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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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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집에 살 때는 사우나에 대해서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종종 들어가서 몸 좀 녹이고, 피로를 풀고 하는 당연한 거였는데.
출가해서 1년 살아봤다고, 집에 목욕탕과 사우나가 있는 게 얼마나 축복된 삶인지 깨닫게 되었다.
“크흐아아아! 시원하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시원하다고 소리치고 있는 작은형.
예전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작은형은 배가 더 나와서 진짜 아저씨처럼 보였다.
“관리를 좀 해라.”
큰형도 똑같은 생각이었는지 인상을 찌푸리면서 탕에 들어간다.
큰형은 부회장 역할을 하느라 꽤나 바쁠 텐데도 생각보다 몸이 탄탄하고 좋다.
매일 홈트를 해왔던 나보다 훨씬 몸이 좋은 걸 보니 PT라도 받는 게 아닐까 싶다.
“관리는 무슨. 내 여친은 곰 같은 남자를 좋아해. 그래서 일부러 찌우고 있는 거야.”
“넌 곰이 아니라 그냥 돼지다.”
“에휴, 우리 여친이 내 배 만지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하여간 형은 센스가 없다니까.”
“하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큰형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욕탕에 몸을 덥힌다.
나 역시 욕탕에 들어갔는데, 뜨끈한 물에 피로가 풀리며 복잡하던 머리가 약간은 쉬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고 있자니 작은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랑은 무슨 얘기 했냐? 윤지 관련해서 싸운 거지?”
“……맞아.”
“하여간 아버지도 너무 고지식하다니까? 윤지 아버지 관련해서 신경 쓰이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걔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손을 휘적거리며 투덜거리는 작은형.
윤지랑 같이 일을 하고 있다 보니 그녀의 사정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 모양.
“신경 쓸 수밖에.”
하지만 큰형이 그것에 반박하며 나섰다.
“단순한 집안도 아니고 기업 회장의 아들이다. 아버지이며 회장이기에 당연히 자잘한 흠이라도 있어선 안 되는 거다.”
“그게 뭔 상관이야.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는데.”
“개인의 욕망으로 움직여선 안 되는 자리니까. 우리의 행보 하나하나에 회사 사람들의 가정이 휘청거릴 수 있다.”
“더럽게 복잡하게 생각하긴.”
이마를 탁 치며 작은형이 꿍얼거렸으나, 큰형도 굳이 설득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냐?”
“…….”
“윤지 말고 다른 여자애들과도 관계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맞아, 세 명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우리 막내가 인기가 너무 좋아도 문제야? 그치?”
“하아.”
형들이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진다.
“정해야겠지.”
하지만 정답은 뻔했다.
누군가 한 사람을 정해야 된다.
그게 옳은 거였다.
얼굴을 감싸 쥔 채 고민하다 문득, 큰형을 휙 쳐다봤다.
“형도 대학 때 여자 많았다며.”
“키야아! 우리 형님은 아주 지렸지. 나랑 다르게 그냥 여자들이 막 달라붙었어.”
“내가 회장 아들인 걸 다들 알았으니까.”
나랑 다르게 큰형은 회장 아들이라는 게 이미 다 알려진 채로 대학을 다녔다.
그래서인지 회의감이 담긴 표정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형은 왜 지금 형수를 골랐어?”
내 질문에 큰형은 무뚝뚝하니 답했다.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홀리 쉿.”
큰형다웠지만 그렇다면 형수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게 그녀를 고른 이유였고, 그 아이도 알고 있다. 나는 회사가 전부였으니까.”
어떻게 형이 여자랑 사귀나 싶었더니 이런 느낌이었나.
분위기가 살짝 처지자 작은형이 바로 끼어든다.
“나는 심장이 말하는 대로 행동했지. 방송에서 처음 봤을 때 딱 느꼈어. 아, 이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
“그래서 어떻게든 접근해 봤지. 나름대로 머리도 굴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결국 내 매력으로 꼬실 수 있었지.”
작은형 여자친구는 인터넷 방송인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유명한.
듣기로는 사업도 그 사람을 주축으로 구성했다고.
복잡했다.
두 사람이 너무 상반된 상황이었기에 내가 답을 내리는 데 딱히 큰 도움은 안 될 듯싶었다.
“우진아.”
그때 나를 부르는 큰형.
언제나 큰형은 진지했지만, 지금만큼은 진지함이 미묘하게 달랐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인자함.
마치, 부회장으로서 노력하던 큰형이 아니라. 어릴 적 무엇 하나 모르던…… 배려심 넘치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 말투였다.
“나랑 운이는 다른 선택을 했다.”
“…….”
“정반대의 선택을 했으나, 우리의 결과는 같다고 볼 수 있다.”
“흐하핳! 형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네.”
작은형은 웃어댔지만 부정하진 않았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서 그런 선택을 해왔던 거고, 이루었다.”
“아암, 우리 여친님이랑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지.”
“…….”
오랜만이었다.
형들이.
믿음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너도 우리와 마찬가지겠지.”
지그시 지어지는 미소에서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잘할 거라고 믿는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믿음을 받는 게 옳은가 싶기도 했기에.
“내가 못 하면?”
그리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했던 말들에 대해서 무엇 하나 반박할 수 없었어.”
말로만 쓰레기라고 했지, 정작 실제로 나의 행동의 무게감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것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싶지 않아 했다.
현 상황이 이어지는 게 마음 편했으니까.
“아버지의 말대로 나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워.”
무엇보다 힘든 건 스스로가 그런 인간이라는 게 결과적으로 증명됐다는 점이었다.
내 자신이 미운 건 물론이거니와, 자책감 탓에 모든 인연이라도 끊고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 내가, 작은형은 웃으면서 총을 쏘듯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나름 유머가 있지.”
“뭐?”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작은형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애가 은근 의리도 있어. 이익을 챙기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치진 않아.”
“…….”
“정의감도 나름대로 갖추고 있어.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없는 사람도 많아.”
“…….”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말을 잘 못하겠네.”
그러면서 큰형으로 시선을 돌린 작은형. 큰형은 헛기침을 한 번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법을 알고 있다.”
“…….”
“그 탓에 스스로를 희생하는 경우도 잦다. 형으로서 썩 좋게 보이진 않지만…… 그건 네 장점이겠지.”
“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나 좋은 놈이라고 위로라도 해주는 거야?”
“엄청 좋은 놈은 아니지.”
“무작정 좋은 놈일 순 없다.”
단언하는 두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뭔 말을 하려는 거냐고 되묻자.
“근데 무작정 나쁜 놈도 아니라는 거다.”
“…….”
“1차원적인 인간은 없다, 우진아.”
어렴풋이 큰형의 미소가 보였던 것만 같았다.
“네가 정말 아버지가 말한, 그것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면…… 나와 운이가 이렇게 위로를 해주지도 않았겠고.”
또한.
“여러 아이들이, 너를 마음에 품지도 않았을 거다.”
형들은 그 이상 내게 뭔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제 조용히 입을 닫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나마.
정말 그나마, 나라는 사람에 대해 긍정해 준 잠깐의 시간 덕분에.
약간이나마 마음이 편해진 건 사실이었다.
* * *
다 씻고 나온 다음, 저녁도 같이 먹었다.
아버지도 함께 드셨으나, 아까 내게 얘기하던 때와는 다르게.
잠깐의 미소와 함께 한마디만 남기셨다.
‘오랜만에 다 같이 먹는군.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는 뜻이겠지.
기숙사로 돌아갈까 했지만,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다.
옛날에 내가 쓰던 방에 들어가기 전, 엄마가 내게 따로 찾아왔다.
“같이 안 자도 괜찮아? 우는 거 아냐?”
“뭘 울어. 애도 아니고.”
“애잖아. 내가 봤을 땐 아직 애야.”
하여간 호들갑도 심하다고 얼른 가라고 말하자, 엄마는 웃으면서 어깨를 토닥였다.
“이렇게 보니까 좋네. 가끔 와, 알았지?”
“응, 알았어.”
“자다가 무서우면 엄마 부르고.”
“안 부른다고.”
그러더니 냉큼 가버리는 엄마. 하여간 나이를 먹어도 저 성격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다.
내 방에 들어가려 문고리를 잡았는데 문득, 옆방에 있는 큰형이 떠올랐다.
‘아까부터 묻고 싶은 것도 있었고.
목욕탕에서는 묻지 못했지만, 큰형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기에.
나는 곧장 형 방으로 들어갔다.
벌컥!
“그래, 나도 사랑한다.”
노크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냥 안으로 바로 들어갔는데 화상통화를 하고 있는 큰형.
화면을 보니 형수님이었다.
- 어머나.
형수님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나 역시 인사했으나.
“…….”
큰형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 들었어.”
“그냥 나가라.”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을 예의상 해본다.
솔직히 나도 토하러 가고 싶은데 억지로 여기 서 있는 거다.
- 둘이 얘기 잘 나누세요.
뚝.
전화가 끊기고,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 큰형이 나를 무덤덤하니 쳐다본다.
“무슨 일이지.”
“방금 그걸 없던 일로 하겠다고?”
“노크하고 들어와라.”
“나도 사랑한다?”
“…….”
입을 꾹 다문 큰형.
“아까 막 그러지 않았나?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될 여자라서 선택했다고?”
내가 그리 묻자 큰형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결혼할 여자다. 그것이 주요한 선택 요인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보기 위해선 결국 감정이 뒷받침되는 게 당연하다.”
“……요약은 사랑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회사에 도움이 될 사람을 골랐다는 거구나?”
그냥 회사 때문에 감정도 없이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왜 찾아왔지. 본론만 말해라.”
얼른 꺼지라는 말을 나름 매너 있게 해주는 큰형.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과거를 떠올린다.
“골드원에서 만났을 때, 왜 형이 윤지랑 거래하고 뒷조사한 것처럼 말했어?”
“…….”
그게 계속 궁금했다.
나는 윤지에게 듣기 전까지는 아버지랑 관련이 있다는 걸 조금도 몰랐으니까.
당시 골드원에서 큰형은,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을 벌인 것처럼 말했었다.
하지만 정작 큰형은 그냥 이야기를 전해주는 정도의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한 큰형.
말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으나, 생각은 길지 않았다.
“네가 아버지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
“그거뿐이다.”
“약았긴.”
내 말에 큰형은 미소와 함께 얼른 나가라고 손짓했다.
저걸 말해줌으로써 내가 큰형 때문에라도 아버지를 막 미워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질이 약아빠졌지만.
싫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