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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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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 솔직하게 말해서.

고작 몇 분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꺼져가던 가슴 속 불씨가 다시금 지펴진 느낌에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티 낼 수는 없었다.

아니, 티 낼 생각이 없었다.

“나가.”

그래서일까.

오히려 그런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더 차갑게 말을 내뱉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발버둥을 눈치챈 듯 오윤지는 여전히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나를 쳐다봤다.

“된장찌개라도 끓여주고 갈까? 너 내가 끓여준 거 좋아했잖아.”

“가라고.”

“삼겹살에 김치찌개 안 먹잖아.”

“이제 먹으니까 가라고.”

단호하게 몇 번이고 쳐내자 오윤지도 좀 짜증 났는지 팔짱을 끼면서 투덜거렸다.

“나도 이제 복학해. 일이 대강 궤도에 올라서 여유도 좀 생겼거든.”

“어차피 2학기부터 복학할 거 아니야.”

1학기는 다니고 휴학했으니까 당연히 복학해도 1학년 2학기부터겠지.

“그건 맞는데. 그래도 학교에는 종종 가려고. 너 보러.”

“…….”

“그거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으니까 너무 무서운 표정 짓지 마.”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몸을 트는 오윤지.

오늘은 더 이상 대화했다가는 진짜 큰 소리가 나올 것 같았는데 딱 선을 지켰다.

“하나만 분명하게 해둬. 너 이제 여친 아니야.”

문고리를 잡고 나가는 오윤지에게 굳이 한마디 덧붙여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자신도 뭔가 흔들릴 것만 같았다.

“잔인하네.”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오윤지는 처음으로 살짝 애달픈 미소를 지으면서 대꾸했다.

“하지만 괜찮아.”

“…….”

“나는 이겨낼 거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쿵.

문이 닫히고.

적막이 찾아오자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이 오윤지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리움과 반가움 그리고 그녀가 잘 지냈다는 안도감이라는 게.

스스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여전히 풍기고 있는 강렬한 장미 향은 은은하니 방안에 남아 잊고 있던 과거를 다시금 떠오르게 만들었다.

“하, 씨.”

머리를 감싸쥔 채로 주저앉는다.

잘 지내서 다행이네.

그런 말 정도는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말을 했다가는 뭔가 달라질 것 같아서.

퉁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괴로워하다 애써 마음을 다잡고 탁자로 갔으나.

최이서가 끓여준 김치찌개는 이미 다 식어 있었다.


집에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었다.

최이서가 종종 찾아왔지만 내 상태를 보더니 걱정하면서도, 깊게 묻지는 못했다.

아마 오윤지 때문이라는 걸 감각적으로 눈치챈 모양이었다.

‘미안하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최이서가 찾아오는 빈도가 줄었고, 그사이 시간이 지나 서예린과 유아린도 골드원에서 돌아왔다.

같이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정작 약속을 잡자는 얘기만 나올 뿐 딱히 일이 진행되진 않았다.

내 탓이었다.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심드렁하니 대꾸하자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대답이 거의 없었다.

‘하아.

속절없이 흐른 시간.

나는 오랜만에 가현대에 돌아와 있었다.

다름 아닌 기숙사 면접 때문.

바글바글 모여 있는 사람들 중 풋풋함을 걸친 채로 대학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신입생들이었다.

‘나도 작년에 저랬는데.

집안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혼자 자취하면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으니 설레기 그지없었다.

정작 1년 지나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처럼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1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2학년이 됐는데 벌써부터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으니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대나무숲은 요즘 잘 보지도 않고 있네.

생각해 보니 관리자라는 입장치고는 대나무숲을 안 본 지 꽤 되었다.

들어가서 관리를 좀 해야 된다고 생각은 했으나 정작 손가락은 앱을 누르지 않았다.

지금도 복잡해서 죽겠는데 대나무숲에서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보고 싶진 않았다.

아마 유아린이 알아서 잘해주고 있겠지.

그냥 그렇게 믿으면서 대기실에서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데.

“음?”

“어?”

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

푸짐한 체격에 사람 좋은 턱살이 인상적인.

골드원에서 같이 방을 썼던 룸메이트, 식품조리학의 오대상 형님이었다.

“우진이?”

“대상 형님? 형도 기숙사 면접 보세요?”

이제 스물일곱인 걸로 아는데.

“응, 나는 1학년부터 쭉 기숙사에서 생활했어.”

“아, 그러셨구나.”

이제 4학년이니 형님께서도 졸업반이다. 원래 졸업반은 기숙사에 잘 받아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름 자신이 있으신지 여유로우셨다.

내가 먼저 떠나긴 했으나 골드원에서 지냈던 일로 나름의 회포를 풀고 있자니.

따갑게 느껴지는 시선.

묶은 머리가 모자 뒤로 툭 튀어 나오신 주희 선배가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주희구나. 안녕.”

대상 형님은 꽤나 반갑게 인사하셨다. 골드원에서 둘 다 주방에서 일했으니 나름 친해진 모양.

“안녕하세요.”

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대상 형님 나이가 있으시니 주희 선배도 존댓말을 하셨다.

“선배 안녕하세요.”

나도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자 주희 선배는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려, 잘 지냈냐.”

“아, 그럼요. 잘 지냈죠.”

솔직히 말해서.

그래, 까먹고 있었다.

주희 선배가 내 품에 안겨 있었다는 걸.

오윤지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잠깐 뒤로 밀려나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근데…….

막상 주희 선배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시는 게, 내가 그때 꿈을 꿨나 싶을 정도.

“기숙사 면접 준비는 잘했고? 서류랑 다 가져왔어?”

“넵, 한번 보시겠어요?”

“줘봐. 골드원에서 일하던 건 잘 챙겨왔고?”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으셔서 이것저것 확인해 주시는 주희 선배.

‘뭐지, 진짜 꿈이었나.

아닌데.

분명 아닌데.

내가 머리에 손을 얹은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근데도 아무런 일 없던 것처럼 굴고 있는 주희 선배를 보면서 나도 그것을 따라 그냥 없던 일로 해야 하나 싶었다.

평소였으면 물어봤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오윤지 때문에 좀…….

복잡한 상황을 하나 더 늘리고 싶진 않았다.

주희 선배도 없던 일로 하고 싶은 것 같으니, 나 역시 선배를 따라서 평소처럼 장난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새끼 뭐지?!

반대였다.

‘도대체 뭐냐고!

김우진이 지난 일주일간 오윤지 때문에 민주희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있는 동안.

‘아, 뭔데에에!

민주희는 반대로, 김우진에 대한 생각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나?!

아직도 김우진이 자신의 머리에 툭 하고 얹었던 손길의 감촉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근데 눈도 마주쳤는데?

품에 안겼을 당시의 온기도 몸이 저릿할 정도로 남아 있었으며.

‘뭔데 도대체!

살짝 근육이 잡혔던 김우진의 몸.

그것을 만지작거렸던 촉감도 손바닥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아오, 답답해!

마음 같아서는 그냥 야구방망이 하나 가져와서 그때 기억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람을 때리는 건 너무나 익숙한 민주희였으나.

이런 부류의 상황에는 조금도 면역이 없는 그녀였으니까.

‘내가 그때 왜 그랬지?!

사고였다.

골드원에서 지내던 밤.

새벽 스키까지 타고 와서 상쾌하게 자려던 민주희.

애들이 깨지 않게 소리를 내지 않고 숙소에 들어왔는데 정작 소리는 안에서 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가 영화를 보는 줄 알았고.

격한 신음을 들은 다음에는 누가 야동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소리의 근원인 서예린과 유아린의 방문을 살짝 열었을 때.

그제야.

‘하악! 흐아앙!

진실을 알게 되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토해내던 서예린.

엎드린 채로 김우진에게 깔리듯 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다.

여자 숙소인데 김우진이 왜 여기에?

그런 생각이 들려던 찰나.

옆에서 마찬가지로 벗고 있는 유아린이 그만하라고 김우진을 말리려 들었으나.

찰싹!

그는 엉덩이를 때리며 경고했다.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무겁게 깔린 김우진의 목소리는 정말 자신이 알던 귀여운 후배가 맞나 싶었고.

‘네, 네엣.

서예린 옆에 같이 엎드려 엉덩이를 내민 채 기다리는 유아린을 본 순간, 충격적이다 못해 뇌가 떨리는 느낌이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가 세던 유아린이 말 그대로 암캐처럼 순종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풍경.

두 여자가 한 남자의 아래에 깔려서 앙앙거리고 있었고, 또한 그것이 너무 좋다는 듯 기뻐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랑 관계하면 싸우는 것밖에 없었고, 대학에 와서는 장학금을 위해서 공부만 했기에.

남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민주희.

무지했기에 궁금하지 않았고.

무지했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무지했기에 흥미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되었고.

‘…….

당시 기묘한 충동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김우진의 옆에 누워 봤다.

그냥.

그냥 본능 같은 거였다.

행복하다면서 부끄러움도 잊고 소리를 질러대던 두 후배의 모습에서 묘한 흥분을 느꼈기에 그냥 해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김우진의 손이 머리에 얹어졌을 때는 묘한 짜릿함마저 느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에에!

“오, 제 차례네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려, 그냥 알려준 대로 대답하면 별문제 없을 거다.”

저 개자식이.

아무렇지 않게 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민주희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주희야 화났어?”

그런 민주희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꼈는지 오대상이 물었으나.

“아뇨.”

이를 으득 물며 민주희가 대꾸하는 걸 본 순간.

“넵.”

오대상은 본능적으로 눈을 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