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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소녀 류서란과 천 마리의 올빼미 군단은 무사히 동대륙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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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도 당연히 전송진 관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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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간단한 수속을 밟은 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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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 궁전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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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개조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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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안내도를 보고 거점 본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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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에는 총책임자 금중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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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류 수사! 여긴 어쩐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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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 수사님. 대수림 수색을 도우려고 왔습니다. 저 때문에 다들 바쁜데 당사자만 편히 쉬는 것도 염치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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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는 성품이 참 어질군요. 항상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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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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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기까지... 아무튼, 마침 잘 오셨습니다. 조금 있다가 회의가 있거든요. 같이 들어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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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잠시 한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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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에 맞춰서 회의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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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 한쪽에는 삼안묘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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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선과가 있을 만한 곳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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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수림 바깥은 논외로 치죠. 사람이 적은 지역은 영기가 희박하고, 반대로 영기가 풍부한 지역은 십대문파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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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범위가 대수림으로 확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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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가 없는 건 대수림 표층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행인면목의 영역이기도 하고, 산수들까지 돌아다니니까요. 선과가 맺혔다면 벌써 발견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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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대수림 심층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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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균열 주변에는 없을 것 같군요. 도저히 선과가 생성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침식 정도가 너무 심해서 반쯤 명계나 다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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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균열 부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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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심층부라고 해도 외곽은 수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표층부와 가까운 탓에 인형 탐험대의 왕래가 잦은 곳이죠. 영초나 영목은 진작에 씨가 말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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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포도를 먹던 삼안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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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과도 과일 아닙니까? 심층부에는 과일이 열리지 않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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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유일하게 선과를 먹어본 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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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는 말만 열매지, 실상은 응축된 영기 덩어리야. 일반적인 영초나 영목, 영과처럼 씨앗에서 자라는 게 아니야. 조건만 충족되면 땅속이나 수중에서도 자란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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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목영기가 풍부한 대수림에서는 목선과가 열릴 확률이 높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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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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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목영기 밀도가 높은 장소를 몇 군데 알고 있어요. 지도에 표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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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중패가 지도를 한 장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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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 년 동안 틈틈이 제작한 심층부 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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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가 목탄을 들고 가위표 몇 개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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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막힘없이 진행되자 다들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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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생각보다 금방 찾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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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올해 안으로 끝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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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좋아요, 왠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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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바로 수색 작전을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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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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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조사단은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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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이 좀 따라줬더니 다들 낙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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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가 대충 초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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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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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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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매미 소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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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심층부는 비행 불가 구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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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본부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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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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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은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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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동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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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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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기 수사 수십 명, 올빼미 인형 천 마리, 게다가 잠도 안자는 원영기 수사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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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대수림 심층부를 샅샅이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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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과는 코빼기도 못 본 채, 쓸모도 없는 고대 유적만 잔뜩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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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성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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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 수색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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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다른 수단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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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선과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집단은 십대문파 아닙니까? 그들이 동대륙 수행 자원의 대부분을 독차지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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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오행인면목이나 산수 집단도 조사할 필요는 있지만, 가장 유력한 건 당연 십대문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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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조사에 착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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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문파를 조사해야 합니까? 우리 역량으로 십대문파 전부를, 그것도 동시에 조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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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 경로를 추적해 볼까요? 보통은 경매장을 통해서 수행 자원이 유통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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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등급 경매는 결코 낙찰자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과쯤 되는 보물은 훨씬 은밀한 방법으로 거래할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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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시만요. 애초에 첩보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입니다. 만약 어떤 문파가 선과를 가지고 있다 칩시다. 어떻게 가져올 생각이십니까? 힘으로? 아니면 몰래 잠입해서 훔치기라도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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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입니다. 한쪽이랑 전쟁이라도 발발했다간 줄줄이 참전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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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루기로 가면 필연적으로 우리의 존재도 드러납니다.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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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들 말입니다. 요즘 재정난으로 어려울 텐데 한번 문의해 볼까요? 보물을 구입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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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선과는 문파 망하기 직전까지는 절대로 안 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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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듣고 있던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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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재정난으로 어려워요? 십대문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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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중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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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류 수사는 모르시겠군요. 알려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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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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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서란은 대균열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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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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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이 정도로 망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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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란의 예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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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는 이 정도로 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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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치명상을 입은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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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빨아들이던 대균열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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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극단적으로 편중되어 있던 천지영기가 동대륙 전역으로 고르게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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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 고갈로 고통받던 변방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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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점에서 보면, 십대문파가 차지한 대수림 부근의 영기 밀도가 급감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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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기 중 영기 밀도는 자가충전 기관의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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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의 시설 대다수가 작동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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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림에 딱 붙어서 꿀을 빨던 십대문파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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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던 영기 밀도가 며칠 사이에 급감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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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비유하자면 태양광 발전기를 잔뜩 깔아놨는데 하루아침에 태양이 사라진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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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노동을 담당하던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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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초와 영목, 영과를 관리하는 재배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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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자가충전 기관으로 작동하던 자동화 시설은 모조리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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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찾아온 류서란 아포칼립스에 십대문파들은 전부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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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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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길어지면 영초는 모조리 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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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재배 시설부터 재가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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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일을 처리하자 선택의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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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에너지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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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딱 두 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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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법, 자동화 시설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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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마나 한 소리지만, 이러면 문파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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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죽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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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법, 급한 대로 영석으로 작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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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이 물에 빠진 소금처럼 녹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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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천천히 죽겠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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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반드시 죽는 극한의 이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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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상황을 맞이한 대부분의 조직과 마찬가지로, 십대문파도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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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름대로 계획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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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창고에는 막대한 영석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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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동대륙 전역의 부를 긁어 모은 카르텔의 자본력은 막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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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으로 증가한 시설 유지비조차 당분간은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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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유한 영석이 바닥나기 전까지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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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충전 기관의 효율 개선일 수도 있고, 전반적인 체질 개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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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죽기 싫으면 뭐라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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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서란이 연못에 던진 돌멩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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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듣고 서란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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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사력을 다해서 영석을 끌어모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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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은행에 맡긴 산수들의 영석을 가만히 내버려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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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귀속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지급준비율을 한계까지 낮추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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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비 상승으로 인한 재정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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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낮아졌을 지급준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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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 산수들의 뿌리 깊은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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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갑자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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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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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중패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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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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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문파들은 지금 영석 하나가 급한 상황이죠! 이럴 때 자기들이 운영하는 은행 생각을 안 했을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은행에 예치된 영석에 손을 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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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연히 어느 정도는 가져다 썼겠죠.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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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아예 원탁 위에 올라가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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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상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십대문파가 창고에 고이 모셔놓은 보물을 내다파는 것! 문파 망하기 전에는 안 판다고 하셨죠?! 그러면 망하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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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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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때리는 겁니다! 만천하에 알려진 재정 악화, 한계까지 낮춘 지급준비율, 그리고 십대문파를 향한 산수들의 불신! 커다란 충격 한 번이면 모든 게 무너질 거예요! 역시 난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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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진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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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흥분을 가라앉힌 서란은 조사단 사람들에게 자기 계획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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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적절한 예시를 들자, 다들 서란의 작전을 금방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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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십대문파의 은행을 연쇄 도산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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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뱅크런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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