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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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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과 금작파는 축제 분위기였다.

과감하게 판돈을 올려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서란은 삼영근자가, 두 문파는 부자가 됐다.

보물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두 문파의 재정 부서는 이미 한 몸이 됐으니까.

합병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공동 수뇌부는 오늘도 회의장에 모여 있었다.

지금 막 공동 비승을 위한 초거대 비행법기 제작 논의가 끝난 참이었다.

다음 논제는 서란의 영근과 관련된 문제였다.

의장이 말했다.

“자, 다음으로 영근 입수 방법에 관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의견이 있는 분부터 자유롭게 발언해 주십시오.”

누군가 손을 들고 발언했다.

“일단, 수영기의 해는 정확히 언제 오는 겁니까?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최종 결과가 나왔나요?”

천문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차 범위를 꽤 줄였죠. 다음 수영기의 해는 대략 13년에서 15년 뒤에 옵니다.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천체 관측 담당자들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 발언했다.

“그러면 화영근만 해결하면 되겠군요. 적어도 5년 안에는 화선과를 찾았으면 싶은데요. 만약 그렇게 되면 사영근을 조화시킨 상태로 수영근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야말로 최선의 결과로군요. 비승 시기를 몇 년 가까이 앞당길 수 있으니까요.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수도자 같은 경우에는 고작 몇 개월 차이로 삶과 죽음이 결정될 수도 있죠.”

“최대한 화영근을 먼저 얻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맞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될 수 있으면 많은 수도자들과 함께 올라가고 싶군요.”

“그런데 화선과는 또 어떻게 찾죠? 솔직히 서대륙 안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동대륙처럼 거대한 미답 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선과 같은 귀물이 아직까지 주인 없이 남아 있을까요?”

“류 수사님이 드신 금선과는 어디서 얻었었죠?”

“여 수사님께서 대요괴를 토벌하고 얻으셨습니다. 수십 년 전에 해선문이 곤혹을 치른 일, 다들 기억하십니까? 무슨 귀심 어쩌고 하는 대요괴가 연안까지 와서 난장을 쳤던 그거 말입니다.”

“아, 듣고 보니 기억이 납니다.”

“결국 금선과도 서대륙 바깥에서 흘러 들어온 셈이군요. 역시 화선과는 다른 대륙에서 찾아야 하나 봅니다. 다른 대륙에 관한 문헌을 살펴보면 남대륙이 그렇게 덥다고 하던데, 척 봐도 화선과가 있을 확률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까?”

대화의 흐름이 원양 항해 쪽으로 쏠렸다.

“다른 대륙은 또 어떻게 갑니까? 안전한 항로를 사용하려면 세상의 중심을 지나쳐야만 하는데, 독안룡이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렇다고 위험한 바다를 통과할 수도 없고...”

“애초에 안전한 항로를 통해 다른 대륙까지 갔다오면 제시간에 못 맞춥니다. 가는데 몇 년, 오는데 몇 년이에요. 돌아오면 벌써 수영기의 해는 지난 상태일 겁니다.”

“전송진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고고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한 지도 십 년 가까이 됐는데, 뭐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자체 제작은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수리 정도는 지금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지금 상황에는 큰 의미가 없겠네요.”

그때, 누군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위험한 바다로 가죠? 안전한 항로로 빙 돌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빠를 텐데.”

다른 사람이 상식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오죽문과 금작파의 원영기 수사들이 모두 함께 출발해도 누구 하나 도착할지 장담할 수가 없어요. 화신기 쯤 되는 수준이 아니면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수십 년을 더 기다리고 말지.”

하지만 상식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패배했다.

“용녀님과 동행하면 괜찮은 거 아닙니까?”

“어?”

다들 종종 깜빡하곤 하는데, 담청은 용이었다.


서대륙에서는 공동 수뇌부가 담청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서란은 대수림 심층부에 있었다.

봄이 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 동안 대수림에 머무르면서 오행인면목들과 친목도 도모하고, 법력도 잔뜩 쌓았다.

전송진 근처에서 순번을 기다리던 서란은 방금 막 동대륙에 도착한 고고학자들과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류 수사님. 돌아가시는군요?”

“예, 볼일이 전부 끝났거든요. 아참, 이거 받으세요. 저번에 부탁하셨던 오행인면목들의 민간설화와 역사, 문화에 관한 기록이에요. 최대한 자세하게 적기는 했는데, 그래도 빠진 부분이 많을 겁니다.”

고고학자는 서란이 내민 종이뭉치를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류 수사님께서는 고고학의 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하신 겁니다.”

“이런 최근 자료도 고고학에 도움이 될까요?”

“오행인면목은 길게는 만 년까지도 살지 않습니까. 그들의 사회는 수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장생종의 가장 큰 특징이죠.”

서란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아주 큰 도움이 됐죠.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옆구리에 낀 그 바구니는 뭡니까?”

“아, 이거요?”

서란이 바구니 뚜껑을 열었다.

눈이 세 개 달린 토끼 요괴, 삼안묘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삼안묘라고 합니다.”

고고학자들도 마주 인사했다.

“오,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고서에 적혀 있던 현지 협력자로군요?”

“혹시 문파로 영입하신 겁니까?”

서란이 수긍했다.

“예, 영안을 가진 요수는 꽤나 드무니까요. 이 기회에 영입을 했죠. 삼안묘, 너도 과일 하나 없는 고향보다는 서대륙이 훨씬 낫지?”

삼안묘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고향이요? 대수림 심층부가? 전혀요? 입문 서약을 한 순간부터 제 고향은 오죽문뿐이었습니다.”

서란이 말을 받았다.

“뭐, 그렇다네요.”

그때, 전송진 관리자가 외쳤다.

“132번! 132번은 전송진 앞으로 와 주세요!”

서란의 순번이었다.

“아, 저는 이만 갈게요. 제 차례가 됐거든요.”

고고학자들이 손을 흔들었다.

“예, 살펴 가세요.”

“자료 정말 감사합니다.”

서란은 이번에도 점프와 함께 입장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대문짝 만한 경고문을 보고 그만뒀다.

위험하니까 전송진에 뛰어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서란은 전송 문양을 살며시 밟았다.


서란은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눈에 띄는 변화는 딱히 없었다.

다만 장선화는 몰라볼 만큼 성장한 상태였다.

서란이 물었다.

“선화야, 네가 올해로 몇 살이더라?”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장선화가 대답했다.

“저 이제 열여섯 살이에요, 선생님!”

“오, 그렇구나...”

사실 서란도 알면서 물어본 거였다.

자기 나이에서 25살을 빼면 장선화 나이였으니까.

그냥, 도저히 안 믿겨서 그랬다.

뭘 어떻게 하면 호혜문보다 커질 수 있었던 걸까.

이미 늦은 건 알지만 비결이 궁금했다.

하지만 조수에게 추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서란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바구니를 열었다.

“선화야, 인사해. 얘는 삼안묘야.”

바구니에서 삼안묘가 깡총 튀어나왔다.

장선화의 예쁜 눈매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온통 호의로 가득찬 시선이었다.

눈이 세 개라는 사실은 신경 안 쓰는 모양이었다.

장선화가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안녕, 삼안묘. 나는 장선화라고 해.”

삼안묘도 앞발을 사사삭 비비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헤헤.”

서란은 하녀들에게도 삼안묘를 인사 시켰다.

잠시 외출한 담청은 나중에 소개해 주기로 했다.

삼안묘는 자연스레 서란의 저택에서 살게 됐다.

두 사람과 토끼 한 마리의 즐거운 간식 시간.

장선화가 품 안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불었다.

인면조를 부르는 호출 신호였다.

참고로 사람은 못 듣는 주파수였다.

다만 서란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꾸준히 단련한 육감 덕분에 어느새 가청 범위 밖에 있는 소리마저 감지할 수 있게 된 지 오래였다.

길쭉한 귀가 쫑긋거리는 걸 보니 삼안묘에게도 들린 모양이었다.

저 멀리서 인면조 한 마리가 날아왔다.

귀여운 소녀의 머리통과 참새의 몸통.

삼안묘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던 이유였다.

장선화가 인면조의 턱을 간질이며 물었다.

“어떤가요, 선생님. 정말 귀엽지 않나요?”

서란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응, 귀엽구나.”

물론 서란도 이제는 열여섯 소녀가 아니었다.

난생처음 인면조라는 요수를 보고 당황하던 지구인은 오래 전에 죽었다는 뜻이다.

왠지 꺼림칙하던 인면조도 요즘은 귀엽기만 했다.

서란이 염려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장선화는 복슬복슬 털뭉치라면 뭐든지 좋아했다.

이러다가 요수술사가 되겠다며 인형술을 내팽개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설마 설마 하지만 세상 일은 원래 모르는 거다.

서란에게는, 예술가로서 자기 조수를 올바른 미학의 길로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

서란이 말했다.

“선화야, 오랜만에 인형 만들러 갈까?”

장선화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야호!”

인형 공방의 문이 굳게 닫혔다.


며칠 뒤, 서란을 찾아온 이아금이 감탄했다.

“와, 너무 귀엽다...”

서란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치? 귀엽지?”

“응. 이거 흰머리오목눈이 맞지?”

“그래, 맞아.”

이아금은 넋을 놓고 오목눈이를 구경했다.

단추 같은 까만 눈, 온몸을 뒤덮은 흰 깃털.

서란이 작정하고 귀엽게 만든 조형물에는 사람을 홀릴 정도의 힘이 담겨 있었다.

사랑하는 언니가 앞으로도 영원히 이런 인형만 만들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아금이 물었다.

“이거 혹시 지금도 움직여?”

서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이건 축소 모형이거든.”

“그래? 실물 크기는 얼마 정도야?”

이아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충 5척(약 150cm) 정도 되겠거니 싶었다.

올빼미 인형이 딱 그만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서란이 해맑게 대답했다.

“실물 높이는 1리(약 400m)보다 약간 더 커.”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아금은 자기도 모르게 정색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