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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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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오향장육 먹으러 가자는 소리에 아무런 의심 없이 비행법기에 탔다.
그리고 부적 공방에 강제로 입사하게 됐다.
기실 납치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금영영은 일터까지 질질 끌려갔다.
마침내 창문 하나 없는 독방에 도착했다.
일명, ‘할당량 못 채우면 나올 수 없는 방’이었다.
공방장 설 수사가 말했다.
“이런, 안 쓰던 방이라 그런지 먼지가 좀 많군요. 나중에 청소 도구를 가져다 드리죠. 법기 재료는 벌써 넣어 놨습니다. 따로 필요한 게 있을까요?”
“집에, 집에 가고 싶어요...”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이해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그래요. 하지만 금 수사도 금방 익숙해지실 겁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보죠. 할당량을 모두 채우면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설 수사는 자연스럽게 독방을 나섰다.
퍼뜩 정신을 차린 금영영도 황급히 뒤따랐다.
하지만 설 수사의 몸놀림이 훨씬 민첩했다.
매정하게 닫힌 철문 앞에서 금영영이 외쳤다.
“화, 화장실이 가고 싶어요!”
철문에 있는 관측창이 찰칵 열렸다.
쇠창살 너머로 설 수사의 눈이 보였다.
인자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설 수사가 건너편을 향해서 눈짓했다.
“화장실이라면 저 문 너머에 있습니다. 무려 수세식이죠. 혹시 궁금하실까 봐 미리 알려 드리는 건데, 식사도 이 방에서 하셔야 합니다. 밑에 배식구 보이시죠?”
찰칵, 관측창이 도로 닫혔다.
금영영은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그때, 찰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창백하던 금영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다.
혹시 꺼내 주는 건가 싶었다.
열린 건 철문이 아니라 배식구였다.
틈새로 먼지떨이 하나가 휙 들어왔다.
배식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닫혔다.
독방 안에 남은 건 금영영과 먼지떨이 하나,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법기 재료뿐이었다.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금영영의 텅 빈 위장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향장육 잔뜩 먹으려고 아침을 거른 탓이었다.
금영영은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러는데 밥부터 좀 먹고 일하면 안될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듣는 사람이 없으니 하는 수 없었다.
금영영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의자에 앉았다.
몰락영애 금영영의 ‘좋아요 좋아요 약소문파’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
입사 첫 날.
금영영은 간신히 할당량을 채울 수 있었다.
남들과 달리 정오 무렵부터 작업을 한 탓이었다.
그래도 늦게 시작한 것 치고는 빨리 끝났다.
설 수사는 문을 열어주며 감탄했다.
“역시 금씨 가문, 피는 어디 가지 않는군요. 꼼짝없이 잔업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금영영은 잠시 즐거운 상상을 했다.
설 수사의 안면에 연신 정권을 날렸다.
상대가 결단기라서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설 수사는 금영영을 숙소로 안내해 줬다.
“여기가 오늘부터 금 수사가 지낼 곳입니다.”
“예, 예?”
“피곤하실 테니 이만 주무시죠. 내일의 업무가 금 수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설 수사는 미끄러지는 듯한 걸음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금영영은 안녕하지 못했다.
갈 곳 없는 의문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이런 방에서 사람이 산다고?
좁은 방 안에 놓인 건 가구 몇 개가 전부였다.
침대, 협탁, 옷장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금영영은 혼이 나간 표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일찍 기상해야 해서 얼른 잠들어야 했다.
“어서 자야지... 어서...”
그런데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침대가 너무 딱딱했고, 배도 고팠다.
금영영은 이리저리 자세를 바꿨다.
하지만 아무리 뒤척여 봐도 소용없었다.
어떻게 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옛날 일이 떠올랐다.
서란과 함께 유나라 전역을 돌아다닐 때였다.
그때는 아무 데서나 잠들어도 괜찮았다.
바로 곁에 절친한 벗이 있었으니까.
물론, 이 좁은 방에는 금영영 혼자뿐이었다.
심지어 배까지 고팠다.
온종일 먹은 거라고는 부실한 석식이 전부였다.
문득 서러움이 눈밑까지 가득 차올랐다.
“집에 가고 싶어...”
금영영은 보기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베갯잇을 적셨다.
밤새 훌쩍거리던 금영영은 간신히 잠들었다.
그리고 기상 나팔이 울렸다.
금영영은 퀭한 눈으로 조식을 먹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는 독방으로 돌아갔다.
어제보다 두 배는 많은 재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설 수사가 관측창 너머에서 말했다.
“부적 제작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길래 할당량을 좀 늘렸어. 이제부터는 금 수사가 우리 공방의 유망주야. 자, 오늘도 힘차게 일해 보자.”
이제는 아예 반말이었다.
금영영은 참지 못했다.
즉시 관측창을 향해 정권을 날렸다.
쇠창살은 생각보다 훨씬 튼튼했다.
몰락영애 금영영, 퇴사까지 약 4300일.
*****
금영영은 12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마중 나온 부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부모 입장에서야 자식을 위한 결정이었다지만, 당사자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갱생영애 금영영은 양친을 꼭 끌어안았다.
“감사해요, 어머니. 감사해요, 아버지. 두 분 덕분에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제 삶을 좀먹고 있던 나태함을. 오늘부터 효도할게요.”
부모님의 눈물샘, 즉시 과부하.
“영영아, 장하다...”
“애 얼굴이 반쪽이 됐네...”
감격스러운 상봉이었다.
금영영은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곧장 수행을 시작했다.
딸이 안 하던 짓을 하자 모친이 염려했다.
“영영아,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겠니?”
금영영은 성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어머니. 뒤처진 만큼 열심히 해야죠.”
“하지만 얘야...”
그때, 부친이 말했다.
“부인,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줍시다.”
“괜찮을까요?”
“그럼요, 누구 딸인데요.”
금영영, 부모님의 기대를 안고 수련실 입장.
그대로 바닥에 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모범적인 명상이었다.
금영영은 명경지수와 같은 정신으로 생각했다.
어찌하여 이리도 게으르게 살아왔는가.
방금 전 산해진미는 도대체 부적이 몇 상자인가.
당연히 누리던 소중함을 왜 이제서야 깨달았는가.
금영영의 수행은 다섯 시진이나 계속됐다.
이후에는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잠이 안 왔다.
결국 금영영은 야밤에 보따리를 풀었다.
안에는 무수히 많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하나같이 친구들이 보낸 것들이었다.
이아금, 호혜문, 심지어 담청의 편지도 있었다.
가장 많은 건 서란이 보낸 편지였다.
남대륙 원정을 제외하면 거의 매달 보냈다.
금영영은 편지들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종이 너머로 친구들의 우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 덕분에 12년의 세월을 견뎌 낼 수 있었다.
금영영은 결심했다.
내일 당장 오죽문으로 가서 친구들을 만나자.
그리고 시답지 않은 얘기를 실컷 하는 거야.
여태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대신해서.
새벽같이 일어난 금영영은 금작파를 떠났다.
물론 효도 어쩌고 했던 것도 잊지 않았다.
오죽문에 가서도 수행은 열심히 할 거니까.
효도가 뭐 별거냐 싶었다.
그나마 갱생을 한 게 이 정도였다.
*****
오랜만에 본 서란의 저택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담벼락 중간중간에 올빼미들이, 저택 뒤편에는 덩치가 산 만한 오목눈이가 앉아 있었다.
편지로만 들었던 자안효와 식산대붕이었다.
금영영은 저택 입구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서란, 내가 돌아왔어!”
안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물었다.
“누구세요?”
“서란의 친구, 금영영이에요.”
“아, 그 분이시구나!”
대문이 활짝 열렸다.
묘령의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란의 조수, 인형술사 장선화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형탈을 쓰고 있었다.
장선화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어서 들어오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제 얘기를?”
“예, 선생님이나 친구분들한테요.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장선화라고 해요.”
장선화라면 금영영도 알고 있었다.
편지에도 자주 등장했으니까.
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금영영은 저택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그런데 장 수사, 머리에 쓴 인형탈은 뭔가요?”
“말씀 높이실 필요 없어요. 편하게 선화라고 불러 주세요. 그리고 이 인형탈은 잉어 축제 때문에 쓰고 있는 거예요.”
“잉어 축제?”
장선화는 잔뜩 꾸며진 저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 잉어 축제요. 선생님께서 용녀님을 위해서 직접 기획하셨어요. 처마 밑에 매달아 둔 종이 장식이나 제 인형탈 보이시죠? 일종의 가장 축제죠.”
“오오...”
“아, 다행이네요. 마침 남는 인형탈이 있어요. 하나 드릴까요?”
인형탈은 잉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사방이 잉어 투성이였다.
인형탈도 잉어, 처마 밑 종이 장식도 잉어.
금영영도 인형탈을 뒤집어 썼다.
중정으로 가자 그리운 얼굴들이 보였다.
다들 방수 인형탈을 쓰고 연못에서 놀고 있었다.
가장 즐거워하는 건 당연히 담청이었다.
금영영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잉어 축제가 아니지 않나?
하지만 친구들을 보니 아무래도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