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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늦어서 어떡하냐.”

손을 잡고 걸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적어도 11시 전에는 돌아가야 하는데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내가 마지막에 더 하자고 해서 이렇게 됐다는 걸 알기에 미안했는데.

“별 상관없어.”

아까부터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 서예린은 가볍게 답해왔다.

“나도 이제 스물한 살이야. 엄마 눈치 보면서 살 나이는 아니잖아.”

21살이면 사실 아직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 있는 게 맞는 것 같지만.

버선발로 본가를 뛰쳐나온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

그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특히나 지금은 서예린 어머님께서 바짝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일 테니까.

“후우. 정말 안 되면- 내가 누구 아들인지 말해.”

아버지의 휘광을 쓰는 건 언제나 그렇듯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무시하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만능력.

부모님께서도 서예린이 대기업 회장 막내아들 만나고 있는 걸 알면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은데.

“으음, 그거 별로 소용없을 것 같은데.”

뺨을 긁적이면서 서예린은 애매한 반응을 내비쳤다.

어쨌든 서예린을 집 근처까지 배웅해 준다.

녀석은 가기 싫다면서 손을 놓지 않고 투정 부리거나, 아예 몰래 자기 방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진심으로 서예린을 생각한다면 여기서는 유혹을 이겨내는 게 맞았다.

“아참, 내일 뒤풀이 있는데 갈 거지?”

“……무슨 뒤풀이?”

진짜로 모르겠어서 묻자, 서예린이 핸드폰을 톡톡 두드린다.

“MT 뒤풀이. 있는 거 알아서 일부러 그걸로 변명했던 거 아니었어?”

“아닌데?”

그게 진짜 있을 줄 몰랐는데.

“MT 뒤풀이한다고 현호가 공지 올렸어. 근데 사실 MT 안 온 애들을 위해서 하는 거라더라.”

“술을 도대체 얼마나 마시려고 그러는 거야.”

“어쨌든 꼭 와? 나도 별로 내키진 않는데 가기로 했단 말이야.”

“…….”

다른 애들도 오는지 묻고 싶다.

최이서랑 유아린이 거기서 나를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조금 무서웠다.

“일단 생각은 해보고.”

“이서나 아린이는 거기서 만나는 게 나을 텐데. 사람들 보는 앞이면 때리진 못할 거 아니야.”

오는구나.

“그건 맞네.”

개인적으로 보는 것보다 그게 더 안전할 것 같긴 하다.

“내일 꼭 와? 알았지? 너 없으면 심심해.”

“……알았어.”

서예린이랑 마지막으로 짧게 키스를 한 이후, 그녀를 배웅해 줬다.

‘내일 뒤풀이라.’

이미 MT에서 풀 거 다 풀었던 거 같은데 도대체 뭘 더 풀겠다는 건지 모르겠으나.

일단 가는 게 좋을 것 같긴 했다.

잠깐만.

‘근데 내일 서예린이 올 수 있으려나?’

오늘 늦게 들어왔으니까 부모님한테 잡히지 않을까?

---

• 서예린: 으아앙!

내 걱정 그대로.

서예린은 MT 뒤풀이에 참석하지 못했다.

울먹이는 톡을 보내는 정도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

뒤풀이 장소는 닭갈비 집.

MT에서 돼지는 질릴 정도로 먹었으니까 이제는 닭으로 선회한 모양.

닭갈비 집 밖 흡연장.

나는 창 너머로 닭갈비를 먹고 있는 애들을 보고 있었다. 교수님들이 안 계셔서 그런지 아니면 MT에서 친해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MT 때보다 훨씬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진아, 규아가 나한테 사귀자는데 진짜 어떻게 생각하냐?”

귓가로 들려오는 안현호의 고민 상담.

억지로 흡연장까지 끌려왔는데 이유라 함은 안현호 때문이었다.

규아한테 고백받았다고 상담을 걸어온 것.

나는 대놓고 코를 막고 짜증 내며 답했다.

“그냥 사귀면 되잖아. 너 쟤 좋아한다며. 뭐가 문제야.”

“네가 이상한 말해서 계속 신경 쓰이잖아. 그래서 받기 전에 왜 규아는 사귀지 말라고 했는지 들어보려고.”

“흐음.”

슬쩍 시선을 돌린다.

창너머로 규아 쪽을 본다.

지난번에 나와 다른 애들의 관계를 보며 뭔가 느낀 바가 있어 보였으나.

“걔 남자친구 봤었어.”

규아와 안현호.

둘 중 어느 쪽의 무게추가 더 무겁냐고 하면 나는 안현호였다.

사실 안현호가 무겁다기보다는 규아가 너무 가벼운 거겠지.

“남친 있었어?”

“응, 들어보니까 세 다리 정도 걸친다고 하더라.”

“미친!”

이마를 탁 치면서 울상이 된 녀석.

자기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어장관리녀였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의 좌절이란.

“아, 진짜 농담하지 마. 안 웃겨 김우진.”

이미 본인도 받아들이고 있으면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해봤자 뭐가 달라지나.

“그니까 포기해라. 네가 좋은 애는 아닌데, 규아는 진짜 아냐.”

“와, 김규아 어이없네. 그래 놓고 나한테 사귀자고 했던 거야?”

규아를 향한 분노를 터트리면서도 슬퍼하는 모습을 보자니 괜히 마음이 묘하다.

안현호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자니,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익숙한 얼굴.

“얘들아, 안녕.”

정말 뜬금없게도 뒤풀이 장소에 찾아온 건 한강 선배였다.

갑자기 이 사람이 왜 여기서 나오냐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데.

“내가 불렀어.”

어깨가 축 늘어진 안현호가 푸념하듯 고백한다.

“선배가 이번 신입생들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제 군대도 미뤄졌으니까 자유의 몸이거든.”

찡긋 웃는 한강.

저건 언제 정신 차리려고 저렇게 살고 있나 모르겠다.

휴학했으면서 신입생 꼬시겠다고 여기까지 오는 용기면, 내가 봤을 때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선배, 괜히 이상한 짓 좀 하지 마요. 그냥 조용히 군대나 가세요.”

철 좀 들라고 뭐라 해줬으나, 한강은 곧바로 중지를 들며 응수한다.

“닥쳐. 요즘 진호랑만 노느라 여자 냄새 맡아본 적도 기억이 안 난다. 오늘 무조건 하나 끌고-.”

그때 입에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온 주희 선배가 한강이랑 딱 마주친다.

“오, 오오. 주희야 오랜만이다.”

한강이 당황하며 인사했으나, 주희 선배는 별 다른 대꾸 없이 담배에 불을 붙인다.

치익.

길게 뿜어지는 담배 연기.

“여긴 왜 왔니?”

점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주희 선배가 경계하듯 묻자, 한강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지 뭐. 너희 오랜만에 보고 싶기도 했고.”

“1학년 여자 꼬신대요.”

내가 바로 뒤에서 첨언 해주자 한강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고.

주희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줄 알았다고 짜증 낸다.

“조용히 군대나 가라. 괜히 신입생 애들 관계 망치지 말고.”

“……주희야, 이건 좀 아니지.”

오.

주희 선배한테 정색하는 것 좀 봐라.

“내가 잘못 많이 한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 만나고 사귀는 걸 너한테 제한당할 건-.”

“뭐?”

제대로 다시 한번 말해보라며 주희 선배가 눈을 부라린 순간, 우리 셋 다 쫄아서 살짝 움찔 떨었다.

조폭 두목조차 혼자서 조지는 게 주희 선배이지 않은가.

여기서 고개 숙이지 않으면 한강이 한강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술만 마시고 가도 될까?”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한강.

눈짓 한 번에 꼬리를 말고 있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후, 3학년 테이블에서 놀아라. 괜히 1, 2학년한테 가지 말고.”

“네…….”

그리곤 주희 선배는 우리 쪽을 보면서 혀를 찬다.

“너희 얘랑 놀지 마. 이상한 물든다.”

“넵, 당연하죠.”

“에라이, 쓰레기 같은 놈. 여자에 미쳐가지고는!”

바로 손절치는 안현호.

나는 아예 욕을 하면서 녀석과 거리를 둔다.

“…….”

주희 선배가 어처구니없다며 나를 빤히 쳐다보긴 했으나 그냥 못 본 척했다.

안현호랑 냉큼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 쪽 테이블로 다시 돌아가자, 어느새 자리가 많이 바뀌어 있었는데.

남녀가 섞여서 앉아 있는 상황.

우리가 밖에 있는 사이에 애들이 벌써부터 술 게임을 하려고 사람을 모으는 중이었다.

‘아, 저런 거 딱 싫은데.’

그냥 마시면 될 걸 게임하면서 마시는 건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빠지려 했으나.

유아린과 최이서가 끼어있는 걸 봤기에 나도 안현호를 이용해서 같이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려고?”

최이서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슬쩍 물어온다.

목소리에서부터 뚝뚝 묻어나오는 살의는 등줄기가 오싹할 정도로 소름 끼쳤으나.

“해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최이서는 멍하니 나를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이런 거 싫어하잖아. 억지로 끼지 마.”

“너도 별로 안 좋아하잖아.”

“…….”

틀린 말은 아닌지 입을 꾹 다무는 최이서.

반대로 맞은편에 앉은 유아린은 재밌겠다면서 애들이랑 같이 웃으면서 술을 세팅하는 중이었다.

“시작부터 시끄러운 거하면 좀 그러니까 간단한 걸로 할까?”

분명 나랑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안현호가 진행을 하는 중이었다.

“오, 사회자.”

“영문과 국민MC 안현호!”

MT에서 장기자랑 진행도 맡은 적 있으니 잘 하겠지.

애들이 의자를 끌고 와 모이는 도중, 흡연을 끝낸 주희 선배와 한강도 들어왔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합류해서는 끼게 되었고.

시작한 건 손병호 게임.

“뭔 게임이야?”

내가 진지하게 몰라서 묻자, 최이서는 슬쩍 귀에 속삭여 답해준다.

“손 펼친 채로 시작해서, 애들이 말하는 거에 포함되는 게 있으면 손가락 하나씩 접어.”

“예를 들어 남자 접어하면 접는 거야?”

“어, 다 접으면 마시는 거야.”

음.

“이게 재밌어?”

진짜 솔직하게 재밌는지 모르겠어서 묻자, 최이서가 민망해하며 대꾸한다.

“원래 술 마시면 그냥 좀 흥이 나잖아. 이것도 그런 거야. 분위기 띄우는 거지.”

“의외로 잘 안다?”

“……네가 과대 해봐.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

덕분에 술이 세졌다면서 한탄하는 최이서. 평범하게 대화하기 시작하자 예전 느낌이 들어 미소가 입가에 그려졌다.

“웃지 마.”

그런 내게 최이서는 심술부리듯 따졌으나, 그 모습마저도 귀엽게만 보였다.

그렇게.

뭐가 재밌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는 게임이 시작하고.

시작부터 한강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 좋아했던 사람 접어.”

“와, 씨 뭐야. 졸라 재밌다.”

실제로 여자애들 몇 명이 부끄러워하거나 깔깔 웃어대며 접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최이서한테 아까 했던 말을 철회했다.

“에휴.”

그런 나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최이서.

손가락은 당연하게도 접지 않았다.

아니, 질문 수위가 이 정도까지 올라가면 재밌을 만하지 않은가.

술게임 같은 건 잘 안 해봤단 말이다.

쭉쭉 넘어가는 다음.

한강 수준으로 묵직한 질문은 나오지 않아서 금방 지루해졌는데.

규아 차례가 되자 녀석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MT에서 고백한 사람 접어.”

씨발년.

진짜 바로 소주병으로 대가리 깨고 싶어지는 거 겨우 참았네.

억지로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손가락을 하나 접는다.

“뭐야, 우진이 MT에서 고백했어?”

“누구한테? 뭐야, 누구랑 사귀고 있어?”

“차인 거 아님?”

“규아는 알고 있었던 거면 설마 규아한테-.”

혼자 접었다 보니 주변 이목이 쏠리는데 묵비권을 행사했다.

누구한테 고백했는지 말하라고 하진 않았으니까.

최이서와 유아린이 동시에 혀를 차면서 나를 쓰레기처럼 보긴 했지만 말이다.

‘근데 이거 유아린이랑 최이서도 접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닌가.

애매한가.

바로 옆 유아린 차례.

유아린의 시선이 내게 직선으로 쏘아졌기에 어쩔 수 없었다.

“쓰레기 접어.”

또 하나를 접는다.

이제 유아린한테 고백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막 오고가면서 술자리가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한강 선배 접어야죠!”

“맞아, 선배 접어요!”

“주희도 접어야 하는 거 아냐? 고등학교 때 애들 막 때리고 다녔다며.”

결국 한강 선배랑 주희 선배도 접었다. 안현호도 은근슬쩍 접었는데.

차례가 빙빙 돌아 어느새 내 차례.

나는 입술을 으득 물고 손가락이 두 개 남은 규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애인 둘 이상 있는 놈 접어.”

시발 년아, 넌 뒤졌다.

다들 뭐 그런 질문을 하냐면서 나를 쳐다봤으나. 선빵은 저쪽에서 쳤다.

내가 규아를 빤히 쳐다보자, 녀석은 얼굴이 벌겋게 붉어지다가 결국.

슥.

하나 접었다.

“크흡.”

술렁거리는 분위기.

규아를 향해서 애들이 뭔가 얘기를 시작했기에 그녀가 다급하게 외친다.

“고, 고등학교 때! 그때 뭣도 모르고 사귀다가 그런 거야! 그랬던 거야!”

에둘러 설명하긴 하지만 솔직히 별로 효과는 없었다.

이미 안현호는 충격받아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는 상황.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슬쩍 귀띔하는 최이서에게 나는 웃으면서 답해준다.

“쟤 전 남친이랑 싸우는 거 봤거든. 그때 남자친구 행세 해달라고 해서 바로 와사바리 걸었지.”

“이걸 칭찬해야 돼?”

“그럼 쟤 남친 행세를 해야 했니?”

“……잘했어. 다음에 또 그런 일 있으면 바로 다시 걸어버려.”

“확인.”

이제 최이서와의 거리감도 꽤나 줄었다. 어느새 어깨가 닿는 상황.

유아린이 이쪽 노려보고 있는 것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옆자리인 이서의 질문도 다소 싱겁게 지나가고, 쭉쭉 이어지던 와중.

충격받은 안현호가 규아를 쳐다보면서 설마 하는 눈으로 물었다.

“쓰리썸 해본 사람 접어.”

“아, 그건 진짜 아니다!”

규아가 당황하면서 변명한다.

애인이 여럿 있던 적은 있어도 그런 문란한 행동을 하진 않는다며 외치는 그녀.

음, 그렇지.

3P는 아무리 그래도 선 넘었지.

‘존나 무섭네.’

입술이 바싹바싹 마른다.

괜찮다.

그냥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기면-.

“…….”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계신 주희 선배.

시선을 돌려서 못 본 척한다.

물이라도 마시려고 손을 뻗는데, 맞은편에 앉은 유아린이 이쪽을 빤히 보고 있었다.

• 하지 마.

내가 입 모양으로 그리 전하자, 유아린은 슬쩍 옆에 있는 최이서를 쳐다본다.

아까부터 최이서랑 둘이서 꽁냥거리며 얘기하던 걸 도끼눈으로 쳐다보던 유아린이.

• 뒤져.

웃으면서 두 개 남았던 손가락 중 하나를 접는다.

더 열 받게도 남은 손가락 하나가 중지라서 자연스럽게 나한테 뻐큐를 날렸고.

“오오오오오오?!”

“와, 쒜에에에엣!”

“헐리웃! 디스 이스 헐리우드!”

여기저기서 터지는 감탄사.

얼른 나한테 손가락 하나 접으라고 압박하는 유아린의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푹 숙이자.

어느새 최이서의 손이 내 허벅지를 아플 정도로 꽉 잡고 있었다.

“우진아.”

“네, 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애써 대답해 본다.

“이거 접으면 너 죽어.”

웃고는 있지만 목소리는 서늘하고, 눈은 죽어 있다.

나도 접고 싶지 않은데.

내가 접지 않으면 유아린이 말할 게 뻔히 보이지 않은가.

스윽.

결국 내 손가락 하나가 조심스럽게 접혔고.

모든 이들의 충격적인 시선이 내게 다시금 꽂혀 들어오는 순간.

드르륵!

의자를 밀며 일어난 최이서가 내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로 작게 말했다.

“밖으로.”

그리곤 닭갈비 집 밖으로 나가는 그녀.

“바, 밖으로…….”

나는 울상이 된 채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