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335 lines
11 KiB
Markdown

경사의 연속이었다.
우주 구조물 금죽화는 무사히 완공됐다.
그리고 금영영의 일일 평균 수행 시간이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심마 전문가 역시 완치 판정을 내렸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서란도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무수면 일벌레 루틴을 재개했다는 뜻이었다.
서란의 하루는 새벽녘부터 시작됐다.
엄밀히 말하면 ‘하루를 시작한다.’보다는 ‘당일 일정을 시작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애초에 잠을 안 자니까.
서란의 하루 일과는 아침 명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원래는 한증막에서 영혼을 단련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향로 법보는 현재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황, 부득이 일반 명상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명상이 끝나면 몸부터 씻고, 조식을 먹었다.
이른 새벽부터 출근한 오전 파트 하녀들이 칼 같이 조리해 준 영양 만점 브렉퍼스트였다.
일반적으로 아침 식단은 밥과 국을 기본으로 생선과 고기, 제철 채소 등으로 구성된다.
참고로 잉어는 결코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함께 사는 잉어 출신 용, 담청 때문이었다.
그래도 잉어 이외의 생선은 굽든, 찌든, 삶든, 튀기든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아침 식사가 끝날 즈음에 단약이 도착했다.
약당에서 심혈을 기울여 조제한 최상품이었다.
물건은 사람이 아니라 도자기 인형이 배달했다.
서란은 묵묵히 당일 치 단약을 삼켰다.
맛이 다소 이상해도 불평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니까.
이후에는 오전 수행을 할 차례였다.
단약의 영험한 효능을 온전히 흡수하려면 먹자마자 수행을 시작하는 게 가장 좋았다.
약효를 전부 흡수한 뒤에도 계속되던 수행은 출근 준비 시간이 되고서야 끝났다.
출근이란 물론 대지모신으로서의 출근이었다.
서란은 하녀들의 도움으로 예복을 갖춰 입었다.
그리고 막 일어나서 브런치를 음미하는 금영영과 인사를 나눈 뒤에 저택을 나섰다.
서란은 근엄하게 앉아서 어인족을 맞이했다.
순례자가 바치는 공물을 받고, 보답으로 이런저런 덕담을 건네는 식이었다.
신도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대지모신의 종교 활동은 정오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는 퇴근해서 저택으로 복귀했다.
오전 내 기다리던 두근두근 중식 시간이었으니까.
오늘의 식사 장소는 중정 연못 위의 정자였다.
여름에는 가끔씩 야외에서 식사하곤 했다.
하녀들이 바쁘게 요리를 옮기고 있었다.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은 총 세 명.
서란과 담청, 그리고 금영영이었다.
방금 전에 브런치 처먹은 주제에 런치까지 챙겨 먹느냐는 지적은 무의미했다.
삼인방은 사이좋게 여름 특선 메뉴를 만끽했다.
식사가 끝났다고 자리를 파하는 건 아니었다.
다과를 즐기며 친목 또한 도모했다.
화기애애한 친목 다과회가 끝나자, 세 사람 모두 각자의 일정을 처리하러 떠났다.
담청은 오후 순례객을 응접하러 떠났다.
금영영은 밀린 독서 활동에 매진할 예정이었다.
서란은 어김없이 수련장으로 들어갔다.
즐거운 오후 수행 시간이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역시나 공법 수행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사영근을 조화시키고 싶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공법 수행만 주구장창 하지는 않았다.
원영기 공법 자체를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공법의 효능에 익숙해지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었다.
포화호신결 같은 경우에는 법화 결계였다.
서란은 평상복을 훌렁훌렁 벗었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불쥐의 털옷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전신에 새끼줄을 감았다.
바닥에 앉은 서란은 법화 결계를 발동시켰다.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이 서란을 집어삼켰다.
정화법력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사용자를 완벽에 가깝게 보호하는 최고의 결계였다.
서란은 자기 몸을 유심히 살펴봤다.
새끼줄은 어느 한 곳 타지 않은 채 멀쩡했다.
법화 결계를 온전히 통제하에 뒀다는 증거였다.
처음 법화 결계를 사용해 봤을 때, 서란은 입고 있던 옷을 홀라당 태워 먹었다.
그리고 오죽문이 구태여 불쥐의 털로 의복을 지어서 지급해 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엄청난 내화성을 지닌 불쥐의 털옷은 법화 결계 수행용 복장이었던 셈이다.
이그나이트 누드걸이 되기 전에 그 용처를 알았다면 정말로 좋았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서란은 달랐다.
맹렬히 타오르는 결계의 법화에도 불구하고 몸에 감은 새끼줄은 재가 되지 않았다.
이제 불꽃 탈의로 나체가 될 걱정은 없었다.
서란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수련장을 나섰다.
그리고 찾아온 저녁 식사 시간.
화목한 석식 이후, 서란은 저녁 명상을 했다.
명상이 끝나자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됐다.
하지만 서란은 이미 원영기 수사, 수면 따위는 불필요한 진정한 초인이었다.
이제부터는 전부 자유 시간이었다.
서란은 일단 좀 놀기로 했다.
온종일 열심히 수행한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그래서 야밤에 혼자 오두방정을 떨며 인형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상에서 제일 기쁜 건, 인형술 연구...”
열정적으로 인형술을 탐구하던 서란은 축시(오전 1시부터 3시까지) 무렵에 방으로 돌아갔다.
사람이 한층 감성적으로 변하는 시간대.
소설을 집필하기에는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서란은 차분한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글을 썼다.
창작 활동은 새벽녘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는 아침 명상에서부터 시작하는,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서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매일 변함없이 반복되는 하루.
이변이 일어난 건 초겨울 무렵이었다.
평소와 같은 정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식산대붕의 분신이 불쑥 찾아왔다.
내부를 둘러보던 식산대붕은 날개를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금영영이 앉아 있는 방향이었다.
지목당한 금영영은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대붕이, 언니 보고 싶어서 왔어? 아니면 배가 고파서? 언니랑 같이 밥 먹을까?”
제작자인 서란 입장에서 지적하자면, 식산대붕에게는 성별이나 허기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 기능은 애초부터 안 넣었으니까.
결국 금영영 입에서 나온 것 중에서 바른말은 하나도 없는 셈이었다.
물론, 금영영은 그런 사실에 관심이 없었다.
“자, 언니 따라해 봐. 밥 주세요, 밥.”
서란은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그게 되겠냐?”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식산대붕은 부리를 뻐끔거리더니, 고장난 녹음기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 바, 브, 바, 바브...”
삼인방은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뭐라고오오!”
“이, 이럴 수가!”
“대붕아!”
차례대로 서란, 담청, 금영영 순서였다.
삼인방은 경악한 얼굴로 식산대붕의 부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특히 금영영이 보여준 집중력은 놀라웠다.
여기 모인 삼인방 중에서 식산대붕과 가장 많이 놀아준 사람이 바로 금영영이었다.
식산대붕의 언어는 점차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바, 바브, 밥, 바, 밥, 밥...”
금영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언니 따라해 봐. 밥 주세요.”
“브, 밥, 바브, 밥, 밥...”
“그래, 그거야! 밥!”
마침내 식산대붕의 부리에서 정제된 언어가 나왔다.
“바보.”
“대붕아, 바보가 아니라 밥.”
“바보, 바보, 바보.”
식산대붕은 날개로 금영영을 가리킨 채 ‘바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실수는 아닌 듯 했다.
발음 자체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었으니까.
금영영은 그만 졸도해 버리고 말았다.
*****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다.
식산대붕은 ‘바보’라는 말을 어떻게 알았는가.
분명 누군가의 입에서 그런 단어를 들어 봤으니 배워서 써먹은 것일 터였다.
명탐정 이인조, 서란과 담청 콤비조차도 용의자 색출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저택의 주인은 물론이고, 객실 거주자인 담청과 금영영 역시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하녀들조차 마찬가지였다.
결국, 서란은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대붕아, 그 말 누구한테 배웠어?”
“바보, 바보.”
“그래, 그거 누구한테 배웠냐니까?”
식산대붕은 날개를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좌중의 시선이 그쪽 방향으로 쏠렸다.
거기에는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찾아온 외부인, 장선화가 있었다.
범인으로 지목된 장선화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저, 저 아니에요!”
“흠...”
“선생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제, 제가 애도 아니고 그런 비속어를 사용할 리가 없잖아요? 저 믿으시죠? 그쵸?”
장선화의 누명을 벗겨 준 건 생체 거짓말 탐지기, 담청이었다.
“선화의 말은 사실인 듯 하구나.”
“그건 어떻게 아셨나요, 담청 님?”
“번뜩이는 직관과 논리에 기반한 추리로!”
서란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흠...”
“무엇보다도 대붕이가 가리킨 건 선화가 아니다.”
“그러면 누구죠?”
좌중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담청이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 선화의 인면조다.”
일제히 돌아가는 좌중의 고개.
모두가 장선화의 어깨에 앉은 인면조를 바라봤다.
관심이 한순간에 집중되자 여태 시치미를 뚝 떼고 있던 인면조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졌다.
서란은 잽싸게 대세에 따랐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우리 착한 선화가 그런 나쁜 말을 사용했을 리 없지!”
“선생님, 저를 믿어 주셨군요!”
“그, 그럼... 믿고 있었다고...”
장선화의 애완 인면조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군요. 맞습니다, 바로 접니다. 제가 대붕이에게 비속어를 가르쳤습니다.”
명탐정 이인조는 오늘도 사건을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