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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하려면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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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걸려 온 큰형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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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말해오는 큰형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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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네가 바라는 거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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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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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능한 비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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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도 꽤나 바쁘게 사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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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학교 대나무숲은 어떻게 알고 찾아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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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들만 이용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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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는 말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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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품고, 내가 더 파고들 여지를 보이자 큰형은 얼른 싹을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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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기를 돌려서, 원하면 진짜로 고소를 진행해 줄 수도 있다. 대나무숲이라는 커뮤니티 관리자한테 연락도 할 생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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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철두철미한데 가끔 허술한 면을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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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특히 가족과 관련된 부분이 그랬고, 나랑 관련되면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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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관리자한테 뭐라고 말하려고? 나 저격한 애들 신상 싹 불라고 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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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식으로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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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도 신상 몰라. 학번 기입하고 이용하긴 해도 개인정보를 따로 알고 있진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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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생각해 보니까 학번은 매년 추가되는데 대나무숲은 어떻게 업데이트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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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버 같은 거 따로 관리도 안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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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잘 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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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라고 생각한 큰형에게 한 방 먹여줄 생각으로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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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리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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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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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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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으로도 이 통화는 충분히 제값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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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저격도 내가 주도한 거야. 저격한 애한테도 일부러 법무팀 같은 얘기 좀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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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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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내가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는지 큰형의 목소리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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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좀 고깝긴 해. 근데 인터넷에 글 몇 개 싼 걸로 대기업한테 고소 받기엔 22살은 좀 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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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21살이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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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도 아직은 사회적으로 어린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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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책임질 나이이긴 하다. 너는 자비로운 건지, 자비로운 척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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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일걸. 정 뭐하면 그쪽 법무팀 사람 하나 보내서 명함이라도 주든가. 그것만 해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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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해도 입 꾹 다물고 대학생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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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법적으로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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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이 자기 아들한테 달린 악플 하나 때문에 힘쓴다고 소문나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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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관련 내용들까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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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랑 관계를 가졌고, 여성 편력이 문란하고 뭐 이런 것들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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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상관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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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진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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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잃을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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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입만 다물게 만들 거야. 애들한테 피해주고 싶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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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알겠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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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뭇거린 큰형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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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히 내가 여자 문제 가지고 들먹이게 하지 마라. 여타 재벌가의 철없는 놈들 중 하나가 되지 말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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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비수처럼 꽂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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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쩍게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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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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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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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용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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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부러 말을 좀 돌렸는데, 형은 따로 답도 안 하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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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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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좀 있으면 저격했던 선배들이 와서 싹싹 빌 테니까, 몇 번 튕겨주다가 못 이기는 척 받아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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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사람들 많이 있는 곳에서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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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상황 정리가 됐다고 생각하니 문득 출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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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학식 먹으러 가기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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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 먹으면 돈을 아끼면서 나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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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있으면서도 학식 먹으러 식당까지 가는 게 너무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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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방을 뒹굴면서 핸드폰 게임이나 좀 하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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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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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러운 노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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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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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왔으면 같이 외출해서 뭐라도 먹을까 싶어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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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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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나를 저격한 걸로 예상되는 3학년 선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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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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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내지른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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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에서 저격한 게 몇 명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걸 보니 서로 말 맞추고 조직적으로 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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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중처벌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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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본인들도 스스로 찔리니까 온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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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우진아. 우리가 실수한 것 같아서 사과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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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안해.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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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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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모습 보면 좀 통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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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배들이 저런 모습 보니까 괜히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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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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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찜닭 맛있게 하는 집 있거든요? 거서 치즈간장찜닭으로 2인분만 포장해 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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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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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날렵해 보이는 남자 선배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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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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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약해져서 3인분 시킬 거 2인분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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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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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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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 잘못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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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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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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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금방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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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손 흔들면서 인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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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나를 보는 다른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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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들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이제야 좀 이해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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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막 법이니 뭐니 그런 거 따질 나이는 아직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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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무 살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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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법대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때우는 게 익숙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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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근대영미시 강의 이번에 들으시는 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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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 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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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이번에 과제를 할 시간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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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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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냉큼 내게 다가와 넙죽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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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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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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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돌아가는 러닝머신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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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리며 가쁜 숨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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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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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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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 재미가 들렸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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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당장이라도 러닝머신에서 뛰어내려서 씻고 기숙사 가서 누워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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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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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면 당장에 욕망을 끊어낸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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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적을 위해서 하염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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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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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뛰었단 생각에 러닝머신을 멈추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내려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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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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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 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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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다른 일행으로 보이는 여성분들도 있는데 이쪽을 힐끔힐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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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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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싶어서 되묻자, 저쪽에서 부끄러워하며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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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운동 좀 가르쳐주실 수 있으세요? 아직 저희가 기구 사용법을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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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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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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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로만 듣던 헬스장 헌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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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열심히 했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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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제가 근력 운동은 안 해서 기구 사용법은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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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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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건 거짓말이 아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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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나는 근력운동 기구는 하체 빼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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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연하게도 저쪽에선 믿지 않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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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럴 거면 헬스장에 왜 오냐고, 그냥 하천 산책길 따라서 쭉 달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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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권을 양도받아서 온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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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선배 중 헬스장 1년을 끊어두고 한 번밖에 안 갔으니, 나한테 주겠다고 해서 그냥 받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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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는 헬스장에 틈틈이 올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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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몸만들기 힘들지 않아요? 여기서 살은 더 안 빼셔도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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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몸 만들려고 운동하는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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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들어지면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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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서 몸을 조각처럼 만들거나, 근육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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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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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여성 쪽에서도 이상하다고 느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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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화의 쐐기를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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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 오래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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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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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되묻는 그녀. 나는 다시금 분명하게 대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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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 오래하고 싶어서요. 여자친구가 48시간 동안 하고 싶다는데 비슷하게라도 해주려면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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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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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체 기구는 좀 쓸 줄 알아요. 뭐,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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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뇨! 괜찮아요! 여친분이랑 오래오래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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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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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불끈 쥐고 대답하자 여성분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냉큼 친구들한테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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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도 미친 발언이라는 건 잘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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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철벽을 쳤다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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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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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유아린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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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PT를 받기 시작한 그녀는 새초롬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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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PT가 끝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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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당하니 어깨를 피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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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저 여성분들이 나한테 같이 운동하자고 하셨거든. 그래서 우린 목적이 다르다고 알려드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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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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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섹x 오래 하려고 운동한다고 말씀 드렸거든. 그랬더니 응원해 주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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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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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끔 여성 쪽을 쳐다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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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수군거리면서 눈이 맞았는지 피하듯 도망치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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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 섹x 오래 하려고 너한테 운동시킨 발정 난 년 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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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고 서예린 얘기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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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오해받은 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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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여자들 쪽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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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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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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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지고 싶냐. 그것보다 내 앞에서 다른 년이랑 하려고 운동한다고 잘도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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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에 손을 얹고 짜증 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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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해 준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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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랑 다르게 그래도 나랑 계속 같이 다녀주고, 별 탈 없어 보여서 은근슬쩍 괜찮은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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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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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당장이라도 나한테 달려들려는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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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개소리라고 취급하고 그냥 넘어간 건지 아니면 그러려니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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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운동 했으니까 밥이나 먹자. 너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맛있는 거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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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운동해 놓고 맛있는 거 먹자고 하는 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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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유아린을 따라 탈의실로 가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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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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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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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무게를 들고 있는 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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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가 우리 눈에 딱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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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왔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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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헬스장이 너무 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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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줄도 몰랐기에 우리가 인사하자 찬우는 슬쩍 고개만 돌려 까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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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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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게 내리 앉은 다크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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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마른 수척한 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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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퇴폐미를 뿜어내고 있는 오늘도 위대한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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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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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돼서 내가 묻자, 찬우는 한숨을 길게 푹 내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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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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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도와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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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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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끝내고 우리가 온 곳은 다름 아닌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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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고 단 걸 먹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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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켰던 케이크가 테이블에 올라온 걸 보고 어이가 없어서 대꾸하자, 유아린이 포크를 잡으며 혀를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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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가 지금 기운이 없잖아. 단 걸 좀 먹으면서 기운 차리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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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맞은편에 앉은 찬우의 애매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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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손실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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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소리 하지 말고 처먹어. 지가 언제부터 근육 신경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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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반항은 금방 진압되어 우리는 결국 커피와 케이크를 통해, 방금 운동한 걸 전부 리셋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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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단 걸 먹으니 유아린 말대로 좀 기운이 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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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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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얘는 예전부터 단 거 먹으면 은근 기분 풀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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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 거 먹어도 별로 안 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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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툴툴거리듯 대답해 보자, 유아린은 씩 웃으면서 내 볼을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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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질투를 해? 이거이거, 왜 이렇게 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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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그만 가도 될까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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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냥거리는 꼴 보기 싫다고 끼어든 찬우. 유아린은 머쓱함에 손을 놓고 다시금 찬우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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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뭐였지?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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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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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질 것 같다는 거야. 뭔가, 뭔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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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격정적으로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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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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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바람을 피워? 이런 개호로 쓰레기 같은 자식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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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호로 쓰레기야. 가만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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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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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족혐오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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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유아린의 말대로 그냥 가만히 찌그러져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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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찬우 여자친구한테 침 뱉으면, 내 얼굴에도 뱉는 거랑 비슷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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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 여자친구 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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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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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바로 나한테 화내는 찬우.
|
||
|
||
이 새끼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졌네.
|
||
|
||
“흐음, 근데 얘 데리고 다른 남자 만나는 건 또 쉽지 않은데.”
|
||
|
||
유아린의 말대로였다.
|
||
|
||
찬우가 보통 잘생겼는가.
|
||
|
||
여자 하면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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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하면 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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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딱 정해져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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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공과 남신이 바람을 피우면 피웠지, 반대로 바람 맞았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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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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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득, 예전 찬우의 행실들이 떠올랐던 나는 조심스럽게 녀석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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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혹시…… 여자친구랑 최근에 뭐 다투거나 그런 거 없어?”
|
||
|
||
“정아랑? 최근에-.”
|
||
|
||
잠시 머뭇거리더니 찬우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
||
|
||
“아, 연락이 너무 안 된다고 정아가 나한테 뭐라 한 적이 있어. 근데 이건 내 잘못이 아니고 정아 잘못이라.”
|
||
|
||
“연락을 안 했는데 네 여친 잘못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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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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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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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우가 당돌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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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나 알바 중이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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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방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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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그때 갑자기 사장님이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12시간 정도 알바 해드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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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짧게라도 답장하거나 연락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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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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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문제인가 싶었는데 찬우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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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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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중이잖아. 사적인 연락은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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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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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얘가 원래 이런 애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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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래서 답도 없이 그냥 가만히 방치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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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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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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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끝나고 설명해 줬는데 못 받아들이더라고. 어디 다른 사람 만나는 거 아니냐고 엄청 캐묻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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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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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자친구의 비애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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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연락이 안 되면 어디서 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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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찬우랑 잘 알게 되면 얘가 보이는 거랑 다르게 순둥순둥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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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끝이야? 내가 봤을 때 다른 거 더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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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대충 감을 잡았는지 포크를 휘적거리며 취조하듯 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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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고민한 찬우는 하나둘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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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사러 갔는데 본인은 살 거 다 샀다고 카페에서 기다린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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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가서 여자친구 사진은 안 찍고 주변 풍경만 찍은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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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프로필 사진을 찬우가 좋아하는 유명 여배우로 바꾼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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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발, 그냥 헤어져. 더 이상은 못 듣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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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아린이 항복 선언하면서 찬우의 머리통을 한 대 후려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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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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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맞은 찬우가 울상이 되어서는 머리를 부여잡았으나, 솔직히 나도 이건 맞아도 싸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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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공평하지. 얼굴을 줬으면 뭐 하나는 뺏어야 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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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는 연애센스, 서예린은 성관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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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좀 어디 하나 망가져 있어야 살맛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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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얘 고등학교까진 이런 느낌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변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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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문제였냐며 유아린이 답답해하던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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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들어온 두 사람 중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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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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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그쪽을 가리켰고, 찬우는 당황하며 눈을 크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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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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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의 여자친구이자 건공과 1학년 허정아가,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고 카페에 들어온 것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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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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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란 허정아가 당황해선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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