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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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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륙에서 남동쪽으로 출발한 원정대는 위험한 바다를 일직선으로 관통해서 남대륙에 당도했다.

원래라면 안전한 항로를 따라 세상의 중심을 경유하고서야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터였다.

하지만 요괴 군단과 싸우며 지름길로 온 덕분에 몇 년은 걸릴 항해가 9개월로 단축됐다.

저 멀리 육지, 남대륙이 보이기 시작했다.

담청은 구름을 모아서 식산대붕의 모습을 숨겼다.

범인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마침내 북부 연안이 남대륙 원정대를 반겨줬다.

그런데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였다.

해안가는 문자 그대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대붕과 시야를 공유하던 서란이 중얼거렸다.

“뭐지, 대요괴 짓인가?”

옆에서 책을 보던 담청이 물었다.

“왜 그러느냐?”

“담청 님, 이것 좀 보세요.”

용안으로 외부를 살핀 담청이 말했다.

“아, 해일이 밀어닥친 모양이구나.”

“해일이요? 대요괴가 아니라?”

“다시 한번 자세히 보거라. 천지영기 중 토영기의 비율이 유독 높지 않느냐. 오행의 조화가 깨진 탓에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뜻이지.”

“그런 일도 있나요?”

“그래, 특정 속성의 영기로 천지가 만영하면 천재지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수영기라면 홍수나 해일, 그것이 토영기라면 지진이나 가뭄. 대충 그런 식이지. 이 경우에는 지진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해일이 발생한 것 같구나.”

“날씨에 대해서 박식하시네요.”

“내가 누구더냐. 풍우와 뇌운을 다루는 영물 중의 영물, 바로 용이 아니더냐. 날씨야 말로 내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지. 또 궁금한 건 없느냐?”

서란이 물었다.

“혹시 일기 예보도 가능하십니까?”

“물론 가능하지, 여의주만 완성한다면...”

담청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정확히 여의주가 녹아든 위치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심경이 복잡한 듯 했다.

서란은 눈치껏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재해의 규모가 대단했나 봐요. 항구고 뭐고 멀쩡한 게 없어요, 도시의 인명 피해도 적지 않을 것 같고. 이 정도면 수도문파에서도 적극적으로 재난 구호에 나설 수준이네요.”

“확실히 상황이 심각하긴 하구나.”

“우리도 어서 내려가서 복구 작업을 거들죠. 잘 찾아보면 남대륙 문파의 수도자들이 있을 겁니다.”

상념에서 벗어난 담청이 물었다.

“범인들이 불쌍해서 그러느냐?”

“그런 감정적인 이유만 있는 건 아닙니다. 화선과를 찾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남대륙의 현지 문파들과 접촉해야만 하죠. 재난 구호를 거들면서 좋은 첫인상을 심어 준다면 원정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겁니다.”

“실리적이구나. 좋다, 서둘러 내려가자.”

원정대는 식산대붕을 구름 속에 숨겨 놓은 채, 지상으로 향했다.


대산문의 결단기 수사, 양리백은 지긋지긋했다.

태풍과 가뭄, 홍수, 지진, 해일 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세상이 싫었다.

행복했던 가족과 어린 날의 추억을 한순간에 집어삼킨 자연재해가 증오스러웠다.

항거할 수 없는 하늘의 폭거가 지긋지긋했다.

간밤에 발생한 지진과 해일이 항구 도시 하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쓸어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리백은 피해 복구를 위해서 급하게 파견됐다.

그리고 똑똑히 목도했다.

무정한 자연재해는 이번에도 모든 걸 앗아갔다.

사랑하던 연인, 손주와 노인, 다리와 건물을 만든 목수, 빨래터에 모이던 부인들, 어부, 호객을 하던 상인, 꿈 많은 젊은이들, 그 모든 것들이 바닷물과 함께 사라졌다.

지긋지긋한 광경이었다.

양리백은 수하들에게 기계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잔해를 치우고 요구조자를 수색해라.

부상자를 치료하고 시체를 매장해라.

민심을 안정시키고 도시를 재건해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라.

마지막은 정말 부질없는 명령이었다.

양리백 본인도 믿지 않을 말이었으니까.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져 본 게 도대체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진이다! 어서 생존자들을 보호해!”

수하의 목소리에 양리백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한차례의 지진과 해일로 반파된 건물 잔해들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너지려는 잔해 밑에는 아직 구조하지 못한 생존자들이 남아있을 터였다.

양리백은 반사적으로 결계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수를 써도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다.

저토록 많은 건물을 모조리 보호하는 건, 결단기 수사인 그의 힘으로도 불가능했다.

보다 경지가 낮은 수하들이 조력한다 한들, 도대체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절망적인 와중에도 양리백은 재빨리 손을 움직여 수인을 맺고 결계를 완성했다.

그 순간, 기적이 찾아왔다.

하늘 위에서 거대한 법력의 파동이 두 번 일었다.

그리고 도시 전체를 구해 냈다.

첫 번째 파동은 여진으로 요동치던 대지를 힘껏 짓눌러 잠잠하게 만들었다.

이후, 두 번째 파동이 사나운 돌풍으로 변해 무너진 건물 잔해만을 바다 저편으로 날려보냈다.

양리백은 저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색찬란한 구름에 휘감긴 소녀 두 명이 지상으로 천천히 강림하고 있었다.

마치 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인명 구조와 중상자 치료는 금방 끝났다.

서란과 담청, 그리고 원정대원들 덕분이었다.

가장 시급한 두 문제를 해결한 양리백은 재난 구호를 도와준 남대륙 원정대를 맞이했다.

양리백은 일단 자기소개부터 했다.

“정신이 없어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대산문 소속의 결단기 수사 양리백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인명을 지켜주신 은인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란이 대표로 말했다.

“아닙니다, 할 일을 했을 뿐이죠. 저는 오죽문 소속의 류서란이라고 합니다.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죽문, 오죽문이라... 죄송합니다, 한 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군요. 류 수사님과 일행 분들의 수행을 보아하니 결코 한미한 문파가 아닐 텐데... 제 짧은 견문이 부끄럽습니다.”

“아닙니다, 모르시는 게 당연하죠.”

“아, 소문만 무성하던 산맥 너머의 신비문파 출신이시군요. 헌데 어찌 이리도 빨리 당도하셨습니까? 지원 요청은 분명 새벽에 보냈건만?”

서란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지원 요청이요?”

양리백도 살짝 당황했다.

“예? 아니...”

짧은 촌극 끝에, 두 사람은 오해를 바로 잡았다.

전후 사정을 이해한 양리백은 감탄했다.

“화선과를 찾기 위해서 위험한 바다를 건너 남대륙까지 오셨단 말입니까? 실로 놀랍군요. 아까 보여주신 위업이 드디어 이해가 됩니다.”

“제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해 주시는군요. 어쨌든,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서대륙 출신인 탓에 이곳에는 연고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관습이나 수선계 상식, 심지어는 문화적 차이에도 무지하죠. 혹시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저희가 양 수사와 대산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음, 복잡한 문제로군요. 정말 죄송하지만, 제게는 다른 문파와의 외교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만한 권한이 없습니다. 일단 여러분을 대산문으로 초대하도록 하죠. 외교 담당 부서와 논의를 거쳐서 확답을 받으셔야만 할 것 같습니다.”

서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죄송하긴요, 당연한 절차죠. 저도 이해합니다.”

양리백은 한결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에 수선계 상식이나 남대륙의 관습처럼 사소한 것들은 얼마든지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함께 문파까지 돌아가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신다면 개의치 말고 여쭤보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까지 저희도 복구 작업에 조력하겠습니다. 재난이 닥쳤는데 놀고만 있기도 그렇잖아요?”

“그래주시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원정대는 대산문과 함께 항구 도시를 재건했다.

오죽문과 금작파 수도자들은 대산문의 수도자들과 어울리며 작게나마 친분을 쌓았다.

그러면서 남대륙에 관한 정보 또한 수집했다.

과연 남대륙 수선계는 서대륙과는 전혀 달랐다.


남대륙에서는 수선계의 존재가 비밀이 아니었다.

범인들조차 수도자가 어떤 존재인지, 법술이 무엇인지 꽤나 상세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왕족과 고관대작들만이 수선계의 존재를 아는 서대륙, 동대륙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여타 대륙에서 대다수의 범인들에게 수선계의 존재를 비밀로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러는 게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수도자나 법술, 요괴에 관한 지식은 공포만을 불러 일으킬 뿐 범인들의 삶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반면 남대륙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이 땅에는 태풍과 가뭄, 홍수, 지진,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빈번했다.

요괴 따위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천지가 뒤집히는 상황에서 범인들이 평안히 살아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남대륙 수선계는 수도자에 관한 정보를 범인들에게도 널리 전파하기로 결정했다.

마찬가지로 사회 안정을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남대륙의 범인들은 수도자들을 수호신처럼 여기며 정성을 다해 섬기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