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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오향장육 먹으러 가자는 소리에 아무런 의심 없이 비행법기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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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적 공방에 강제로 입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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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납치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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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일터까지 질질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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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창문 하나 없는 독방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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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할당량 못 채우면 나올 수 없는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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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장 설 수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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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안 쓰던 방이라 그런지 먼지가 좀 많군요. 나중에 청소 도구를 가져다 드리죠. 법기 재료는 벌써 넣어 놨습니다. 따로 필요한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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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집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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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이해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그래요. 하지만 금 수사도 금방 익숙해지실 겁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보죠. 할당량을 모두 채우면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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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는 자연스럽게 독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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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뜩 정신을 차린 금영영도 황급히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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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 수사의 몸놀림이 훨씬 민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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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정하게 닫힌 철문 앞에서 금영영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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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화장실이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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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에 있는 관측창이 찰칵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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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창살 너머로 설 수사의 눈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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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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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가 건너편을 향해서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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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라면 저 문 너머에 있습니다. 무려 수세식이죠. 혹시 궁금하실까 봐 미리 알려 드리는 건데, 식사도 이 방에서 하셔야 합니다. 밑에 배식구 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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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관측창이 도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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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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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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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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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찰캉 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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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하던 금영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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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꺼내 주는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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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건 철문이 아니라 배식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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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로 먼지떨이 하나가 휙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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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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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안에 남은 건 금영영과 먼지떨이 하나,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법기 재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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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금영영의 텅 빈 위장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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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향장육 잔뜩 먹으려고 아침을 거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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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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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러는데 밥부터 좀 먹고 일하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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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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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이 없으니 하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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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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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영애 금영영의 ‘좋아요 좋아요 약소문파’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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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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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간신히 할당량을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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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달리 정오 무렵부터 작업을 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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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늦게 시작한 것 치고는 빨리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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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는 문을 열어주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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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금씨 가문, 피는 어디 가지 않는군요. 꼼짝없이 잔업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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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잠시 즐거운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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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의 안면에 연신 정권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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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결단기라서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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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는 금영영을 숙소로 안내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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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오늘부터 금 수사가 지낼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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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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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실 테니 이만 주무시죠. 내일의 업무가 금 수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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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는 미끄러지는 듯한 걸음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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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영영은 안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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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의문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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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에서 사람이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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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 안에 놓인 건 가구 몇 개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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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협탁, 옷장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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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혼이 나간 표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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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기상해야 해서 얼른 잠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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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자야지...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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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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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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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침대가 너무 딱딱했고, 배도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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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이리저리 자세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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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뒤척여 봐도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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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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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옛날 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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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함께 유나라 전역을 돌아다닐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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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아무 데서나 잠들어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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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곁에 절친한 벗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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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좁은 방에는 금영영 혼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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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배까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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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먹은 거라고는 부실한 석식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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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서러움이 눈밑까지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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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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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보기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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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베갯잇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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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훌쩍거리던 금영영은 간신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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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상 나팔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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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퀭한 눈으로 조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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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는 독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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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두 배는 많은 재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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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가 관측창 너머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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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제작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길래 할당량을 좀 늘렸어. 이제부터는 금 수사가 우리 공방의 유망주야. 자, 오늘도 힘차게 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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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예 반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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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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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관측창을 향해 정권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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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창살은 생각보다 훨씬 튼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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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영애 금영영, 퇴사까지 약 43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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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12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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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나온 부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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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입장에서야 자식을 위한 결정이었다지만, 당사자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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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사람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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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생영애 금영영은 양친을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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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어머니. 감사해요, 아버지. 두 분 덕분에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제 삶을 좀먹고 있던 나태함을. 오늘부터 효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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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눈물샘, 즉시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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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아,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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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얼굴이 반쪽이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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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스러운 상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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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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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장 수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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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안 하던 짓을 하자 모친이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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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아,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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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성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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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어머니. 뒤처진 만큼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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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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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부친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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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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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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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누구 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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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 부모님의 기대를 안고 수련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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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바닥에 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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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적인 명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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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명경지수와 같은 정신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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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이리도 게으르게 살아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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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산해진미는 도대체 부적이 몇 상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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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누리던 소중함을 왜 이제서야 깨달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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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의 수행은 다섯 시진이나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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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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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잠이 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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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영영은 야밤에 보따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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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무수히 많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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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친구들이 보낸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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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 호혜문, 심지어 담청의 편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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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건 서란이 보낸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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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 원정을 제외하면 거의 매달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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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편지들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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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너머로 친구들의 우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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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12년의 세월을 견뎌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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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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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당장 오죽문으로 가서 친구들을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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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답지 않은 얘기를 실컷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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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대신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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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일어난 금영영은 금작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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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효도 어쩌고 했던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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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에 가서도 수행은 열심히 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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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가 뭐 별거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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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갱생을 한 게 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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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서란의 저택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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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중간중간에 올빼미들이, 저택 뒤편에는 덩치가 산 만한 오목눈이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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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만 들었던 자안효와 식산대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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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저택 입구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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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내가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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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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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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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친구, 금영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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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분이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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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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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령의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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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조수, 인형술사 장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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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인형탈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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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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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들어오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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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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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선생님이나 친구분들한테요.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장선화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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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라면 금영영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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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도 자주 등장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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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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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저택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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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장 수사, 머리에 쓴 인형탈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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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높이실 필요 없어요. 편하게 선화라고 불러 주세요. 그리고 이 인형탈은 잉어 축제 때문에 쓰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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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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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잔뜩 꾸며진 저택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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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잉어 축제요. 선생님께서 용녀님을 위해서 직접 기획하셨어요. 처마 밑에 매달아 둔 종이 장식이나 제 인형탈 보이시죠? 일종의 가장 축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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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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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행이네요. 마침 남는 인형탈이 있어요. 하나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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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탈은 잉어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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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사방이 잉어 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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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탈도 잉어, 처마 밑 종이 장식도 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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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도 인형탈을 뒤집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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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으로 가자 그리운 얼굴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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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방수 인형탈을 쓰고 연못에서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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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즐거워하는 건 당연히 담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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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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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잉어 축제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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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구들을 보니 아무래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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