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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브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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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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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으득 물며 나는 괜히 우쭐거리고 있는 서예린을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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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브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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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실버였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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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과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라 할 수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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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앞에 떠오른 건 브론즈로 강등당했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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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였던 나의 날개가 찢겨, 어느새 두 발로 땅에 선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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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브론즈를 무시하지 마라, 브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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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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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꾹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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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도 내가 못한 적도 있었기에 무작정 탓할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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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라도 시켜 먹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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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속을 달래려 라면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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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예린이랑 같이 게임하는 나를 계속 쳐다보는 주변의 시선들 때문에 불편하기 그지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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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것들도 익숙해져서는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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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한강이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이쪽을 노려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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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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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보인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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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도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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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얘도 집에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서예린은 뺨을 긁적이면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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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나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거기서 밥 먹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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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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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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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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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예린은 몸이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잡고 싶어 했고, 만나고 싶어 하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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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도 톡을 보면 만나자고 연락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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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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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니 좀 불편하긴 했으나,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집착이자 소유욕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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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혼자 먹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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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쿨한 척, 라면을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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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라면? 매운라면? 아니면 아예 비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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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떠오른 메뉴를 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하자, 옆에서 멀뚱히 보던 서예린이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화면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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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동 어때? 이게 진짜 맛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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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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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아 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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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냥 추천받은 우동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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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이드는 안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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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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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돈까스가 있어서 그것까지 하나 시킨 다음 웹툰이나 보면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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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찬우한테 혼난 적이 있으니 성인 웹툰은 아니고 그냥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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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건 무슨 웹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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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웹툰이 아님에도 계속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거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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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귀찮긴 했으나 일단 대강 줄거리를 요약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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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후, 우동과 피카츄 돈까스가 왔음에도 서예린은 여전히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는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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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달라고 해도 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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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고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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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 왜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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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게임도 안 하고,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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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안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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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녁 약속 있다고 들었는데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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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냥. 네 얼굴 좀 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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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뭐 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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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것도 안 묻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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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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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김 같은 거 묻었다고 해주는 거 아닐까 내심 기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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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저녁이나 먹으러 가라, 약속 시간 늦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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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진짜 늦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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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중얼거리던 서예린은 웃으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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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나 싶었는데 슬쩍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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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이러고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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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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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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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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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덜 꾸몄다는 느낌이 들긴 했으나 어차피 서예린이니까 그런 것도 하나의 매력이 될 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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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꾸미고 만나도 될 사람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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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긋 윙크하면서 그대로 떠나가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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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마음의 편안함이 찾아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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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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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저런 말을 했던 게 이런 나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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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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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기도 했고, 아직 무엇 하나 정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여지를 주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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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우매함과 우유부단함에 한숨을 내쉬며 우동을 먹고 있자니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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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보니 얼간이 네 명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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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꼬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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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 해 주려고 했는데 얘네는 꼭 그게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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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이 새끼는 도대체 누구랑 사귀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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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의 짜증이 섞인 투정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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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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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술을 마시러 가자는 걸로 얘기가 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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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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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랑 같이 술 다시 마시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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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서 손을 꽂아 넣은 채로 중얼거리는 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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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한테 대차게 까였을 때는 당장이라도 죽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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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아린은 깔끔하게 잊었는지 입에도 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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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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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일주일 뒤에 군대 가야 하는 현실 탓에 힘들어서 생각할 여력이 없는 걸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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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야, 오늘 그냥 마시고 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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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냥 죽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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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입대를 하게 되어서 그런지 끈끈하게 친해진 한강과 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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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 내버려둔 채로 나는 찬우랑 같이 걸으면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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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친이 술 마시러 가는 거 괜찮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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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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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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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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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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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다섯이서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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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썸 타는 후배랑 술 약속이 있다던 안현호에게 업혀서 그쪽에 끼러 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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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왜 이걸 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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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안현호의 표정은 격하게 일그러져서 1학년 과대한테 이것저것 톡을 보내고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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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쪽에서도 인원을 더 늘리려고 친구를 부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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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섯이랑 여자 과대 혼자 술 마시는 건 좀 이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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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자연스럽게 여자가 늘어난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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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한테 말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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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는 지금 여자랑 술 마실 가능성이 있는데 여자친구한테 얘기를 안 했다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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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찬우는 순박한 표정으로 갸웃거리며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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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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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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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찬우에게 잘생김을 주고 여럿 가져간 게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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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대머리 아저씨가 뭔가 저주라도 걸어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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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해라 찬우야, 괜히 그러다가 싸움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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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서 진지하게 조언해 줬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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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뭐 이런 걸 가지고. 너무 자주 연락하면 오히려 싫어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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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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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괜찮아. 내 여자친구니까 내가 제일 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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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쓱거리면서 대꾸하는 게 무슨 떡밥처럼 느껴지는 게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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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반대로 너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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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내게 물어오는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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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인 나였기에, 당연히 이런 술자리는 내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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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분위기가 묘하면 그냥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기숙사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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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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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강 선배랑 진호 형이 군대 간다는데 어울리는 척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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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호들갑 떨고 있지만 그걸 궁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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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군대에 가게 될 테고, 저게 내 미래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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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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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인 우리 형도 현역으로 해병대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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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은 살이 너무 쪄서 못 갔지만, 나는 그런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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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는 호프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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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만 가면 모텔촌이 있는 가게를 선택한 안현호의 속마음이 빤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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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로 들어가자 이미 먼저 시작한 듯 보이는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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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몇 섞이지 않았을까 했는데 전부 여자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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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묘하게 익숙한 얼굴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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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사는 애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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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서 이리저리 지나다니면서 몇 번 본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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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과대였던 규아도 기숙사생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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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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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가 웃으면서 인사하자 1학년들도 녀석을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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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부과대라고 나름 얼굴도장을 잘 찍어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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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들어오는 우리를 당연히 불편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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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도 원래 너희 선배인데 이번에 휴학해서 못 봤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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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딱 봐도 교회 오빠 느낌으로 훈훈하게 생긴 한강이 인사하며 분위기가 조금 변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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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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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도 있고 인상도 험악한 곰 체형의 표진호가 대놓고 어색해하자 웃음이 터지며 가벼워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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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과 정찬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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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가 등장하면서 얼른 오라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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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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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가 들어가자 분위기가 바로 축 처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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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들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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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문이 과할 정도로 안 좋다고 최이서가 말해주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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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반응도 없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 게다가 같은 기숙사 사는 선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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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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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몇 잔 마실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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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 마시고 군대 가는 둘한테 힘내라고 응원한 다음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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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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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들 내 시선을 피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빤히 쳐다보는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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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랑 선약을 잡았던 1학년 과대가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나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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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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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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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도 되지 않아 밖으로 나온 나는 차오르던 술기운에서 벗어나듯 바깥의 바람을 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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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밤공기는 차가웠기에 금방 머리가 식혀지며 긴장됐던 몸의 힘도 쭉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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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은 네 사람은 분위기가 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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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저것들은 잠깐 봤을 때는 썩 매력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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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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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술이랑 안주 잘 먹고 간다고 웃으며 기숙사로 가려던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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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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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나를 부르는 끈적임이 담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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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방금까지 안현호랑 선 넘는 스킨십도 장난이라면서 서슴지 않고 하던 1학년 과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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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가세요?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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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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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왜 같이 가자는 건지 모르겠다. 안현호랑 짝짜꿍하던 분위기 좋던 녀석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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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좀 취한 것 같아서요. 몰래 빠져나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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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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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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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쌩쌩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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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상황인가 약간 고민이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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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안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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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발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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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관련해서 이미 안현호랑 다툼이 있었는데, 1학년 과대까지 괜히 얽히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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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 가세요? 같이 가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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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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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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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떠오른 굳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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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충분히 떼어둘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과대는 다시금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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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지 말고, 저랑 같이 기숙사 가요. 네? 제 방에서 맥주나 몇 잔 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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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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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음에 앙큼하게 웃는 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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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같다는 건 딱 이 아이를 위한 말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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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꼬리가 위로 쭉 올라간 게 여우상의 미인이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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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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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온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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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거기서 뭐해! 그 남자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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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달려와서는 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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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내가 분명 잠깐 시간을 가지자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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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인 사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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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호, 이 등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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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골라도 이런 애를 골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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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호한테 정신이나 좀 차리라고 나중에 한마디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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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가지자고 했던 거였지, 헤어지자는 건 아니잖아. 너 어떻게 또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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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이제 우진 선배랑 사귈 거야. 오빠도 나한테 그만 집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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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나한테 팔짱을 껴오는 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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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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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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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유아린이 표진호한테 떨어지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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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자연스럽게 머리에서 떠오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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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유아린이나 다른 애들이 지금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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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이 시작되고 대략 2초 만에 바닥에 쓰러진 나를 떠올릴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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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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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생존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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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팔에 매달려 있던 규아를 밀어냄과 동시에 다리를 걸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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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원에서 심심하다고 유아린이 가르쳐줬던 와사바리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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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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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대로 길바닥에 넘어진 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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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을 내가 잡고 있었던 덕분에 부드럽게 넘어졌지만, 몸이 돌아가며 얼굴이 땅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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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덕분에 엎드리듯 쓰러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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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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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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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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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아 남자친구도 당황했는지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고, 규아도 쪽팔린 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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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아, 사람 잘못 봤다. 얌전한 애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세 다리를 걸칠 생각을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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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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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선빵필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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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에서 선동과 날조로 싸움을 걸어온다면, 나도 선동과 날조로 대응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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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규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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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스럽게 정정해 주는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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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아요? 이구아나 할 때 그 이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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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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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이규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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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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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이름이 이구아나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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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아나! 행실 똑바로 하고 다녀! 내가 가장 아끼고 친하고 사랑하는 부과대 안현호한테 가서 당장 사과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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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아나가 아니라 이규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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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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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구아나가 입에 착 달라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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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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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하게 내가 규아 남친에게 묻자, 기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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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아랑 아무 사이도 아니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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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저는 파충류보다는 개나 고양이가 더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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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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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회심의 개그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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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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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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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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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규아 기절한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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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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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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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으론 거의 기절 상태죠. 쪽팔려서 못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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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호응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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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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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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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아의 욕설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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