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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륙에서 남동쪽으로 출발한 원정대는 위험한 바다를 일직선으로 관통해서 남대륙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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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안전한 항로를 따라 세상의 중심을 경유하고서야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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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괴 군단과 싸우며 지름길로 온 덕분에 몇 년은 걸릴 항해가 9개월로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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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육지, 남대륙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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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구름을 모아서 식산대붕의 모습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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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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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북부 연안이 남대륙 원정대를 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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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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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는 문자 그대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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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붕과 시야를 공유하던 서란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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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대요괴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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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책을 보던 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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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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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이것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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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안으로 외부를 살핀 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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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해일이 밀어닥친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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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요? 대요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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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자세히 보거라. 천지영기 중 토영기의 비율이 유독 높지 않느냐. 오행의 조화가 깨진 탓에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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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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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특정 속성의 영기로 천지가 만영하면 천재지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수영기라면 홍수나 해일, 그것이 토영기라면 지진이나 가뭄. 대충 그런 식이지. 이 경우에는 지진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해일이 발생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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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대해서 박식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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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더냐. 풍우와 뇌운을 다루는 영물 중의 영물, 바로 용이 아니더냐. 날씨야 말로 내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지. 또 궁금한 건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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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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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일기 예보도 가능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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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능하지, 여의주만 완성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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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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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여의주가 녹아든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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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심경이 복잡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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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눈치껏 화제를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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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재해의 규모가 대단했나 봐요. 항구고 뭐고 멀쩡한 게 없어요, 도시의 인명 피해도 적지 않을 것 같고. 이 정도면 수도문파에서도 적극적으로 재난 구호에 나설 수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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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상황이 심각하긴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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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어서 내려가서 복구 작업을 거들죠. 잘 찾아보면 남대륙 문파의 수도자들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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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에서 벗어난 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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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이 불쌍해서 그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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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정적인 이유만 있는 건 아닙니다. 화선과를 찾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남대륙의 현지 문파들과 접촉해야만 하죠. 재난 구호를 거들면서 좋은 첫인상을 심어 준다면 원정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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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적이구나. 좋다, 서둘러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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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식산대붕을 구름 속에 숨겨 놓은 채, 지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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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의 결단기 수사, 양리백은 지긋지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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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가뭄, 홍수, 지진, 해일 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세상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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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가족과 어린 날의 추억을 한순간에 집어삼킨 자연재해가 증오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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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할 수 없는 하늘의 폭거가 지긋지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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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발생한 지진과 해일이 항구 도시 하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쓸어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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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은 피해 복구를 위해서 급하게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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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똑똑히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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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자연재해는 이번에도 모든 걸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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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연인, 손주와 노인, 다리와 건물을 만든 목수, 빨래터에 모이던 부인들, 어부, 호객을 하던 상인, 꿈 많은 젊은이들, 그 모든 것들이 바닷물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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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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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은 수하들에게 기계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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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를 치우고 요구조자를 수색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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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를 치료하고 시체를 매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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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안정시키고 도시를 재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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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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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정말 부질없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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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 본인도 믿지 않을 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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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져 본 게 도대체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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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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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이다! 어서 생존자들을 보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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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의 목소리에 양리백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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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의 지진과 해일로 반파된 건물 잔해들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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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려는 잔해 밑에는 아직 구조하지 못한 생존자들이 남아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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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은 반사적으로 결계술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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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면서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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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도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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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많은 건물을 모조리 보호하는 건, 결단기 수사인 그의 힘으로도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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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경지가 낮은 수하들이 조력한다 한들, 도대체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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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와중에도 양리백은 재빨리 손을 움직여 수인을 맺고 결계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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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기적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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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서 거대한 법력의 파동이 두 번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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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시 전체를 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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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파동은 여진으로 요동치던 대지를 힘껏 짓눌러 잠잠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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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두 번째 파동이 사나운 돌풍으로 변해 무너진 건물 잔해만을 바다 저편으로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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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은 저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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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찬란한 구름에 휘감긴 소녀 두 명이 지상으로 천천히 강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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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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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구조와 중상자 치료는 금방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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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 그리고 원정대원들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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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두 문제를 해결한 양리백은 재난 구호를 도와준 남대륙 원정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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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은 일단 자기소개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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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어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대산문 소속의 결단기 수사 양리백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인명을 지켜주신 은인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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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대표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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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할 일을 했을 뿐이죠. 저는 오죽문 소속의 류서란이라고 합니다.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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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 오죽문이라... 죄송합니다, 한 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군요. 류 수사님과 일행 분들의 수행을 보아하니 결코 한미한 문파가 아닐 텐데... 제 짧은 견문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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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모르시는 게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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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문만 무성하던 산맥 너머의 신비문파 출신이시군요. 헌데 어찌 이리도 빨리 당도하셨습니까? 지원 요청은 분명 새벽에 보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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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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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지원 요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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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도 살짝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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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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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촌극 끝에, 두 사람은 오해를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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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사정을 이해한 양리백은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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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과를 찾기 위해서 위험한 바다를 건너 남대륙까지 오셨단 말입니까? 실로 놀랍군요. 아까 보여주신 위업이 드디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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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해 주시는군요. 어쨌든,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서대륙 출신인 탓에 이곳에는 연고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관습이나 수선계 상식, 심지어는 문화적 차이에도 무지하죠. 혹시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저희가 양 수사와 대산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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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복잡한 문제로군요. 정말 죄송하지만, 제게는 다른 문파와의 외교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만한 권한이 없습니다. 일단 여러분을 대산문으로 초대하도록 하죠. 외교 담당 부서와 논의를 거쳐서 확답을 받으셔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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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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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긴요, 당연한 절차죠. 저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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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백은 한결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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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에 수선계 상식이나 남대륙의 관습처럼 사소한 것들은 얼마든지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함께 문파까지 돌아가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신다면 개의치 말고 여쭤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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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까지 저희도 복구 작업에 조력하겠습니다. 재난이 닥쳤는데 놀고만 있기도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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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주시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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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대산문과 함께 항구 도시를 재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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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과 금작파 수도자들은 대산문의 수도자들과 어울리며 작게나마 친분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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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남대륙에 관한 정보 또한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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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남대륙 수선계는 서대륙과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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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에서는 수선계의 존재가 비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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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조차 수도자가 어떤 존재인지, 법술이 무엇인지 꽤나 상세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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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과 고관대작들만이 수선계의 존재를 아는 서대륙, 동대륙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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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대륙에서 대다수의 범인들에게 수선계의 존재를 비밀로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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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게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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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나 법술, 요괴에 관한 지식은 공포만을 불러 일으킬 뿐 범인들의 삶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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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남대륙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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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는 태풍과 가뭄, 홍수, 지진,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빈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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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따위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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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천지가 뒤집히는 상황에서 범인들이 평안히 살아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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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대륙 수선계는 수도자에 관한 정보를 범인들에게도 널리 전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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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사회 안정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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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남대륙의 범인들은 수도자들을 수호신처럼 여기며 정성을 다해 섬기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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