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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원정대원들이 신나게 연주하고 있는 곡은 양나라의 궁정악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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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기우제나 풍년제 때 사용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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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조 자체가 용신을 숭배하는 성격이 짙은 탓에 여의주의 완성을 축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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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얘기를 꺼낸 서란의 지휘 아래 자원자들이 틈틈이 모여서 악기를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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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담청에게는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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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프라이즈 파티가 더 감동적인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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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 개월 정도 걸릴 거라던 폐관 수련이 보름 만에 끝나 버린 탓에 연습 시간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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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원정대의 연주는 연신 삐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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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악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 서란과 원정대는 자신들의 연주에 깊게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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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열중했는지 담청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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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늘을 바라보시는구나, 떠오르시는구나, 다시 내려오시는구나 싶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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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친하지도 않은 악기랑 고군분투하느라 다른 일에 주의를 돌릴 여유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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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사뿐히 내려앉은 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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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잠시만 음악을 멈춰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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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원들은 머뭇거리다가 점차 연주를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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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못 듣고 계속 악기를 부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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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동료들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몇 번 찌르고 나서야 전원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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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나팔을 불어 대던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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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혹시 저희 연주가 그렇게 별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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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꽤나 멋진 연주였다. 기교적인 면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감정 전달력 만큼은 훌륭했으니까. 연주를 멈춘 건 중요한 전달 사항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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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전달 사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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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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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금 승천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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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이요? 지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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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의주를 완성하고 진정한 용이 된 여파인지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들끓었지. 당장 승천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구나. 세상의 중심을 지키는 독안룡과 남대륙의 자연재해, 심지어 너에 대한 기억마저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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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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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해가 잘 안되네요. 그렇게 심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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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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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런 충동이 느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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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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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운 너머로 보이는 건 적막한 공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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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득 메우던 선계의 풍경은 오로지 담청의 뇌리 한 켠에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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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아까처럼 거대한 감정에 지배당하는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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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시선을 내린 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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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멀쩡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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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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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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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사이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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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살며시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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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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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던 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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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결 됐으면, 하던 거나 계속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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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주 말이냐? 그나저나 미안한 짓을 했구나. 다들 애써 연습했을 텐데 내가 흐름을 끊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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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담청 님을 위한 연주였는데요, 뭘. 그리고 저희가 준비한 건 음악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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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살짝 놀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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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게 더 있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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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함께 가시죠, 미식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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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식산대붕의 식당 구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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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꿀절임과 설탕 과자, 꽃차 등 담청이 좋아하는 음식이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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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 요리사들이 열심히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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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 완성 축하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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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의식은 무사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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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마침내 진정한 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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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에 별을 담고, 뇌영근마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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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를 읽는 사슴뿔과 삼라만상을 들여다보는 용안의 권능도 한층 강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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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의 비원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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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와 수선연맹은 즉시 자료 수집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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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남대륙을 구하려면 쉴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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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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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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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용안의 특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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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눈은 멀리, 혹은 깊게 들여다보는데 탁월했지만 폭넓게 보는 능력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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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전체의 천지영기를 관측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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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 제일의 인형술사가 나설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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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며칠 만에 자안효 군단을 재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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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의 인형 공장이 바뀐 설계도에 맞춰 올빼미 인형들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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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가 끝난 올빼미(버전 2.0)부터 공장을 떠나 대륙 전역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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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안착한 백만 자안효 군단은 법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기능을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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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하는 건 영기 탐지 기관과 법력 공유 기능, 그리고 새로 추가한 통신 중계 장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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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 절반이 올빼미 군단의 감시하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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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안효 군단 전체가 제각기 송신탑 역할을 하며 법력과 정보를 전달하고, 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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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퍼진 연결망의 중심에는 인형들의 모선, 식산대붕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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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역에 이상이 생기면 해당 권역을 감시하던 자안효가 즉시 모선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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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를 받은 통신수가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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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북동부에 이상현상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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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신이 난 서란이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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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권역의 자안효 군단을 가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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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수는 복명복창과 함께 조작 단추를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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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안효 군단,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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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을 하달 받은 자안효들이 즉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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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들의 머리가 자줏빛 안광을 뿌리며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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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천지영기가 감지된, 관측 목표지의 정확한 좌표를 산출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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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수가 다시 한번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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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산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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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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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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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통신수가 복명복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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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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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앉아 있던 좌석이 서서히 회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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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관측 목표 지역과 회전 각도가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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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이 핀 포인트로 이상현상을 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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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사슴뿔이 발광하더니 옆에 있던 도자기 인형에게 한줄기 뇌전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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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손수 제작한 필경사 인형이 뇌전에 담긴 정보를 고스란히 종이 위로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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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이 끝난 정밀 관측 자료는 대기하던 연구원이 잽싸게 챙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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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손발이 척척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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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만 콕 집어서 관찰하는 효율적인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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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보는 담청의 용안과 광범위하게 흩어진 자안효 군단이 협력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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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와 원정대의 합작은 차곡차곡 쌓이는 관측 자료 이외에도 추가적인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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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자연재해 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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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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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동부 해안가에 해일 발생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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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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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예방 절차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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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수의 복명복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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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예방 절차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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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해안에 배치된 올빼미들이 일제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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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울리는 경고 나팔, 잠에서 깬 범인들이 비몽사몽간에 생존 배낭을 챙겨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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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들도 부랴부랴 일어나 대피 행렬을 유도하고 해안 제방을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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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밀어닥친 해일이 제방과 함께 해안 도시를 일소했지만 인명 피해는 극히 경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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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산을 오르다 발생한 부상자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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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 사람들은 조금씩 희망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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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연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어느 날, 해석기관이 드디어 근원지 역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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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연맹 심처에 위치한 관천망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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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기관이 계산을 끝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수도자들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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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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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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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물러나 주세요, 더 뒤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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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가 인파에 막혀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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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외 출입 금지입니다!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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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파는 점점 불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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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 원정대는 간신히 관천망기 연구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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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늦었어도 군중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을 게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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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내부도 아수라장인 건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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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 공급 안 멈추게 계속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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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제 고갈! 냉각제 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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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짓을 해서라도 적정 온도 유지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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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엉키니까 투입구 근처에 뭐 놓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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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매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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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고 다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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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연구원들을 피해 해석기관이 설치된 장소까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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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과 선임 연구원이 초조한 눈초리로 연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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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기관이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 온도 조절 설비가 맹렬히 가동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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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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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저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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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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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온 신경을 해석기관의 연산 과정에 집중한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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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연구소장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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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간절히 염원하는 이 순간에도 해석기관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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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와 냉매의 소모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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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나긴 연산 과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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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이 결과지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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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기관의 최종 연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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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정산맥 너머의 사막 한가운데, 지표면에서 500리(200km) 깊이에 존재하는 과도하게 응집된 화영기가 이상현상의 원인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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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가능성,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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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확인한 연구소장이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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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드디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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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시작으로 열광이 모두에게 전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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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환호와 고함, 그리고 슬픔 어린 흐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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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는 마침내 임무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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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희망의 끈을 찾아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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