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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을 관측 기구로 사용하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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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선임 연구원은 즉시 소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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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은 아직도 정원을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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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이 큰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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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혹시 용의 눈을 빌리는 건 어떨까요? 고래로부터 용이라고 하면 천기를 읽는 사슴뿔과 삼라만상을 들여다보는 눈으로 유명한 영물이잖아요. 용안의 힘으로 해석기관이 만족할 만한 정밀 자료를 수집하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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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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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이 지나치게 큰 나머지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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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은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워서 연구소장의 무방비한 명치를 푹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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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소리와 함께 연구소장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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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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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은 잔디밭을 기는 소장에게 방금 했던 질문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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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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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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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즉각적으로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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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좋은 생각 같군... 그런데 용은 또 무슨 수로 찾고, 어떤 말로 설득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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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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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 이 분은 서대륙에서 오신 류 수사님이십니다. 화선과를 찾기 위해 위험한 바다를 건너 남대륙까지 원정을 오셨죠. 류 수사님과 함께 온 원정대 구성원 중에 용이 한 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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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중에 용이 있다고? 아니, 잠깐만... 서대륙? 류 수사님, 혹시 서대륙도 이곳처럼 자연재해가 빈번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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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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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멀쩡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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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렇습니까? 정말, 정말로 다행이군요... 계산 범위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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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범위요? 해석기관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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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만약 이상현상의 근원지가 두 대륙 사이의 위험한 바다에 존재했다면 서대륙이라고 멀쩡했을 리가 없지요. 류 수사님 덕분에 참으로 값진 정보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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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는 동대륙에도 방문해 봤습니다. 거기도 딱히 자연재해가 빈번하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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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동대륙까지 가 보셨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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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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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맞습니다. 아마 인계 전체를 통틀어도 저보다 위대한 탐험가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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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세기의 대발견! 류 수사님의 업적 덕분에 해석기관이 결과값 산출을 위해 필요로 하는 투입량을 최소한 절반 이상 대폭 줄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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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뭐 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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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사이좋게 담청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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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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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혹시 여의주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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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흠칫한 담청이 태연하게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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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찌하여 궁금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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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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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남대륙의 이상현상을 해결하고자 불철주야 애쓰는 관천망기 연구소와 최근 완성된 해석기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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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로 도탄에 빠진 남대륙이 어쩌고, 보다 정밀한 관측 자료와 용안이 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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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진정한 용으로 거듭난 담청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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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유수로 설명을 끝낸 서란이 재차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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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이유로 여의주가 완성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여쭤본 겁니다. 저번에 그러셨잖아요, 여의주만 완성한다면 일기 예보도 가능하다고. 그 정도의 힘이라면 관천망기 연구소가 원하는 수준의 관측 자료도 수집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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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어물어물하며 통 대답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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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그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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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해 하는 표정을 보고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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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아, 혹시 제가 예전에 여의주를 정화해서 돌려드렸을 때? 설마 그때 무슨 실수가 있었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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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다. 여의주는 괜찮다. 응,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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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직 준비가 부족해서 그러시는 건가요? 저번에 봤을 때는 완성이 목전인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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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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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봤다니? 언제를 말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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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바다에 진입한 뒤 귀상어처럼 생긴 요괴 군단과 싸운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배 밖으로 여의주를 꺼내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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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때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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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얼핏 봤는데 여의주 안쪽이 오색찬란한 안개로 자욱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식 준비가 거의 다 끝났겠거니 싶었죠. 혹시 아직 많이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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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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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연구소장과 선임 연구원을 한 번 돌아보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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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설령 남은 시간이 많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관천망기 연구소는 물론이고 수선연맹 전체가 담청 님을 지원할 테니까요. 그렇죠,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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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이 즉시 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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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류 수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수선연맹은 이상현상 연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만약 남은 시간이 수십 년이라 할지라도 저희는 개의치 않을 겁니다. 대륙 전체의 인력과 물자를 총동원해서라도 수 년 내로 단축시키면 그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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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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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님께서 드실 화선과를 찾기 위해 남대륙까지 왔다고 하셨죠? 연구에 손을 보태 주시면 수선연맹도 기꺼이 여러분의 화선과 탐색에 조력할 겁니다. 저희를 도와주신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도록 충분히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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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제각기 떠들자 담청의 눈이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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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결국, 기다리던 대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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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삼 개월 정도면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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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세 사람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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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연맹 전체는 삽시간에 떠들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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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기관을 통한 근원지 역산에 실패한 지 며칠만에 관천망기 연구소가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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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용의 눈을 이용한 천지영기 관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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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완성된 해석기관, 서대륙에서 찾아온 원정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간과 함께하는 용, 마지막 의식만을 남겨둔 불완전한 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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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우연이 겹친 끝에 찾아온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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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연맹 관계자들의 머릿속에는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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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남대륙 원정대와 수선연맹 간의 협상은 정말로 순식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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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 수선계의 각오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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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의 근원지만 역산해 낼 수 있으면 대륙의 절반을 달라고 해도 내 줄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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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의 각오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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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화선과만 얻을 수 있으면 그 외의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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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객용으로 내온 차가 채 식기도 전에 협상을 끝낸 두 집단은 그 즉시 담청의 의식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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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담청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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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는 폐관 수련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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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로 수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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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수행은 이미 몇 년 전에 끝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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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법력으로 가득 찬 여의주는 의식을 통해 벼락을 담는 과정만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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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개월은커녕 지금 당장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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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완성까지 남은 기간을 묻던 서란에게 웅얼거리며 똑바로 대답하지 못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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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이미 끝났지만 여태 여의주의 완성을 미뤄왔다는 대답을 들으면 서란이 뭐라고 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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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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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당연히 담청 본인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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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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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답답함에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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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모를 망설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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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거울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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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의주를 완성하고 진정한 용이 되는 것을 꺼린 이유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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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침묵 이후에 흘러나온 건 의문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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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오죽문 사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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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용안의 힘은 잠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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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용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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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를 읽는 사슴뿔과 삼라만상을 들여다 보는 용안, 풍우와 뇌운을 다루는 영물 중의 영물 운운하는 피상적인 정보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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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원체 드문 영물이기도 하고, 홀로 온전하여 다른 존재들과 교류하지 않는 탓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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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용안에 삼라만상을 들여다 보는 권능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은 알아도, 그게 정확히 어떤 종류의 힘인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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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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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머릿속 생각을 읽는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나 행동에 담긴 진위 여부를 가릴 수준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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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합리화나 자기 최면으로 본인은 속일 수 있을지언정 용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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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용안에도 헛점이 하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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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용안을 지닌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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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마음은 손금 보듯이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오직 본인의 내면 만큼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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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에게 연신 질문을 던진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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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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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방 안을 이리저리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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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에게 말했던 삼 개월은 시간 끌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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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연재해에 고통받고 있을 남대륙 사람들과 서란의 수행을 위해서라도 너무 오래 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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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담청은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보름만에 폐관수련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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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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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벌써 끝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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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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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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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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