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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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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소녀 류서란과 천 마리의 올빼미 군단은 무사히 동대륙에 도착했다.
이쪽에도 당연히 전송진 관리자가 있었다.
서란은 간단한 수속을 밟은 뒤 밖으로 나갔다.
석재 궁전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거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개조한 탓이었다.
서란은 안내도를 보고 거점 본부로 향했다.
본부에는 총책임자 금중패가 있었다.
“아니, 류 수사! 여긴 어쩐 일입니까?”
“안녕하세요, 금 수사님. 대수림 수색을 도우려고 왔습니다. 저 때문에 다들 바쁜데 당사자만 편히 쉬는 것도 염치없잖아요.”
“류 수사는 성품이 참 어질군요. 항상 배웁니다.”
“에이, 아닙니다.”
“겸손하기까지... 아무튼, 마침 잘 오셨습니다. 조금 있다가 회의가 있거든요. 같이 들어 가시죠.”
두 사람은 잠시 한담을 나눴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서 회의장으로 갔다.
원탁 한쪽에는 삼안묘도 앉아 있었다.
다들 선과가 있을 만한 곳을 논의했다.
“일단 대수림 바깥은 논외로 치죠. 사람이 적은 지역은 영기가 희박하고, 반대로 영기가 풍부한 지역은 십대문파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수색 범위가 대수림으로 확 좁혀졌다.
“선과가 없는 건 대수림 표층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행인면목의 영역이기도 하고, 산수들까지 돌아다니니까요. 선과가 맺혔다면 벌써 발견됐죠.”
남은 건 대수림 심층부뿐이었다.
“일단 대균열 주변에는 없을 것 같군요. 도저히 선과가 생성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침식 정도가 너무 심해서 반쯤 명계나 다름 없습니다.”
대균열 부근 제외.
“같은 심층부라고 해도 외곽은 수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표층부와 가까운 탓에 인형 탐험대의 왕래가 잦은 곳이죠. 영초나 영목은 진작에 씨가 말랐을 겁니다.”
건포도를 먹던 삼안묘가 물었다.
“그런데 선과도 과일 아닙니까? 심층부에는 과일이 열리지 않는데요.”
여기서 유일하게 선과를 먹어본 서란이 말했다.
“선과는 말만 열매지, 실상은 응축된 영기 덩어리야. 일반적인 영초나 영목, 영과처럼 씨앗에서 자라는 게 아니야. 조건만 충족되면 땅속이나 수중에서도 자란다고 하더라.”
“그러면 목영기가 풍부한 대수림에서는 목선과가 열릴 확률이 높겠네요?”
“그런 셈이지.”
“상대적으로 목영기 밀도가 높은 장소를 몇 군데 알고 있어요. 지도에 표시해 드릴게요.”
금중패가 지도를 한 장 내밀었다.
지난 십 년 동안 틈틈이 제작한 심층부 지도였다.
삼안묘가 목탄을 들고 가위표 몇 개를 쳤다.
회의가 막힘없이 진행되자 다들 기분이 좋았다.
“이거, 생각보다 금방 찾겠군요?”
“잘하면 올해 안으로 끝날 수도 있겠습니다.”
“느낌이 좋아요, 왠지 그래요!”
“그러면 바로 수색 작전을 시작할까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대수림 조사단은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요즘 운이 좀 따라줬더니 다들 낙관적이었다.
이때가 대충 초봄 무렵이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무더운 여름.
아쉽게도 매미 소리는 없었다.
대수림 심층부는 비행 불가 구역이니까.
조사단 본부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다들, 없었죠?”
“남쪽은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혹시 동쪽도?”
“예, 저희도...”
결단기 수사 수십 명, 올빼미 인형 천 마리, 게다가 잠도 안자는 원영기 수사 한 명.
조사단은 대수림 심층부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선과는 코빼기도 못 본 채, 쓸모도 없는 고대 유적만 잔뜩 발견했다.
사람들은 이성을 되찾았다.
“대수림 수색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슬슬 다른 수단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상식적으로 선과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집단은 십대문파 아닙니까? 그들이 동대륙 수행 자원의 대부분을 독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오행인면목이나 산수 집단도 조사할 필요는 있지만, 가장 유력한 건 당연 십대문파입니다.”
“당장 조사에 착수하죠.”
“그런데 어떤 문파를 조사해야 합니까? 우리 역량으로 십대문파 전부를, 그것도 동시에 조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입수 경로를 추적해 볼까요? 보통은 경매장을 통해서 수행 자원이 유통되지 않습니까.”
“최고 등급 경매는 결코 낙찰자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과쯤 되는 보물은 훨씬 은밀한 방법으로 거래할 게 분명합니다.”
“아니, 잠시만요. 애초에 첩보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입니다. 만약 어떤 문파가 선과를 가지고 있다 칩시다. 어떻게 가져올 생각이십니까? 힘으로? 아니면 몰래 잠입해서 훔치기라도 하시려고요?”
“하긴,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입니다. 한쪽이랑 전쟁이라도 발발했다간 줄줄이 참전할 테니까요.”
“힘겨루기로 가면 필연적으로 우리의 존재도 드러납니다.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입니다.”
“십대문파들 말입니다. 요즘 재정난으로 어려울 텐데 한번 문의해 볼까요? 보물을 구입하겠다고.”
“다른 건 몰라도 선과는 문파 망하기 직전까지는 절대로 안 팔 것 같은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서란이 물었다.
“예? 재정난으로 어려워요? 십대문파가요?”
금중패가 말했다.
“아, 류 수사는 모르시겠군요. 알려 드리죠.”
그리고 설명을 시작했다.
*****
십 년 전, 서란은 대균열을 닫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에이, 설마 이 정도로 망하겠어?
물론 서란의 예상대로였다.
십대문파는 이 정도로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치명상을 입은 것도 사실이었다.
모든 걸 빨아들이던 대균열이 닫혔다.
덕분에 극단적으로 편중되어 있던 천지영기가 동대륙 전역으로 고르게 퍼져 나갔다.
영기 고갈로 고통받던 변방이 살아났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십대문파가 차지한 대수림 부근의 영기 밀도가 급감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대기 중 영기 밀도는 자가충전 기관의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십대문파의 시설 대다수가 작동을 중지했다.
대수림에 딱 붙어서 꿀을 빨던 십대문파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수만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던 영기 밀도가 며칠 사이에 급감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태양광 발전기를 잔뜩 깔아놨는데 하루아침에 태양이 사라진 격이었다.
대부분의 노동을 담당하던 인형들.
그리고 영초와 영목, 영과를 관리하는 재배 시설.
이 외에도 자가충전 기관으로 작동하던 자동화 시설은 모조리 멈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류서란 아포칼립스에 십대문파들은 전부 아수라장이 됐다.
영기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었다.
사태가 길어지면 영초는 모조리 고사한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재배 시설부터 재가동시켰다.
가장 시급한 일을 처리하자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난데없는 에너지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방법은 딱 두 개뿐이었다.
첫 번째 방법, 자동화 시설을 포기한다.
하나 마나 한 소리지만, 이러면 문파 망한다.
지금 당장 죽겠다는 뜻이었다.
두 번째 방법, 급한 대로 영석으로 작동시킨다.
영석이 물에 빠진 소금처럼 녹을 게 분명했다.
조금 천천히 죽겠다는 말이었다.
뭘 해도 반드시 죽는 극한의 이지선다.
비슷한 상황을 맞이한 대부분의 조직과 마찬가지로, 십대문파도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그래도 나름대로 계획은 있었다.
그들의 창고에는 막대한 영석이 쌓여 있었다.
수천 년 동안 동대륙 전역의 부를 긁어 모은 카르텔의 자본력은 막강했다.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시설 유지비조차 당분간은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는 보유한 영석이 바닥나기 전까지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자가충전 기관의 효율 개선일 수도 있고, 전반적인 체질 개선일 수도 있다.
아무튼 죽기 싫으면 뭐라도 해야 했다.
이게 다 서란이 연못에 던진 돌멩이 때문이었다.
*****
설명을 듣고 서란은 생각에 잠겼다.
분명히 사력을 다해서 영석을 끌어모았겠지?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은행에 맡긴 산수들의 영석을 가만히 내버려둘까?
강제 귀속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지급준비율을 한계까지 낮추지 않았을까?
유지비 상승으로 인한 재정 악화.
필연적으로 낮아졌을 지급준비율.
동대륙 산수들의 뿌리 깊은 불신.
서란이 갑자기 외쳤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금중패가 물었다.
“무슨 생각이죠?”
“십대문파들은 지금 영석 하나가 급한 상황이죠! 이럴 때 자기들이 운영하는 은행 생각을 안 했을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은행에 예치된 영석에 손을 댔을 겁니다!”
“뭐, 당연히 어느 정도는 가져다 썼겠죠.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서란은 아예 원탁 위에 올라가서 말했다.
“당연히 상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십대문파가 창고에 고이 모셔놓은 보물을 내다파는 것! 문파 망하기 전에는 안 판다고 하셨죠?! 그러면 망하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면 되는 겁니다!”
“어떻게요?”
“은행을 때리는 겁니다! 만천하에 알려진 재정 악화, 한계까지 낮춘 지급준비율, 그리고 십대문파를 향한 산수들의 불신! 커다란 충격 한 번이면 모든 게 무너질 거예요! 역시 난 천재야!”
서란이 진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잠시 후, 흥분을 가라앉힌 서란은 조사단 사람들에게 자기 계획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중간중간 적절한 예시를 들자, 다들 서란의 작전을 금방 이해했다.
목표는 십대문파의 은행을 연쇄 도산시키는 것.
일명 뱅크런 작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