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415 lines
13 KiB
Markdown

기본적으로 스포츠카는 2인승이다.
내가 픽한 스포츠카가 내부가 넓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구조 자체는 동일하다.
2인승이었기에 셋이서 타고 갈 수 없는 상황.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네, 이서야?”
능글맞게 어깨를 으쓱거리는 오윤지. 몸짓 하나하나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걸 보니 여전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자리는 있지.”
괜히 친구였던 게 아니었을까.
최이서는 당돌하니 앞으로 나서며 나를 끌고 간다.
조수석에 나를 앉힌 최이서. 생각 이상으로 차체가 낮았던 탓에 약간 고생하긴 했으나.
어쨌든 앉을 수 있었고.
그대로 내 위에 앉는다.
“어때? 괜찮지?”
“흐, 흐응?”
살짝 당황했는지 오윤지의 목소리가 떨리며, 미소를 머금은 채로 표정이 굳었지만 금방 정신 차리고 운전대를 잡았다.
“저기, 이거 좀 과하게 좁은데.”
카섹x는 개뿔.
이거 최이서가 위에 올라타서 앉아 있지만, 차체가 낮은 탓에 머리를 구기듯 옆으로 돌리고 있다.
“조금 몸을 낮춰봐.”
결국 앉았다기보다는 누웠다고 말하는 게 어울리는 자세.
최이서의 뺨과 내 뺨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으며, 안에 버튼이 많은데 혹시 건드릴까 봐 뒤에서 안아 미연에 방지했다.
“흐, 흐으응?”
옆에서 기묘한 콧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결국 셋이서 타게 된 스포츠카.
섹x 할 때도 이렇게까지 밀착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곰인형처럼 내 품에 쏙 안겨 있는 최이서를 느끼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후우우.”
아닌가.
설레서 두근거린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오윤지 눈치를 봐서 그런 건가.
“어디로 가려고?”
“경치 좋은 카페가 있어. 거기로 가자.”
“방금 커피 마셨는데?”
“가면 한 잔 더 마실걸.”
무슨 소리인가 했으나 오윤지는 설명 대신 우렁찬 엔진음으로 대꾸했다.
귀가 터질 것만 같은 소음이었으나, 그렇기에 남자의 심장을 자극하기도 한다.
주변의 시선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슈퍼카는 안락함과 만족감을 동시에 채워주었다.
“우와아.”
신기한 건 최이서도 마찬가지였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신기해한다.
“그만 움직여.”
꼬물꼬물 거렸기에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주의를 주자, 최이서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대꾸했다.
“왜. 내가 이런 거 언제 타보겠어.”
“그럼 얼굴만 움직여. 몸은 가만히 있고.”
“좁아서 불편해?”
“……반만 맞았어.”
좁은 건 맞지만 불편하진 않다.
아니, 오히려 좋아서 문제다.
아까 최이서가 자극했던 거랑 더불어서 움찔거리듯 엉덩이가 움직이니 하반신에 힘이 들어간다.
게다가 말랑한 살결과 체온, 체취까지.
사실상 포개어져 있다고 말해도 될 거리였기에 흥분하는 건 불가항력이 아니겠는가.
점점 하반신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자 슬슬 최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는데.
“힉?!”
역시.
엉덩이를 찌르는 감촉에 당황한 걸로 보이는 최이서.
하지만 이내 차분해지더니 아무렇지 않게 귓가에 속삭여준다.
“괜찮아.”
이전에 PC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 익숙해 보이기도 했고, 이게 사실 내 의지에 따라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이해해 주는 모양.
그런 배려가 사랑스러웠기에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자 콧소리를 내면서 웃는다.
“간지러워.”
말은 그래도 싫지 않은 게 딱 보였는데.
“이것들이 지금 내 눈앞에서 뭐 하는 거야?”
옆에서 들려온 오윤지의 핀잔 때문에 야릇해지던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았다.
만약 나와 최이서만 있었다면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니 더 힘이 들어갔다.
“흐익?!”
그것 때문에 깜짝 놀란 최이서가 신음을 흘렸지만 그건 그냥 지나가는 해프닝 중 하나일 뿐이었고.
또한 신경질 부리듯 차량의 엔진음이 터져 나온 것도, 속도가 좀 더 빨라지는 것도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도착한 곳은 꽤나 큰 커피숍이었다.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가현대는 물론이거니와 아예 시내 전체가 보이는 절경.
차를 타고 카페를 간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런 분위기와 풍경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실제로 아직 손님이 없을 어중간한 시간임에도 널찍한 주차장 곳곳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 여기구나. 여기 아포카토? 그런 게 유명해.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몇 번인가 와봤는지 최이서는 익숙하게 메뉴를 알려줬는데.
“…….”
이제야 오윤지가 나한테 커피를 더 마실 거라고 한 이유를 알았다.
“우진이가 그거 좋아해. 예전에 한 번 먹여줬는데 꽤나 환장하더라.”
“아…….”
주차를 하는 와중에 오윤지는 가볍게 내 취향에 대해서 언급했고.
최이서는 몰랐다면서 살짝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같이 있던 시간이라는 게 있으니까 나에 대해서는 오윤지가 더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차에서 낑낑거리며 내린 우리는 바로 카페로 들어갔다.
아까 오윤지가 말했던 게 묘하게 거슬렸기에 그냥 다른 거 마실까 싶었으나 딱히 땡기는 것도 없고.
아무래도 나 때문에 여기 온 것 같으니 그냥 아포카토로 시켰다.
“의외네.”
주문을 마치고 자리를 잡으러 가는 와중, 옆에서 최이서가 힐끔 물어왔다.
“뭐가?”
“아포카토 같은 거. 전혀 안 좋아할 것 같았거든.”
“으음, 단 걸 막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 근데 저건 아이스크림이랑 커피랑 섞이니까 의외로 괜찮더라고.”
“그렇구나.”
하나 배워간다면서 끄덕이는 최이서. 기억하겠다며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저절로 입가에 번졌다.
“그럼 너는?”
“응?”
“너는 무슨 커피를 좋아해? 보면 카페라떼를 자주 마시긴 하던데.”
내 질문에 빤히 나를 쳐다보던 최이서가 작게 웃으면서 답해준다.
“맞아, 카페라떼를 자주 마셔. 근데 피곤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해서 마시고.”
“음, 그럼 시험기간에는 그렇게 가져다주면 되겠군.”
“기다리고 있을게.”
이제 개강했는데 벌써부터 시험 기간 얘기하는 건 피곤하긴 했으나.
묘하게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비단 나만의 착각이 아닐 거다.
어쨌든.
시간이 시간인지라 명당으로 보이는 창가 쪽도 자리가 비어 있었기에 그쪽에 앉는다.
오윤지 맞은편에 앉았는데, 최이서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대로 내 옆에 앉는다.
“오늘은 우진이 친구로 온 거니까.”
나름의 선을 긋는 그녀.
“마음대로.”
오윤지도 별 상관없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넘어갔다.
“무슨 대화를 하고 싶은데?”
내가 운을 떼며 묻자 오윤지는 잠시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무언가 느낀 점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말을 정리하는 중일까.
무엇이 되었든 나는 흔들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옆에 최이서도 있으니까.
“음.”
천천히 테이블에 손을 얹은 오윤지. 그러더니 이번엔 창밖을 한 번 쓱 보곤 웃으며 답했다.
“글쎄.”
“응?”
뜬금없이 뭔가 싶었다.
뭔가 말할 게 있으니까 나를 데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녀의 표정에서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었다.
혼란스러워도 보였고.
기뻐 보이기도 했으며.
슬픈 듯 보이기도 했다.
언제나 당당하던 오윤지가 잠깐이나마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그냥, 너랑 이렇게 있고 싶었던 것 같아.”
턱을 괸 채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오윤지.
입가에 작게 걸린 미소는 애처로움이 담겨 있었다.
“그게 다였던 것 같아. 뭔가 할 말이 있는 척하면서…… 드라이브하고, 커피 마시고, 얘기도 잠깐 하고.”
“뭐 하자는 거야?”
약해지고 싶지 않았다.
물러서고 싶지도 않았다.
미련을 주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깔끔하게 헤어졌고, 그렇기에 더 이상 미련이 남아선 안 됐다.
“이런 식으로 굴지 마. 너답지 않아.”
“그러게. 나답지 않네. 너랑 이서가 꽁냥대는 걸 봐서 좀 센치해진 것 같기도 해.”
“…….”
“지난번에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었잖아. 결국 너는 나를 고를 거라고.”
“그랬지.”
“근데 내가 참 아무것도 몰랐구나 싶어. 솔직히 네가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랑 그런 식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게.”
천천히 다시 고개를 돌린 오윤지.
언제나 타오르던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걸 직접 보게 됐다는 게. 의외로 기분이 썩 좋진 않네.”
말문이 막혔다.
해줄 말이 머릿속에 여럿 준비되어 있었고.
당장이라도 택시를 불러서 집에 가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오윤지의 저런 표정을 보니 그런 마음들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우웅!
울려오는 진동벨.
“내가 다녀올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친구를 위한 배려였을까.
진동벨을 낚아챈 최이서가 바로 커피를 받으러 가버렸고.
둘이 남게 된 테이블.
오윤지는 잠시나마 자리를 비켜준 최이서가 고마웠는지 그쪽을 쳐다보다 숨을 고르며 입을 연다.
“안 물어봐?”
“뭘?”
“너한테 왜 연락 안 했는지.”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
입안에 모래라도 쏟아 넣은 듯 텁텁하기 그지없었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았으나.
“그게 뭐가 중요해.”
냉정함을 연기하는 나의 목소리.
“어차피 떠났잖아. 편지를 남겼니 뭐니 해도. 그게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전화나 톡 한 번 할 수 있는데 안 한 건 너잖아.”
“…….”
“내가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았고.”
그 당시.
핸드폰을 부여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오윤지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는 건 알겠다.
우리 가족 때문에 의도치 않고 헤어졌다는 것 역시 잘 알겠다.
그래도 연락 한 통.
기다려 달라는 말 한마디만 해줬으면.
나는 계속, 기다렸을 텐데.
“너랑 연락하지 않기.”
숨을 내쉰 오윤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그게 너희 아버지랑 내가 한 약속이었어.”
“아, 버지?”
“아마 그런 걸 노리셨던 거 같아. 시간이 지나면 네가 나를 잊겠지. 지금 당장에는 사랑해도 결국 멀어지면 감정도 옅어지겠지.”
나도 모르게 천천히 눈이 크게 뜨였다. 큰형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아버지가 연관되어 있던 거였다고?
“아마 우리 아빠 때문에 더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 사형수 아빠가 있는 년이, 재벌집 아들 하나 잡아서 인생 피려고.”
골드원에서 큰형이 말했었다.
뒷조사를 했다고.
윤지의 아버지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그것이 다시금 떠오른 나는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낀다.
“정말 편지 못 받았구나. 울면서 다 적어뒀는데.”
또한 그런 나를 보며, 허탈하다는 듯 숨을 고르는 오윤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감정에 북받쳐하는 모습을 보는 건.
“약한 소리는 오늘까지만 할 거야.”
“윤지야.”
“나…… 나름대로 성공했어. 너를 데려갈 수 있을 정도로. 회장님 아들이 아니라, 그냥 김우진이랑 같이 있을 수 있을 정도로.”
“…….”
“근데, 회장님이 맞았나 봐.”
한 학기.
“너를 데려올 자리를 만들었지만, 정작 너는…….”
오윤지가 없던 한 학기 동안 나는…….
“이미 잘 지내고 있잖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알량한 내 머리로는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런 내게.
“우진아.”
오윤지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부탁해 왔다.
“조금만 더 있어 줄 수 있어?”
“…….”
“너랑 같이 드라이브도 했고, 카페도 왔고, 이제 커피도 마실 거야.”
실로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창문을 통해 쬐어지는 햇볕을 받으며.
“음.”
낮잠 자듯 차분히 눈을 감은 채 작게 속삭였다.
“꿈꿔왔던 순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