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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과 1학년 허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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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라는 모두가 바라는 매물의 여자친구였으나, 정작 그녀는 다소 평범한 축에 속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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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못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크게 잘나지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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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 정도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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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종종 연애에 있어 외모 이상의 매력을 뿜어내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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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허정아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정도는 고민해 볼 여지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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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찬우라는 대어를 얻어내고도 다른 남자랑 같이 팔짱을 끼고 카페에 들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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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애니나 소설에서 보면 저런 건 친오빠나 친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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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씹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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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견을 가볍게 묵살한 유아린이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상황 돌아가는 걸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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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애인이 양다리를 걸쳤을 수도 있는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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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봤을 때는 저게 친오빠나 동생처럼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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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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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촌 같은 걸 수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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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찬우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좋은 방향으로 유도해 주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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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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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아의 표정은 연기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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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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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바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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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옆에 그분은 누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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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게 묻는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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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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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아가 웅얼거리며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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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히려 상대 남자 쪽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허정아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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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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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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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존칭으로 찬우를 지칭하는 걸 보니까 딱 봐도 기가 죽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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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보니까 허정아가 남친 있는 거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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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남친 관련해서 이런저런 상담을 들어주거나 하다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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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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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면서 허정아를 바라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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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본인도 꿀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이건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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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너무 심해 허정아가 역으로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건가 의심이 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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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쪽에서 역으로 허정아를 황당하게 쳐다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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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야, 우리.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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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가 씁쓸하니 묻자, 정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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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오빠 때문에 너무 힘들어. 나도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오빠는 너무 배려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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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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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떨군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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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여러모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찬우를 보니까 묘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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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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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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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어서 뭐가 그리 당당하냐고 말하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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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서 있던 유아린이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허정아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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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이네 이거. 찬우가 요령이 없거나, 센스가 없을 순 있지. 그래서 헤어질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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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걷어붙이는 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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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잘못하면 주먹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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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대로 말하고, 헤어진 다음에 사귀어야 할 거 아니야! 어딜 옆에 딴 남자 끼어놓고 지쳤느니 뭐니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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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우! 아린아! 아린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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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먹 날리려는 거 가까스로 뒤에서 붙잡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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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발까지 휘두르려고 해서 번쩍 들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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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저년 아주 그냥 대가리를 깨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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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참아! 네가 싸우면 쟤 병원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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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가 대신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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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손을 들어서 내 머리를 때리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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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유아린을 든 채로 유아린한테 맞고 있다 보니 정신이 슬슬 몽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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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딴 여자를! 아오! 이 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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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나한테 욕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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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허정아를 죽이겠다고 지랄하던 애가 왜 타깃을 나로 돌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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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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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우리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선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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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허정아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더니, 서글프게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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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어, 덕분에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거 많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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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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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잘 지내. 내가 부족해서 이런 짓을 했지만. 너는 좋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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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도 부탁드린다고 인사한 후, 찬우는 그대로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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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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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찬우의 모습에서 뭔가 느꼈는지 아쉬움을 담아 찬우를 부르는 허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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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찬우에게 목소리는 닿지 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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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멍하니 자신이 버린 남자의 등을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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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유아린도 뒤따라 나오면서 한마디씩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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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미련 남았다고 찾아가지 마요. 엿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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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띄지 마. 죽여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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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서 시원하게 욕을 박아주고 밖으로 나온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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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는 우리를 기다렸는지 카페 밖에서 서글프게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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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놀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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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유아린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인 다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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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어때? 가서 시원하게 노래나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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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내가 의외로 노래를 또 기깔나게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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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찬우도 살짝은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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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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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사흘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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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일찍 도착해서 교수님을 기다리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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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앉은 유아린이 귀띔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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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아, 새 남친이랑 헤어졌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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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쌤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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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자 유아린이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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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허정아 마지막 표정이 딱 후회하는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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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찬우도 같이 듣지 않나? 말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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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 성격상 전 여친이라고 해도 이런 걸 들으면 좋아할 것 같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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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핸드폰을 입에 대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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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말 안 하려고. 괜히 애 마음도 여린데 알려주면 찾아갈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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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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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때맞춰 강의실로 들어온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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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과 과잠을 입은 채,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녀석의 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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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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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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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여자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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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잘못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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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비비면서 다시 확인해 봐도 여자였다. 그것도 이번에는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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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공과 과잠을 입고 있는데 여자 쪽의 스킨십이 상당히 과하고, 찬우도 그걸 거리낌 없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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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긴 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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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가 그대로 웃으면서 우리를 여자분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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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건공과 1학년 민세린이라고 합니다. 찬우 오빠 여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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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면서 팔에 뺨을 부벼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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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따로 앉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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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헬스장에서 여자친구가 초면인 우리랑 있으면 불편해한다고 말해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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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찬우도 학습을 해서 둘만 있을 수 있는 자리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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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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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딱 사흘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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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유아린은 멍한 표정으로 찬우 쪽을 보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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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가 이번 년도에 여친 몇 명 사귀는지 내기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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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단 몇 명 휴학시키는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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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더 재밌긴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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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월 말인데 한 명 조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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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딱 10명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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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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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건공과 공공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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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저 새끼 소시오패스 같은데, 경찰에 신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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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아니라 병원에 하자. 나중에 소시오패스 테스트 시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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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오셔서 대화가 더 이어지진 못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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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잘생긴 새끼들 걱정은 하는 거 아니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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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차면서 내가 중얼거리자, 옆에서 나를 보던 유아린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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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지금이면 충분해. 너무 잘생겨지면 괜히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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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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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을 때, 네가 찬우 정도 얼굴이었으면 셋이 아니라 다섯한테 같이 사귀자고 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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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무리 그래도 나도 사람인데 다섯은 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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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다섯은 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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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연하지. 다섯이면 사람이 아니라 씨종 같은 거 아냐? 여기서 둘이 더 추가되면 내가 전라로 학교 한 바퀴 돌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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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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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잡담을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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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강의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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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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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괴고 있던 유아린이 인상을 팍 쓰면서 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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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셋은 괜찮은 것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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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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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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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정도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부루마블 할 때도 인원 딱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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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마불 하려고 셋한테 고백했냐? 이거 진짜 어떻게 처리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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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꿈틀꿈틀 거리며 당장이라도 나를 때리려고 준비 중인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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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교수님이 강의 중이셨기에 유아린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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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책상 밑에서 발로 퍽퍽 차기 시작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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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밟지 마.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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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건드리는 와중에도 신발은 벗어서 딱딱하기보단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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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신은 발바닥으로 계속 때리던 녀석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을 틀어서 내 허벅지 위에 본인 다리를 올려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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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턱을 괴고 교수님 쪽을 보고 있는데 허리 유연성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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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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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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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뜬금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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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발바닥을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주무르기 시작하자, 유아린이 움찔 떨면서 배시시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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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부터 생각했는데 마사지 좀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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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해주려고 배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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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아니라 너라고 했으면 참 좋았을 텐-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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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좀 힘을 주자 유아린의 엉덩이가 의자에서 살짝 뜨면서 입을 꽉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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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우리 바로 뒷자리에 사람이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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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봐도 그냥 커플끼리 강의 시간에 꽁냥거리는구나. 나가 뒤져라 뭐 이런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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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진짜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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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다고 느끼고 있는 유아린의 양말 끝을 슬쩍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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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벗겨지는 양말과 뽀얗게 드러나는 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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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야하게 벗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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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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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네가 해서 그런가? 너는 반야심경 외워도 야하게 보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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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외우면서 어디가 야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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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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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도 하나하나 잡아당겨 주고,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중심부를 눌러주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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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정성스럽게 발 마사지를 해준 다음, 마지막으로 발바닥을 찰싹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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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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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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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았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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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얼른 내리라고 투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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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냄새 나. 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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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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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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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진 않지만 이렇게 말하면 뭐든 좀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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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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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발을 내 얼굴까지 올려 콧구멍에 발가락을 쑤셔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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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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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아봐, 안 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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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씨! 교수님 보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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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유연성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한다.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내 얼굴까지 올린 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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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일어선 채로 다리도 찢을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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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유아린이 은근 대단한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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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밀도 돌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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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을 잡고 휙 아래로 내리자 뭐가 재밌는지 입을 가리고 깔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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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핳! 김우진 다급한 거 봐. 교수님 칠판 보셨을 때 올린 거라 괜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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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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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보다 냄새 안 나지? 짜식아, 너 지난번에 내 발가락도 막 빨아놓고 뭔 냄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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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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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자 유아린이 바로 짜증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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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 나? 그때 수갑 채우고 할 때 막 장난친다고 핥고 그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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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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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강렬했던 기억이 많아서 잊혀졌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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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나는 경험이 지밖에 없어서 바로 떠오르는데 저 새끼는 서예린이랑 최이서, 오윤지 폴더로 기억이 분할되어 있네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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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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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꺼져. 마사지 받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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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줘놓고 하여간 성질머리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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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다리를 빼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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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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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우리 방향을 가리키면서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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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놀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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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며 스스로를 가리키자 교수님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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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거기 말고 맨 뒷자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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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생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아까 봤던 찬우랑 여친 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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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강의실에서 애정행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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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크흠. 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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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사과하는 찬우. 입가에 립 자국이 묻은 걸로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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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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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놈 걱정하는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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