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487 lines
15 KiB
Markdown
Raw Permalink Blame History

This file contains ambiguous Unicode characters
This file contains Unicode characters that might be confused with other characters.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민주희가 이렇게 여성스럽게 꾸미고 오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김우진은 알지 못하겠지.
“으음, 이게 좀 더 나으실 것 같은데요.”
김우진과의 점심 먹기 전, 민주희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서예린과 함께 옷을 고르는 중이었다.
“그, 그래?”
이런 쪽으로 꾸며본 적이 없는 민주희.
그렇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예쁜 사람인 서예린에게 부탁했다.
물론, 김우진과 만나러 간다는 건 비밀로 하고 말이다.
‘야, 양심에 좀 찔리네.
“선배 이런 옷도 잘 받으시네요? 용점퍼는 그만두고 화사하게 입고 다니시는 게 더 예뻐 보이실 거예요!”
“크흠, 그건 좀.”
의도치 않게 김우진이랑 약속이 잡혀서 이렇게 차려입는 거였지.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이런 자신의 소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으흥, 알겠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으신 거구나!”
“…….”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문 민주희.
민주희 선배도 이런 면이 있다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서예린이 머리 세팅까지 시작했다.
머리를 만지는 손이 꽤나 능숙한 것에 민주희는 살짝 놀라며 물었다.
“예린아 근데 이런 것도 잘하는구나.”
“네?”
“아니, 너는 그냥 있어도 예쁘니까 꾸미고 이런 쪽으로 크게 관심이 없을 줄 알았어.”
“아아.”
민주희의 머리를 고데기로 펴주는 서예린은 딱히 숨기지 않고 사실을 밝힌다.
“맞아요, 실제로 딱히 관심이 있진 않았어요.”
어차피 그냥 있어도 다들 예쁘다고 해주는 데 꾸밀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근데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배우더라고요.”
“…….”
입을 꾹 다문 민주희.
그렇지 않으면 사과를 해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부터 만나러 가는 사람이 실은 김우진이었다는 걸 말하면 큰일날 것 같았으니까.
“자아, 다 됐어요!”
옷도 갈아입고, 머리세팅과 화장도 끝났다.
“짜란!”
전신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민주희는 스스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청순한 여성스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거면 주희 선배 약속 상대도 그냥 뻑 갈 거예요!”
“……고마워.”
“별말씀을요! 꼭 승리하세요! 저도 최근 연락이 뜸한 이 자식한테 전화나 좀 해봐야겠네요.”
* * *
“크흠.”
레스토랑 안에서는 시끌벅적하니 담소를 나누며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비싼 레스토랑에 왔으니 주변 사람들도 기분이 좋은 게 당연하다면 당연했는데.
반대로.
우리 테이블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주희 선배가 꾸미셨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주희 선배인 줄 몰랐을 정도였으니까.
중요한 건 선배도 부끄러우신지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고 계셨는데.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가장 가능성 높은 결론을 내본다.
“혹시…….”
“으, 응?! 왜 그래?”
“점심 먹고 남자친구 만나기로 하셨어요?”
“…….”
오우.
옆에 빠따 있었으면 바로 치셨을 것 같은 흉흉한 분위기.
더 말하면 어딘가 하나 부러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시 아가리에 고깃덩어리를 채워 넣는다.
나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주희 선배가 연애에 관심 없다고 말씀하긴 했지만, 사람 마음이 원래 갈대 같지 않은가.
어제 연애하기 싫어도, 오늘은 하고 싶을 수도 있지.
‘됐다.
괜히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보기 좋지 않고, 분위기도 나쁘다.
기분이 무척이나 나쁘신지 으득으득 소리를 내며 고기를 씹고 계신 주희 선배에게 다시금 용기를 내어본다.
“선배, 이번 일은 정말 감사했어요.”
“…….”
“선배가 안 도와주셨으면 제가 황사장한테 크게 당할 뻔했어요.”
그때 주희 선배가 극적으로 등장해 주지 않았다면, 눈이 돌아간 황사장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겠지.
내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자 입에 포크를 문 주희 선배가 잠시 고민하시더니.
“그럼.”
또 다른 요구를 내미셨다.
“이거 끝나고 영화나 한 편 볼까?”
“영화요?”
뜬금없이 무슨 영화인가 싶었지만.
‘아, 그러고 보니까.
무술과 액션으로 엄청 유명한 감독이 이번에 각 잡고 만든 영화가 나왔다는 예고편을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싶으셨던 모양.
“네, 그럼요. 이거 먹고 바로 가요.”
내가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주희 선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스테이크를 드시는 속도가 조금 빨라지셨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우리는 같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방금 밥을 먹었으니, 음료 정도만 사기로 하고 키오스크에서 표를 예매하는데.
“……그거 보려고?”
“네? 이거 보고 싶던 거 아니셨어요?”
액션으로 유명한 감독의 작품을 고르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 주희 선배.
“따로 보고 싶은 게 있던 건 아닌데.”
그러면서도 내 선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애매한 쓴숨을 흘리신다.
“딱 주희 선배가 좋아하실 스타일 아니에요?”
“맞, 긴한데…… 오늘은 좀 다른 걸 보고 싶네?”
“다른 거요? 뭐 있나.”
키오스크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살펴보던 와중, 선배의 손이 쑥 내밀어지며 하나를 가리킨다.
“이거 괜찮겠다.”
“……진심이세요?”
포스터부터 정적인 멜로물처럼 보이는 영화.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도 아니고 진짜 그냥 로맨스물 같은데요?”
“응, 오늘은 이거 보고 싶네.”
“뭐…… 선배가 보고 싶다면.”
결국 로맨스 영화표를 끊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간 우리.
옆에 있는 주희 선배는 영화가 꽤나 기대가 되시는 모양인지 손을 쪼물딱 거리셨는데.
슬쩍 내 눈치를 보며 부르신다.
“그, 우진아?”
“넵?”
“손 좀 주물러줄래?”
“손이요?”
“좀 뻐근하네.”
빠따질을 그렇게 하셨는데 뻐근하시겠지.
“제가 또 손 마사지를 너튜브로 배워뒀습니다.”
주희 선배 손바닥을 꾹꾹 눌러드리자, 선배는 시원하신지 몸을 살짝 떨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신다.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 유아린이랑 같이 영화관에 왔을 때도 똑같이 마사지를 해줬는데.
‘유아린은 지금 뭐하려나. 윤지랑 잘 만났겠지.
대화가 잘 풀렸길 바라며 광고가 끝나고 슬슬 시작하려는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흐억?!”
졸다가 퍼뜩 눈을 뜬다.
어느새 올라가고 있는 엔딩크레딧.
영화를 30분은 봤을까?
가뜩이나 지루한 내용이었는데, 취향에도 딱히 맞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들어 버렸다.
같이 영화를 보러 온 주희 선배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슬쩍 옆을 보자.
나와 마찬가지로 어느새 곤히 잠들어 계신 주희 선배.
내 어깨에 기댄 채로 새근새근 주무시는데 나랑 똑같이 지루하셨던 모양이다.
“선배 일어나세요.”
“우음?”
“선배, 영화 끝났어요. 저희 이제 가요.”
“끝났다고? 하으아암!”
하품하시며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우리 빼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시곤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신다.
“어, 얼른 가자.”
그래 놓고는 도망치듯 상영관을 나가는 선배.
본인이 보자고 해놓고 자버렸으니 부끄러움이 배가 된 모양이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나도 잠들었기에 머리나 옷매무새를 확인하려고 화장실로 간다.
보통 영화가 끝나면 화장실이 붐비는데 지금은 텅 비어 있는 걸 보니까 우리가 꽤 늦게 일어난 모양이다.
‘저녁까지 드시려나?
대강 머리를 정리하며 고민하고 있자니, 울려오는 핸드폰.
유아린의 전화였다.
오윤지랑 얘기는 잘 끝났을지 궁금했기에 바로 통화를 받자.
- 어디냐 이 새끼야.
“받자마자 왜 바로 욕이냐.”
- 집착 중이니까 빨리 말해. 어디야.
저런 식으로 말하면 할 말이 없더라.
“밖이지. 영화 봤어.”
- 누구랑.
“주희 선배.”
만약 다른 여자였으면 숨길까 싶은 고민도 했을 거다. 하지만 주희 선배는 예외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로 말하자 유아린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짜증 낸다.
- 주희 선배랑 점심만 먹는 거 아니었어? 영화까지 봐?
“너 내가 선배랑 점심 먹는 거 어떻게 알았냐.”
- 윤지가 말해줬어.
“윤지랑 대화는 잘했어?”
- 그게 뭐가 중요하냐.
하여간 성질머리하고는.
- 그것보다 주희 선배 오늘 꾸미고 가셨지?
“어떻게 알았어?”
- 꾸며준 녀석이 내 옆에 있으니까.
- 김우지이인! 내 전화 왜 안 받아아아아!
“서예린! 너 내가 이상한 사진 보내지 말라고 했지! 이번에 핸드폰 뺏겼을 때, 잠금 없었으면 다른 사람이 볼 뻔했잖아!”
핸드폰 다시 되찾았을 때 서예린이 답장 없다고 사진 엄청 보낸 것 때문에 식겁했었다.
- 아오, 나 통화 중이잖아. 어쨌든 간 크다? 주희 선배랑 데이트도 하고?
“뭔 데이트야.”
주희 선배랑 같이 있는 게 무슨 데이트인가. 그냥 돌아다니는 거지.
친구보다는 상사랑 같이 돌아다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대답하자 깊은 유아린의 한숨이 밀려오며.
- 이 새끼야. 평소에 꾸미지도 않던 선배가 원피스까지 입고, 머리도 가꾸고, 화장도 했는데?
“…….”
- 담배도 안 피셨겠지? 영화는 뭐 봤니?
“제목도 기억 안 나는데, 일단 로맨스였어.”
- 것 봐라. 아오, 김우진. 도대체 이런 애를 사람들은 왜 좋아하지?
“그걸 네가 나한테 물어?
- 넌 오늘 와인 마시면 진짜 죽을 줄 알아라. 예린아 너도 한마디 해.
“…….”
- 너 오늘 외박하는 순간 불알을-!
너무 잔인한 협박이라서 뒷내용은 못 들은 걸로 하기로 했다.
유아린도 깜짝 놀라서는 황급히 핸드폰을 뺏었으니까.
- 어쨌든. 너 조심해. 아직 마음 못 정했다고 혼란스러운 거 알고 배려해 주는 우리 마음 가지고 놀지 말고.
- x을 x대로 놀리면 그냥-!
뚝.
그대로 끊긴 통화.
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주희 선배가 나를?
그러자 지난번 골드원에서의 기억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느새 내 품에 안겨 계시던 주희 선배.
꿈은 아니었지만, 꿈처럼 넘어갔던 사건이었다.
“…….”
화장실 밖으로 나온 나는 입이 꾹 다물어졌다.
주희 선배도 화장실에 다녀오셨는지 다시 깔끔해진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기숙사 돌아가기도 좀 그런데 저녁 먹고 들어갈까?”
선배는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넘어가자는 멘트를 날리셨고.
다물어야 했는데.
“이거 데이트에요?”
나는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하고 돌직구로 물어보았다.
이렇게까지 직설적일 줄 모르셨는지 당황한 선배.
까짓거 이미 말했으니 그냥 직설적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선배, 저 좋아해요?”
“흐엥?!”
기묘한 탄성과 함께 얼굴이 붉어지셔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선배.
나는 그런 선배를 쫓듯이 성큼 앞으로 다가서며 질문을 이어간다.
“오늘 왜 꾸미고 오셨어요?”
“아, 그…….”
“영화는 왜 로맨스 영화를 보자고 하셨어요?”
“그으!”
“저녁 먹자고 말하는 건 방금 화장실 가셔서 연습하셨나요?”
“자, 잠깐!”
“지난번에.”
콱.
어느새 주희 선배의 양쪽 어깨를 잡은 나는 선배와 눈을 맞춘다.
이런 품에 쏙 들어올 것 같은 몸으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면서 건달을 팬 걸까?
믿기 힘들었다.
“골드원에서 저한테 왜 안겨 계셨어요?”
“……!”
펑!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 애니에서 보면 이럴 때 머리에서 수증기가 나면서 감정이 폭발하지 않는가.
근데 그건 아니고.
“커억!”
주희 선배의 어퍼컷에 내 머리가 터지는 소리였다.
몸이 살짝 뜬 것 같은데.
어떻게 선배가 건달들을 조지셨는지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으니 의문을 가지진 말자.
“어억, 겁나 아파.”
턱을 쓰다듬으며 선배를 쳐다보자, 심호흡하시면서 억지로 감정을 추스르는 선배.
이러면 이제 의문이 든다.
“서, 선배. 근데 저 좋아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잖아요.”
별로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그냥 보다 보니까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주희 선배인데?
주대장님이 그런 걸로 남에게 마음을 뺏기실까?
애초에 연애 자체를 거부하시던 분인데?
그렇기에 뭔가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 러니까 말이야.”
주희 선배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설명을 시작하셨다.
“골드원에서 너…… 예린이 아린이랑 세, 세, 세, 섹x 했잖아.”
말 떠시는 게 귀엽긴 했지만.
“그, 그걸 보셨구나.”
애써 차분한 척하려고 해도 머리에 땀이 뭉치는 기분이 들었다.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할 걸 들켜버렸다고 머릿속에서 비상을 외쳐댔으나.
아직 선배의 얘기가 안 끝났기에,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주희 선배의 말을 경청한다.
“그때 본 다음부터 뭔가 관심이 생겨서…….”
“……네?”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그냥, 그 뒤부터 묘하게 너한테 관심이 생겼다고 할까.”
으음.
반대로 머리가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서 머리가 시원하게 해소된 느낌이랄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꼴려서 성욕을 사랑이라고 착푸어얽!?”
주희 선배의 주먹이 명치에 꽂혀 들어와 말이 이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