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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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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2일 차.

어제 사건이 있었던 탓에 영문과 주점은 조기 종료되었고, 뒷정리만 끝내고 오늘 다시 열었다.

어제 제육이 워낙 많이 나가서 나는 이르게 나와서 밑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거 뭔데.”

주방 천막 앞.

사람들 다니는 길 바로 앞에 놓인 바비큐 그릴을 내려다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멀뚱히 그릴을 내려다보고 있자 토치와 숯 그리고 번개탄을 가져오시는 주희 선배.

“교수님이 지원해 주신 거야. 어제 우리 제육볶음 인기가 많았잖아.”

“숯불에 제육을 하라고요?”

“뭐, 그렇지. 교수님 개인 물건이라서 조심해서 써야 한다.”

어쩐지 꽤나 고급품으로 보이긴 했다. 비싼 걸 쓰시는구나 싶으면서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왔다.

“프라이팬으로 하던 것보다 양은 많이 할 수 있으니까 편해지긴 했는데요…….”

길거리 음식 파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지나가는 앞에서 제육을 굽는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으나.

“오히려 덕분에 먹으러 오는 사람이 더 늘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 맛집이라고 SNS 같은 거에도 많이 올라왔다더라.”

내 등을 툭 치며 주희 선배가 웃어주셨다.

“네 덕분이야.”

“흐아.”

솔직히 별로 기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맛있는 제육볶음을 만들려고 했던 게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다.

다른 주점 메뉴가 허접했던 것도 일조하고 있는 거겠지.

“숯불은 피워본 적 있냐?”

“네, 캠핑 가본 적 있어서요.”

“오, 그럼 부탁할게.”

그리 말하며 주방 쪽 천막으로 쏙 들어가는 주희 선배. 사실상 주방장 역할이니 해야 할 게 많겠지.

게다가 어제 주방에서도 자잘한 사고들이 있었으니까 보완할 점도 찾아왔을 거다.

모든 일에 진지한 사람이니까.

번개탄을 아래 깔고, 토치로 불을 붙인다. 얼추 불이 붙었다 싶으면 숯에도 불을 지져주면서 멀뚱히 있자 금방 불이 붙었다.

‘여보야, 드디어 불붙었다.

‘고생 했어 내 남편! 고기는 내가 구울게!

확실히 전 여친 오윤지가 이곳저곳 가자고 했던 게 종종 도움이 되긴 했다.

처음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불붙이는 것도 고생했었는데.

피어오른 불길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있다 보니 옛날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즐거웠던 추억이 되레 아프게도 남을 수 있다는 건 실로 특별한 경험이었으니.

아직 오윤지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소화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여보야? 내 남편?

뒤져라 김우진.

불을 피운 김에 뭐라도 좀 구워 먹어볼까 싶었다. 아직 4시 정도밖에 안 됐으니 주점을 열려면 시간이 남았으니까.

주방에 있는 버섯을 슬쩍 하나 가져와서 제육이랑 같이 굽는다.

숯불로 제육을 구워 먹어보는 건 처음이지만 향이 확 배 있는 게 풍미가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키야.”

맥주를 마시고 싶어지는 맛.

어제보다 더 맛있어졌다는 확신을 가진 순간.

“저, 저기요.”

웬 예쁘장한 여학생 둘이 나한테 다가왔다. 쭈뼛쭈뼛 거리면서 부끄러움을 숨기는 모습.

“네?”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괜히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걸 보는 순간 뭔가 가슴에 팍 왔다.

‘설마?

축제니까.

또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새로운 만남이지 않은가.

나도 이제 헌팅 받아본 남자 대열에 낄 수 있는 건가.

한강, 안현호, 정찬우 딱 대라.

김우진이 간다.

“이거 언제부터 팔아요.”

…….

“주점이 6시에 여니까 그때 오시면 드실 수 있어요.”

“혹시 주점에서만 먹을 수 있어요? 따로는 안 파세요?”

“네, 따로는 안 팔고 안주로만 팔아요.”

“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일말의 미련도, 다른 용무도 없이 그대로 떠나가는 두 여학생.

시발.

그럼 그렇지 하고 남은 제육이나 먹고 있자니 뒤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헌팅인 줄 알고 설렜던 김우진이면 개추.”

실실 웃어대면서 지금 과 내에서 인기 절정으로 치솟고 있는 유아린.

“개추.”

그리고 어제 축제에 나간 이후부터 수많은 남자들의 헌팅을 받고 있는 서예린.

“에휴.”

마지막으로 팔짱을 낀 채로 한심하단 눈으로 나를 보는 최이서까지.

셋이서 나를 비웃음과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데 솔직히 좀 억울했다.

“야, 설렐 수도 있는 거 아냐? 나 번호 따이고 이런 거 겪어본 적 없다고.”

나름대로 변명을 해봤으나 번호 따이는 데 익숙해 보이는 세 사람은 여전했다.

“혼자만 먹고 있냐, 나도 좀 줘봐.”

바로 나무젓가락 들고 다가온 유아린. 평소였다면 방금 비웃음이 거슬려서 주지 않았겠지만.

“검치검팬 유아린은 인정이지.”

“엥? 뭔 소리야.”

“있어, 그런 게.”

어제 좋은 걸 보게 해줬으니까 답례로 제육을 내밀었고 먹더니 깜짝 놀라며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야, 이거 뭐야?! 진짜 맛있다!”

“어, 형이야.”

으쓱하면서 대꾸하자 서예린과 최이서도 와서는 한 입씩 먹고 맛있다고 칭찬해 줬다.

“우진이 제육제육 하던 이유가 있네.”

“어휴, 제육볶음에 미쳐 살더니 나중에 제육집 차리는 거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고.”

솔직하게 칭찬해 오는 세 사람.

자연스럽게 얘기가 어제 있었던 일로 넘어가기 시작했는데.

“헙.”

더 구워 달라고 땡깡을 부리던 유아린이 숨을 들이쉬더니 젓가락을 입에 물고는 쏜살같이 천막 안으로 도망친다.

뒤이어 유아린과 같은 곳을 본 서예린도 은근슬쩍 뒷걸음질 치며 같이 들어갔는데.

“아아.”

거기엔 건축공학과의 정찬우가 팻말을 든 채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주변 여학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걷고 있는 찬우.

우리 과에서도 잘 생겼다고 평가받는 안현호와 한강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 외모는 내가 친구라는 사실이 괜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어제 찬우도 무대에 나갔기에 건공과 인기도 폭발했던 걸로 알고 있다.

듣기로는 여자들끼리 싸움도 났다는데.

“안녕.”

손을 들며 인사하는 찬우. 외모 탓에 차가운 느낌이긴 했으나 성격은 그렇지 않다는 걸 나와 최이서는 이미 알고 있으니 덤덤하니 대꾸했다.

“고생하네.”

“건공과도 바쁘겠네.”

저쪽은 햄 축제 부스라며 맥주랑 소시지, 베이컨, 삼겹살 같은 육류들을 대량으로 판매 중이라고 들었다.

“놀러 와, 맛있는 거 많이 줄게.”

살짝 웃으면서 말하는 찬우.

우리도 오면 주겠다고 설렁설렁 얘기를 하다가도 유아린이랑 서예린이 왜 안으로 도망쳤는지 알 것 같았다.

‘어휴, 나쁜 뇬들.

이리 착한 찬우를 피하긴 왜 피하냐.

서예린은 몰라도 유아린 같은 경우는 나 만나기 전에는 종종 찬우랑 같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최근 좀 과하게 피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었다.

“그, 음…….”

슬쩍 텐트 안쪽을 보면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 찬우.

나는 웃으면서 바로 안을 가리켰다.

“들어가 봐. 유아린 안에 있음.”

“가도 될까?”

“왜 안 됨. 너 유아린이랑 친구인데.”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하자 정찬우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내부는 급이 다른 미남의 등장에 다시금 후끈 달아오른 모양.

지난번 곱창집에서 서예린 썸남 역할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유아린 친구로 등장한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뭐가 문제겠어.

잘생긴 애가 와주신 것만으로 감사하겠지 뭐.

유아린의 똥 씹은 표정이 볼만하겠다 싶어서 헤실헤실 거리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최이서도 정찬우가 들어간 천막 쪽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뭔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왜 그래?”

무슨 일 있나 싶어서 내가 묻자 최이서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더욱 복잡한 표정이 된 그녀.

하고 싶은 말이 입가에 머물고 있다는 게 뻔히 보였으나 결국 최이서는 내뱉지 못한 채로 어깨를 툭 치더니 손끝으로 홀 천막 앞에 붙은 문구를 가리킨다.

[헌팅 금지]

“금지야.”

그 말에 어처구니없어서 어깨를 으쓱인다.

“내가 헌팅할 시간이 어딨냐. 제육이나 하루 종일 구워야 할 것 같은데.”

SNS에도 올라왔다는 주희 선배의 말에 따르면 아마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바쁠 것 같다.

그나마 큰 그릴 덕분에 많은 양을 순식간에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 소리 아니야.”

뭔가 핀트를 잘못 짚었는지 최이서는 삐죽거리며 주변에서 못 듣게 작게 속삭였다.

“헌팅 당해도 안 된다고.”

“…….”

“알았지?”

혹시 몰라 조마조마하며 경고하는 최이서를 보고 있자니 귀여웠으나.

일단 확실하게 할 건 하고 가자.

“번호만 주는 건 되지 않을까?”

“…….”

“아니, 너희는 남자가 들이대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지! 나는 여자한테 번호 따이면 평생 술안주 감인……!”

퍽!

그대로 어깨에 날아든 최이서의 주먹. 무게감은 없었기에 아프진 않았으나.

퍽퍽퍽.

“알았다고! 그만 때려!”

아무 말 없이 계속 어깨를 두드리듯 때리는 모습에 결국 알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죽어, 진짜.”

투덜거리며 가버리는 최이서.

쟤도 처음에는 약간 시크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사람이란 친해져 봐야 아는 거구나 싶다.

그때.

뻐어어억!

아까 최이서 때와는 차원이 다른 통증이 엉덩이에 둔탁하게 차올랐다.

“어억!”

깜짝 놀라서 엉덩이를 붙잡으며 냉큼 뒤를 확인하자, 거기에는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는 유아린이 서 있었다.

“미쳤어? 갑자기 뭔데?! 진짜 개 아프거든?”

정찬우 안에 들어간 것 때문에 그런가 싶었는데, 찬우는 어느새 부스 밖으로 나가 저 멀리서 홍보하는 중이었다.

“걔 때문에 그런 거 아니거든!”

빼액 소리친 유아린이 나를 노려보면서 이를 으득 문다.

“검치검팬이 뭔가 했다 이 새끼야!”

아.

검은 치마 검은 팬티.

의미를 들켰구나.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나는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가슴을 피면서 답했다.

“한 대로 봐줄 수 있을까?”

“얼굴 때리기 전에 엉덩이 대!”


가슴도 만졌던 사이인데 팬티 본 것 가지고 두 대 때리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가 다섯 대를 처맞았지만.

유아린이 확실히 태권도를 잘 배웠는지 일을 못 할 정도로 때리진 않았다.

다시금 찾아온 저녁.

밤공기가 쌀쌀했으나 그릴 앞에 있는 나는 오히려 따듯하니 나쁘지 않았다.

아니, 그냥 고기 굽느라 개고생하니까 힘들어서 안 추운 걸 수도 있지만.

“여기 삼 인분요.”

오늘도 내 옆에서 꿀 빨고 있는 현아. 내가 구운 고기를 접시에 올려주면 그거 가지고 가서 나누고 두부 잘라서 올려둔다.

이제는 서로 스스럼없이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확실히 고기가 금방금방 나오니까 편하긴 하다.”

서버들한테 고기를 주고 왔는지 품에서 포켓 치즈를 꺼내 나무젓가락에 꼽고 굽기 시작한다.

“자, 여기.”

“내 거였어?”

“하나 더 있거든.”

나한테 줘서 좀 당황하긴 했으나 어쨌든 치즈를 먹으면서 다음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데.

“와, 저거 뭐야.”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옅은 분홍빛 머리.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나 싶었는데 옆에 있던 현아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포, 포포다! 와! 나 실물 처음 봐!”

“포포?”

우스꽝스럽다 못해 무슨 아저씨가 개한테 지어줬을 것 같은 이름.

건축공학과의 인기인.

개인방송인 포포.

“아아.”

하지만 내게는 익명111로 더 친숙한 사람이었다.

“저렇게 생겼구나.”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