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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서대륙 동부 해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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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목적지에 따라서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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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 직행조와 해저도시 경유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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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집단은 곧장 오죽문으로 갈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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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바쁜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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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사겸사 진법 서적이나 사막거인 관찰 일지처럼 남대륙에서 가져온 자료들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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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의 일원이었던 고고학자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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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님, 저희는 먼저 출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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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마주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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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조심해서 가세요. 그런데 짐이 좀 많지 않나요? 진짜로 전부 가지고 가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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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남대륙의 진법을 연구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군요. 참으로 수준 높은 기술이었습니다. 어쩌면 고대 전송진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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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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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의 얘기를 듣자 서란도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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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배워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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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술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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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마친 오죽문 직행조는 그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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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이 두둥실 날아올라 서쪽 하늘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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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석을 잔뜩 적재한 탓에 움직임이 굼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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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을 마친 서란이 남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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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우리도 이만 해저도시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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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경유조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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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들이라고 심해로 놀러가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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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엄연한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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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신 노릇을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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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전문가들도 제각기 맡은 역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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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의 생태를 연구한다든지, 비경 의식 관련 현장 답사나 해저 자원 탐사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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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식산대붕에 탑승한 채로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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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이 어인교단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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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일정 자체는 이미 며칠 전에 전달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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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언질조차 없이 방문했다가는 해저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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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근처에 목적지가 보이자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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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어인교단의 준비가 다 끝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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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안을 반짝이던 담청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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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아직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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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너무 빨리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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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가 약속 시간이니 너무 빨리 오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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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지금 시간은 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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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제 막 동이 트고 있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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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빨리 온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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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은 즉각적으로 비행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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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상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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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좀 죽이다 갈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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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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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차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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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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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구나, 그러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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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주전자에 물을 가득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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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기둥 옆에 세워 둔 사다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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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를 원기둥 위에 얹어 놓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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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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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기둥, 그렇게 사용해도 괜찮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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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제가 뭐 쇠망치로 두드리고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기껏해야 찻물 끓이는 정도인데 별일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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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듣고 보니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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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주전자에 든 물이 펄펄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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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다시 사다리에 올라 주전자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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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물을 따르고 꿀을 듬뿍 타면 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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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직접 만든 꿀차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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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맛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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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실력이 느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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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이 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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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꿀차를 즐기다 보니 정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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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의 거체가 무인도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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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위엄을 목도한 어인족은 감격스러운 심정으로 악기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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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고둥 나팔의 묵직한 음색과 고래 가죽으로 만든 북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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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의 거대한 부리가 열리며 한 쌍의 소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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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찬란한 구름에 휘감긴 채 강림하는 두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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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모신 류서란과 이대 용신 담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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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반개한 서란이 나지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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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열심히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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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교단과 해저도시를 휩쓴 서란의 짧은 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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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기는 지금도 여전히 바다를 달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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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 상승과 산호 백화 현상의 주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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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이 열광한 건 당연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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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대지모신님, 용신님을 연호하며 노란색 깃발이나 파란색 깃발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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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이 시선을 이리저리 옮길 때마다 실신하는 어인들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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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환영 행사는 비교적 짧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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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물고기라서 물 밖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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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격적인 행사는 바닷속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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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호화찬란한 산호 마차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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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신만을 위해 준비된 이동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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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열두 마리의 일각해마가 마차를 끌고 해수면 아래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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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원정대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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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님과 용녀님, 인기가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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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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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잡담 그만하고 우리도 출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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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은 이대로 놔두고 가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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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까지 가지고 갈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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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초는... 필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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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겁니다, 인형 덩치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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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훔쳐갈 만한 크기가 아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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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원들은 두런두런 대화하며 어인교단 측에서 준비해 준 이동수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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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요수 등딱지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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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교단 천해 지부를 순회하는 두 신들과 달리, 이들은 해저도시로 직행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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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 어인교단, 그리고 원정대 구성원들마저 섬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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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는 식산대붕만이 홀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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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 외에는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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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노을로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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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두 마리의 암컷 인면조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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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식산대붕의 거대한 부리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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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면조는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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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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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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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따라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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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하지 마, 따라하지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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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난데없이 치고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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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발길질을 하던 도중, 돌연 다툼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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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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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깔려 있던 인면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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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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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올라탄 인면조가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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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부리가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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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짐은 점차 심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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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인면조 두 마리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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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사면을 따라서 때굴때굴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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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포르르 날아오른 두 인면조는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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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그란 눈을 깜빡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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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머리통을 갸웃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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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와 꼬리깃을 씰룩씰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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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오목눈이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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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위에서 뭔 일이 벌어지든 말든, 어인족은 치사량에 살짝 못 미치는 행복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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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이십여 년만에 수면 아래에 강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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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일생일대의 대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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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은 연신 신의 은총에 대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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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공물을 바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했더니 수입이 두 배가 됐습니다! 대지모신님과 용신님, 용신님과 대지모신님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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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를 사랑하는 가르침에 충실히 따랐더니 저희 가족이 더욱 화목해졌습니다!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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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를 위해서 운하를 자주 왕복했더니 놀라울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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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수영을 많이 했더니 살이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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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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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은총의 결과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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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란은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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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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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미소를 유지하며 한마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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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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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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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신도 홍린어가 공지 사항을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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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용신제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대지모신님과 용신님, 용신님과 대지모신님께서 특별 공물 주간을 선포하셨습니다! 그 결과, 이번 한 분기 동안은 수입의 7푼 5리까지 공물로 바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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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거대한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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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공물 상한선은 수입의 5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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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푼 5리면 원래보다 5할은 더 바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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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은 행복에 잠겨 허우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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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 지부 순회를 마친 대지모신과 이대 용신은 다음 일정을 위해서 해저도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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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어인교단 교주는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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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님, 마침내 여의주를 완성하고 진정한 용으로 다시 태어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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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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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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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님의 뿔이 미약하게나마 오색 광채를 내뿜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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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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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사슴뿔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의식을 마치고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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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광채가 너무 약해서 어두운 곳에서나 간신히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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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밝은 장소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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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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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전대 용신의 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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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의식을 마치고 두어 달 뒤에 그렇게 되셨지요. 그날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군요. 의식용 제단도 저희 어인교단이 직접 쌓았습니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과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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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동시에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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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뿔이 발광하는 건 의식 직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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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는 용신의 뿔이 빛나는 걸 직접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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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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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를 완성한 전대 용신 역시 담청처럼 승천을 향한 맹목적인 갈망을 이겨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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