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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여기 펜션을 전부 빌렸다고? 대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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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있는 2층짜리 하얀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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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냇물도 있고, 바비큐장도 따로 있으며, 심지어는 개까지 키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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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한적한 시골의 분위기를 제대로 풍기고 있는 펜션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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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랑 얘기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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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다가와 능글맞게 웃는 안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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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신나냐고 꼽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기분만 더 상할 걸 알기에 그냥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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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분이 좋은지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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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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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그냥 쌤통이네. 아, 고소하다. 그냥 참기름 그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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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씹노잼이니까 꺼져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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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부과대라서 할 일 없죠? 교수님들은 3학년 과대 형이 맡아주고 잡일은 1학년들이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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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기묘한 위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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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쩌라고. 너 친구 많잖아. 걔네한테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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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다르게 친구 많긴 하지. 근데 오늘은 너랑 있고 싶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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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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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짓 진지한 표정이 된 안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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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작게 속삭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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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지난번에 다 같이 술 마셨을 때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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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자세하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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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형이랑 진호 형 왔을 때. 규아랑 만나기로 했는데 너희 다 와서 결국 다 같이 마셨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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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간이들이랑 마셨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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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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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도 안 돼서 금방 도망쳤기에 기억이 딱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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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1학년들이 나에게 보내던 혐오스런 시선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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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너 나가고 규아도 같이 나간 다음에 안 돌아왔던데…… 뭐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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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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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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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가 이제 1학년 과대인 규아랑 사귀려고 하고 있던 걸 까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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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썸 타던 사이였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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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이제 포기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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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몰라서 으름장 놓듯 묻자 안현호가 인상을 팍 찌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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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서한테 너 몰래 밥 한번 먹자고 했다가 이제 톡까지 차단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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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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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번호만 차단당했었는데……. 이제 이서랑 영문과 관련 얘기하려면 다른 애들한테 전해 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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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물어봤네. 가슴만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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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큰하게 가슴 아픈 게 안타까웠으나, 안현호는 고개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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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한 번 차인 걸로 뭐가. 나는 이제 새 사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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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규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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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모 아니면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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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를 마음에 뒀다가 이제는 남자 여럿 만나고 다니는 규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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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아무 일도 없었고. 규아도 나 싫어하고, 나도 규아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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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지? 네가 주희 선배까지 꼬신 거 보면 못 미더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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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조심해라. 선배가 들으면 너 죽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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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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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문 채로 주변을 확인한 안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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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주희 선배는 교수님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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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마피아 게임에서 폭탄을 떨어트리신 것에 비해선 다소 평온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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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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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야, 내가 너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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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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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보다 규아가 더 싫거든. 그래서 말해주는데, 걔랑은 굳이 뭐 하려고 하지 마라. 그냥 다른 여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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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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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다, 현호야.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우정을 느낀다면 내 말을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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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야! 그거 무겁지 않아? 오빠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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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가 술을 궤짝으로 옮기는 걸 본 안현호가 무슨 집 지키는 개처럼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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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빠!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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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팔도 얇은데 이런 거 들다 부러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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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저 힘 좋아요. 이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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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하고 알통을 보여주려는 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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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술은 현호한테 넘기는 게 아주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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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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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울면서 술 마시자고 불러도 절대로 안 나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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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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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군가 어깨를 치면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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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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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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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빵을 하고 간 유아린을 멍하니 쳐다보자, 녀석이 힐끔 고개를 돌리더니 쏘아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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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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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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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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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거리면서 그대로 가버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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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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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주희 선배가 말했던 건, 내가 선배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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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일로 치자고 하셨으니 우리 사이에서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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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뿐만 아니라 다른 두 사람도 그건 이해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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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좀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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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이해해도 가슴은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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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을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남자가 또 다른 여자한테 고백을 받았다고 하면 심적으로 나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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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거절했다는 건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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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각자 생각을 좀 정리하게 두는 게 맞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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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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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과대 형이랑 같이 교수님들 사이에 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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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 봤을 때는 딱히 평소랑 다른 느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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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더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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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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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1, 2학년들 사이에 섞여서 짐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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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라, 대외적인 청순가련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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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단 짐부터 풀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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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일단 2, 3학년 남자 방으로 가서 짐부터 풀어놓으러 가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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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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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내가 규아랑 다를 게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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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에 자괴감이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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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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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이 뭐 이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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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있는 침대에 누운 채로, 핸드폰에 뜬 MT 시간표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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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기 전에 간단하게 구기대회가 있는데, 딱 봐도 교수님들 좋아하시니까 넣어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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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펜션 앞에 있는 족구장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중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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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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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든 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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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봤자 어차피 사람들 눈초리나 받으면서 수군거리는 거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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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게임에서 주희 선배의 폭탄 발언이 이미 퍼질 대로 퍼졌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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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안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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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과대인 신호창이 밖으로 나가기 전 나를 불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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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몸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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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대충 넘기면서 얼버무린다. 신호창도 눈치가 아예 없진 않았는지 나를 배려해서 그냥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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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럴 거면 MT 오지 말 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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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쭈그려서 핸드폰이나 보고 있는 게 MT면 기숙사에서도 할 수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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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놀자고 했던 서예린도 아까 섬뜩하게 나를 노려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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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혼자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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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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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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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핸드폰을 덮고, 바로 눈을 감고 잠든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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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를 데리러 온 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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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채로 얼른 가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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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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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가 출렁이더니 배 위에 무게감이 확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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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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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남자가 내 위에 올라탔을 리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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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숙소까지 들어와서 바로 침대 합석까지 진행할 정도의 행동력이면 서예린이겠구나 싶어서 눈을 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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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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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다 보다는 불쾌한 여자 하나가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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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는 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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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에 힘을 줘서 내 허리를 꽉 조이고 있는 1학년 과대 김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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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있는 걸 안현호가 보게 된다면 또 한 번 크게 화를 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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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지금 같은 사이는 되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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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때는 서로 경쟁 관계였으나, 이번에는 친구인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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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이번에는 침대 모서리에 대가리 찍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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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경고하자 김규아는 피식 비웃음을 내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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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때문에 지금 분위기 후끈한 거 알죠? 1학년들은 미친 양다리 선배 때문에 씹을 거리 있어서 좋고, 2학년들은 다른 선배들 눈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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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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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MT가 아주 즐거워요. 술 마시면 도대체 무슨 사달이 일어날지 가늠이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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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서 몸에 힘을 주며 확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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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으로 떨어진 김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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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번에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유연한 자세로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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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배 때문에 너튜브에서 낙법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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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거 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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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보고 낙법을 이렇게 깔끔하게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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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식 좀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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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배워보고 싶었으나 일단 화제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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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궁금해서 왔어요. 어찌 보면 우리는 같은 부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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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싶은데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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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할 수가 없는 게 한숨만 푹 내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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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공유가 가능해요? 예린 선배나 이서 선배 보니까 서로 경쟁하는 거 다 알면서도 분위기가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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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런 걸 나한테 물으러 온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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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먹으로 때려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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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궁금하잖아요. 저는 세 다리 걸치는 거 무조건 숨기고 다녔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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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거 궁금해하지 마라. 그리고 나도 잘 몰라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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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서 베개를 던져주자 몸이 기우뚱 뒤로 밀리면서 쓰러진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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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화장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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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액 투덜거리는 모습이 아직 고등학생 티가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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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가 뭐가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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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가 정상적인 연애를 하는 날이 올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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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한테 좀 배우려고 했죠. 어장 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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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여자 아니었으면 진짜 나한테 처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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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여자도 때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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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지? 너 지금 선 타고 있으니까 조심해라. 진짜 맞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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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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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묵직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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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가 들어올 때 문을 안 닫았었는지 누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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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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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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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들어온 건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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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을 훑어보시더니 내 옆에 있는 규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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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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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주가리를 한 손으로 낚아채시며 벽에 때려 넣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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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싸가지가 좀 엿 같다 후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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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으, 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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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시선으로 규아를 노려보는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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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도 바짝 쫄았는 지 아니면 악력이 너무 세서 말이 안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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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반항이나 변명도 못하고 그냥 꿈틀꿈틀 떨어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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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배! 그러다 애 잡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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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가 울 것 같았기에 다급하니 말리자 그제야 주희 선배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손을 풀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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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너, 너무 아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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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부여잡고는 울상이 된 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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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희 선배랑 눈이 맞는 순간 바로 울음을 그치고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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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닷! 너무 깝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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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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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가까운 게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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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무 깝쳤어. 다음부터 우진이한테 그러면 너 진짜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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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도 두들겨 패시던 누님께서 저렇게 말하니까 진짜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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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들바들 떠는 규아와 주희 선배 사이로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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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에게 등을 보며 주희 선배의 시야에서 차단한 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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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배. 근데 여긴 무슨 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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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게 주제를 돌리긴 했으나 선배도 규아한테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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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을 긁적이며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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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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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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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이상한 분위기 됐잖아. 그래서 애들 기분 푸는 거 좀 도와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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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라며 덧붙인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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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했잖아. 복잡한 여자관계를 정리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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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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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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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의 또렷한 눈동자는 내게 답을 요구해 오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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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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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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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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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MT에서 확실하게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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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가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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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이번 일을 가지고 수군거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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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뿐만 아니라 세 사람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는 소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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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겠지만, 좋지 못한 내용일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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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말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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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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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에게 더 상처를 주는 꼴이 될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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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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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희 선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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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도 도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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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일의 사죄라며 끼어드는 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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