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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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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다른 대학보다 조금 이르긴 해도 이미 친해질 학생들은 전부 친해졌고, 친하지 않은 애들과도 친해지려 노력할 만한 시기.
1박 2일로 다녀오는 거였지만 막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좀 찝찝하네.”
놀러 가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1학년들 노는 곳에 끼는 느낌이라서 묘하게 불편하다.
이게 인터넷에서 보면 2학년 선배들이 MT에 끼는 이유들이 다소 노골적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뭐해.”
그런 내 뜸 들임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옆에 있는 서예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고 가만히 있어.”
얼른 버스 타러 가자는 서예린.
본인의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주변 시선이 요동친다는 걸 알고 있을까.
서예린이랑 나를 사귄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고, 서예린을 노렸는지 좌절하는 남자도 몇 보였다.
여자 쪽은 왜 쟤한테라는 느낌이 강하다.
서예린 정도 되는 애가 왜 나랑 어울려 다니는지 의문이라는 듯 말이다.
“1학년 애들 노는 곳에 우리가 끼는 게 맞을까?”
서예린의 참전으로 2학년도 꽤나 많은 인원이 참석하게 되었다.
1학년들은 당황했고, 교수님들은 오히려 좋아하셨다는데.
1학년들이 주가 되는 이벤트를 우리가 뺏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MT는 1학년만 가라는 법이 있어?”
“아니, 그건 아니지.”
“그치?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우리끼리 놀 거니까 주변 시선 딱히 볼 것도 없어.”
“…….”
“왜?”
“아니, 너한테 설득당했다는 게 좀 수치스러워서.”
“뭐래!”
옆구리를 꾹 꼬집고는 해맑게 웃으면서 버스로 끌고 간다.
버스 앞에서 인원 체크 중인 최이서랑 눈이 딱 맞았는데, 우리를 힐끔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팔짱 풀고 타세요.”
“왜욧.”
장난치는 서예린.
‘생각보다.
최근 다 같이 만난 적이 없어서 생각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둘이 있어도 딱히 흉흉한 분위기는 없다.
사랑과 전쟁 같은 거에서 본 치정 싸움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내심 걱정했는데. 둘이 친한 사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꾸욱.
서예린한테 말해봤자 통하지 않으니 최이서가 내 뺨을 꼬집으면서 얼른 풀라고 눈치 준다.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서예린을 떼자, 한쪽은 편안한 미소를 짓고 다른 쪽은 불만스러운지 입술을 삐죽 내민다.
“앞자리 바로 뒤에 앉아. 그 옆이 내 자리니까.”
은밀하게 속삭이는 최이서.
변수라면 옆에서 말똥말똥 듣고 있던 서예린이겠지.
“시른데요!”
바로 끼어들어서는 혀를 날름 내민다.
단순히 꼬장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이서랑 같이 앉아서 괜히 우진이가 양옆에 여자 끼고 우쭐거리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인정.”
그런 모습은 도저히 볼 수 없다면서 최이서도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뭔가 방금 모욕당한 것 같은데 일단은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결국 뒤쪽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창가 쪽에 앉을래?”
보통 창가 쪽을 좋아하니까 물어본 거였는데 서예린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네가 안으로 들어가. 다른 애들이랑 얘기 못 하고 나랑만 해.”
“오늘 무슨 컨셉이야?”
“집착녀?”
등이 떠밀려 결국 창가 쪽에 앉게 되었다.
“걱정 마, 나도 너랑만 놀 거니까.”
방긋 웃으면서 휙 꺼내 드는 핸드폰.
“게임하자! 이번 픽업 뽑았어?”
“그, 얼굴에 상처 있는 애? 아니, 따로 뽑지는 않았는데.”
“나는 너랑 같이 뽑으려고 일부러 안 뽑아왔지! 같이 뽑자.”
자연스럽게 게임 얘기로 이어진다.
“자자자, 두가자앗.”
내 어깨에 기대서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뽑기 버튼을 누르는 서예린.
예전 같았으면 주변 눈치를 본다고 작게 얘기하거나, 이렇게 어깨에 기대는 행동은 안 했을 텐데.
얘가 확실히 여러 가지로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해 미소가 지어진다.
“이게 게임이냐?!”
“…….”
“2분 만에 50만 원이 날아가써억! 흐윽! 내 도오온!”
눈 깜짝할 새에 뽑기에 실패해서 돈이 그냥 증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미소가 더 크게 지어졌다.
“조, 좀 더! 좀 더어엇!”
어느새 전부 꼴아 박은 서예린이 다급하게 충전을 하려고 했기에 손목을 낚아챈다.
“야, 야. 너 알바도 안 하는 애가 뭐 이렇게 돈을 막 쓰냐.”
“세뱃돈 모아둔 거 엄마한테 달라고 할 거야!”
그거 아마 사라졌을 텐데.
내 손을 뿌리치며 어떻게든 더 지르려고 하는 서예린을 막고 있자니, 옆을 지나가는 유아린.
“쯧.”
그러곤 혀를 차더니 우리 반대쪽에 앉으려다가 다시 일어난다.
“아냐, 괜히 보이는 곳에 있으면 네가 우쭐거릴 것 같아.”
“너희 대본 있니?”
어떻게 아까 최이서랑 서예린이 했던 말을 똑같이 할 수가 있지.
결국 유아린은 내 뒷자리에 앉았다.
내가 서예린한테 이상한 짓하려고 하면 바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서 두들겨 패겠단다.
중간에 주희 선배도 지나가셨는데 이쪽에서 괜히 시선을 피해 버렸다.
서예린이랑 같이 이러고 있는 걸 선배한테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서 손도 놔버렸다.
선배는 딱히 이쪽을 신경 쓰지 않고, 평소 그대로였다.
용점퍼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 담배 연기를 지운 탈취제 향까지.
처음에는 같이 MT 간다고 했을 때, 좀 걱정됐는데 이렇게 보니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자, 출발할 거니까 전부 안전벨트 매세요.”
최이서의 안내에 따라 안전벨트를 매자, 버스가 금방 출발했으나.
잠깐이었을 뿐, 다들 어느새 안전벨트를 풀고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놀고 있었다.
나랑 서예린도 같이 핸드폰 게임이나 하면서 이것저것 잡담을 떨어댔다.
기대다시피 딱 달라붙어 있긴 했으나, 어차피 버스 안이라서 따로 볼 사람도 없었는데.
“예린아, 우리 게임할 건데 같이할래?”
우리 쪽으로 와서 묻는 부과대 안현호.
“무슨 게임?”
안현호가 보고 있음에도 서예린은 딱히 떨어질 생각하지 않은 채로 되묻는다.
안현호 역시 우리를 보고도 크게 표정 변화 없이 웃으며 답했다.
“마피아 게임. 핸드폰에 어플 깔고 다 같이 하면서 가려고.”
“오, 재밌겠는데? 우진아 같이하자.”
“그래, 우진아. 너도 같이하자.”
서예린의 말에 동조해서 나한테도 제안이 들어왔다.
“……너 누구야.”
저 자식이 나를 저렇게 반겨줄 리가 없는데.
어쨌든 마피아 게임을 같이하게 되었다. 보니까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익숙한 이름은 다 있었다.
“마피아 걸리면 바로 김우진부터 죽임.”
뒤에서 들려온 유아린의 살인예고와 함께 게임이 시작되었다.
- 당신은 시민입니다! -
‘그래, 시민이 무난하지.
이런 게임할 때, 굳이 시선이 끌리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조용히 있는 편인데 놀러 왔다고 시끄러워지면 쪽팔리지 않겠는가.
“우진아, 너 뭐야?”
“알려주면 안 되는 거 아냐?”
옆에서 치근덕거리는 서예린.
그러든 말든 이미 화면에서는 토론이 한창이었다.
- 안현호: 김우진이 의심됨.
- 유아린: ㅇㅈ 죽이죠.
- 백서우: 우진이 직공 해.
- 이현아: 갑자기 김우진? 근데 의심되긴 해.
‘이 새끼 이러려고 게임하자고 했구나.
안현호 이 새끼가 음흉하게 웃고 있을 거 벌써 보인다.
어떻게든 나한테 엿을 먹이고 싶어서 마피아 게임 같이하자고 했구나.
- 서예린: 우진이 아냐!
- 안현호: 우진아 직공 하라고.
- 김이주: 쟤 근데 누구야?
- 서예린: 내 옆자리!
- 김이주: 아.
- 신호창: 우진아 직공해라.
- 유아린: 신호창? 얘는 누구임? 우리 과에 저런 애가 있었음?
- 신호창: 3학년 과대야…… 저번에 커피도 사줬잖아 아린아.
- 유아린: 김우진 직공 하라고.
“등신.”
“아, 몰랐다고.”
뒤에 있는 유아린한테 비웃으며 한마디 해주자 녀석이 의자를 뻥 차면서 투덜거린다.
- 김우진: 시민이야.
- 안현호: 그럴 줄 알았다. 마피아네. 죽어라 그냥.
- 유아린: 의심되긴 한다. 죽어라.
- 김이주: 일단 죽여 보면 될 듯.
순식간에 나한테 표가 몰리고 죽어 버렸다.
당연히 나는 시민이었고.
참고로 마피아는 안현호랑 유아린이었다.
“이게 뭐냐 도대체.”
이럴 거면 그냥 왕따를 시켜라.
투덜거렸으나 어쨌든 다음 게임이 진행되었다.
- 당신은 죽었습니다! -
그리고 첫날밤에 바로 마피아한테 죽어버렸다.
마피아는 신호창이랑 민주희 선배였다.
‘주희 선배……?
약간 싸한 느낌이 들긴 했으나, 어쨌든 바로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고.
- 민주희: 경크 김우진 마피아임.
- 김우진: …….
- 유아린: 기무진 개못햌ㅋㅋㅋ
“나는 둘째 날을 못 넘기는데? 이거 원래 이런 게임이야?”
“좀 잘해봐 우진아.”
“네가 못하는 거임.”
양옆에서 두 사람이 한마디씩 하는데 그냥 때려주고 싶다.
이걸 지금 내가 게임을 못해서 지는 건가?
그 뒤로도 몇 판 더 했다.
경찰이 걸렸으나 바로 옆에 있는 마피아 서예린이 몰래 내 화면을 보고 죽인다든가.
안현호의 선동으로 투표가 몰려서 죽는다든가.
어쨌든 게임 속 내가 해를 두 번 보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엿 같네.
- 당신은 마피아입니다! -
이번엔 진짜 각 잡고 하자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보는데.
같은 마피아가 주희 선배였다.
- 김우진: 죽이고 싶은 사람 있으세요?
조심스럽게 채팅으로 묻자, 선배가 덤덤하니 답하신다.
- 민주희: 너?
“어우, 속 쓰려.”
속이 더부룩한데 혹시 휴게소는 언제 도착하는지 모르겠네.
- 민주희: 농담이야. 아무나 죽여.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
- 김우진: 유아린이요. 아까부터 계속 제 의자 발로 차고 있어요.
- 민주희: 그래, 아린이로 하자.
그 뒤는 따로 채팅이 없었다.
생각보다 밤이 긴 걸 보면 경찰이랑 의사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인데.
- 민주희: 우진아.
주희 선배가 다시 말을 걸어오셨다.
- 김우진: 넵.
- 민주희: ……심심하네.
- 김우진: 네?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 김우진: 지금 게임 중인데요?
- 민주희: 게임 중이긴 한데 별로 재미가 없다.
- 김우진: 그래서 경찰 되면 저만 조사하시고, 마피아 되면 저만 죽이셨어요?
- 민주희: 의사 돼도 너만 살렸어. 네가 투표로 죽어서 그렇지.
- 김우진: 병 주고 약 주시네.
나름 편하게 대화하는 것 같지만 예전처럼 허물없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땅따먹기하듯이 서로 조금씩 주의하면서 대화하는 느낌이랄까.
괜히 어색했는데.
- 민주희: 답답하네.
그건 나만 생각했던 게 아닌 모양이었다.
- 민주희: 괜히 눈치 보지 마라. 별일 없었으니까.
- 김우진: 선배…….
- 민주희: 이제 나도 23살이다. 고작 이런 걸로 좋은 동생 잃고 싶지 않다.
좋은 동생이라니.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 민주희: 여자관계는 좀 복잡해 보이는 게 정리할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 김우진: ……그건 매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려고요.
- 민주희: 그래, 괜히 애들 상처 주지 말고 잘 해봐라.
- 민주희: 난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평소처럼 대장님이라 부르든가 형이라고 불러라.
그때.
밤이 끝났다.
- 민주희: 내가 고백한 건 없던 일로 치자.
“…….”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가락이 굳는다.
“어?”
“주, 주희 선배?”
버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성과 함께.
- 김이주: ?
- 유아린: ?
- 신호창: ?
- 이현아: ?
- 서예린: ?
- 안현호: ?
- 백서우: ?
연달아 올라오는 물음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지금 주희 선배가 무슨 표정이실지 궁금했다만.
3학년 과대가 눈치 없이 하나 더 짚고 넘어간다.
- 신호창: 이거…… 주희가 마피아인가 봐.
밤에 열심히 채팅을 쳤다는 건 마피아라는 소리.
그렇다면 당연히.
같은 마피아 동료와 톡을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이 된다.
‘시발, 이거 어떡하지.
이겨도 결국에는 내가 마피아라는 게 밝혀진다.
어떻게 이 게임을 그냥 망치는 법이 없을까 싶어 머리를 굴리는 순간.
- 최이서: 경크.
- 최이서: 김우진 마피아.
분노가 담긴 최이서의 보고가 올라왔고.
퍽! 퍽! 퍽!
뒤에서 의자를 발로 차기 시작한 유아린과.
“……우진아?”
냉랭하니 나를 부르는 서예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