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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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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을 관측 기구로 사용하는 발상.
서란과 선임 연구원은 즉시 소장을 찾았다.
연구소장은 아직도 정원을 서성이고 있었다.
선임 연구원이 큰소리로 물었다.
“소장님, 혹시 용의 눈을 빌리는 건 어떨까요? 고래로부터 용이라고 하면 천기를 읽는 사슴뿔과 삼라만상을 들여다보는 눈으로 유명한 영물이잖아요. 용안의 힘으로 해석기관이 만족할 만한 정밀 자료를 수집하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구소장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상심이 지나치게 큰 나머지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선임 연구원은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워서 연구소장의 무방비한 명치를 푹 찔렀다.
비명소리와 함께 연구소장이 쓰러졌다.
“크아악!”
선임 연구원은 잔디밭을 기는 소장에게 방금 했던 질문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소장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에는 즉각적으로 대답이 돌아왔다.
“조, 좋은 생각 같군... 그런데 용은 또 무슨 수로 찾고, 어떤 말로 설득할 생각인가?”
선임 연구원이 대답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 이 분은 서대륙에서 오신 류 수사님이십니다. 화선과를 찾기 위해 위험한 바다를 건너 남대륙까지 원정을 오셨죠. 류 수사님과 함께 온 원정대 구성원 중에 용이 한 분 계십니다.”
“구성원 중에 용이 있다고? 아니, 잠깐만... 서대륙? 류 수사님, 혹시 서대륙도 이곳처럼 자연재해가 빈번합니까?”
서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뇨, 멀쩡한데요?”
“오오, 그렇습니까? 정말, 정말로 다행이군요... 계산 범위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겠어요...”
“계산 범위요? 해석기관 말씀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만약 이상현상의 근원지가 두 대륙 사이의 위험한 바다에 존재했다면 서대륙이라고 멀쩡했을 리가 없지요. 류 수사님 덕분에 참으로 값진 정보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동대륙에도 방문해 봤습니다. 거기도 딱히 자연재해가 빈번하지는 않았어요.”
“아니, 동대륙까지 가 보셨단 말입니까?!”
서란이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아마 인계 전체를 통틀어도 저보다 위대한 탐험가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그야말로 세기의 대발견! 류 수사님의 업적 덕분에 해석기관이 결과값 산출을 위해 필요로 하는 투입량을 최소한 절반 이상 대폭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하하, 뭐 이 정도로!”
세 사람은 사이좋게 담청을 찾아갔다.
*****
서란이 물었다.
“담청 님, 혹시 여의주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좀 알 수 있을까요?”
순간 흠칫한 담청이 태연하게 반문했다.
“그게 어찌하여 궁금한 것이냐?”
“아, 사실은...”
서란은 남대륙의 이상현상을 해결하고자 불철주야 애쓰는 관천망기 연구소와 최근 완성된 해석기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자연재해로 도탄에 빠진 남대륙이 어쩌고, 보다 정밀한 관측 자료와 용안이 저쩌고.
요약하자면, 진정한 용으로 거듭난 담청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청산유수로 설명을 끝낸 서란이 재차 물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여의주가 완성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여쭤본 겁니다. 저번에 그러셨잖아요, 여의주만 완성한다면 일기 예보도 가능하다고. 그 정도의 힘이라면 관천망기 연구소가 원하는 수준의 관측 자료도 수집할 수 있을 겁니다.”
담청은 어물어물하며 통 대답을 못했다.
“어, 음... 그게 말이다...”
난감해 하는 표정을 보고 서란이 물었다.
“여의주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아, 혹시 제가 예전에 여의주를 정화해서 돌려드렸을 때? 설마 그때 무슨 실수가 있었던 건가요?”
“아, 아니다. 여의주는 괜찮다. 응, 그렇지...”
“그러면 아직 준비가 부족해서 그러시는 건가요? 저번에 봤을 때는 완성이 목전인 것 같았는데.”
담청이 물었다.
“저번에 봤다니? 언제를 말하는 것이냐?”
“위험한 바다에 진입한 뒤 귀상어처럼 생긴 요괴 군단과 싸운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배 밖으로 여의주를 꺼내셨잖아요.”
“아, 그때로구나.”
“예, 얼핏 봤는데 여의주 안쪽이 오색찬란한 안개로 자욱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식 준비가 거의 다 끝났겠거니 싶었죠. 혹시 아직 많이 남았을까요?”
“그러니까, 음...”
서란은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연구소장과 선임 연구원을 한 번 돌아보더니 말했다.
“담청 님,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설령 남은 시간이 많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관천망기 연구소는 물론이고 수선연맹 전체가 담청 님을 지원할 테니까요. 그렇죠, 여러분?”
연구소장이 즉시 말을 받았다.
“그럼요, 류 수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수선연맹은 이상현상 연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만약 남은 시간이 수십 년이라 할지라도 저희는 개의치 않을 겁니다. 대륙 전체의 인력과 물자를 총동원해서라도 수 년 내로 단축시키면 그만이죠.”
선임 연구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류 수사님께서 드실 화선과를 찾기 위해 남대륙까지 왔다고 하셨죠? 연구에 손을 보태 주시면 수선연맹도 기꺼이 여러분의 화선과 탐색에 조력할 겁니다. 저희를 도와주신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도록 충분히 보답하겠습니다.”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제각기 떠들자 담청의 눈이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기다리던 대답이 나왔다.
“사, 삼 개월 정도면 될 것 같구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세 사람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했다.
*****
수선연맹 전체는 삽시간에 떠들썩해졌다.
해석기관을 통한 근원지 역산에 실패한 지 며칠만에 관천망기 연구소가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했다.
바로 용의 눈을 이용한 천지영기 관측이었다.
때마침 완성된 해석기관, 서대륙에서 찾아온 원정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간과 함께하는 용, 마지막 의식만을 남겨둔 불완전한 여의주.
무수한 우연이 겹친 끝에 찾아온 기적이었다.
수선연맹 관계자들의 머릿속에는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란의 남대륙 원정대와 수선연맹 간의 협상은 정말로 순식간에 끝났다.
남대륙 수선계의 각오는 대단했다.
이상현상의 근원지만 역산해 낼 수 있으면 대륙의 절반을 달라고 해도 내 줄 기세였다.
원정대의 각오도 만만치 않았다.
이쪽은 화선과만 얻을 수 있으면 그 외의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접객용으로 내온 차가 채 식기도 전에 협상을 끝낸 두 집단은 그 즉시 담청의 의식을 준비했다.
그 무렵, 담청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폐관 수련 중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수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담청의 수행은 이미 몇 년 전에 끝났으니까.
혼원법력으로 가득 찬 여의주는 의식을 통해 벼락을 담는 과정만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삼 개월은커녕 지금 당장도 가능했다.
이게 완성까지 남은 기간을 묻던 서란에게 웅얼거리며 똑바로 대답하지 못한 이유였다.
준비는 이미 끝났지만 여태 여의주의 완성을 미뤄왔다는 대답을 들으면 서란이 뭐라고 묻겠는가.
왜 굳이?
이유는 당연히 담청 본인도 모른다.
“끄아아!”
담청은 답답함에 몸부림쳤다.
까닭 모를 망설임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거울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내가 여의주를 완성하고 진정한 용이 되는 것을 꺼린 이유는, 이유는...”
잠깐의 침묵 이후에 흘러나온 건 의문문이었다.
“서란과 오죽문 사람들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용안의 힘은 잠잠했다.
인간들은 용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천기를 읽는 사슴뿔과 삼라만상을 들여다 보는 용안, 풍우와 뇌운을 다루는 영물 중의 영물 운운하는 피상적인 정보들뿐이었다.
용이 원체 드문 영물이기도 하고, 홀로 온전하여 다른 존재들과 교류하지 않는 탓도 있었다.
그래서 용안에 삼라만상을 들여다 보는 권능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은 알아도, 그게 정확히 어떤 종류의 힘인지는 모른다.
담청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었다.
대상의 머릿속 생각을 읽는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나 행동에 담긴 진위 여부를 가릴 수준은 됐다.
설령 합리화나 자기 최면으로 본인은 속일 수 있을지언정 용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용안에도 헛점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용안을 지닌 본인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손금 보듯이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오직 본인의 내면 만큼은 알 수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에게 연신 질문을 던진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으아아!”
담청은 방 안을 이리저리 뒹굴었다.
서란에게 말했던 삼 개월은 시간 끌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연재해에 고통받고 있을 남대륙 사람들과 서란의 수행을 위해서라도 너무 오래 끌 수는 없었다.
결국 담청은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보름만에 폐관수련을 종료했다.
서란이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담청 님, 벌써 끝나셨어요?”
담청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의식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