 최이서도 와서는 한 입씩 먹고 맛있다고 칭찬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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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 제육제육 하던 이유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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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제육볶음에 미쳐 살더니 나중에 제육집 차리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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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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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칭찬해 오는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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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얘기가 어제 있었던 일로 넘어가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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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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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구워 달라고 땡깡을 부리던 유아린이 숨을 들이쉬더니 젓가락을 입에 물고는 쏜살같이 천막 안으로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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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유아린과 같은 곳을 본 서예린도 은근슬쩍 뒷걸음질 치며 같이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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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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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건축공학과의 정찬우가 팻말을 든 채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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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여학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걷고 있는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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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과에서도 잘 생겼다고 평가받는 안현호와 한강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 외모는 내가 친구라는 사실이 괜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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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찬우도 무대에 나갔기에 건공과 인기도 폭발했던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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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여자들끼리 싸움도 났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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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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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들며 인사하는 찬우. 외모 탓에 차가운 느낌이긴 했으나 성격은 그렇지 않다는 걸 나와 최이서는 이미 알고 있으니 덤덤하니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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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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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과도 바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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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은 햄 축제 부스라며 맥주랑 소시지, 베이컨, 삼겹살 같은 육류들을 대량으로 판매 중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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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와, 맛있는 거 많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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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웃으면서 말하는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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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오면 주겠다고 설렁설렁 얘기를 하다가도 유아린이랑 서예린이 왜 안으로 도망쳤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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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나쁜 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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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착한 찬우를 피하긴 왜 피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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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몰라도 유아린 같은 경우는 나 만나기 전에는 종종 찬우랑 같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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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좀 과하게 피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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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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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텐트 안쪽을 보면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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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면서 바로 안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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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봐. 유아린 안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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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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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됨. 너 유아린이랑 친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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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하자 정찬우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내부는 급이 다른 미남의 등장에 다시금 후끈 달아오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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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곱창집에서 서예린 썸남 역할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유아린 친구로 등장한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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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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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애가 와주신 것만으로 감사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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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의 똥 씹은 표정이 볼만하겠다 싶어서 헤실헤실 거리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최이서도 정찬우가 들어간 천막 쪽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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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뭔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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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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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나 싶어서 내가 묻자 최이서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더욱 복잡한 표정이 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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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입가에 머물고 있다는 게 뻔히 보였으나 결국 최이서는 내뱉지 못한 채로 어깨를 툭 치더니 손끝으로 홀 천막 앞에 붙은 문구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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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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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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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어처구니없어서 어깨를 으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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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헌팅할 시간이 어딨냐. 제육이나 하루 종일 구워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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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도 올라왔다는 주희 선배의 말에 따르면 아마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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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큰 그릴 덕분에 많은 양을 순식간에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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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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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핀트를 잘못 짚었는지 최이서는 삐죽거리며 주변에서 못 듣게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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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 당해도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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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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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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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몰라 조마조마하며 경고하는 최이서를 보고 있자니 귀여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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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실하게 할 건 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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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만 주는 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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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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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희는 남자가 들이대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지! 나는 여자한테 번호 따이면 평생 술안주 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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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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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어깨에 날아든 최이서의 주먹. 무게감은 없었기에 아프진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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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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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고! 그만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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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이 계속 어깨를 두드리듯 때리는 모습에 결국 알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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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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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며 가버리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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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도 처음에는 약간 시크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사람이란 친해져 봐야 아는 거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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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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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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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최이서 때와는 차원이 다른 통증이 엉덩이에 둔탁하게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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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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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서 엉덩이를 붙잡으며 냉큼 뒤를 확인하자, 거기에는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는 유아린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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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갑자기 뭔데?! 진짜 개 아프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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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안에 들어간 것 때문에 그런가 싶었는데, 찬우는 어느새 부스 밖으로 나가 저 멀리서 홍보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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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때문에 그런 거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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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액 소리친 유아린이 나를 노려보면서 이를 으득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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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치검팬이 뭔가 했다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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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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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치마 검은 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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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들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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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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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가슴을 피면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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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로 봐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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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때리기 전에 엉덩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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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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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도 만졌던 사이인데 팬티 본 것 가지고 두 대 때리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가 다섯 대를 처맞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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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확실히 태권도를 잘 배웠는지 일을 못 할 정도로 때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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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찾아온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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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가 쌀쌀했으나 그릴 앞에 있는 나는 오히려 따듯하니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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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고기 굽느라 개고생하니까 힘들어서 안 추운 걸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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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삼 인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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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옆에서 꿀 빨고 있는 현아. 내가 구운 고기를 접시에 올려주면 그거 가지고 가서 나누고 두부 잘라서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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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로 스스럼없이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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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고기가 금방금방 나오니까 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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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들한테 고기를 주고 왔는지 품에서 포켓 치즈를 꺼내 나무젓가락에 꼽고 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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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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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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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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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줘서 좀 당황하긴 했으나 어쨌든 치즈를 먹으면서 다음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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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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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옅은 분홍빛 머리.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나 싶었는데 옆에 있던 현아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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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포포다! 와! 나 실물 처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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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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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럽다 못해 무슨 아저씨가 개한테 지어줬을 것 같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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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학과의 인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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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방송인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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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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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게는 익명111로 더 친숙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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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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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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