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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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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솔직하게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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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몇 분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꺼져가던 가슴 속 불씨가 다시금 지펴진 느낌에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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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걸 티 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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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티 낼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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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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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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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런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더 차갑게 말을 내뱉은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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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발버둥을 눈치챈 듯 오윤지는 여전히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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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라도 끓여주고 갈까? 너 내가 끓여준 거 좋아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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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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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김치찌개 안 먹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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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먹으니까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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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게 몇 번이고 쳐내자 오윤지도 좀 짜증 났는지 팔짱을 끼면서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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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복학해. 일이 대강 궤도에 올라서 여유도 좀 생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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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2학기부터 복학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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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는 다니고 휴학했으니까 당연히 복학해도 1학년 2학기부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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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는데. 그래도 학교에는 종종 가려고. 너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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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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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으니까 너무 무서운 표정 짓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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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몸을 트는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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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더 이상 대화했다가는 진짜 큰 소리가 나올 것 같았는데 딱 선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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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분명하게 해둬. 너 이제 여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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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를 잡고 나가는 오윤지에게 굳이 한마디 덧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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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자신도 뭔가 흔들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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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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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내 말에 오윤지는 처음으로 살짝 애달픈 미소를 지으면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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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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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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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겨낼 거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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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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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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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찾아오자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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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오윤지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리움과 반가움 그리고 그녀가 잘 지냈다는 안도감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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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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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풍기고 있는 강렬한 장미 향은 은은하니 방안에 남아 잊고 있던 과거를 다시금 떠오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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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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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싸쥔 채로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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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서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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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 정도는 해주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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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했다가는 뭔가 달라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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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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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괴로워하다 애써 마음을 다잡고 탁자로 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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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끓여준 김치찌개는 이미 다 식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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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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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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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종종 찾아왔지만 내 상태를 보더니 걱정하면서도, 깊게 묻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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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윤지 때문이라는 걸 감각적으로 눈치챈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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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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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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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최이서가 찾아오는 빈도가 줄었고, 그사이 시간이 지나 서예린과 유아린도 골드원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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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정작 약속을 잡자는 얘기만 나올 뿐 딱히 일이 진행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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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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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심드렁하니 대꾸하자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대답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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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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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흐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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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만에 가현대에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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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기숙사 면접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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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모여 있는 사람들 중 풋풋함을 걸친 채로 대학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신입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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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년에 저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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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혼자 자취하면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으니 설레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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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1년 지나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처럼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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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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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학년이 됐는데 벌써부터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으니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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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은 요즘 잘 보지도 않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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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관리자라는 입장치고는 대나무숲을 안 본 지 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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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관리를 좀 해야 된다고 생각은 했으나 정작 손가락은 앱을 누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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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복잡해서 죽겠는데 대나무숲에서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보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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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유아린이 알아서 잘해주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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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믿으면서 대기실에서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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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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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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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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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체격에 사람 좋은 턱살이 인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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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 같이 방을 썼던 룸메이트, 식품조리학의 오대상 형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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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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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형님? 형도 기숙사 면접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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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물일곱인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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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는 1학년부터 쭉 기숙사에서 생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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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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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학년이니 형님께서도 졸업반이다. 원래 졸업반은 기숙사에 잘 받아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름 자신이 있으신지 여유로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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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떠나긴 했으나 골드원에서 지냈던 일로 나름의 회포를 풀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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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게 느껴지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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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은 머리가 모자 뒤로 툭 튀어 나오신 주희 선배가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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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희구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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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형님은 꽤나 반갑게 인사하셨다. 골드원에서 둘 다 주방에서 일했으니 나름 친해진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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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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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대상 형님 나이가 있으시니 주희 선배도 존댓말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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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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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자 주희 선배는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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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잘 지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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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요. 잘 지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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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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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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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내 품에 안겨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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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잠깐 뒤로 밀려나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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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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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주희 선배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시는 게, 내가 그때 꿈을 꿨나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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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면접 준비는 잘했고? 서류랑 다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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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한번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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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봐. 골드원에서 일하던 건 잘 챙겨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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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으셔서 이것저것 확인해 주시는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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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진짜 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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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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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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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리에 손을 얹은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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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도 아무런 일 없던 것처럼 굴고 있는 주희 선배를 보면서 나도 그것을 따라 그냥 없던 일로 해야 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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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으면 물어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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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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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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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오윤지 때문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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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상황을 하나 더 늘리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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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도 없던 일로 하고 싶은 것 같으니, 나 역시 선배를 따라서 평소처럼 장난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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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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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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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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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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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 지난 일주일간 오윤지 때문에 민주희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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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뭔데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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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는 반대로, 김우진에 대한 생각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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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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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김우진이 자신의 머리에 툭 하고 얹었던 손길의 감촉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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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데 눈도 마주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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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안겼을 당시의 온기도 몸이 저릿할 정도로 남아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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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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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근육이 잡혔던 김우진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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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만지작거렸던 촉감도 손바닥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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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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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그냥 야구방망이 하나 가져와서 그때 기억하냐고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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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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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때리는 건 너무나 익숙한 민주희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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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류의 상황에는 조금도 면역이 없는 그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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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때 왜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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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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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 지내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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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스키까지 타고 와서 상쾌하게 자려던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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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깨지 않게 소리를 내지 않고 숙소에 들어왔는데 정작 소리는 안에서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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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누가 영화를 보는 줄 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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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한 신음을 들은 다음에는 누가 야동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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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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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근원인 서예린과 유아린의 방문을 살짝 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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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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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흐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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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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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토해내던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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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린 채로 김우진에게 깔리듯 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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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숙소인데 김우진이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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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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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마찬가지로 벗고 있는 유아린이 그만하라고 김우진을 말리려 들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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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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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엉덩이를 때리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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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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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깔린 김우진의 목소리는 정말 자신이 알던 귀여운 후배가 맞나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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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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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 옆에 같이 엎드려 엉덩이를 내민 채 기다리는 유아린을 본 순간, 충격적이다 못해 뇌가 떨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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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마찬가지로 기가 세던 유아린이 말 그대로 암캐처럼 순종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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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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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한 남자의 아래에 깔려서 앙앙거리고 있었고, 또한 그것이 너무 좋다는 듯 기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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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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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남자랑 관계하면 싸우는 것밖에 없었고, 대학에 와서는 장학금을 위해서 공부만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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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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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했기에 궁금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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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했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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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했기에 흥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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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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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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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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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묘한 충동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김우진의 옆에 누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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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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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능 같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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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면서 부끄러움도 잊고 소리를 질러대던 두 후배의 모습에서 묘한 흥분을 느꼈기에 그냥 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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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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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의 손이 머리에 얹어졌을 때는 묘한 짜릿함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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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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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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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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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제 차례네요.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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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그냥 알려준 대로 대답하면 별문제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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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개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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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민주희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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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야 화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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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민주희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꼈는지 오대상이 물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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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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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으득 물며 민주희가 대꾸하는 걸 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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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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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상은 본능적으로 눈을 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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