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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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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 구성원은 대수림에 출입할 수 없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하나 생긴다.
도대체 십대문파 구성원의 정의는 어디까지인가.
정식으로 입문했다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대수림에는 십대문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산수들도 즐비했다.
채무 관계로 얽히거나, 십대문파 소속과 친분이 깊거나, 간혹은 친인척 관계인 경우마저 존재했다.
깊게 생각할수록 답이 안 나오는 문제였다.
그래서 오행인면목들은 아예 고민조차 안 했다.
대놓고 ‘나는 십대문파의 아무개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수준이 아니면 신경도 안 썼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장생종다운 대범함이었다.
유명 강사 대형금단이 십대문파 앞잡이 짓을 하면서도 대수림에 머무를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빚 때문에 코가 꿰인 지도 어언 십여 년.
이제는 자괴감조차 안 느껴지는 경지에 도달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결단기 수사씩이나 된 처지에 더러운 십대문파에게 약점을 잡혀서 졸개 노릇이나 하고 있다니.
대형금단은 매일 서란을 향한 원한을 곱씹었다.
서란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한 일이었다.
물론, 서란의 강좌가 대형금단의 연간 소득을 반의 반의 반 토막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씀씀이 줄일 생각은 안 하고 섣불리 대출에 손부터 댄 건 대형금단 본인이었다.
대뜸 남 탓을 해도 곤란할 뿐이었다.
하지만 벌써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증오나 자괴감 같은 휘발성 높은 감정은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대형금단에게 남은 건 자신을 거두어 주신 십대문파 주인님을 향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정당한 노동을 왜 하겠는가, 앞잡이 노릇만 하면 다디단 콩고물이 잔뜩 떨어지는데.
덕분에 대형금단은 유감 한 점 없이 서란을 영입하라는 쌍룡문의 지령을 수행할 수 있었다.
*****
서란이 물었다.
“오, 쌍룡문에서 저를 영입하고 싶어한다고요?”
대형금단이 열렬히 긍정했다.
“예, 바로 그렇습니다! 류 수사님께서는 그야말로 대수림 산수들의 자랑이 아니십니까! 당연히 십대문파에서도 진작 예의 주시하고 있었지요! 이건 비밀이지만, 저는 십여 년 전부터 쌍룡문 수뇌부의 손발이 되어 활동해 왔습니다. 하루만 시간을 내 주시면 쌍룡문 측 인사와 접선시켜 드리겠습니다.”
서란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군요. 아시다시피 수도문파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조직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입문을 하면 율법도 지켜야 하고 골치 아픈 일이 많죠. 평생을 산수로 살아왔더니 조금은 꺼려지기도 하군요.”
“류 수사님,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제삼자인 제가 봐도 정말 아까울 정도로요. 물론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조직 생활이라는 게 필연적으로 그런 면이 있죠. 그래도 다시 한 번만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시지요.”
서란은 괜히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말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입문은 좀... 사실, 지금도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영석만 충분하면 대수림 안에서도 필요한 걸 대부분 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대형금단이 몇 번 더 찔러 봤지만, 서란은 물 흐르듯 두리뭉실한 언사로 말을 돌렸다.
대화는 계속되지만 좋다 싫다 확답은 없는 상황.
대형금단은 상대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튕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러면 보물을 내어주지 않고 영입하겠다는 첫 번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었다.
사실, 쌍룡문 수뇌부와 대형금단도 이 계획이 성공하리란 기대는 거의 없었다.
진짜는 두 번째 계획, 보물 미끼 작전이었다.
대형금단이 한껏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류 수사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저도 류 수사님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수도문파에 입문하는 걸 꺼려했을 겁니다.”
서란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오, 이해해 주시는 겁니까?”
“그럼요, 그럼요. 류 수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막말로 영석만 잔뜩 있으면 대수림 만큼 편한 곳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지켜야 할 규칙도 적고, 필요한 물건도 대부분 손에 넣을 수 있죠. 하지만, 대수림에서는 구할 수 없는 보물들도 세상에는 많습니다. 류 수사님도 당연히 아시겠지요?”
“뭐,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천년오행목이나 심층부에서 간혹 발견되는 보물은 모조리 십대문파 수중에 있으니까요.”
“예, 바로 그렇습니다. 영석이 아무리 많아도 결코 구할 수 없는 귀물이 탐나지 않으십니까? 쌍룡문은 류 수사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천고의 보물조차 아까워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당장 결정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일단 쌍룡문 측 인사를 만나 보시지요.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서란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흠, 만나 보는 정도라면...”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당장 가서 류 수사님의 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 혹시 시간은 언제가 가장 괜찮으실까요?”
“저는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올해는 봄 강좌를 개설하지 않았거든요. 편한 날로 정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흔쾌히 경청해 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대형금단은 밝은 얼굴로 떠났다.
십대문파의 충실한 앞잡이가 떠난 뒤, 서란은 작은 종을 울려 사용인을 불렀다.
“다음 손님 들여보내.”
“예, 류 수사님.”
두 번째 앞잡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가면이라도 쓴 듯, 똑 닮은 알랑거리는 표정.
대수림 안에 앞잡이가 너무 많았다.
서란은 여태 비슷한 대화를 몇 번이나 나눴다.
*****
서란은 십대문파 모두와 접선했다.
그리고 입문할 듯 말 듯 여지를 팍팍 줬다.
덕분에 원래 목적한 대로 누가 어떤 보물을 소유하고 있는지 전부 알아낼 수 있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십대문파는 격노했다.
양다리도 아니고 도대체 몇 다리를 걸친 것인가.
이건 문어발이라고 부르기도 뭐했다.
문어도 다리는 고작 여덟 개뿐이었다.
쌍룡문 수뇌부가 모인 회의장 분위기는 화끈했다.
“이건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류서란의 방종을 좌시해서는 안됩니다!”
“감히 쌍룡문을 능멸하다니!”
의장이 물었다.
“그래요, 어떻게 할 건지 들어나 봅시다.”
“당장 요절을 내야 합니다!”
“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류서란이 대수림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오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습니까? 발언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아니, 그게...”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대수림 안에도 우리 손발은 많습니다. 왜, 채무자들이 빚 떼먹고 도망칠 때 강제로 변제시키는 그런 인력이요. 그 치들을 잘만 사용하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의장이 물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설마 습격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성공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상대도 바보가 아니면 배후를 눈치챌 테니까요. 류서란이 앙심을 품고 쌍룡문을 공격하면 어쩔 겁니까?”
“어, 음...”
“류서란도 산수 정도는 할 수 있을테니 정면으로 싸움을 걸지는 않겠죠. 혹시라도 우리 쪽 원영기 전력에게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수림을 끼고 움직일 겁니다. 원영기 수사의 유격 활동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
수뇌부 몇몇은 굳이 상상을 해 봤다.
길고 긴 대수림 접경지대에서 무작위로 튀어 나오는 원영기 수사의 공격.
이쪽 원영기 수사가 전부 출동해도 상대가 대수림으로 도망치기만 하면 쫓아갈 수 없었다.
그야말로 슈퍼 게릴라였다.
결국 회의는 흐지부지 끝났다.
다행히 수뇌부의 화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서란이 십대문파 모두에게 편지를 보낸 탓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안녕하세요, 류서란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영입 제안은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해 봤는데 수도문파의 생활은 저한테 안 맞을 것 같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들 좋은 제안을 해 주셨는데 이렇게 거절하게 되어 정말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십대문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십대문파가 운영하는 은행 열 곳에 동일한 수량의 영석을 예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보통 예금이 아닌 백 년짜리 초장기 적금상품에 가입할 생각입니다.
이 정도면 저와 십대문파 사이에도 돈독한 우정이 피어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많이 축약하긴 했는데, 얼추 내용은 비슷했다.
십대문파의 수뇌부도 만족했다.
일단, 아까운 보물을 내주지 않아도 된다.
영입도 실패했지만, 그건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다.
오래 전, 십대문파는 서로 간의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서 조약을 하나 맺었다.
각 문파의 원영기 숫자를 제한하고, 결코 영근을 세 개 초과로 지니지 않는 게 그 내용이었다.
만약 어떤 문파가 서란을 영입했다면 다른 문파들이 합당한 양보를 요구했을 게 분명했다.
차라리 중립으로 남아주는 게 더 반가웠다.
힘은 동대륙 산수들을 장악할 정도면 충분하니까.
동대륙에서 화신기 수사가 안 나오는 이유였다.
게다가 서란이 약속한 영석이 만만치 않았다.
이게 십 등분이라니, 역시 단약은 돈이 된다.
수뇌부가 계산했을 때, 이 정도면 눈앞에 닥친 자금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서란과 십대문파는 친구가 됐다.
서란은 동대륙을 좌지우지하는 십대문파들의 비호를 받아서 안락한 생활을 손에 넣었다.
십대문파들은 문파의 시설 유지비와 은행의 재정 악화를 동시에 해결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반 년 뒤, 서란이 쌍룡문 은행에 방문했다.
가장 의심 많은 이조차도 방심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