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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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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브론즈.”
나를 부르는 서예린.
이를 으득 물며 나는 괜히 우쭐거리고 있는 서예린을 노려본다.
“왜, 브론즈.”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실버였던 나.
서예린과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라 할 수 있었으나.
지금 눈앞에 떠오른 건 브론즈로 강등당했다는 메시지.
천사였던 나의 날개가 찢겨, 어느새 두 발로 땅에 선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다시는 브론즈를 무시하지 마라, 브론즈.”
“…….”
입이 꾹 다물어졌다.
서예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도 내가 못한 적도 있었기에 무작정 탓할 수만은 없었다.
“라면이라도 시켜 먹어야겠네.”
애써 속을 달래려 라면을 먹기로 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예린이랑 같이 게임하는 나를 계속 쳐다보는 주변의 시선들 때문에 불편하기 그지없었는데.
이제는 그것들도 익숙해져서는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특히나 한강이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이쪽을 노려봤지만 말이다.
“라면 먹게?”
관심을 보인 서예린.
“어, 너도 먹을래?”
슬슬 얘도 집에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서예린은 뺨을 긁적이면서 거절했다.
“아냐, 나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거기서 밥 먹어야 할 것 같아.”
“그래?”
하긴.
골드원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
사실 서예린은 몸이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잡고 싶어 했고, 만나고 싶어 하는 여자였다.
아마 지금도 톡을 보면 만나자고 연락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있겠지.
“…….”
그런 생각을 하니 좀 불편하긴 했으나,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집착이자 소유욕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그럼 혼자 먹어야겠네.“
괜히 쿨한 척, 라면을 고르기 시작했다.
짜장라면? 매운라면? 아니면 아예 비빔면?
화면에 떠오른 메뉴를 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하자, 옆에서 멀뚱히 보던 서예린이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화면을 가리킨다.
“이거. 우동 어때? 이게 진짜 맛있거든요!”
“우동? 흠.”
나쁘지 않아 보이긴 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냥 추천받은 우동을 시켰다.
“다른 사이드는 안 시켜?”
“고민 중이야.”
피카츄 돈까스가 있어서 그것까지 하나 시킨 다음 웹툰이나 보면서 기다린다.
이전에 찬우한테 혼난 적이 있으니 성인 웹툰은 아니고 그냥 웹툰이다.
“흐음, 이건 무슨 웹툰이야?”
성인 웹툰이 아님에도 계속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거는 서예린.
좀 귀찮긴 했으나 일단 대강 줄거리를 요약해 준다.
몇 분 후, 우동과 피카츄 돈까스가 왔음에도 서예린은 여전히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는 쳐다본다.
“한 입 달라고 해도 안 준다.”
“달라고 안 해!”
그럼 여기 왜 있는 거야.
이제 게임도 안 하고,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지 않은가.
“약속 안 가니?”
분명 저녁 약속 있다고 들었는데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으음, 그냥. 네 얼굴 좀 보고 있었어.”
“왜, 뭐 묻었나?”
“아니, 아무것도 안 묻었는데.”
“…….”
잘생김 같은 거 묻었다고 해주는 거 아닐까 내심 기대했는데.
“얼른 저녁이나 먹으러 가라, 약속 시간 늦겠다.”
“그러게. 진짜 늦을 것 같네.”
멍하니 중얼거리던 서예린은 웃으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이제 가나 싶었는데 슬쩍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
“걱정 마, 이러고 갈 거니까.”
“……응?”
지금 모습?
딱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너무 덜 꾸몄다는 느낌이 들긴 했으나 어차피 서예린이니까 그런 것도 하나의 매력이 될 뿐이었는데.
“안 꾸미고 만나도 될 사람이라는 거야.”
찡긋 윙크하면서 그대로 떠나가는 그녀.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마음의 편안함이 찾아옴을 느꼈다.
‘아, 젠장.
서예린이 저런 말을 했던 게 이런 나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순간.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아직 무엇 하나 정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여지를 주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했으니까.
스스로의 우매함과 우유부단함에 한숨을 내쉬며 우동을 먹고 있자니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
슬쩍 보니 얼간이 네 명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뭘 꼬라봐.”
좋은 말 해 주려고 했는데 얘네는 꼭 그게 안 된다.
“김우진 이 새끼는 도대체 누구랑 사귀는 거냐.”
안현호의 짜증이 섞인 투정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고.
왜일까.
어느새 술을 마시러 가자는 걸로 얘기가 귀결되었다.
* * *
“내가 너희랑 같이 술 다시 마시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주머니에서 손을 꽂아 넣은 채로 중얼거리는 표진호.
유아린한테 대차게 까였을 때는 당장이라도 죽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 유아린은 깔끔하게 잊었는지 입에도 담지 않고 있다.
‘군대 때문인가.
아니면 일주일 뒤에 군대 가야 하는 현실 탓에 힘들어서 생각할 여력이 없는 걸 수도 있고.
“진호야, 오늘 그냥 마시고 뒤지자.”
“그래, 그냥 죽어버리자!”
동반입대를 하게 되어서 그런지 끈끈하게 친해진 한강과 표진호.
둘을 내버려둔 채로 나는 찬우랑 같이 걸으면서 묻는다.
“근데 여친이 술 마시러 가는 거 괜찮대?”
“응? 괜찮지 않을까?”
“……음?”
괜찮지 않을까?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지금 우리는 다섯이서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아니었다.
저녁에 썸 타는 후배랑 술 약속이 있다던 안현호에게 업혀서 그쪽에 끼러 가는 거였다.
“하, 씨. 왜 이걸 다 같이.”
덕분에 안현호의 표정은 격하게 일그러져서 1학년 과대한테 이것저것 톡을 보내고 있고 말이다.
아마 그쪽에서도 인원을 더 늘리려고 친구를 부르고 있겠지.
우리 다섯이랑 여자 과대 혼자 술 마시는 건 좀 이상하니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자가 늘어난다는 건데.
“여친한테 말 안 했어?”
이 새끼는 지금 여자랑 술 마실 가능성이 있는데 여자친구한테 얘기를 안 했다는 거 아닌가.
내 말에 찬우는 순박한 표정으로 갸웃거리며 되묻는다.
“말해야 되나?”
“…….”
신은 찬우에게 잘생김을 주고 여럿 가져간 게 확실했다.
아니면 대머리 아저씨가 뭔가 저주라도 걸어둔 게 아닐까?
“연락해라 찬우야, 괜히 그러다가 싸움 날라.”
친구로서 진지하게 조언해 줬으나.
“에이, 뭐 이런 걸 가지고. 너무 자주 연락하면 오히려 싫어할걸?”
“나, 나는 말했다?”
“응, 괜찮아. 내 여자친구니까 내가 제일 잘 알지.”
으쓱거리면서 대꾸하는 게 무슨 떡밥처럼 느껴지는 게 안쓰럽다.
“근데 반대로 너는 괜찮아?”
역으로 내게 물어오는 찬우.
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인 나였기에, 당연히 이런 술자리는 내키지 않는다.
“가서 분위기가 묘하면 그냥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기숙사 가려고.”
“아하.”
“그래도 한강 선배랑 진호 형이 군대 간다는데 어울리는 척은 해야지.”
둘이 호들갑 떨고 있지만 그걸 궁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도 군대에 가게 될 테고, 저게 내 미래이기도 했으니까.
면제?
부회장인 우리 형도 현역으로 해병대를 다녀왔다.
작은형은 살이 너무 쪄서 못 갔지만, 나는 그런 것도 아니니까.
약속 장소는 호프집이었다.
10분 정도만 가면 모텔촌이 있는 가게를 선택한 안현호의 속마음이 빤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가게로 들어가자 이미 먼저 시작한 듯 보이는 애들.
남자가 몇 섞이지 않았을까 했는데 전부 여자였고.
또한 묘하게 익숙한 얼굴투성이였다.
‘기숙사 사는 애들이네?
기숙사에서 이리저리 지나다니면서 몇 번 본 애들.
1학년 과대였던 규아도 기숙사생이었나?
“안녕, 얘들아.”
안현호가 웃으면서 인사하자 1학년들도 녀석을 반겨준다.
2학년 부과대라고 나름 얼굴도장을 잘 찍어둔 모양.
뒤이어 들어오는 우리를 당연히 불편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으나.
“안녕, 나도 원래 너희 선배인데 이번에 휴학해서 못 봤을 거야.”
그냥 딱 봐도 교회 오빠 느낌으로 훈훈하게 생긴 한강이 인사하며 분위기가 조금 변했고.
“……나는 강이 친구.”
덩치도 있고 인상도 험악한 곰 체형의 표진호가 대놓고 어색해하자 웃음이 터지며 가벼워졌으며.
“건공과 정찬우라고 합니다.”
찬우가 등장하면서 얼른 오라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크흠.”
마지막으로 내가 들어가자 분위기가 바로 축 처졌지만 말이다.
‘반응들이 참.
내 소문이 과할 정도로 안 좋다고 최이서가 말해주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 게다가 같은 기숙사 사는 선배인데.
‘이건 그냥 가야겠네.
술 몇 잔 마실 필요도 없다.
맥주 한 잔 마시고 군대 가는 둘한테 힘내라고 응원한 다음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음?
하지만 다들 내 시선을 피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빤히 쳐다보는 한 사람.
안현호랑 선약을 잡았던 1학년 과대가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나와 눈을 마주쳤다.
* * *
“후우.”
30분도 되지 않아 밖으로 나온 나는 차오르던 술기운에서 벗어나듯 바깥의 바람을 쐰다.
아직 밤공기는 차가웠기에 금방 머리가 식혀지며 긴장됐던 몸의 힘도 쭉 빠졌다.
아직 남은 네 사람은 분위기가 꽤 나쁘지 않았다.
하긴 저것들은 잠깐 봤을 때는 썩 매력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얼른 돌아가야지.
공짜 술이랑 안주 잘 먹고 간다고 웃으며 기숙사로 가려던 와중.
“선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끈적임이 담긴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방금까지 안현호랑 선 넘는 스킨십도 장난이라면서 서슴지 않고 하던 1학년 과대가 있었다.
“기숙사 가세요? 같이 가요!”
“……왜?”
진지하게 왜 같이 가자는 건지 모르겠다. 안현호랑 짝짜꿍하던 분위기 좋던 녀석이 말이다.
“저도 좀 취한 것 같아서요. 몰래 빠져나온 거예요.”
“취했다고?”
“네!”
너무 쌩쌩한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약간 고민이 됐지만.
“기숙사 안 가는데?”
일단 발뺌하기로 했다.
최이서 관련해서 이미 안현호랑 다툼이 있었는데, 1학년 과대까지 괜히 얽히기 싫었다.
“그럼 어디 가세요? 같이 가요, 선배!”
“룸살롱 가는데.”
“…….”
순간적으로 떠오른 굳은 표정.
이 정도면 충분히 떼어둘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과대는 다시금 내게 다가온다.
“그런데 가지 말고, 저랑 같이 기숙사 가요. 네? 제 방에서 맥주나 몇 잔 더 해요.”
“뭐 하는 거니?”
내 물음에 앙큼하게 웃는 규아.
여우 같다는 건 딱 이 아이를 위한 말인 듯했다.
눈꼬리가 위로 쭉 올라간 게 여우상의 미인이긴 했는데.
“규아야!”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온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
“너 거기서 뭐해! 그 남자 누구야!”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달려와서는 따지기 시작했다.
“오빠?! 내가 분명 잠깐 시간을 가지자고 했잖아!”
애인 사이였나?
‘안현호, 이 등신아.
하필 골라도 이런 애를 골랐냐.
안현호한테 정신이나 좀 차리라고 나중에 한마디 해줘야겠다.
“시간을 가지자고 했던 거였지, 헤어지자는 건 아니잖아. 너 어떻게 또 이래?”
“나, 이제 우진 선배랑 사귈 거야. 오빠도 나한테 그만 집착해!”
바로 나한테 팔짱을 껴오는 규아.
어, 뭐지.
이거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유아린이 표진호한테 떨어지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였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머리에서 떠오르는 유아린.
만약 유아린이나 다른 애들이 지금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이 시작되고 대략 2초 만에 바닥에 쓰러진 나를 떠올릴 수 있었고.
“으아아악! 꺼져!”
그건 생존본능이었다.
내 팔에 매달려 있던 규아를 밀어냄과 동시에 다리를 걸어버린다.
골드원에서 심심하다고 유아린이 가르쳐줬던 와사바리라는 거였다.
철푸덕.
그대로 길바닥에 넘어진 규아.
손을 내가 잡고 있었던 덕분에 부드럽게 넘어졌지만, 몸이 돌아가며 얼굴이 땅으로 향했다.
덕분에 엎드리듯 쓰러진 상황.
“…….”
“…….”
규아 남자친구도 당황했는지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고, 규아도 쪽팔린 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규아, 사람 잘못 봤다. 얌전한 애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세 다리를 걸칠 생각을 하냐?!”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했지만.
일단 선빵필승이다.
저쪽에서 선동과 날조로 싸움을 걸어온다면, 나도 선동과 날조로 대응해 준다.
“그, 이규아인데요.”
조심스럽게 정정해 주는 남자친구.
“이구아요? 이구아나 할 때 그 이구아?”
“아뇨, 이규아요.”
아, 난 또.
사람 이름이 이구아나인 줄.
“이규아나! 행실 똑바로 하고 다녀! 내가 가장 아끼고 친하고 사랑하는 부과대 안현호한테 가서 당장 사과해라!”
“이규아나가 아니라 이규아요.”
“근데 이구아나가 입에 착 달라붙지 않나요?”
진지하게 내가 규아 남친에게 묻자, 기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확신했다.
“……규아랑 아무 사이도 아니시군요.”
“네, 저는 파충류보다는 개나 고양이가 더 좋아서.”
“…….”
회심의 개그였는데.
안 통했네.
“근데 규아 기절한 거 아니에요?”
남친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사회적으론 거의 기절 상태죠. 쪽팔려서 못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내 말에 호응하듯.
아주 작게.
“시발 놈들.”
규아의 욕설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