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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가 그런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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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듣던 와중, 서예린이 뭔가 떠올랐다면서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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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 게임을 하던 녀석이 이제 와서는 뭔가 생각했다는 걸 들어줘야 하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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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따로 경청하는 시늉을 하지 않아도 서예린은 이미 알아서 자기 할 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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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작부터 너무 육체적인 쾌락으로만 접근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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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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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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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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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강의가 지루해서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서예린이 무슨 말을 할지 내 흥미를 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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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인을 쳐다보자, 서예린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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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풋풋한 느낌으로 가도 되잖아. 내가 원래 그런 이미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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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서 뒷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는 거 진짜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열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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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풋풋하고 청순한 이미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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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게임 스크립트 고장난 것처럼, 대답 안 하면 여기서 안 넘어간다고 시위하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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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기 싫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자니 서예린의 발밑으로 펜이 하나 굴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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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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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서예린이 그걸 주워서 떨어뜨린 남학생에게 건네주자, 남학생은 바로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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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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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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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서예린이 진짜로 자신의 행동 여파에 대해서 모른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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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 남자는 이제부터 이 강의 들을 때마다 서예린이 있는 자리 근처에 앉으려고 노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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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서예린 문제로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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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그냥 떨어진 펜을 친절하게 주워서 건네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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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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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특별히 꼬리 친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꼬시려고 유혹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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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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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외모라는 차이가 같은 행동도 큰 차이를 만들어 버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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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청순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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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예 내 손목을 붙잡고 강요 중인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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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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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못 이기고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스럽게 콧방귀를 뀌더니 의자를 당겨 내 옆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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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그거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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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에 맞는 행동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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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뜬금없는 걸 하려나 했는데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서예린이 그걸 그대로 책상 밑으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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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깍지를 끼고 손을 잡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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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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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강의 시간에 책상 밑에서 몰래 손을 잡는 행위를 가지고 두근거릴 시간은 지나지 않았나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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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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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서예린은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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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억지로 감추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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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서예린이랑 이런 식으로 보통 커플처럼 행동했던 적이 드물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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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우리가 커플이 아니라는 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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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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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차피 공부 안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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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차피 잡힌 건 왼손이라 상관없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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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감정도르. 아직 누굴 못 정했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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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말하면 할 말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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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래 놓고 여자 엉덩이 만지거나, 흥분하면 바로 꼬추로 생각하기 시작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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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최이서랑 그런 일이 있었으니 이것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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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으니까 손이나 좀 잡고 있자. 네가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사귀기 시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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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괴고 있는 서예린의 시선이 슬쩍 내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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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영화 속 청춘물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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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회상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여학생의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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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못 잡을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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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웃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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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잡고 있는 손으로 내 손등을 간질이는 장난을 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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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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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열기가 차서 땀이 고이는 느낌이 들었음에도 서예린은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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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있는 사람들한테 걸린 것 같았지만 마찬가지로 놓을 이유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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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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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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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에 따라서 이후에는 이런 작은 행동들도 해선 안 되는 일이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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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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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간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그녀의 다짐이라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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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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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서예린에게는 못 이기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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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직선으로 달라붙어 오는 서예린은 파괴적일 정도의 매력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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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청순함을 무기라고 말했으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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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털어놓았을 때의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매력적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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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거 생각보다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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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고 있는 게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뭔가 고민하기 시작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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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한 손으로도 꽤나 타자를 잘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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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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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들끼리 할 만한 거 찾고 있지. 이런 쪽으로는 내가 지식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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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으로 가면 아는 거 모르는 거 다 쏟아내는 녀석이 막상 풋풋한 행동은 모른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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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갭이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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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의 듣기, 점심 같이 먹기, PC방 가서 하루 종일 있기, 호텔 빌려서 숙박하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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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글을 읽던 서예린은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멈추고는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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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우리 이미 사귀고 있던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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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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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에 있는 거 이미 다 해본 것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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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통 남사친 여사친은 아니긴 했지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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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사친이나 여사친이면 섹X는 물론이거니와 3P까지 가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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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럼 뭘 해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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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야겠지. 우리도 이제 2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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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해도 거들떠도 듣지 않는 것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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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배우 쪽으로 이미 길이 열렸으니까 강의는 다소 대충 들어도 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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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진아, 손만 잡고 있으니까 약간 간질간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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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간질간질한 걸 즐기는 거야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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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이라고 처음부터 그냥 무작정 들이박는 줄 아는가. 차근차근 하나씩 즐기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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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가. 탕수육 맛을 아는데 짜장면만 시켜주면 아쉬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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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가 참 값싸긴 해도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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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간질간질한 걸 즐기는 건 연인 관계일 때 그런 거잖아. 우린 연인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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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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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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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잡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는 서예린. 유아린이나 최이서 정도 힘은 아니라서 크게 아프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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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똑바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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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나는 정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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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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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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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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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쓰레기인 거 잘 알고 있다. 명확하게 정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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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말 좀 그만 돌려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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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돌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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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는 연인 관계는 아니잖아? 친구보다는 가까운 사이고. 친구끼리 섹x를 하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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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목소리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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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혹시라도 들었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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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정의하자면 우리 관계는 섹x프렌드네? 섹파는 뭔가 안 어울리고 섹프가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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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가 아니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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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둘이 차이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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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기분이었으나 일단 맞다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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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면…… 그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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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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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던 서예린이 이번엔 다른 주제를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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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른 사람들은 섹파나 섹프를 정하는 기준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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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나한테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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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뭔가 알 것 같아서. 섹프만 세 명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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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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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지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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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지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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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겜이나 끄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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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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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처럼 게임에 돈을 망설이지 않고 지르는 편이 아니라서 열심히 해야 한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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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섹프를 정할 때, 성격 같은 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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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섹프 얘기로 돌아간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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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내쉬며 나는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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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을까? 연애할 때 중요한 걸 굳이 따지지 않겠지. 외모, 테크닉, 성적 취향. 뭐 그런 걸 많이 따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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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게임 친구 같은 느낌이네? 서로 즐기려고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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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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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잘하고, 대화 좀 잘 통하고, 게임 취향이 맞으면 게임 친구가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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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에서 뭘 하거나, 벌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따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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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 거 말해서 뭐 하냐. 그만하자, 나 진짜 공부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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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게임도 끄고, 교수님의 강의에 집중하자고 펜을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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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진이는 섹프로서 등급을 따지면 B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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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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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서예린의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퍼뜩 돌리며 녀석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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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 가수 레인? 월드스타 수준이라는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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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B급이라고. A급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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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면서 질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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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B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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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묻는데 가슴 떨릴 필요가 있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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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실하게 해둘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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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막 야동에서 본 흑인 배우보다 작아서 이딴 말 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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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1우진이면 큰 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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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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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 살짝 들썩거리려는 거 가까스로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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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는 네 꺼 아직도 힘들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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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아닌 척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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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꼬투리 잡고 싶어서 말했는데 서예린은 괜히 못 들은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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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서 왜 B급이냐고. 외모 때문에? 아니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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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문제없지. 몸도 튼튼하고, 힘도 좋잖아. 지난번에 나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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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박 해주니까 좋아 죽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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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B급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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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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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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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안 하잖아. 시간이 없다고 안 하고, 감정이 어쩌구 안 하고, 누구 만나야 저쩌구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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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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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친구랑 똑같지. 게임 잘 안 하면 아무리 잘해도 멀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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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어제 최이서랑 하려고 했던 걸 얘기하기도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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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최이서는 내 방에 자주 찾아오는데 서예린은 잘 안 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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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유라면 최이서가 1학년들 도와주느라 기숙사에 자주 출입해서 그런 거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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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기숙사 들어가는 순간 주목을 확 받아서 내 방에 올 수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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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나는 A급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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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내밀면서 당당하게 선언하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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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가슴 크지, 착하지, 심지어 똑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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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다는 건 19금 지식이 많다는 걸 의미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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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구 씨랑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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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몸을 이쪽으로 기울여서는 앙큼하게 웃으며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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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리라면 언제든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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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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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그냥 꼬추 화나게 하는데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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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가 부풀어서 아파 허리를 살짝 뒤로 빼자, 피식 비웃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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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다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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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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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을 뒤로 빼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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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손은 아직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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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나는 A급 맞지? 아, 우진이는 좋겠다. 나 같은 친구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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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B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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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물고 늘어졌음에도 서예린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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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아무리 흠잡으려고 해도 서예린 가치는 안 변하죠? A급 섹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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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거까진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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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섹x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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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고 있던 서예린의 몸이 쩍하고 굳는다. 잡고 있는 손을 통해서 파들파들 느껴지는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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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미소를 유지한 채로, 서예린은 나를 향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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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슨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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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x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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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내 쪽에서 비웃음을 날려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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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맞잡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며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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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추하다 우진아. 네가 B급이라고 나를 깎아내리면 안 되잖아? 응? 뱉는다고 말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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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라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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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해주겠다면서 하다가 이빨 스치는 거 때문에 섬뜩했던 기억을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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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가슴 크잖아 우진아. 게다가 넣었을 때 느낌도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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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너희 부모님이 잘 낳아주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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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너도 꼬추 큰 거 부모님이 잘 낳아주신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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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목소리가 살짝 커져서 주변 눈초리가 꽂혔으나, 다행히 자세한 내용까지 들리진 않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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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다시 작게 속삭이며 대화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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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조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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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못 참겠네. 내가 조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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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몇 번 하니까 시원하게 싸지르던 거 잊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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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많이 마셔서 그런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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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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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여기서 밀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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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서 밀리면 B급 우진으로 남는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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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장비는 좋지만 실력은 그저 그런 게임 친구 같은 느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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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씨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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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거리면서 분해하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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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틀린 말은 없었기에 치를 떨면서 대꾸하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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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예린이죠? 나는 시간만 남으면 바로 A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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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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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섹x좌에게 섹x로 이겼으니 나는 섹x킹 뭐 이런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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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명예로운 칭호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겼다는 거에서 기뻐하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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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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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힐끔 나를 쳐다보면서 작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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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늘 A급으로 승급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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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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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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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 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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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우진이한테 열심히 배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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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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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강의가 끝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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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진짜 터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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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팬티랑 바지 찢어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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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도 묘하게 거칠어졌고, 손에 땀도 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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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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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달아오른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서예린도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며 몸을 움찔 떨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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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눈이 마주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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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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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한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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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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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남아있는 손 하나로 입고 있는 청바지 지퍼를 내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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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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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 좀 쉬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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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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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한마디에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잡고 있던 손을 떼고 그대로 책상에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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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되는 공기에 우리는 숨을 고르면서 정신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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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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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홀린 듯 미친 대화를 나누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나는 머리를 감싸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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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큰일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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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더 갔으면 서예린은 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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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마 내가 참지 못하고 그녀를 화장실로 데려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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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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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엎드린 채로 고개만 이쪽으로 돌려 부르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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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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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개만 휙 돌려서 대답하자 서예린이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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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친구랑 섹x 프렌드랑 크게 다르지 않으면, 게임 친구가 많은 사람은 걸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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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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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민망해서 그냥 해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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