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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 구성원은 대수림에 출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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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런 의문이 하나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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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십대문파 구성원의 정의는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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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입문했다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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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수림에는 십대문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산수들도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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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관계로 얽히거나, 십대문파 소속과 친분이 깊거나, 간혹은 친인척 관계인 경우마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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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생각할수록 답이 안 나오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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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행인면목들은 아예 고민조차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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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나는 십대문파의 아무개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수준이 아니면 신경도 안 썼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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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장생종다운 대범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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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강사 대형금단이 십대문파 앞잡이 짓을 하면서도 대수림에 머무를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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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코가 꿰인 지도 어언 십여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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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자괴감조차 안 느껴지는 경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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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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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기 수사씩이나 된 처지에 더러운 십대문파에게 약점을 잡혀서 졸개 노릇이나 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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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금단은 매일 서란을 향한 원한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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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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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란의 강좌가 대형금단의 연간 소득을 반의 반의 반 토막 낸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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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씀씀이 줄일 생각은 안 하고 섣불리 대출에 손부터 댄 건 대형금단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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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남 탓을 해도 곤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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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벌써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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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나 자괴감 같은 휘발성 높은 감정은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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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금단에게 남은 건 자신을 거두어 주신 십대문파 주인님을 향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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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노동을 왜 하겠는가, 앞잡이 노릇만 하면 다디단 콩고물이 잔뜩 떨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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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대형금단은 유감 한 점 없이 서란을 영입하라는 쌍룡문의 지령을 수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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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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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쌍룡문에서 저를 영입하고 싶어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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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금단이 열렬히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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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바로 그렇습니다! 류 수사님께서는 그야말로 대수림 산수들의 자랑이 아니십니까! 당연히 십대문파에서도 진작 예의 주시하고 있었지요! 이건 비밀이지만, 저는 십여 년 전부터 쌍룡문 수뇌부의 손발이 되어 활동해 왔습니다. 하루만 시간을 내 주시면 쌍룡문 측 인사와 접선시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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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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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군요. 아시다시피 수도문파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조직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입문을 하면 율법도 지켜야 하고 골치 아픈 일이 많죠. 평생을 산수로 살아왔더니 조금은 꺼려지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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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님,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제삼자인 제가 봐도 정말 아까울 정도로요. 물론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조직 생활이라는 게 필연적으로 그런 면이 있죠. 그래도 다시 한 번만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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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괜히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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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리 그래도 입문은 좀... 사실, 지금도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영석만 충분하면 대수림 안에서도 필요한 걸 대부분 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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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금단이 몇 번 더 찔러 봤지만, 서란은 물 흐르듯 두리뭉실한 언사로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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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계속되지만 좋다 싫다 확답은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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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금단은 상대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튕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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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보물을 내어주지 않고 영입하겠다는 첫 번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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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쌍룡문 수뇌부와 대형금단도 이 계획이 성공하리란 기대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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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두 번째 계획, 보물 미끼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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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금단이 한껏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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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저도 류 수사님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수도문파에 입문하는 걸 꺼려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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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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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해해 주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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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럼요. 류 수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막말로 영석만 잔뜩 있으면 대수림 만큼 편한 곳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지켜야 할 규칙도 적고, 필요한 물건도 대부분 손에 넣을 수 있죠. 하지만, 대수림에서는 구할 수 없는 보물들도 세상에는 많습니다. 류 수사님도 당연히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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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천년오행목이나 심층부에서 간혹 발견되는 보물은 모조리 십대문파 수중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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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바로 그렇습니다. 영석이 아무리 많아도 결코 구할 수 없는 귀물이 탐나지 않으십니까? 쌍룡문은 류 수사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천고의 보물조차 아까워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당장 결정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일단 쌍룡문 측 인사를 만나 보시지요.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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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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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만나 보는 정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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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당장 가서 류 수사님의 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 혹시 시간은 언제가 가장 괜찮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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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올해는 봄 강좌를 개설하지 않았거든요. 편한 날로 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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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흔쾌히 경청해 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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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금단은 밝은 얼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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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의 충실한 앞잡이가 떠난 뒤, 서란은 작은 종을 울려 사용인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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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손님 들여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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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류 수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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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앞잡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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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이라도 쓴 듯, 똑 닮은 알랑거리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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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안에 앞잡이가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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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여태 비슷한 대화를 몇 번이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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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십대문파 모두와 접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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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문할 듯 말 듯 여지를 팍팍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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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원래 목적한 대로 누가 어떤 보물을 소유하고 있는지 전부 알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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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십대문파는 격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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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도 아니고 도대체 몇 다리를 걸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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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문어발이라고 부르기도 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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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도 다리는 고작 여덟 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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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룡문 수뇌부가 모인 회의장 분위기는 화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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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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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의 방종을 좌시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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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쌍룡문을 능멸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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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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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어떻게 할 건지 들어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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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요절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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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류서란이 대수림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오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습니까? 발언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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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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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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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안에도 우리 손발은 많습니다. 왜, 채무자들이 빚 떼먹고 도망칠 때 강제로 변제시키는 그런 인력이요. 그 치들을 잘만 사용하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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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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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설마 습격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성공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상대도 바보가 아니면 배후를 눈치챌 테니까요. 류서란이 앙심을 품고 쌍룡문을 공격하면 어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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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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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도 산수 정도는 할 수 있을테니 정면으로 싸움을 걸지는 않겠죠. 혹시라도 우리 쪽 원영기 전력에게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수림을 끼고 움직일 겁니다. 원영기 수사의 유격 활동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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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 몇몇은 굳이 상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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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대수림 접경지대에서 무작위로 튀어 나오는 원영기 수사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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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원영기 수사가 전부 출동해도 상대가 대수림으로 도망치기만 하면 쫓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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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슈퍼 게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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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회의는 흐지부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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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수뇌부의 화병은 오래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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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십대문파 모두에게 편지를 보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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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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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류서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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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영입 제안은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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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해 봤는데 수도문파의 생활은 저한테 안 맞을 것 같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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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좋은 제안을 해 주셨는데 이렇게 거절하게 되어 정말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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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십대문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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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른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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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가 운영하는 은행 열 곳에 동일한 수량의 영석을 예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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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보통 예금이 아닌 백 년짜리 초장기 적금상품에 가입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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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저와 십대문파 사이에도 돈독한 우정이 피어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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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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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축약하긴 했는데, 얼추 내용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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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의 수뇌부도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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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까운 보물을 내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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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도 실패했지만, 그건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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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십대문파는 서로 간의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서 조약을 하나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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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파의 원영기 숫자를 제한하고, 결코 영근을 세 개 초과로 지니지 않는 게 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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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문파가 서란을 영입했다면 다른 문파들이 합당한 양보를 요구했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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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중립으로 남아주는 게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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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동대륙 산수들을 장악할 정도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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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에서 화신기 수사가 안 나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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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서란이 약속한 영석이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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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십 등분이라니, 역시 단약은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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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가 계산했을 때, 이 정도면 눈앞에 닥친 자금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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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란과 십대문파는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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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동대륙을 좌지우지하는 십대문파들의 비호를 받아서 안락한 생활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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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들은 문파의 시설 유지비와 은행의 재정 악화를 동시에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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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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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 뒤, 서란이 쌍룡문 은행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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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의심 많은 이조차도 방심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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