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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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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우선 자리를 옮겼다.

복도는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 적절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서재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서란은 조용히 물었다.

“영영이가 심마라니, 정말인가요?”

“그래, 틀림없다. 요즘 유행하는 소설을 빌려주겠다고 했더니 수행 때문에 바쁘다고 거절하더구나.”

“확실히 평소답지 않기는 한데... 심마라고 단정 짓기에는 근거가 좀 부족하지 않나요? 그냥 요즘따라 수행이 하고 싶어졌을 수도 있잖아요.”

담청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심마가 분명하다. 영영이는 현재 수면 문제와 식욕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근심이나 걱정도 많은 모양이고. 단순히 취미 생활을 멀리하고 수행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야.”

서란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증상을 꽤 상세하게 알고 계시네요? 혹시 영영이가 자기 입으로 털어 놓기라도 했나요?”

“물론 본인은 숨기려고 했지. 하지만 내가 누구냐? 예리하게 금영영의 거짓말을 꿰뚫어 봤지.”

“거짓말인 줄은 어떻게 아셨는데요?”

담청은 대답이 궁했다.

용안의 비밀에 관해서 털어놓기는 좀 그랬다.

그래서 괜한 딴짓으로 시간을 끌었다.

뜬금없이 먼산 바라보기.

책장에 쌓인 먼지 훅하고 불기.

콧잔등 긁적거리며 눈동자 굴리기.

결국 얼렁뚱땅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뭐, 장생종의 관록으로... 어떻게 잘...”

서란은 굉장히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금영영이었으니까.

명탐정 콤비는 즉시 행동에 돌입했다.

다과를 차려놓고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이로써 잠복 근무 준비가 끝났다.

담청은 꿀차를 호로록거리며 물었다.

“서란, 관찰 대상의 위치는?”

서란의 육감이 순식간에 저택 전체를 뒤덮었다.

“자기 방에 있군요.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담청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한낱 벽 따위가 용의 눈을 가리는 건 불가능했다.

용안은 손쉽게 목표를 포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벽 너머로부터의 밀착 감시가 시작됐다.

서란과 담청, 두 사람은 마치 탐정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만 같았다.

심해조차 훤히 들여다보는 투시력, 일대의 모든 소리를 엿듣는 도청 능력, 수면이 불필요한 육신.

그 누구도 명탐정 이인조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며칠 간의 잠복 근무가 종료됐다.

명탐정 이인조의 의견이 일치했다.

금영영은 높은 확률로 심마에 빠졌다.

서란이 말했다.

“심마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읍시다.”

“명안이구나. 당사자는 어찌 하는 게 좋겠느냐?”

“음, 일단은 우리끼리 가죠.”

두 사람은 관찰 자료를 챙겨서 저택을 나섰다.

그리고 대문 밖에서 식산대붕과 눈이 마주쳤다.

명탐정 이인조는 매끄러운 뒷걸음질로 귀가했다.

심마 전문가에게는 담청 혼자 가기로 했다.


상담을 마치고 복귀한 담청이 말했다.

“심마가 거의 확실하다고 하는구나.”

“얼마나 확실하대요?”

“9할 9푼 9리 정도?”

99.9%면 더 볼 것도 없었다.

금영영의 증상은 심마가 맞았다.

관건은 정확히 어떤 종류의 심마인지였다.

서란이 물었다.

“혹시 심마의 종류도 알려 줬나요?”

“그건 당사자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영영이가 심마 치료소에 가려고 할까요?”

담청이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멀쩡하다며 우길 것이 분명하다.”

“제가 보기에도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어쩌죠? 심마의 원인을 생각하면 억지로 끌고 가 봤자 증상만 악화될 텐데...”

“심마 전문가도 절대로 치료를 강제하지 말라고 하더구나. 그 대신 집에서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유용한 대처 방법을 몇 가지 알려 줬다.”

서란은 만면에 화색을 띄며 물었다.

“어떤 방법인가요?”

“일부는 너한테도 익숙한 방법일 게다.”

“아, 설마?”

담청은 품에서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꺼냈다.

“첫 번째, 가급적 혼자 두지 말 것. 두 번째, 적절한 활동으로 신경을 분산시킬 것.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좋다는 부연 설명도 있구나. 세 번째, 익숙한 공간을 떠나지 말 것. 네 번째...”

“결단기병이랑은 대처가 약간 다르네요? 저는 아예 본산을 떠나서 속세로 갔었잖아요.”

“관찰 자료만 봤을 때는 분리 불안 증세가 다소 보인다는구나. 전문가가 한 말이니 맞겠지.”

두 사람은 서른한 가지 대처 방안을 꼼꼼히 숙지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오죽문 본산 어딘가에 위치한 가정집.

입만 다물면 미남인 가장과 그의 여우 같은 아내, 토끼 같은 자식들이 화목하게 살고 있었다.

바로 장옥기와 금씨 부부의 집이었다.

얼굴 막 쓰기로 유명한 미녀, 장선화는 여느 때처럼 취미 생활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방해꾼이 들이닥쳤다.

여동생 중 하나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언니, 나 글방 숙제 좀 도와주면 안 돼?”

“지금 바빠. 그리고 스스로 해야 공부가 되지.”

“피, 됐어. 오빠들한테 부탁할 거야.”

방문이 도로 닫혔다.

동생이 삐지든 말든 장선화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하던 일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장선화는 경건한 마음으로 월간지를 읽었다.

‘하나가 된 오죽문과 금작파, 원영기 수사 중 사영근자만 벌써 세 명!

기사는 오죽문과 금작파의 최고 원로, 여무진과 금교월이 최근 사영근자가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동대륙 십대문파에게 후원받은 목선과 덕분이었다.

글쓴이는 이로 인해서 발생할 유무형의 이익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또한 덧붙였다.

그리고 서란에 관한 내용으로 넘어갔다.

만약 당사자가 봤다면 기겁했을 정도로 낯뜨거운 예찬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할당된 지면의 7할 정도가 서란 칭송이었다.

장선화는 기사를 정독한 뒤 중얼거렸다.

“역시, 이 사람이 글을 잘 써.”

장선화는 만족한 얼굴로 가위를 들었다.

그리고 서란의 기사를 소중히 오렸다.

나중에 ‘선생님 모음집’에 붙일 생각이었다.

또 다시 방문이 드르륵 열렸다.

“누나, 나랑 같이 공놀이 하자!”

“벽 보고 혼자서 차.”

“알았어!”

남동생은 힘차게 달려나갔다.

장선화는 다시 월간지에 탐닉했다.

‘인기 장편소설 연재 재개, 지저에서도 대인기!

‘동물농장의 영역 확장, 노동 해방의 초읽기?

‘거대인형 식산대붕, 그 놀라운 설계 사상!

온 세상이 서란이었다.

장선화의 ‘선생님 모음집’도 나날이 두꺼워졌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방문이 드르륵, 탁.

“언니, 손님 오셨어!”

“세상이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군... 누군데?”

“류 수사님!”

열린 문으로 서란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선화야, 바쁘다고 들었는데 잠깐 괜찮겠니?”

“저 시간 많아요, 선생님.”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수선 동아리를 하나 만들 생각이거든. 선화 너도 가입했으면 싶어서 물어 보려고 왔어.”

장선화는 즉각적인 도약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서란과 담청, 장선화는 금영영에게 몰려갔다.

그리고 동료가 되어 달라고 요구했다.

금영영이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수행해야 하는데...”

서란은 준비해 온 대사를 뱉었다.

“괜찮아, 우리가 만드는 건 수선 동아리거든.”

“수선 동아리? 그게 뭔데?”

“서로 다른 경지와 전문 분야를 가진 수도자들이 모여서 상승 효과를 내는 모임이지. 학문 간 융복합 연구를 통해서 선계형 인재를 양성하는 게 우리 수선 동아리의 최종 목표야. 종종 공동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고.”

금영영은 ‘그게 뭐야?’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서란도 자기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그냥 아무 말이나 내뱉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감탄한 사람들도 있었다.

“서란, 참으로 대담한 발상이로구나!”

“역시 선생님이십니다!”

담청과 장선화는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사전에 계획된 연출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열띤 반응을 보자 금영영도 혹했다.

금영영은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누구 가입했어?”

“지금은 나랑 담청 님, 그리고 선화까지 총 세 명이야. 혜문이랑 아금이도 가입은 했는데 바쁜 일이 있어서 며칠 뒤부터 참석할 예정이야.”

호혜문은 개학 문제로 정신이 없었고, 이아금은 약당 소속이라서 그냥 바빴다.

금영영이 어물어물 말했다.

“잠깐 생각해 봐도 돼?”

서란은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하지.”

거의 다 넘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내면의 효율주의자가 금영영에게 속삭였다.

‘용녀님은 여의주를 완성한 용이시고, 서란은 인세에 다시 없을 천고의 기재야.

혼자 개고생하는 것보다 동아리에 들어가서 남들 하는 대로만 따라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니까?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말라는 격언, 몰라?

듣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금영영은 홀린 듯이 수선 동아리에 가입했다.

어차피 할 수행이라면 효율적인 게 좋으니까.

이로써 수선 동아리가 출범했다.

정식 회원은 서란, 담청, 장선화, 금영영.

유령 회원은 호혜문과 이아금.

참고로 단체명은 ‘이 시대의 지성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