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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표층부에 위치한 은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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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군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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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열 척이 연신 보물을 토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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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 작업이 종료된 뒤,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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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형술 재료, 천년오행목이 무려 수십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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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최상급 법기, 희귀 광물, 수백 년 된 영초나 영목, 영과 등을 산더미처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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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파편은 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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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감수한 대가는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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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뱅크런 작전을 위해, 서란 일당은 엄청난 수량의 단약과 영석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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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교단의 공물과 거대문파 두 곳의 재정적 지원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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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오죽문과 금작파의 여유 자금이 바닥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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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사용한 영석부터 채워 넣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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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는 법기부터 일부 처분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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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이나 영목은 금작파 쪽으로 넘겨 법기 형태로 가공해서 팔면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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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 및 영과는 원영기용 단약으로 조제해 서란의 입에 들어가야 하니 영석으로 바꿔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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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주판을 꺼내서 계산해 볼 필요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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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마나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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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십대문파의 비자발적인 후원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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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선과를 빼고 계산해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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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는 선과를 다섯 개나 꿍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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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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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큼직한 목함 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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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과 3개, 토선과 2개가 서란을 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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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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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과나 수선과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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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이미 토영근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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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과도 하나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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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부려서 더 먹어도 추가 효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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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선과 네 개는 오죽문과 금작파 원영기 수사들이 나눠 먹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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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남은 서란은 괜히 목선과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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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간절한 바람처럼 일반 선과 세 개가 합쳐져서 황금 선과로 변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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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참을 그러던 서란은 목선과 하나를 낼름 삼키고는 목함 뚜껑을 도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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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란은 목금토 삼영근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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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서란은 동대륙에 방문한 목적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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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목영근도 얻었고, 겸사겸사 아니꼬운 십대문파도 혼쭐을 내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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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서대륙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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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목속성 원영기 공법을 수련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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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그러려고 목선과를 찾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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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목영기로 가득한 대수림은 정목법력을 쌓기에는 최적의 장소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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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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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잡아 반 년 정도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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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내년 봄쯤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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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품 안에서 공법서 한 권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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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이 약목파와의 협상을 통해 입수한 목속성 원영기 공법의 이름은 ‘축성개화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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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성을 빌어 꽃을 피운다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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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효능은 초목의 생장을 다루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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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새로 얻은 힘을 사용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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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묘목을 한 그루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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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과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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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묘목을 적당한 곳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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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축성개화공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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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법력이 사과나무의 생장을 촉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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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키보다 약간 크던 묘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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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잘 익은 사과가 우수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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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간을 빨리 감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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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발치에 굴러온 열매를 하나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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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보나, 빛깔로 보나 평범한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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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쩍 가르자 뽀얀 과육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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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혀를 내밀어 사과 과육을 핥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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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익었는지 단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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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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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쪽 난 사과를 바라보던 중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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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씨에 바로 축성개화공을 쓰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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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싹이 트지 않은 씨앗에도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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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땅에 심어야만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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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면 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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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바로 공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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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은 즉시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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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들린 사과 반쪽 두 개, 그 안에 든 수많은 사과씨가 일제히 발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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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뻗은 뿌리가 뒤엉키며 서란을 집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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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멈추지 않고 공법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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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에 자란 사과나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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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무수한 사과 열매가 대지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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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과육 안에 든 씨앗들이 발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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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한 세대를 거듭할수록 사과나무의 총 개체수는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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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이라면, 법력만 무한할 경우, 이론상 씨앗 한 개만 있어도 세상을 전부 메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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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궁리에 따라서는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할 공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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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이만 나무뿌리 틈에서 나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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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축성개화공을 반대로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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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들은 말라비틀어지더니 끝내 부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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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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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실험 끝에 서란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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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개화공은 분명 최고의 공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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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계가 없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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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식량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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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개화공으로 농작물을 대량 생산하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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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목파가 왜 안 그랬었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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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복사 계획 자체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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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원영기 수사의 시간과 막대한 법력까지 사용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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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수도문파라는 게 유망주한테 집중 투자를 해서 다 함께 이득을 보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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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한테 자유 시간 좀 주려고 원영기 수사가 수행 안 하고 딴짓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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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금 오죽문의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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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성 비료 법술을 사용하고, 수속성 법술로 비를 내리게 하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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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대지가 길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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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란이 만든 동물농장 덕분에 연기기 수사들이 직접 풀을 벨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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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서란은 식량 복사 계획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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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떠올린 건 영초 복사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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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계획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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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나 영목, 영과 같이 영성이 풍부한 식물은 사과나무와는 달리 생장 가속에 한계가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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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 거의 없는 초목의 생장 속도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가속하는 것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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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영초나 영목, 영과는 아무리 애를 써도 몇 배 정도 가속하는 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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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라는데 천 년씩 걸리는 영초 같은 경우에는 기껏해야 육칠백 년 단축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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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란이 찾은 최선의 활용법은 연기기용 단약에 들어갈 수십 년짜리 영초 재배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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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것도 이미 약목파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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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바퀴의 재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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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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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축성개화공의 활용 수단을 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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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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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영감이 떠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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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영감은 연구실보다는 다소 뜬금없는 장소에서 찾아오는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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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 앉아 있다가 우리 임금님 왕관이 순금인지 확인할 방법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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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체로 내달리며 ‘유레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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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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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알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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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경우도 얼추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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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찾아온 장소는 곧은 줄기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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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그냥 공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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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친구인 곧은 줄기, 그리고 친구의 친구인 불타는 가지와 함께 친목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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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토와 영양제를 즐기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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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화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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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가 잔뜩 함유된 비옥토에 뿌리를 묻은 채로 곧은 줄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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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서란 당신이 대균열을 닫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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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비옥토에 발을 묻은 서란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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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아. 동대륙을 구한 멋진 모험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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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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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줄기와 불타는 가지가 권유하기에 따라 했는데, 시원한 거 말고는 뭐가 좋은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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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나무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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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는 종족 입장에서 간접 키스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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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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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최근 십 년 사이에 침식지대의 확장이 멈춘 것도 서란 덕분이겠군요? 그야말로 오행인면목 사회 전체를 구한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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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줄기가 뒤이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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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오행인면목의 영역 전체가 침식지대로 변할 거라던 종말론자들이 많이 감소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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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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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자들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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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줄기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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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정말 많았죠. 틈만 나면 대수림 밖으로 나가서 인간들을 몰아내고 미래의 묘목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땅을 차지해야만 한다고 시끄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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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긴. 오행인면목들은 대수림 심층부로 못 들어가지? 명계의 인력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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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지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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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몸 안에 든 법력을 모두 빼앗기거든요. 그래서 끝내 영성을 잃고 자기 무게 때문에 자멸하죠. 아시다시피 오행인면목들이 워낙 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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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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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력으로 거대한 덩치를 지탱하는 거구나. 그런데 소모가 감당이 되나? 나도 거대화 법술을 하나 아는데 지금보다 경지가 낮았을 때는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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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지가 수려한 가지를 흔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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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의 몸은 선천적으로 법력을 생성하고 저장하는데 탁월하거든요. 게다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회복력과 저장 용량이 점점 늘어나기까지 하죠. 명계의 인력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평생 법력이 부족할 일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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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서란은 어떤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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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천년오행목을 잘만 활용하면 진정한 거대인형을 완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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