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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과 헤어진 나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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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것은 경쾌함보다는 분노에 가까웠고. 특히나 지그시 누르고 있는 내 감정을 대변하는 행위와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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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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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는 저녁 점호가 있는데 거기서 없으면 벌점이고, 벌점이 많이 쌓이면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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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벌점이 쌓이는 건 나 역시 바라는 게 아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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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는 기숙사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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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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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정차한 고급 세단 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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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망설임 없이 뒷좌석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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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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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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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턱선, 검은 정장, 무취, 낮은 음색, 목덜미에 살짝 보이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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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특징이 있는 그는 나를 깍듯이 대하면서 가능한 실수하지 않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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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도 부드러우면서 속도감 있는 게 최대한 불편사항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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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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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모르고, 직위, 소속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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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는 나에게 실수하지 않으려 어떻게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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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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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들이 누구인지 조금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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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나를 대함에 있어 인생의 전부인 듯 최선을 다해 보좌하려 했고, 보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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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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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김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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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의 행동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여파를 몰고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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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안에 차오른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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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에 맺힌 땀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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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혹시 뭔가 잘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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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탓에 수시로 확인하는 백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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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쓰다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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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귀여워서, 대견해서, 고마워서 쓰다듬어주고 싶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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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것에 압사당해 죽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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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이름을 물어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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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늦은 시간 찾아와 운전해 주는 분에게 감사라도 전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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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저분은 내가 이름을 물어본 것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치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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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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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인간과 개미의 관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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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간의 관계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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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뭔가를 묻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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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는 그것의 속내를 찾으려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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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문 채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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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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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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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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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문을 닫으며 밖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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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까지 열어주려고 했던 그에게 짧은 감사 인사만 건넨 채로 나는 거대한 저택을 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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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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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지내다가 다시 이렇게 보게 되니 내가 얼마나 호화로운 곳에서 살아왔던 건지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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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대지 않았는데 대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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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집안의 셋째에게 사용인들이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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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 말해봤자 그들은 듣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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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보고 싶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서자, 어머니께서 집안에서 나를 반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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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무슨 일이야?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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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평소와 똑같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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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으면서 오랜만에 돌아온 막내를 반겨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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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격해진 감정을 잠시 숨기며 어머니를 부드럽게 안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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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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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뵈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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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밝히자 나를 놓으신 어머니의 표정이 대번 어두워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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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아버지와 좋지 않았으니까. 지금 갑자기 찾아온 것도 썩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신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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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지나치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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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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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한숨을 내쉬면서 투덜거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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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 부르는 건 큰 애 따라 하니? 네 아빠는 괜찮은데 나는 엄마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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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봐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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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귀여운 맛이 없어. 딸을 낳아야 했다니까? 내가 그래서 그날 밤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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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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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까까지 진지했는데 엄마랑 얘기하니까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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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싸우는 건 좋은데. 저녁은 먹고 가.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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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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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좋아하는 음식들로 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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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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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마누라가 주방 들어가면 욕먹어 얘. 뭣도 모르면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주방 이모들이 얼마나 뭐라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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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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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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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나마 가족으로 연결될 수 있는 건 엄마의 이런 성격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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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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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을 좀 풀라고 엄마가 요령 있게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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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다면 나 역시, 너무 과격하게는 말하지 말자고 생각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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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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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꿔왔던 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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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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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오윤지의 아련한 목소리가 귓가에 머금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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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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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경을 쓰고 책을 읽던 아버지가 천천히 내 쪽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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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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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을 나가겠다고 말했던 그때와 똑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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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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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음에도 아버지는 천천히 책갈피를 꽂은 채 책을 덮고, 안경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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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흐름은 그 일련의 행위들만으로 아버지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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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끓어오를 듯하던 나를 반강제로 기다리게 만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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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애비한테 인사는 못 할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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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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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누구 딸인지는 알고 있는 거냐? 내 아들놈이 사형수 딸한테 눈 돌아갔는데 그걸 가만히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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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 걔는 자기 아버지 얼굴 본 적도 몇 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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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가 배에 있을 때 감옥에 들어가셨다고 들었다. 무슨 일 때문인지 묻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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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말하고 싶지 않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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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면 찾을 수 있었겠지만 그것 역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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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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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역시 자신의 아버지와 아예 별개의 존재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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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조사하셨으면 다 알 거잖아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거! 예? 걔가 뭘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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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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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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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아버지의 시선에선 일말의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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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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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걸 아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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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핏줄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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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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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얇지만,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게 나의 목을 죄어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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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게 핏줄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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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여오는 감각이 더욱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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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을 띠는 그것은 심장박동처럼 두근거렸으며 뜨겁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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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잘못 없지만, 핏줄이기에 이런 책임을 지는 거다. 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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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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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핏줄이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내가 품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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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을 죄여오는 감각을 선사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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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핏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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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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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숨이 흘러나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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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동자가 내게 물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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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큰놈이 아니라 너를 후계자로 지정하려고 했는지…… 이제는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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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걸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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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얘기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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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던 감정이 분풀이라도 하듯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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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당신이 모르지 않잖아! 당신 마음에 들겠다고 그렇게 고생하면서 살아온 형인데! 나한테 넘겨주겠다고 했을 때, 큰형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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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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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어? 그런 식으로 흘러가면 안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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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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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 집에 있다가는, 큰형의 모든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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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뺏을까 봐 겁이 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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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어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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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외침에도 아버지는 혀를 차며 대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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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지식? 능력? 그런 건 말이다. 결국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거야.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오면서 그거 없는 놈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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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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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본성이다. 그건 따라 하지 못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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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개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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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은 유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노력과 연기를 통해 숨기고 있지만 그건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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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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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사람이 좋아. 지 엄마를 닮았지. 애초에 논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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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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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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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지어진 미소는 섬뜩함과 묵직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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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다, 우진아.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소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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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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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랑 내기를 했다. 내 도움이 없어도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아오면 허락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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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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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믿고 오윤지는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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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락하면 안 된다고. 만나지도 말라고. 같잖은 편지를 남기려 한다는 걸 들어서 그것도 따로 치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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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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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끊지 말고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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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입꼬리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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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대로 되었을 때 지어지는 그런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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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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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지금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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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무렇지 않게 그 애를 잊어냈다. 방학 동안 슬퍼했지만, 결국 학교를 다시 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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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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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덧붙이며 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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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짧았다면 너는 더욱 금방 마음을 다잡았을 거고, 방학이 아니었다면 다음날 정신을 차렸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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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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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넌 그런 놈이다. 그리고 그런 너를 알고 있으니까 내가 후계자로 택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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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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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뿐일까? 이제는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고 들었다. 단순히 오윤지를 잃은 것에서 끝나지 않았어.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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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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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워. 그들이 너 때문에 힘들어할 건 생각도 안 하지? 아주 이기적이야. 위에 있는 사람은 그래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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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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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들 앞에선 웃고 있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열심히 한다는 명목으로 즐기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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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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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있어 정당성을 부여했겠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게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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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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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과 지내왔던 수많은 시간들이 지금,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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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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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지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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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인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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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선언은, 못을 박듯 나를 때리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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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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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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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그러기도 싫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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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몰래 그냥 밖으로 나가려고 걸음을 재촉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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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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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랑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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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인 큰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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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안 좋게 끝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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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차렸다는 작은 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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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여기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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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해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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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형들을 보고 있자니, 작은형이 내게 와서는 바로 어깨동무를 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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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돌아왔다고 해서 형이랑 같이 왔지. 근데 일단 사우나부터 들어가자! 머리 복잡할 때는 사우나가 최고야! 형도 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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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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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으쓱거리면서도 사우나 들어가는 걸 거절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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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하에 따로 작게 목욕탕과 사우나가 있었기에 가는 데 오래 걸리진 않지만 솔직히 별로 땡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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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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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형들에게 끌려가듯 가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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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어디 가니? 저녁 차려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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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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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요! 형제들끼리 몸의 대화를 나누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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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운이도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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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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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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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자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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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커서 형들이랑 사우나 가는 게 좀 불편하긴 했으나. 이렇게 적극적으로 두 형이 요구해 오면 어쩔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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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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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런 우리를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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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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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따라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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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엄마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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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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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지하는 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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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으면 내가 말리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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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뭐 숨길 게 있다고 남정네들이. 니들 꼬추 새끼손톱만 할 때부터 내가 다 씻겨주고, 닦아주고 했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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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 떤다고 외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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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씻기는 것도 아줌마들한테 맡겼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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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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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씻겨주면 니들이 울잖아. 그래서 식모들이 까불지 말고 가라고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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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머쓱해하며 중얼거리더니 우리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총총걸음으로 주방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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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님! 저희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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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소파 앉아서 TV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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