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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거대인형을 건설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부재와 부재 사이를 연결하는 접합부였다.
싸구려 석재를 얼기설기 이어 붙여 탄생시킨 삼두육비 금강야차는 공중분해라는 최후를 맞이했다.
그런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란은 접합부를 최소화 하기로 결심했다.
일반적으로, 부품 개수와 내구성은 반비례한다.
왜 그런지는 쇠파이프로 기계식 시계를 힘껏 내리쳐 보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인형핵을 제작할 때, 수십 개의 천년오행목과 삼십여 종의 영초 및 영목을 접목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차라리 하나로 만들어 버리면 외부의 충격에도 쉽사리 분해되지 않을 테니까.
물론, 소재의 법력 생성 및 저장 효율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바람도 있었다.
거대인형의 구성 요소는 크게 세 가지.
정목법력으로 작동하는 인형핵과 정금법력으로 작동하는 금속 골조, 그리고 정토법력으로 작동하는 암석 외벽이었다.
인형핵은 이미 만들어 뒀다.
서란은 두 번째로 금속 골조 제작에 착수했다.
이론상 최고의 방법은 거대인형의 골조 전체를 한덩어리로 주조하는 것이다.
접합부 자체가 존재하지를 않으니 참으로 이상적인 내구성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상적인 해법이라는 물건이 다 그러하듯,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높이 400m짜리 통짜 금속 골조를 주조하겠다는 생각부터가 현실성 없는 발상이었다.
그리고 관절 부위는 또 어쩌겠는가.
서란이 만들고 싶은 건 가만히 서서 꼼짝도 못하는 동상이 아니라 인형이었다.
결국 어느 정도의 타협은 반드시 필요했다.
서란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우선, 거대인형의 골조를 관절 단위로 나눴다.
그 다음에는 주조 가능한 최대 크기를 기준으로 골조를 토막냈다.
이제는 파편들을 서로 연결하는 일만 남았다.
골조 파편끼리의 접합 면적이 지나치게 넓은 탓에 용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초강력 접착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아예 접합부를 퍼즐처럼 만들어 버렸다.
캐스트 퍼즐, 혹은 지혜의 고리라고 불리는 형태의 복잡한 입체 퍼즐 방식이었다.
이런 고난이도 퍼즐은 올바른 방향과 각도, 순서로 조각들을 움직이지 않으면 분리할 수 없었다.
지혜의 고리에서 영감을 받은 관절 부위는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단단하게 결합된 상태였다.
금속성 공법인 비절철비쇠금으로 내구성까지 강화해 준다면 거인의 관절기에 당해도 끄떡없을 터였다.
그렇게 해서 거대인형의 금속 골조가 완성됐다.
남은 건 암석 외벽뿐이었다.
의외로 이 과정이 가장 쉬운 부분이었다.
토속성 공법 적토전해경 덕분이었다.
파손된 토속성 법기의 주재료, 즉 암석을 복구하는 게 적토전해경이 지닌 효능이었다.
그런데 파손이라고 인식하는 범주가 꽤 넓었다.
네모반듯하게 채석된 두 석재를 딱 맞댄 다음 적토전해경을 사용했더니 서로 합쳐질 정도였다.
서란은 앞서 만들어 둔 금속 골조 주위에 정육각형 석재들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부재들을 빈틈없이 밀착시킨 다음에 적토전해경을 사용하자 외벽이 완성됐다.
접착제는 필요도 없었다.
암석 외벽 내부에 꽉 끼인 금속 골조, 마치 철근 콘크리트를 보는 것만 같았다.
서란은 부재로 사용한 금속과 석재의 열팽창계수에 관한 문제를 뒤늦게 떠올렸다.
무더운 남대륙에 갔다가 열팽창계수 차이로 거대인형이 망가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영성을 지닌 광물이 외부 온도 따위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남대륙으로 날아가다가 바다 한복판에서 거대인형이 공중분해 되는 일은 없을 듯 싶었다.
서란은 자신이 만들어 낸 높이 400m의 초대형 오목눈이를 뿌듯한 심정으로 올려다 봤다.
사실, 아직까지는 완공했다고 할 수 없었다.
내부 시설 공사는 시작조차 안 한 탓이었다.
하지만 웅장한 자태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서란은 나지막이 말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식산대붕이야.”
식산대붕, 산을 먹는 대붕이라는 의미였다.
참고로 대붕이라는 건 하루에 구만 리를 날아간다는 거대한 새의 이름이었다.
지구에서처럼 상상 속 동물은 아니고 실제로 북대륙에 서식한다고 들었다.
계절이 빠르게 흘러갔다.
마침내 귀여운 식산대붕이 완성됐다.
덩치가 산만 하기 때문에 멀리서만 봐야 했다.
가까이서 올려다보면 목이 아프니까.
총 공사 기간은 2년.
서란이 토목 공사조차 당일치기로 해치운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오래 걸린 편이었다.
내부 시설 배치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한 탓이었다.
거대인형 식산대붕의 용도는 인형 모선 겸 자원 창고 겸 이동식 거점이었다.
중요 설비로는 자원 저장 설비, 재료 가공 시설, 인형 생산 공장, 올빼미 격납고, 인형핵 관리실, 거주 공간, 종자 보관소 등이 있었다.
생각나는 시설은 죄다 쑤셔넣은 셈이었다.
무분별하게 설치한 내부 시설에도 불구하고 워낙 크게 만든 탓에 아직도 빈 공간이 넘쳐났다.
그야말로 마스터피스였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건들 중에 뭐가 사소하고, 또 뭐가 중대한지는 개개인마다 의견이 분분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공동 수뇌부의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사건을 중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첫째, 남대륙 원정을 떠날 준비가 끝났다.
둘째, 서란이 마침내 삼영근을 조화시켰다.
서란은 온종일 채석장에 눌러앉아 광물 쪼가리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제 본분을 다했다.
꾸준한 단약 섭취와 한증막, 수행을 통해서 마침내 진정한 삼영근자에 도달한 것이었다.
왼손을 쓰는 것처럼 불편하기만 했던 정목법력마저 어느새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네 번째로 화영근을 생성할 차례였다.
공동 수뇌부는 즉각 원정대를 조직했다.
서란과 담청이 남대륙 원정에 참가하는 이상 추가적인 전투 병력은 무의미했다.
대신 온갖 분야의 전문가를 소집해서 최고의 싱크 탱크를 구성했다.
오죽문과 금작파는 남대륙의 최근 정세를 모른다.
결국, 사전 계획을 아무리 치밀하게 세워도 원정대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마주칠 게 분명했다.
그때 서란과 담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게 싱크 탱크 구성원들의 임무였다.
단신 이인조에게 힘은 차고 넘쳤다.
그렇다면 부족한 전문 지식만 보충해주면 된다.
싱크 탱크는 외장형 두뇌로써 작동할 것이다.
서란과 담청, 싱크 탱크는 올빼미 군단의 발에 붙잡힌 채 거대인형의 부리 안으로 사라졌다.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남대륙 원정대의 이동 수단은 식산대붕으로 결정됐다.
서란이 공동 수뇌부에 제출한 식산대붕의 카탈로그 스펙이 너무 대단한 탓이었다.
그해 여름, 오죽문과 금작파 수도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식산대붕은 남동쪽 하늘로 사라졌다.
남대륙 원정대의 행동 방침은 간단했다.
될 수 있으면 5년 이내, 즉 서란이 48세가 되기 전까지 화영근 생성 수단을 확보할 것.
혹시라도 최우선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지체하지 않고 서대륙으로 복귀할 것.
나머지는 모조리 임기응변으로 헤쳐 나가야 했다.
심해 깊은 곳에 위치한 해저 도시.
어인교단의 교주가 연단에 올라서 외쳤다.
“지상의 오죽문에 머무시는 용신님과 대지모신님, 대지모신님과 용신님께서 부재중이신 관계로 당분간 성지순례는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선언.
신의 음성을 전포한다는 소식에 용궁 앞 광장에 바글바글 모여 있던 어인족이 절규했다.
“크아악!”
“뭐라고?!”
“이건 거짓말이야!”
대지모신 서란과 이대 용신 담청이 어인교단의 신이 된 지도 벌써 이십 년이 넘었다.
어인족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아우성치던 비명도 어느새 중얼거림으로 변했다.
“성지순례, 중단?”
“방치? 윽, 머리가...”
“용신님께서 또 다시 떠나신다고?”
“심해는 너무 어둡구나...”
“부디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여긴 지옥이다...”
“추워요, 대지모신님...”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때 군중 속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어인족의 시선이 발언자에게 쏠렸다.
발언자, 어인족 선동가가 더 크게 외쳤다.
정확히는 어인족이 아니라 어인족의 탈을 뒤집어 쓴 만영충이라는 요괴였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신은 항상 우리를 버리지! 일대 용신도, 이대 용신과 대지모신도! 세상에는 오직 잔혹한 공허뿐이야!”
불난 곳만 찾아다니며 기름을 뿌리는 분탕질의 귀재가 이번에도 비수 같은 혓바닥을 놀렸다.
만영충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주변 어인족의 마음은 까맣게 물들어만 갔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교주가 곧장 신도들을 안심시켰다.
“다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신께서 친히 하사해 주신 문서가 있습니다! 대지모신님과 용신님, 용신님과 대지모신님께서 늦어도 오 년 이내로 복귀하신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닙니다!”
교주는 서란이 쓴 문서를 읽어 나갔다.
5년 뒤, 남대륙에서 복귀하다가 해저 도시에 들러서 용신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심지어 십여 년 뒤에는 장기간 용궁에 체류하겠다는 약속까지도 담겨 있었다.
어인족은 환호했다.
“믿고 있었습니다!”
“저도요, 저도요!”
“용신님 만세!”
“대지모신님 만세!”
한순간에 마음이 정화된 어인족을 보며, 열심히 선동을 하던 만영충이 중얼거렸다.
“에이, 텄다 텄어... 나도 다른 사촌들처럼 남대륙이나 갈걸...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해저 도시에 남아 있었나 몰라...”
만영충은 쓸쓸히 남쪽으로 사라졌다.
어인교단이 시끌시끌할 무렵, 남대륙 원정대는 위험한 바다에서 요괴들의 군대와 싸우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