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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약은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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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연단술 자체가 난해한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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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나 가르쳐 주지도 않고, 한 사람 몫을 하기까지 필요한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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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실력 있는 연단술사 집단을 육성하는 건 거대문파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대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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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기술력만 있다고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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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연단술사라고 해도 귀한 영초 없이는 단약을 조제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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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재력이 없다면 단약 한 알 구경해 보기도 전에 실패만 거듭하다가 파산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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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산수들에게 단약은 그림의 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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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재주로 그런 귀물을 손에 넣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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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술은 입문조차 불가능하고, 혹시나 어깨너머로 배워도 재료가 없어서 실습은 꿈도 못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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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문파 밖으로 흘러나온 하품 단약조차 영석만 많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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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반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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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하품 따위가 아니라 상품 단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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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안 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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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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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독적인 CM송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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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동대륙 민요를 가사만 살짝 바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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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를 대량으로 살포해서 배움의 거리 어디를 가도 서란의 CM송이 들리는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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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을 이용한 대형 광고판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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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은 당연히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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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판 그림 속에서 잔뜩 꾸민 서란이 둥근 단약을 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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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캐치프레이즈도 잔뜩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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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용 상품 단약, 재고 소진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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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안 드시면 최소 십 년은 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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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원영 류서란은 무엇을 먹고 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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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쟁자가 절대로 알면 안되는 비장의 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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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를 사면 하나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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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광고 마케팅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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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 산수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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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모션을 난생처음 경험하기도 했지만, 단약의 효능이 상상 이상이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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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이 만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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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약만 먹는다고 경지가 오르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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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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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머지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면, 한 알의 단약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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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행사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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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 일부가 축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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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는 홍보도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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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재빨리 판매 방식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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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모든 단약은 비밀리에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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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물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구매자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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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들도 오히려 이런 방식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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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자가 보물을 자랑하면 화를 입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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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구매를 망설이던 산수들도 주머니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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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서란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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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단약의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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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심층부 고대 유적에서 찾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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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단약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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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 수사가 되기 전부터 쓸모 없는 단약을 팔고 싶었는데 힘이 부족한 걸 염려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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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판매를 고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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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적어 놓고 공개적으로 파는 것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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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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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그저 신중하게 처신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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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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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약 구매 문의가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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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기기용, 결단기용 단약도 불티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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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판매 방식 때문에 누가, 얼마에, 몇 개나 구매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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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과연 얼마나 많은 영석을 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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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조차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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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오직 서란, 본인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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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점이 돈세탁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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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서란은 경제 범죄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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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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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란은 남자였을 때도 모범 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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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도 거의 안 할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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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상은 범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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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속 서란은 회삿돈을 잔뜩 횡령하고, 투자 사기도 쳐 보고, 주가 조작마저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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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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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는 ‘교실에 쳐들어온 테러리스트를 물리칠 대응법’ 같은 중학생 공상과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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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관련 지식이 남들보다 약간 더 많았기에 서란의 구상은 굉장히 구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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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뱅크런 작전도 근본적으로는 전생에 샤워하다가 떠올린 영감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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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돈세탁을 위해서 단약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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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의 시장 교란은 가용 자금이 많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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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얌전히 강의만 해서는 만족스러운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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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다른 곳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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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영석을 수송하는 수레 행렬이 전송진을 통해 동대륙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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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의 출처는 어인교단이 바친 공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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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도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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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심층부는 모조리 무인 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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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인형 탐험대가 심층부를 돌아다니지만, 그들은 어차피 돈 되는 길로만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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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 순찰대만 좀 주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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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본곡까지 도착한 서대륙산 영석은 다음 날이면 단약 판매 수익으로 둔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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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에 이름표가 붙어 있을 리도 만무하니, 원산지를 알아낼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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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절대 들킬 수 없는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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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 강좌, 겨울 강좌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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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는 거성원영 서란의 독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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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블랙홀처럼 인지도와 영석을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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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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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거대문파를 등에 업은 결과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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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록을 경신하고, 모든 상을 독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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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역사상, 수상 목록에서 이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했던 인물은 단언컨대 서란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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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스물일곱 번째 수상 소감을 마지막으로 연말 시상식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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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이나 인지도는 충분히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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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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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평소처럼 일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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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수도자 몇 명이 서란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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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 쌍룡문은 지금 아수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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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이유로 대수림 인근의 영기 농도가 급감한 게 벌써 십 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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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시설 유지비를 감당하느라 매일매일 막대한 영석이 녹아내리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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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은행이 보유한 영석까지 끌어다 쓴 덕분에 간신히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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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 년 전 등장한 류서란이 다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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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원영 류서란이 가을 강좌를 개설하자, 수많은 산수들이 은행 예금을 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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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좀 받는 것보다는 원영기 수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게 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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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은행은 버텨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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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이번에는 단약 장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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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상품 단약,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훌륭한 중품 단약,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하품 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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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영석이 살짝 부족한 경우에는 단약 가격을 할인해 주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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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재산 규모에 관계 없이 대다수의 산수들은 단약 하나 정도는 구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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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이윤 극대화가 아닌 총수입 극대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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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자기 이득까지 포기해 가면서 산수들 영석을 털어 먹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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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번에도 은행이 얻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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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총예금이 가파르게 줄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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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급준비율을 한계까지 낮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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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딱 잘못하면 은행 문 닫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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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은행이 망하면 쌍룡문도 무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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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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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설 유지비로 사용하고 남은 영석을 급하게 은행 금고에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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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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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은행은 파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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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쌍룡문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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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수도문파가 말라 죽을 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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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막대한 영석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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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룡문 수뇌부는 연일 의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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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 영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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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담당자에게 채무자들을 독촉하라고 할까요? 대출금 명목으로 빌려준 금액도 적지 않은데... 대수림 유명 강사 중에도 우리한테 빚을 진 인사들이 꽤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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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도 힘들 것 같습니다. 이미 최대한도로 쥐어짠 상태입니다. 좀 더 강압적인 변제 수단이 없는 건 아닌데 하나같이 시간이 많이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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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창고에 쌓아 둔 보물을 조금 내다 팔죠. 문파가 망하면 보물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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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단약 사 먹는다고 영석을 탕진한 지 오래라고.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급한 상황에서 애써 팔아봤자 제값은커녕 구매한 값의 절반도 채 못 받아. 생각을 좀 하고 발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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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일단 이번 위기만 넘기면 수십 배는 비싸게 팔 수 있을텐데 그렇게는 못 팔죠. 분명히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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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당장 열흘 안에 영석을 못 구하면 재배 시설이 멈춘다고요! 과욕을 좀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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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임마?! 너 몇 살이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놈이 미쳐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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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싸우지 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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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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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예민한데 언성 높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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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콩가루야, 콩가루. 쌍룡문도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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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저 두 사람 좀 퇴장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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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은 삽시간에 도떼기시장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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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삿대질, 몸싸움이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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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서로 법술이라도 사용할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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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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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잠깐! 저한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들 잠시만 진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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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이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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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들어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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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지금 산수들 중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거성원영 류서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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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목소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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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들은 거야! 우리가 급한 상황에서 거래를 하면 안된다고! 지금 문파의 보물을 헐값에 넘기겠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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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닙니다! 발상을 전환하자는 겁니다. 굳이 판매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보물을 미끼 삼아서 류서란을 우리 문파로 영입합시다. 듣자하니 경지에 비해서 나이도 꽤 어리지 않습니까. 잘하면 화신기 수사가 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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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하던 의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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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원영기 수사가 탐낼 보물이 하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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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안자가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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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바로 목선과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보물을 몇 개 더 내줄 수도 있겠죠. 어차피 영입만 하면 한 식구가 되는 셈인데 뭐가 아깝겠습니까. 대신 부탁을 하나 하는 겁니다. 가진 영석을 일정 기간만 은행에 예치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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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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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훗날 상황이 좋아진 뒤에 넉넉히 보상해 준다고 하면 서로 마음 상할 일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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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쌍룡문은 오랜만에 정상적으로 회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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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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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 수사 류서란, 최우선 영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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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끄나풀에게 지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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