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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가 이렇게 여성스럽게 꾸미고 오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김우진은 알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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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게 좀 더 나으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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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과의 점심 먹기 전, 민주희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서예린과 함께 옷을 고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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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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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쪽으로 꾸며본 적이 없는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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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예쁜 사람인 서예린에게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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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우진과 만나러 간다는 건 비밀로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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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양심에 좀 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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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런 옷도 잘 받으시네요? 용점퍼는 그만두고 화사하게 입고 다니시는 게 더 예뻐 보이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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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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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김우진이랑 약속이 잡혀서 이렇게 차려입는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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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이런 자신의 소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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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흥, 알겠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으신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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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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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문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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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 선배도 이런 면이 있다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서예린이 머리 세팅까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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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만지는 손이 꽤나 능숙한 것에 민주희는 살짝 놀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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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아 근데 이런 것도 잘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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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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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는 그냥 있어도 예쁘니까 꾸미고 이런 쪽으로 크게 관심이 없을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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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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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의 머리를 고데기로 펴주는 서예린은 딱히 숨기지 않고 사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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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실제로 딱히 관심이 있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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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냥 있어도 다들 예쁘다고 해주는 데 꾸밀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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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배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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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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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문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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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사과를 해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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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만나러 가는 사람이 실은 김우진이었다는 걸 말하면 큰일날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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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다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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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갈아입고, 머리세팅과 화장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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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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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민주희는 스스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청순한 여성스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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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면 주희 선배 약속 상대도 그냥 뻑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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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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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씀을요! 꼭 승리하세요! 저도 최근 연락이 뜸한 이 자식한테 전화나 좀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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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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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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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안에서는 시끌벅적하니 담소를 나누며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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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레스토랑에 왔으니 주변 사람들도 기분이 좋은 게 당연하다면 당연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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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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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테이블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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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상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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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꾸미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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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주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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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주희 선배인 줄 몰랐을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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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선배도 부끄러우신지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고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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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가장 가능성 높은 결론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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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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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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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남자친구 만나기로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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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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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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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빠따 있었으면 바로 치셨을 것 같은 흉흉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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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말하면 어딘가 하나 부러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시 아가리에 고깃덩어리를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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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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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연애에 관심 없다고 말씀하긴 했지만, 사람 마음이 원래 갈대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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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애하기 싫어도, 오늘은 하고 싶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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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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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보기 좋지 않고, 분위기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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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무척이나 나쁘신지 으득으득 소리를 내며 고기를 씹고 계신 주희 선배에게 다시금 용기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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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번 일은 정말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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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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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안 도와주셨으면 제가 황사장한테 크게 당할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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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주희 선배가 극적으로 등장해 주지 않았다면, 눈이 돌아간 황사장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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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자 입에 포크를 문 주희 선배가 잠시 고민하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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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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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요구를 내미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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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끝나고 영화나 한 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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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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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무슨 영화인가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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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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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과 액션으로 엄청 유명한 감독이 이번에 각 잡고 만든 영화가 나왔다는 예고편을 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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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고 싶으셨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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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요. 이거 먹고 바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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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주희 선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스테이크를 드시는 속도가 조금 빨라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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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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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우리는 같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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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밥을 먹었으니, 음료 정도만 사기로 하고 키오스크에서 표를 예매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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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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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거 보고 싶던 거 아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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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으로 유명한 감독의 작품을 고르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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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보고 싶은 게 있던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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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내 선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애매한 쓴숨을 흘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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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주희 선배가 좋아하실 스타일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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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 긴한데…… 오늘은 좀 다른 걸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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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거요?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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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살펴보던 와중, 선배의 손이 쑥 내밀어지며 하나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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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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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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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부터 정적인 멜로물처럼 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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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도 아니고 진짜 그냥 로맨스물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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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오늘은 이거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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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선배가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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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맨스 영화표를 끊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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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주희 선배는 영화가 꽤나 기대가 되시는 모양인지 손을 쪼물딱 거리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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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내 눈치를 보며 부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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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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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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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좀 주물러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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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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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뻐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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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따질을 그렇게 하셨는데 뻐근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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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또 손 마사지를 너튜브로 배워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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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 손바닥을 꾹꾹 눌러드리자, 선배는 시원하신지 몸을 살짝 떨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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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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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아린이랑 같이 영화관에 왔을 때도 똑같이 마사지를 해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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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지금 뭐하려나. 윤지랑 잘 만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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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잘 풀렸길 바라며 광고가 끝나고 슬슬 시작하려는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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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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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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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다가 퍼뜩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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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올라가고 있는 엔딩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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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30분은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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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지루한 내용이었는데, 취향에도 딱히 맞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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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영화를 보러 온 주희 선배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슬쩍 옆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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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찬가지로 어느새 곤히 잠들어 계신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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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에 기댄 채로 새근새근 주무시는데 나랑 똑같이 지루하셨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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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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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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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영화 끝났어요. 저희 이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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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고? 하으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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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하시며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우리 빼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시곤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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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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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놓고는 도망치듯 상영관을 나가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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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보자고 해놓고 자버렸으니 부끄러움이 배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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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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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잠들었기에 머리나 옷매무새를 확인하려고 화장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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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화가 끝나면 화장실이 붐비는데 지금은 텅 비어 있는 걸 보니까 우리가 꽤 늦게 일어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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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 드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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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머리를 정리하며 고민하고 있자니, 울려오는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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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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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랑 얘기는 잘 끝났을지 궁금했기에 바로 통화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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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냐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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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왜 바로 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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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착 중이니까 빨리 말해.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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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식으로 말하면 할 말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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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지. 영화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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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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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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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른 여자였으면 숨길까 싶은 고민도 했을 거다. 하지만 주희 선배는 예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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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로 말하자 유아린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짜증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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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희 선배랑 점심만 먹는 거 아니었어? 영화까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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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선배랑 점심 먹는 거 어떻게 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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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가 말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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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랑 대화는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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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뭐가 중요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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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성질머리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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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보다 주희 선배 오늘 꾸미고 가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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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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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며준 녀석이 내 옆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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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지이인! 내 전화 왜 안 받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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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 너 내가 이상한 사진 보내지 말라고 했지! 이번에 핸드폰 뺏겼을 때, 잠금 없었으면 다른 사람이 볼 뻔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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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다시 되찾았을 때 서예린이 답장 없다고 사진 엄청 보낸 것 때문에 식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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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 나 통화 중이잖아. 어쨌든 간 크다? 주희 선배랑 데이트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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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데이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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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랑 같이 있는 게 무슨 데이트인가. 그냥 돌아다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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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보다는 상사랑 같이 돌아다니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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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답하자 깊은 유아린의 한숨이 밀려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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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새끼야. 평소에 꾸미지도 않던 선배가 원피스까지 입고, 머리도 가꾸고, 화장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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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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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도 안 피셨겠지? 영화는 뭐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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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기억 안 나는데, 일단 로맨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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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 봐라. 아오, 김우진. 도대체 이런 애를 사람들은 왜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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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네가 나한테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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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오늘 와인 마시면 진짜 죽을 줄 알아라. 예린아 너도 한마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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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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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오늘 외박하는 순간 불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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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잔인한 협박이라서 뒷내용은 못 들은 걸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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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깜짝 놀라서는 황급히 핸드폰을 뺏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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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너 조심해. 아직 마음 못 정했다고 혼란스러운 거 알고 배려해 주는 우리 마음 가지고 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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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을 x대로 놀리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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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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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끊긴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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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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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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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지난번 골드원에서의 기억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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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 품에 안겨 계시던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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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아니었지만, 꿈처럼 넘어갔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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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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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밖으로 나온 나는 입이 꾹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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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도 화장실에 다녀오셨는지 다시 깔끔해진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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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돌아가기도 좀 그런데 저녁 먹고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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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넘어가자는 멘트를 날리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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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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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데이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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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하고 돌직구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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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직설적일 줄 모르셨는지 당황한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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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이미 말했으니 그냥 직설적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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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저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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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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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탄성과 함께 얼굴이 붉어지셔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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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선배를 쫓듯이 성큼 앞으로 다가서며 질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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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왜 꾸미고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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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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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왜 로맨스 영화를 보자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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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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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자고 말하는 건 방금 화장실 가셔서 연습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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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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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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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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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주희 선배의 양쪽 어깨를 잡은 나는 선배와 눈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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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품에 쏙 들어올 것 같은 몸으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면서 건달을 팬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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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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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 저한테 왜 안겨 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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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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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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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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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애니에서 보면 이럴 때 머리에서 수증기가 나면서 감정이 폭발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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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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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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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의 어퍼컷에 내 머리가 터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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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살짝 뜬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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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선배가 건달들을 조지셨는지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으니 의문을 가지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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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겁나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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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쓰다듬으며 선배를 쳐다보자, 심호흡하시면서 억지로 감정을 추스르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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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이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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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배. 근데 저 좋아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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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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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냥 보다 보니까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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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희 선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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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장님이 그런 걸로 남에게 마음을 뺏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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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연애 자체를 거부하시던 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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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뭔가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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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러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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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설명을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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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 너…… 예린이 아린이랑 세, 세, 세, 섹x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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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떠시는 게 귀엽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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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걸 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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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차분한 척하려고 해도 머리에 땀이 뭉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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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할 걸 들켜버렸다고 머릿속에서 비상을 외쳐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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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선배의 얘기가 안 끝났기에,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주희 선배의 말을 경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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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본 다음부터 뭔가 관심이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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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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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들은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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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 뒤부터 묘하게 너한테 관심이 생겼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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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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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머리가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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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서 머리가 시원하게 해소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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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정리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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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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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려서 성욕을 사랑이라고 착푸어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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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의 주먹이 명치에 꽂혀 들어와 말이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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