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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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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원정대원들이 신나게 연주하고 있는 곡은 양나라의 궁정악 중 하나였다.
보통은 기우제나 풍년제 때 사용되곤 했다.
곡조 자체가 용신을 숭배하는 성격이 짙은 탓에 여의주의 완성을 축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가장 처음 얘기를 꺼낸 서란의 지휘 아래 자원자들이 틈틈이 모여서 악기를 연습했다.
당연히 담청에게는 비밀이었다.
원래 서프라이즈 파티가 더 감동적인 법이니까.
다만, 삼 개월 정도 걸릴 거라던 폐관 수련이 보름 만에 끝나 버린 탓에 연습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원정대의 연주는 연신 삐걱거렸다.
하지만 음악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 서란과 원정대는 자신들의 연주에 깊게 몰두했다.
얼마나 열중했는지 담청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그냥 하늘을 바라보시는구나, 떠오르시는구나, 다시 내려오시는구나 싶을 뿐이었다.
애초에 친하지도 않은 악기랑 고군분투하느라 다른 일에 주의를 돌릴 여유조차 없었다.
땅에 사뿐히 내려앉은 담청이 말했다.
“다들 잠시만 음악을 멈춰 보거라.”
원정대원들은 머뭇거리다가 점차 연주를 그쳤다.
물론 못 듣고 계속 악기를 부는 사람도 있었다.
옆에 있던 동료들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몇 번 찌르고 나서야 전원이 조용해졌다.
끝까지 나팔을 불어 대던 서란이 물었다.
“담청 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혹시 저희 연주가 그렇게 별로였나요?”
“아니, 꽤나 멋진 연주였다. 기교적인 면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감정 전달력 만큼은 훌륭했으니까. 연주를 멈춘 건 중요한 전달 사항 때문이었다.”
“무슨 전달 사항이요?”
담청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방금 승천할 뻔했다.”
“승천이요? 지금요?”
“그래, 여의주를 완성하고 진정한 용이 된 여파인지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들끓었지. 당장 승천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구나. 세상의 중심을 지키는 독안룡과 남대륙의 자연재해, 심지어 너에 대한 기억마저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였다.”
서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이해가 잘 안되네요. 그렇게 심하던가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아직도 그런 충동이 느껴지세요?”
담청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보았다.
뇌운 너머로 보이는 건 적막한 공허뿐이었다.
시야를 가득 메우던 선계의 풍경은 오로지 담청의 뇌리 한 켠에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까처럼 거대한 감정에 지배당하는 일도 없었다.
도로 시선을 내린 담청이 말했다.
“이제는 멀쩡한 것 같구나.”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그래,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저희 사이인걸요.”
담청은 살며시 웃어 보였다.
“네 말이 맞구나.”
주변을 둘러보던 서란이 말했다.
“다 해결 됐으면, 하던 거나 계속할까요?”
“아, 연주 말이냐? 그나저나 미안한 짓을 했구나. 다들 애써 연습했을 텐데 내가 흐름을 끊어서...”
“애초부터 담청 님을 위한 연주였는데요, 뭘. 그리고 저희가 준비한 건 음악만이 아닙니다.”
담청은 살짝 놀란 듯 했다.
“준비한 게 더 있다는 말이냐?”
“물론입니다. 함께 가시죠, 미식의 세계로.”
일행은 식산대붕의 식당 구역으로 향했다.
과일 꿀절임과 설탕 과자, 꽃차 등 담청이 좋아하는 음식이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남대륙 요리사들이 열심히 만들어 줬다.
여의주 완성 축하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의식은 무사히 끝났다.
담청은 마침내 진정한 용이 되었다.
여의주에 별을 담고, 뇌영근마저 얻었다.
천기를 읽는 사슴뿔과 삼라만상을 들여다보는 용안의 권능도 한층 강력해졌다.
관천망기 연구소의 비원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원정대와 수선연맹은 즉시 자료 수집을 개시했다.
하루빨리 남대륙을 구하려면 쉴 틈이 없었다.
세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관천망기 연구소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용안의 특성이었다.
담청의 눈은 멀리, 혹은 깊게 들여다보는데 탁월했지만 폭넓게 보는 능력이 부족했다.
대륙 전체의 천지영기를 관측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인계 제일의 인형술사가 나설 차례였다.
서란은 며칠 만에 자안효 군단을 재설계했다.
식산대붕의 인형 공장이 바뀐 설계도에 맞춰 올빼미 인형들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개조가 끝난 올빼미(버전 2.0)부터 공장을 떠나 대륙 전역으로 흩어졌다.
곳곳에 안착한 백만 자안효 군단은 법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기능을 정지했다.
작동하는 건 영기 탐지 기관과 법력 공유 기능, 그리고 새로 추가한 통신 중계 장비 정도였다.
남대륙 절반이 올빼미 군단의 감시하에 놓였다.
자안효 군단 전체가 제각기 송신탑 역할을 하며 법력과 정보를 전달하고, 또 전달했다.
거미줄처럼 퍼진 연결망의 중심에는 인형들의 모선, 식산대붕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 지역에 이상이 생기면 해당 권역을 감시하던 자안효가 즉시 모선을 호출했다.
신호를 받은 통신수가 보고했다.
“대륙 북동부에 이상현상 감지!”
덩달아 신이 난 서란이 지시를 내렸다.
“해당 권역의 자안효 군단을 가동해!”
통신수는 복명복창과 함께 조작 단추를 내리쳤다.
“자안효 군단, 가동!”
명령을 하달 받은 자안효들이 즉시 깨어났다.
올빼미들의 머리가 자줏빛 안광을 뿌리며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인 천지영기가 감지된, 관측 목표지의 정확한 좌표를 산출하는 중이었다.
통신수가 다시 한번 외쳤다.
“좌표 산출 완료!”
서란이 지시를 내렸다.
“관측 개시!”
이번에도 통신수가 복명복창했다.
“관측 개시!”
담청이 앉아 있던 좌석이 서서히 회전했다.
이내 관측 목표 지역과 회전 각도가 일치했다.
용의 눈이 핀 포인트로 이상현상을 직시했다.
담청의 사슴뿔이 발광하더니 옆에 있던 도자기 인형에게 한줄기 뇌전을 발사했다.
서란이 손수 제작한 필경사 인형이 뇌전에 담긴 정보를 고스란히 종이 위로 옮겨 적었다.
작성이 끝난 정밀 관측 자료는 대기하던 연구원이 잽싸게 챙겨 갔다.
다들 손발이 척척 맞았다.
이상현상만 콕 집어서 관찰하는 효율적인 체계.
깊게 보는 담청의 용안과 광범위하게 흩어진 자안효 군단이 협력한 덕분이었다.
관천망기 연구소와 원정대의 합작은 차곡차곡 쌓이는 관측 자료 이외에도 추가적인 성과를 냈다.
바로 자연재해 예보였다.
담청의 관측.
“내일 오전, 동부 해안가에 해일 발생 예정!”
서란의 지시.
“재해 예방 절차 개시!”
통신수의 복명복창.
“재해 예방 절차 개시!”
동부 해안에 배치된 올빼미들이 일제히 울었다.
한밤중에 울리는 경고 나팔, 잠에서 깬 범인들이 비몽사몽간에 생존 배낭을 챙겨 대피했다.
수도자들도 부랴부랴 일어나 대피 행렬을 유도하고 해안 제방을 보강했다.
새벽같이 밀어닥친 해일이 제방과 함께 해안 도시를 일소했지만 인명 피해는 극히 경미했다.
급하게 산을 오르다 발생한 부상자가 전부였다.
남대륙 사람들은 조금씩 희망을 가지게 됐다.
축하연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어느 날, 해석기관이 드디어 근원지 역산에 성공했다.
*****
수선연맹 심처에 위치한 관천망기 연구소.
해석기관이 계산을 끝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수도자들이 몰려들었다.
남대륙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연구원들이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악을 썼다.
“뒤로 물러나 주세요, 더 뒤로! 더!”
“원정대가 인파에 막혀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입니다! 출입 금지!”
연구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파는 점점 불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서란과 담청, 원정대는 간신히 관천망기 연구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군중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을 게 자명했다.
연구소 내부도 아수라장인 건 매한가지였다.
“영기 공급 안 멈추게 계속 확인해!”
“냉각제 고갈! 냉각제 고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적정 온도 유지시켜!”
“자칫하면 엉키니까 투입구 근처에 뭐 놓지 마!”
“냉매 가져왔습니다!”
“그거 말고 다른 거예요!”
원정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연구원들을 피해 해석기관이 설치된 장소까지 도착했다.
연구소장과 선임 연구원이 초조한 눈초리로 연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석기관이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 온도 조절 설비가 맹렬히 가동 중이었다.
서란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소장님, 저희 왔어요.”
연구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온 신경을 해석기관의 연산 과정에 집중한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었다.
서란은 연구소장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모두가 간절히 염원하는 이 순간에도 해석기관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계속했다.
영기와 냉매의 소모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그리고 기나긴 연산 과정이 끝났다.
선임 연구원이 결과지를 낭독했다.
해석기관의 최종 연산 결과.
뇌정산맥 너머의 사막 한가운데, 지표면에서 500리(200km) 깊이에 존재하는 과도하게 응집된 화영기가 이상현상의 원인으로 추정.
오류 가능성, 전무.
결과를 확인한 연구소장이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어어!”
그걸 시작으로 열광이 모두에게 전염됐다.
기쁨의 환호와 고함, 그리고 슬픔 어린 흐느낌.
관천망기 연구소는 마침내 임무를 달성했다.
비로소 희망의 끈을 찾아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