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얼마 뒤, 수선 동아리가 다시 소집됐다.

마침 닷새에 한 번씩 찾아오는 휴일이었다.

그래서 호혜문과 이아금도 참석했다.

두 유령 회원은 우연히 저택 근처에서 만났다.

이아금은 비행 고도를 낮추며 인사했다.

“혜문 언니, 안녕하세요.”

산양을 타고 달리던 호혜문이 고개를 돌렸다.

“아금이도 안녕.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거 맞아요. 잉어 축제 때 마지막으로 보고 오늘이 처음이에요.”

“벌써 그렇게 됐나?”

호혜문과 이아금은 수다를 떨며 동행했다.

두 사람은 각각 글방 선생과 연단술사라는 판이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얼핏 보면 공통 화제가 그다지 없을 것 같지만, 막상 얘기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글방과 약당, 두 시설의 주된 이용자는 10세 미만의 소아들이었다.

글방은 6살부터 10살 사이의 아이들이 다닌다.

보다 나이가 어리면 탁아소가 담당한다.

반대로, 보다 나이가 많으면 영근 유무에 따라서 수선을 시작하거나 속세의 지배 계층으로서의 교양을 쌓는 식이었다.

호혜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감기 걸린 학생들이 많아서 참 걱정이야. 어제만 해도 다섯 명이나 결석했거든.”

“그거 유행성 감기예요.”

“그래? 나는 그냥 환절기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혹시 약당에도 감기 걸린 애들 많이 오니?”

이아금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소연을 시작했다.

“애들 많이 오냐고요? 애들만 와요. 약당 어디를 둘러봐도 코 훌쩍거리는 꼬꼬마들밖에 없어요.”

“그 정도야?”

“가끔씩은 다른 부류의 환자도 찾아오긴 해요. 무술 수련하다가 다친 연기기 수사나 아직 속세로 안 나간 청소년들 같은 경우죠. 그래도 대부분의 환자는 영유아예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약당은 오죽문의 보건 문제 전반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기기 수사는 질병에 걸리지 않고, 영근이 없는 범인들은 성인이 되면 속세로 나간다.

결국, 약당 소속 연단술사들은 자연스레 약사 겸 소아과 의사 노릇을 해야만 했다.

유행성 감기는 휴일이라고 쉬지 않는 법.

최근, 이아금은 교대 근무로 정신이 없었다.

오늘은 다행히도 비번이었다.

저택에 도착한 이아금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보세요, 진짜 귀여우니까.”

“대붕이가 몸으로 문을 막는다고? 진짜로?”

“글쎄, 그렇다니까요?”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렸다.

이아금과 호혜문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마침내 굳게 닫힌 대문이 활짝 열렸다.

앳된 하녀가 두 사람을 반겼다.

“아, 오셨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호혜문이 이아금에게 물었다.

“없잖아.”

“어라? 저번에는 분명히...”

“날 속인거니?”

참고로 식산대붕은 중정 연못에 있었다.

수문장 놀이는 질려서 그만둔 지 오래였다.

요즘은 물놀이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방금 도착한 호혜문과 이아금을 끝으로, 수선 동아리의 여섯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란의 입장에서 본 인계는 넓고 낮은 세계였다.

행성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활하지만, 대기권 자체는 상대적으로 얇았다.

그러니 결단기 수사 정도만 되어도 비행 법기를 타고 우주로 나갈 수는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돌아오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천공 결계를 벗어나는 즉시 손 써 볼 틈도 없이 공허 저편으로 사출될 테니까.

우스갯소리로 우자의 우화등선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위험성을 알기에 수도자들은 지나치게 높은 고도로 비행하기를 꺼렸다.

위험한 바다가 대륙 간의 장벽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천공 결계 때문이었다.

요괴 군단을 피하려고 무작정 높이 날았다가는 비자발적 행성 탈출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심지어 천공 결계는 부정형의 무언가였다.

바람에 나부끼는 비단처럼, 매 순간 형태가 불규칙하게 바뀐다는 뜻이었다.

천공 결계에 닿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면서 위험한 바다를 횡단하려 했던 용감한 탐험가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

천문학자들은 천공 결계가 품고 있는 비밀을 밝혀내고자 오랜 세월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여태까지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수선계의 상향 평준화로 문파 비승 사례마저 등장한 오늘날에도 천공 결계의 실체는 여전히 장막 속에 감춰져 있었다.

천공 결계.

무수한 천문학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미지.

수선 동아리의 세 번째 연구 주제이기도 했다.

설명을 마친 서란이 뭔가를 나눠 줬다.

“자자, 하나씩 받아 가세요.”

야외 강의, ‘천공 결계란 무엇인가?’를 경청하던 동아리 회원들이 돗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란이 나눠 주는 물건을 수령했다.

까만 색안경, 외래어로 하면 선글라스였다.

오죽문 본산 태생인 장선화가 물었다.

“선생님, 이게 뭔가요?”

서란은 연극 톤으로 말했다.

“아아, 모르는 건가... 그것은...”

“그것은?”

옆에 있던 호혜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 안경이군요.”

하려던 말을 뺏긴 서란은 시무룩하게 물었다.

“알고 있었어요?”

“예, 왕도에서 종종 봤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탓에 시력이 나쁜 고관이나 갑부들만이 사용하곤 했죠. 저희 아버지도 어느샌가부터 끼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색이 있는 안경은 또 처음이군요. 판관들이 쓴다는 얘긴 들어봤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왕도 출신이었죠...”

담청도 색안경을 낀 채 아는 척했다.

“나도 안경에 대해서는 좀 알지! 이건 이렇게 얼굴에 쓰는 물건이다! 나처럼!”

“담청 님, 위아래를 뒤집어서 쓰셨어요.”

“흠, 어렵구나...”

금영영과 이아금, 장선화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색안경을 요모조모 뜯어봤다.

삶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수도문파 안에서 지낸 세 사람에게는 꽤나 낯선 물건이었다.

수도자는 눈이 나빠질 일이 없으니까.

잠시 후, 서란은 오늘의 활동에 대해서 설명했다.

“방금 전에 했던 천공 결계에 관한 설명, 다들 기억하고 계시죠? 오늘은 탐사용 발사체를 통해서 천공 결계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장선화가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선생님, 이 색안경은 왜 나눠 주신 건가요?”

“그 색안경을 쓰고 있으면 탐사용 발사체에 달린 시각 기관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우주를 구경하는 셈이죠.”

“아하!”

일행은 탐사용 발사체가 있는 장소로 갔다.

서란의 저택 근처에 있는 들판이었다.

식산대붕의 본체가 앉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서란은 분신 식산대붕을 방목하며 당부했다.

“대붕아, 선화네 인면조랑 사이 좋게 놀고 있어야 한다? 우린 여기 있을 테니까, 너무 멀리 가지도 말고. 아참, 저기 저 울타리는 넘어가면 안 돼. 담청 님이 선인장 심어 놓으셨거든. 알겠지?”

분신 식산대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선화의 인면조와 함께 멀어졌다.

인면조는 뭐라고 뭐라고 계속 조잘거리고 있었다.

서란은 멋있게 선글라스를 쓰며 말했다.

“발사하겠습니다. 다들 색안경을 써 주세요.”

호혜문과 장선화가 까만 색안경을 썼다.

장신의 미녀와 선글라스의 조합.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과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금영영과 이아금도 색안경을 썼다.

이쪽도 굉장히 잘 어울렸다.

영화 배우 느낌이 물씬 났다.

서란은 마지막으로 담청을 바라봤다.

얼굴에 비해 유독 큰 안경알, 해맑은 미소.

하도 무게감이 없어서 불면 날아갈 듯 했다.

담청이 물었다.

“왜 그러느냐?”

서란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색안경,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고맙구나, 너도 잘 어울린다.”

“다행이네요.”

서란은 소매에서 신호기를 꺼내 눌렀다.

탐사용 발사체가 눈부신 섬광과 함께 날아올랐다.


수선 동아리 회원들은 색안경을 통해서 발사체와 시야를 공유한 상태였다.

자신들이 서 있는 들판이, 오죽문의 본산이, 대결계로 둘러싸인 산맥이 순식간에 작아졌다.

발사체는 빠른 속도로 고도를 높였다.

문득 서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명을 깜빡했는데, 색안경 옆면에 달린 작은 톱니를 돌리면 시점 변경도 가능합니다.”

이아금은 몇 번 더듬거리다가 톱니를 돌렸다.

하방 카메라에서 측방 카메라로 시점이 옮겨졌다.

끝도 없이 이어진 지평선에 의해서 반분된 천지가 이아금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탐사용 발사체에 부착된 수많은 관측 기관들은 매 순간 지상으로 자료를 전송했다.

전송된 자료는 일정 고도마다 자리잡은 자안효 군단을 중계기 삼아 식산대붕의 본체로 모였다.

그렇게 취합한 정보는 해석기관에 의해서 분류되고, 도자기 인형들의 손으로 기록됐다.

마침내 발사체의 머리가 천공 결계에 닿았다.

지표면을 향해 작용하던 인력은 특정 계면을 통과하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막대한 힘이 발사체를 잡아 뽑았다.

짧은 순간,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힘이 발사체의 상부와 하부를 제각기 당겼다.

장력을 견디지 못한 발사체의 허리가 부러졌다.

두 동강 난 발사체의 상하부는 자세 제어에 실패한 채 맹렬히 회전했다.

이내 발사체는 공허 저편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아금은 똑똑히 목격했다.

직선처럼 곧게 그어진 지평선이 삽시간에 휘어지더니 곡선이, 곧바로 원이 됐다.

직후에 시야가 요동치고, 정신없이 빙빙 돌더니 까맣게 물들었다.

발사체와의 연결이 끊긴 것이었다.

이아금은 경기를 일으키며 색안경을 벗었다.

마치 자신이 우주로 내던져진 듯한 느낌이었다.

이아금이 공포 영화 관람객이 보여줄 수 있는 만점짜리 반응을 보여주고 있을 때, 서란은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발사체가 보낸 관측 자료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흠...”

담청이 쪼르르 달려와서 물었다.

“뭔가를 알아낸 것이냐?”

심사숙고하던 서란이 대답했다.

“아뇨, 전혀 모르겠습니다.”

결국, 천문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