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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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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서대륙 동부 해안에 도착했다.

그리고 목적지에 따라서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오죽문 직행조와 해저도시 경유조였다.

첫 번째 집단은 곧장 오죽문으로 갈 계획이었다.

원체 바쁜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었다.

겸사겸사 진법 서적이나 사막거인 관찰 일지처럼 남대륙에서 가져온 자료들도 챙겼다.

싱크탱크의 일원이었던 고고학자가 인사했다.

“류 수사님, 저희는 먼저 출발해 보겠습니다.”

서란도 마주 인사했다.

“예, 조심해서 가세요. 그런데 짐이 좀 많지 않나요? 진짜로 전부 가지고 가시려고요?”

“하루 빨리 남대륙의 진법을 연구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군요. 참으로 수준 높은 기술이었습니다. 어쩌면 고대 전송진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요.”

“오오!”

고고학자의 얘기를 듣자 서란도 관심이 생겼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배워 보고 싶어졌다.

인형술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인사를 마친 오죽문 직행조는 그대로 떠났다.

범선이 두둥실 날아올라 서쪽 하늘로 사라졌다.

책과 영석을 잔뜩 적재한 탓에 움직임이 굼떴다.

배웅을 마친 서란이 남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우리도 이만 해저도시로 갑시다.”

해저도시 경유조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이라고 심해로 놀러가는 건 아니었다.

이것도 엄연한 출장이었다.

서란과 담청은 신 노릇을 하러 간다.

나머지 전문가들도 제각기 맡은 역할이 있었다.

어인족의 생태를 연구한다든지, 비경 의식 관련 현장 답사나 해저 자원 탐사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일행은 식산대붕에 탑승한 채로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까지 이동했다.

그 섬이 어인교단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

방문 일정 자체는 이미 며칠 전에 전달해 놨다.

사전에 언질조차 없이 방문했다가는 해저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수평선 근처에 목적지가 보이자 서란이 물었다.

“담청 님, 어인교단의 준비가 다 끝났나요?”

용안을 반짝이던 담청이 고개를 저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아직인 것 같구나.”

“저희가 너무 빨리 왔나 봐요.”

“정오가 약속 시간이니 너무 빨리 오긴 했지.”

참고로 지금 시간은 묘시였다.

한마디로 이제 막 동이 트고 있을 무렵이었다.

지나치게 빨리 온 셈이었다.

식산대붕은 즉각적으로 비행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해상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시간을 좀 죽이다 갈 셈이었다.

서란이 물었다.

“꿀차 드실래요?”

담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겠구나, 그러자꾸나.”

서란은 주전자에 물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원기둥 옆에 세워 둔 사다리에 올랐다.

주전자를 원기둥 위에 얹어 놓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담청이 물었다.

“그 원기둥, 그렇게 사용해도 괜찮은 것이냐?”

“에이, 제가 뭐 쇠망치로 두드리고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기껏해야 찻물 끓이는 정도인데 별일 있겠어요?”

“하긴, 듣고 보니 그렇구나.”

어느새 주전자에 든 물이 펄펄 끓었다.

서란은 다시 사다리에 올라 주전자를 가져왔다.

찻잔에 물을 따르고 꿀을 듬뿍 타면 완성이었다.

서란은 직접 만든 꿀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음, 맛있군.”

“점점 실력이 느는구나.”

“아직 갈 길이 멀죠.”

느긋하게 꿀차를 즐기다 보니 정오가 됐다.


식산대붕의 거체가 무인도에 착륙했다.

신의 위엄을 목도한 어인족은 감격스러운 심정으로 악기를 연주했다.

소라고둥 나팔의 묵직한 음색과 고래 가죽으로 만든 북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식산대붕의 거대한 부리가 열리며 한 쌍의 소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색찬란한 구름에 휘감긴 채 강림하는 두 신.

대지모신 류서란과 이대 용신 담청이었다.

눈을 반개한 서란이 나지막이 말했다.

“다들, 열심히 사랑하자.”

어인교단과 해저도시를 휩쓴 서란의 짧은 표어.

그 열기는 지금도 여전히 바다를 달구고 있었다.

수온 상승과 산호 백화 현상의 주범이었다.

어인족이 열광한 건 당연지사였다.

저마다 대지모신님, 용신님을 연호하며 노란색 깃발이나 파란색 깃발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서란과 담청이 시선을 이리저리 옮길 때마다 실신하는 어인들이 속출했다.

지상에서의 환영 행사는 비교적 짧게 끝났다.

다들 물고기라서 물 밖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사실, 본격적인 행사는 바닷속에서 진행된다.

서란과 담청은 호화찬란한 산호 마차에 탑승했다.

오직 신만을 위해 준비된 이동수단이었다.

이내, 열두 마리의 일각해마가 마차를 끌고 해수면 아래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원정대원이 말했다.

“류 수사님과 용녀님, 인기가 대단하시네요.”

“그러게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자자, 잡담 그만하고 우리도 출발합시다.”

“식산대붕은 이대로 놔두고 가는 겁니까?”

“심해까지 가지고 갈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죠.”

“보초는... 필요 없겠죠?”

“괜찮을 겁니다, 인형 덩치 좀 보세요.”

“하긴, 훔쳐갈 만한 크기가 아니긴 합니다.”

원정대원들은 두런두런 대화하며 어인교단 측에서 준비해 준 이동수단에 올라탔다.

거북이 요수 등딱지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어인교단 천해 지부를 순회하는 두 신들과 달리, 이들은 해저도시로 직행할 예정이었다.

서란과 담청, 어인교단, 그리고 원정대 구성원들마저 섬을 떠났다.

무인도에는 식산대붕만이 홀로 남겨졌다.

가끔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 외에는 고요했다.

시간이 흘러, 노을로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숲에서 두 마리의 암컷 인면조가 날아왔다.

그러더니 식산대붕의 거대한 부리에 내려앉았다.

두 인면조는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새, 크다!”

“크다, 크다!”

“나 따라하지 마!”

“따라하지 마, 따라하지 으악!”

둘은 난데없이 치고받기 시작했다.

서로 발길질을 하던 도중, 돌연 다툼이 멈췄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 탓이었다.

아래에 깔려 있던 인면조가 말했다.

“땅, 기울어졌다!”

위에 올라탄 인면조가 반박했다.

“아니, 부리가 기울어졌다!”

기울어짐은 점차 심해져만 갔다.

이윽고 인면조 두 마리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리고 경사면을 따라서 때굴때굴 굴렀다.

황급히 포르르 날아오른 두 인면조는 목격했다.

똥그란 눈을 깜빡깜빡.

새하얀 머리통을 갸웃갸웃.

엉덩이와 꼬리깃을 씰룩씰룩.

거대 오목눈이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해수면 위에서 뭔 일이 벌어지든 말든, 어인족은 치사량에 살짝 못 미치는 행복에 취해 있었다.

신이 이십여 년만에 수면 아래에 강림한 것이다.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대사건이었다.

어인족은 연신 신의 은총에 대해서 소리쳤다.

“더 많은 공물을 바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했더니 수입이 두 배가 됐습니다! 대지모신님과 용신님, 용신님과 대지모신님의 은총입니다!”

“다른 이를 사랑하는 가르침에 충실히 따랐더니 저희 가족이 더욱 화목해졌습니다! 은총입니다!”

“성지 순례를 위해서 운하를 자주 왕복했더니 놀라울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은총입니다!”

“저도 수영을 많이 했더니 살이 빠졌습니다!”

“은총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은총의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란은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어인족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그저 미소를 유지하며 한마디했다.

“사랑하자.”

거대한 환호성.

일등신도 홍린어가 공지 사항을 전파했다.

“제2회 용신제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대지모신님과 용신님, 용신님과 대지모신님께서 특별 공물 주간을 선포하셨습니다! 그 결과, 이번 한 분기 동안은 수입의 7푼 5리까지 공물로 바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드립니다!”

다시 한번 거대한 환호성.

평소의 공물 상한선은 수입의 5푼이었다.

7푼 5리면 원래보다 5할은 더 바칠 수 있었다.

어인족은 행복에 잠겨 허우적거렸다.

천해 지부 순회를 마친 대지모신과 이대 용신은 다음 일정을 위해서 해저도시로 향했다.


오랜만에 본 어인교단 교주는 이런 말을 했다.

“용신님, 마침내 여의주를 완성하고 진정한 용으로 다시 태어나셨군요!”

담청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용신님의 뿔이 미약하게나마 오색 광채를 내뿜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서란과 담청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 봤다.

담청의 사슴뿔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의식을 마치고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광채가 너무 약해서 어두운 곳에서나 간신히 보일 정도였다.

지금처럼 밝은 장소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서란이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전대 용신의 뿔도?”

“예, 그렇습니다. 의식을 마치고 두어 달 뒤에 그렇게 되셨지요. 그날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군요. 의식용 제단도 저희 어인교단이 직접 쌓았습니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과업이었죠.”

서란과 담청은 동시에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다.

용의 뿔이 발광하는 건 의식 직후가 아니다.

교주는 용신의 뿔이 빛나는 걸 직접 목격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뿐이었다.

여의주를 완성한 전대 용신 역시 담청처럼 승천을 향한 맹목적인 갈망을 이겨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