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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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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표층부에 위치한 은신처.
올빼미 군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범선 열 척이 연신 보물을 토해 냈다.
하선 작업이 종료된 뒤, 결과가 나왔다.
최고의 인형술 재료, 천년오행목이 무려 수십 개.
이 외에도 최상급 법기, 희귀 광물, 수백 년 된 영초나 영목, 영과 등을 산더미처럼 가져왔다.
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파편은 좀 있었다.
위험을 감수한 대가는 달콤했다.
이번 뱅크런 작전을 위해, 서란 일당은 엄청난 수량의 단약과 영석을 투자했다.
어인교단의 공물과 거대문파 두 곳의 재정적 지원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오죽문과 금작파의 여유 자금이 바닥나 버렸다.
일단은 사용한 영석부터 채워 넣어야 했다.
필요 없는 법기부터 일부 처분할 예정이었다.
광물이나 영목은 금작파 쪽으로 넘겨 법기 형태로 가공해서 팔면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었다.
영초 및 영과는 원영기용 단약으로 조제해 서란의 입에 들어가야 하니 영석으로 바꿔선 안된다.
굳이 주판을 꺼내서 계산해 볼 필요조차 없었다.
보나마나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을 테니까.
전부 십대문파의 비자발적인 후원 덕분이었다.
심지어 선과를 빼고 계산해도 그랬다.
십대문파는 선과를 다섯 개나 꿍쳐 두고 있었다.
괘씸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었다.
서란은 큼직한 목함 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목선과 3개, 토선과 2개가 서란을 반겨 주었다.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화선과나 수선과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서란은 이미 토영근을 가지고 있었다.
목선과도 하나면 충분했다.
욕심을 부려서 더 먹어도 추가 효과는 없었다.
남는 선과 네 개는 오죽문과 금작파 원영기 수사들이 나눠 먹지 않을까 싶었다.
미련이 남은 서란은 괜히 목선과를 만지작거렸다.
물론 간절한 바람처럼 일반 선과 세 개가 합쳐져서 황금 선과로 변하는 일은 없었다.
결국, 한참을 그러던 서란은 목선과 하나를 낼름 삼키고는 목함 뚜껑을 도로 닫았다.
그렇게 서란은 목금토 삼영근자가 됐다.
이로써 서란은 동대륙에 방문한 목적을 달성했다.
원하던 목영근도 얻었고, 겸사겸사 아니꼬운 십대문파도 혼쭐을 내줬으니까.
하지만 바로 서대륙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이제는 목속성 원영기 공법을 수련할 차례였다.
애초부터 그러려고 목선과를 찾은 거니까.
사방이 목영기로 가득한 대수림은 정목법력을 쌓기에는 최적의 장소나 다름 없었다.
오래 머무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어림잡아 반 년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다가 내년 봄쯤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서란은 품 안에서 공법서 한 권을 꺼냈다.
*****
오죽문이 약목파와의 협상을 통해 입수한 목속성 원영기 공법의 이름은 ‘축성개화공’이었다.
번성을 빌어 꽃을 피운다는 의미라고 한다.
주된 효능은 초목의 생장을 다루는 것이었다.
서란은 새로 얻은 힘을 사용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묘목을 한 그루 구매했다.
작은 사과나무였다.
서란은 묘목을 적당한 곳에 심었다.
그리고 축성개화공을 운용했다.
정목법력이 사과나무의 생장을 촉진하기 시작했다.
어른 키보다 약간 크던 묘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났다.
곧이어 잘 익은 사과가 우수수 떨어졌다.
마치 시간을 빨리 감은 것만 같았다.
서란은 발치에 굴러온 열매를 하나 집어 들었다.
냄새로 보나, 빛깔로 보나 평범한 사과였다.
반으로 쩍 가르자 뽀얀 과육이 보였다.
서란은 혀를 내밀어 사과 과육을 핥아 봤다.
제대로 익었는지 단맛이 났다.
바로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될 정도였다.
두 쪽 난 사과를 바라보던 중 호기심이 생겼다.
사과씨에 바로 축성개화공을 쓰면 어떻게 될까.
아직 싹이 트지 않은 씨앗에도 효과가 있을까.
아니면 땅에 심어야만 효과가 있을까.
해 보면 알 일이었다.
서란은 바로 공법을 사용했다.
궁금증은 즉시 해결됐다.
양손에 들린 사과 반쪽 두 개, 그 안에 든 수많은 사과씨가 일제히 발아했다.
각기 뻗은 뿌리가 뒤엉키며 서란을 집어 삼켰다.
서란은 멈추지 않고 공법을 운용했다.
손 위에 자란 사과나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내 무수한 사과 열매가 대지에 떨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과육 안에 든 씨앗들이 발아했다.
한 세대, 한 세대를 거듭할수록 사과나무의 총 개체수는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방식이라면, 법력만 무한할 경우, 이론상 씨앗 한 개만 있어도 세상을 전부 메울 수 있었다.
사용자의 궁리에 따라서는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할 공법이었다.
서란은 이만 나무뿌리 틈에서 나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축성개화공을 반대로 운용했다.
사과나무들은 말라비틀어지더니 끝내 부스러졌다.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
숱한 실험 끝에 서란은 깨달았다.
축성개화공은 분명 최고의 공법이었다.
하지만 한계가 없는 건 아니었다.
서란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식량 문제였다.
축성개화공으로 농작물을 대량 생산하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약목파가 왜 안 그랬었는지 깨달았다.
식량 복사 계획 자체는 성공했다.
그런데 원영기 수사의 시간과 막대한 법력까지 사용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애초에 수도문파라는 게 유망주한테 집중 투자를 해서 다 함께 이득을 보는 구조였다.
연기기 수사들한테 자유 시간 좀 주려고 원영기 수사가 수행 안 하고 딴짓할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지금 오죽문의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다.
토속성 비료 법술을 사용하고, 수속성 법술로 비를 내리게 하면 끝이었다.
기다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대지가 길러준다.
심지어 서란이 만든 동물농장 덕분에 연기기 수사들이 직접 풀을 벨 필요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서란은 식량 복사 계획을 포기했다.
다음으로 떠올린 건 영초 복사 계획이었다.
앞선 계획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실패했다.
영초나 영목, 영과 같이 영성이 풍부한 식물은 사과나무와는 달리 생장 가속에 한계가 뚜렷했다.
영성이 거의 없는 초목의 생장 속도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가속하는 것도 가능했다.
반면에 영초나 영목, 영과는 아무리 애를 써도 몇 배 정도 가속하는 게 고작이었다.
다 자라는데 천 년씩 걸리는 영초 같은 경우에는 기껏해야 육칠백 년 단축하는 셈이었다.
결국 서란이 찾은 최선의 활용법은 연기기용 단약에 들어갈 수십 년짜리 영초 재배 정도였다.
참고로 이것도 이미 약목파가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바퀴의 재발명이었다.
하지만 서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축성개화공의 활용 수단을 궁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기가 막힌 영감이 떠오른 것이었다.
*****
번뜩이는 영감은 연구실보다는 다소 뜬금없는 장소에서 찾아오는 경향이 있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 앉아 있다가 우리 임금님 왕관이 순금인지 확인할 방법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체로 내달리며 ‘유레카!’라고 외쳤다.
아이작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알 게 뭔가.
서란의 경우도 얼추 비슷했다.
영감이 찾아온 장소는 곧은 줄기의 집이었다.
집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그냥 공터였다.
서란은 친구인 곧은 줄기, 그리고 친구의 친구인 불타는 가지와 함께 친목을 나누고 있었다.
비옥토와 영양제를 즐기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오행인면목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화 생활이었다.
영양제가 잔뜩 함유된 비옥토에 뿌리를 묻은 채로 곧은 줄기가 물었다.
“정말로 서란 당신이 대균열을 닫았다고요?”
마찬가지로 비옥토에 발을 묻은 서란이 대답했다.
“응, 맞아. 동대륙을 구한 멋진 모험이었지.”
그리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곧은 줄기와 불타는 가지가 권유하기에 따라 했는데, 시원한 거 말고는 뭐가 좋은지를 모르겠다.
서란은 나무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당연했다.
이거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는 종족 입장에서 간접 키스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만 들었다.
불타는 가지가 말했다.
“그러면 최근 십 년 사이에 침식지대의 확장이 멈춘 것도 서란 덕분이겠군요? 그야말로 오행인면목 사회 전체를 구한 셈이에요.”
곧은 줄기가 뒤이어 말했다.
“확실히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오행인면목의 영역 전체가 침식지대로 변할 거라던 종말론자들이 많이 감소했다고 하더라고요.”
서란이 물었다.
“종말론자들도 있었어?”
곧은 줄기가 대답했다.
“예, 정말 많았죠. 틈만 나면 대수림 밖으로 나가서 인간들을 몰아내고 미래의 묘목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땅을 차지해야만 한다고 시끄러웠어요.”
“아, 하긴. 오행인면목들은 대수림 심층부로 못 들어가지? 명계의 인력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불타는 가지가 대답했다.
“맞아요, 몸 안에 든 법력을 모두 빼앗기거든요. 그래서 끝내 영성을 잃고 자기 무게 때문에 자멸하죠. 아시다시피 오행인면목들이 워낙 크잖아요.”
서란이 물었다.
“법력으로 거대한 덩치를 지탱하는 거구나. 그런데 소모가 감당이 되나? 나도 거대화 법술을 하나 아는데 지금보다 경지가 낮았을 때는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거든.”
불타는 가지가 수려한 가지를 흔들며 말했다.
“오행인면목의 몸은 선천적으로 법력을 생성하고 저장하는데 탁월하거든요. 게다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회복력과 저장 용량이 점점 늘어나기까지 하죠. 명계의 인력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평생 법력이 부족할 일은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서란은 어떤 영감을 받았다.
수십 개의 천년오행목을 잘만 활용하면 진정한 거대인형을 완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