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25 lines
10 KiB
Markdown
325 lines
10 KiB
Markdown
|
||
서란과 담청은 우선 자리를 옮겼다.
|
||
|
||
복도는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 적절하지 못했다.
|
||
|
||
두 사람은 서재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
||
|
||
서란은 조용히 물었다.
|
||
|
||
“영영이가 심마라니, 정말인가요?”
|
||
|
||
“그래, 틀림없다. 요즘 유행하는 소설을 빌려주겠다고 했더니 수행 때문에 바쁘다고 거절하더구나.”
|
||
|
||
“확실히 평소답지 않기는 한데... 심마라고 단정 짓기에는 근거가 좀 부족하지 않나요? 그냥 요즘따라 수행이 하고 싶어졌을 수도 있잖아요.”
|
||
|
||
담청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
||
|
||
“아니, 심마가 분명하다. 영영이는 현재 수면 문제와 식욕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근심이나 걱정도 많은 모양이고. 단순히 취미 생활을 멀리하고 수행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야.”
|
||
|
||
서란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
||
|
||
“증상을 꽤 상세하게 알고 계시네요? 혹시 영영이가 자기 입으로 털어 놓기라도 했나요?”
|
||
|
||
“물론 본인은 숨기려고 했지. 하지만 내가 누구냐? 예리하게 금영영의 거짓말을 꿰뚫어 봤지.”
|
||
|
||
“거짓말인 줄은 어떻게 아셨는데요?”
|
||
|
||
담청은 대답이 궁했다.
|
||
|
||
용안의 비밀에 관해서 털어놓기는 좀 그랬다.
|
||
|
||
그래서 괜한 딴짓으로 시간을 끌었다.
|
||
|
||
뜬금없이 먼산 바라보기.
|
||
|
||
책장에 쌓인 먼지 훅하고 불기.
|
||
|
||
콧잔등 긁적거리며 눈동자 굴리기.
|
||
|
||
결국 얼렁뚱땅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
|
||
“뭐, 장생종의 관록으로... 어떻게 잘...”
|
||
|
||
서란은 굉장히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
하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
||
|
||
지금 중요한 건 금영영이었으니까.
|
||
|
||
명탐정 콤비는 즉시 행동에 돌입했다.
|
||
|
||
다과를 차려놓고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
||
|
||
이로써 잠복 근무 준비가 끝났다.
|
||
|
||
담청은 꿀차를 호로록거리며 물었다.
|
||
|
||
“서란, 관찰 대상의 위치는?”
|
||
|
||
서란의 육감이 순식간에 저택 전체를 뒤덮었다.
|
||
|
||
“자기 방에 있군요.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
||
|
||
담청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
||
|
||
한낱 벽 따위가 용의 눈을 가리는 건 불가능했다.
|
||
|
||
용안은 손쉽게 목표를 포착할 수 있었다.
|
||
|
||
그렇게 벽 너머로부터의 밀착 감시가 시작됐다.
|
||
|
||
서란과 담청, 두 사람은 마치 탐정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만 같았다.
|
||
|
||
심해조차 훤히 들여다보는 투시력, 일대의 모든 소리를 엿듣는 도청 능력, 수면이 불필요한 육신.
|
||
|
||
그 누구도 명탐정 이인조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
|
||
며칠 간의 잠복 근무가 종료됐다.
|
||
|
||
명탐정 이인조의 의견이 일치했다.
|
||
|
||
금영영은 높은 확률로 심마에 빠졌다.
|
||
|
||
서란이 말했다.
|
||
|
||
“심마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읍시다.”
|
||
|
||
“명안이구나. 당사자는 어찌 하는 게 좋겠느냐?”
|
||
|
||
“음, 일단은 우리끼리 가죠.”
|
||
|
||
두 사람은 관찰 자료를 챙겨서 저택을 나섰다.
|
||
|
||
그리고 대문 밖에서 식산대붕과 눈이 마주쳤다.
|
||
|
||
명탐정 이인조는 매끄러운 뒷걸음질로 귀가했다.
|
||
|
||
심마 전문가에게는 담청 혼자 가기로 했다.
|
||
|
||
*****
|
||
|
||
상담을 마치고 복귀한 담청이 말했다.
|
||
|
||
“심마가 거의 확실하다고 하는구나.”
|
||
|
||
“얼마나 확실하대요?”
|
||
|
||
“9할 9푼 9리 정도?”
|
||
|
||
99.9%면 더 볼 것도 없었다.
|
||
|
||
금영영의 증상은 심마가 맞았다.
|
||
|
||
관건은 정확히 어떤 종류의 심마인지였다.
|
||
|
||
서란이 물었다.
|
||
|
||
“혹시 심마의 종류도 알려 줬나요?”
|
||
|
||
“그건 당사자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
||
|
||
“영영이가 심마 치료소에 가려고 할까요?”
|
||
|
||
담청이 고개를 저었다.
|
||
|
||
“자기는 멀쩡하다며 우길 것이 분명하다.”
|
||
|
||
“제가 보기에도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어쩌죠? 심마의 원인을 생각하면 억지로 끌고 가 봤자 증상만 악화될 텐데...”
|
||
|
||
“심마 전문가도 절대로 치료를 강제하지 말라고 하더구나. 그 대신 집에서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유용한 대처 방법을 몇 가지 알려 줬다.”
|
||
|
||
서란은 만면에 화색을 띄며 물었다.
|
||
|
||
“어떤 방법인가요?”
|
||
|
||
“일부는 너한테도 익숙한 방법일 게다.”
|
||
|
||
“아, 설마?”
|
||
|
||
담청은 품에서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꺼냈다.
|
||
|
||
“첫 번째, 가급적 혼자 두지 말 것. 두 번째, 적절한 활동으로 신경을 분산시킬 것.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좋다는 부연 설명도 있구나. 세 번째, 익숙한 공간을 떠나지 말 것. 네 번째...”
|
||
|
||
“결단기병이랑은 대처가 약간 다르네요? 저는 아예 본산을 떠나서 속세로 갔었잖아요.”
|
||
|
||
“관찰 자료만 봤을 때는 분리 불안 증세가 다소 보인다는구나. 전문가가 한 말이니 맞겠지.”
|
||
|
||
두 사람은 서른한 가지 대처 방안을 꼼꼼히 숙지했다.
|
||
|
||
그리고 고심 끝에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
||
|
||
*****
|
||
|
||
오죽문 본산 어딘가에 위치한 가정집.
|
||
|
||
입만 다물면 미남인 가장과 그의 여우 같은 아내, 토끼 같은 자식들이 화목하게 살고 있었다.
|
||
|
||
바로 장옥기와 금씨 부부의 집이었다.
|
||
|
||
얼굴 막 쓰기로 유명한 미녀, 장선화는 여느 때처럼 취미 생활을 즐기는 중이었다.
|
||
|
||
그리고 여느 때처럼 방해꾼이 들이닥쳤다.
|
||
|
||
여동생 중 하나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
||
|
||
“언니, 나 글방 숙제 좀 도와주면 안 돼?”
|
||
|
||
“지금 바빠. 그리고 스스로 해야 공부가 되지.”
|
||
|
||
“피, 됐어. 오빠들한테 부탁할 거야.”
|
||
|
||
방문이 도로 닫혔다.
|
||
|
||
동생이 삐지든 말든 장선화는 흔들리지 않았다.
|
||
|
||
그저 하던 일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
||
|
||
장선화는 경건한 마음으로 월간지를 읽었다.
|
||
|
||
‘하나가 된 오죽문과 금작파, 원영기 수사 중 사영근자만 벌써 세 명!’
|
||
|
||
기사는 오죽문과 금작파의 최고 원로, 여무진과 금교월이 최근 사영근자가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
||
|
||
동대륙 십대문파에게 후원받은 목선과 덕분이었다.
|
||
|
||
글쓴이는 이로 인해서 발생할 유무형의 이익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또한 덧붙였다.
|
||
|
||
그리고 서란에 관한 내용으로 넘어갔다.
|
||
|
||
만약 당사자가 봤다면 기겁했을 정도로 낯뜨거운 예찬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
||
|
||
할당된 지면의 7할 정도가 서란 칭송이었다.
|
||
|
||
장선화는 기사를 정독한 뒤 중얼거렸다.
|
||
|
||
“역시, 이 사람이 글을 잘 써.”
|
||
|
||
장선화는 만족한 얼굴로 가위를 들었다.
|
||
|
||
그리고 서란의 기사를 소중히 오렸다.
|
||
|
||
나중에 ‘선생님 모음집’에 붙일 생각이었다.
|
||
|
||
또 다시 방문이 드르륵 열렸다.
|
||
|
||
“누나, 나랑 같이 공놀이 하자!”
|
||
|
||
“벽 보고 혼자서 차.”
|
||
|
||
“알았어!”
|
||
|
||
남동생은 힘차게 달려나갔다.
|
||
|
||
장선화는 다시 월간지에 탐닉했다.
|
||
|
||
‘인기 장편소설 연재 재개, 지저에서도 대인기!’
|
||
|
||
‘동물농장의 영역 확장, 노동 해방의 초읽기?’
|
||
|
||
‘거대인형 식산대붕, 그 놀라운 설계 사상!’
|
||
|
||
온 세상이 서란이었다.
|
||
|
||
장선화의 ‘선생님 모음집’도 나날이 두꺼워졌다.
|
||
|
||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
||
|
||
방문이 드르륵, 탁.
|
||
|
||
“언니, 손님 오셨어!”
|
||
|
||
“세상이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군... 누군데?”
|
||
|
||
“류 수사님!”
|
||
|
||
열린 문으로 서란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
||
|
||
“선화야, 바쁘다고 들었는데 잠깐 괜찮겠니?”
|
||
|
||
“저 시간 많아요, 선생님.”
|
||
|
||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수선 동아리를 하나 만들 생각이거든. 선화 너도 가입했으면 싶어서 물어 보려고 왔어.”
|
||
|
||
장선화는 즉각적인 도약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
||
|
||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
||
|
||
*****
|
||
|
||
서란과 담청, 장선화는 금영영에게 몰려갔다.
|
||
|
||
그리고 동료가 되어 달라고 요구했다.
|
||
|
||
금영영이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
“나 수행해야 하는데...”
|
||
|
||
서란은 준비해 온 대사를 뱉었다.
|
||
|
||
“괜찮아, 우리가 만드는 건 수선 동아리거든.”
|
||
|
||
“수선 동아리? 그게 뭔데?”
|
||
|
||
“서로 다른 경지와 전문 분야를 가진 수도자들이 모여서 상승 효과를 내는 모임이지. 학문 간 융복합 연구를 통해서 선계형 인재를 양성하는 게 우리 수선 동아리의 최종 목표야. 종종 공동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고.”
|
||
|
||
금영영은 ‘그게 뭐야?’라는 표정을 지었다.
|
||
|
||
사실, 서란도 자기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
||
|
||
그냥 아무 말이나 내뱉는 중이었으니까.
|
||
|
||
하지만 감탄한 사람들도 있었다.
|
||
|
||
“서란, 참으로 대담한 발상이로구나!”
|
||
|
||
“역시 선생님이십니다!”
|
||
|
||
담청과 장선화는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
||
|
||
사전에 계획된 연출이 아니었다.
|
||
|
||
두 사람의 열띤 반응을 보자 금영영도 혹했다.
|
||
|
||
금영영은 조심스레 물었다.
|
||
|
||
“누구누구 가입했어?”
|
||
|
||
“지금은 나랑 담청 님, 그리고 선화까지 총 세 명이야. 혜문이랑 아금이도 가입은 했는데 바쁜 일이 있어서 며칠 뒤부터 참석할 예정이야.”
|
||
|
||
호혜문은 개학 문제로 정신이 없었고, 이아금은 약당 소속이라서 그냥 바빴다.
|
||
|
||
금영영이 어물어물 말했다.
|
||
|
||
“잠깐 생각해 봐도 돼?”
|
||
|
||
서란은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
|
||
“그럼, 당연하지.”
|
||
|
||
거의 다 넘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실제로도 그랬다.
|
||
|
||
내면의 효율주의자가 금영영에게 속삭였다.
|
||
|
||
‘용녀님은 여의주를 완성한 용이시고, 서란은 인세에 다시 없을 천고의 기재야.
|
||
|
||
혼자 개고생하는 것보다 동아리에 들어가서 남들 하는 대로만 따라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니까?
|
||
|
||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말라는 격언, 몰라?’
|
||
|
||
듣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
||
|
||
금영영은 홀린 듯이 수선 동아리에 가입했다.
|
||
|
||
어차피 할 수행이라면 효율적인 게 좋으니까.
|
||
|
||
이로써 수선 동아리가 출범했다.
|
||
|
||
정식 회원은 서란, 담청, 장선화, 금영영.
|
||
|
||
유령 회원은 호혜문과 이아금.
|
||
|
||
참고로 단체명은 ‘이 시대의 지성인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