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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기는 금방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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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짐이라고 해 봐야 갈아입을 옷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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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게 생기면 그때가서 사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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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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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이것만 가져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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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옷 보따리를 내려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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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넷,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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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갈아입고 사나흘마다 세탁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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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도 정말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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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정도면 넉넉하게 챙기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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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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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더 챙겨야지. 그리고 색 배합이 이게 뭐야. 죄다 흰색, 검은색, 회색이잖아. 바둑돌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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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을 선호하는 서란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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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단아함이 멋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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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멋있어. 기다려 봐, 내가 더 골라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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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서란의 옷장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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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오죽문이 비싼 돈 들여서 맞춤 제작해 준 형형색색의 의복들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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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한 번도 안 입은 탓에 지금 내다 팔아도 중고가 아니라 신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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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거침없이 옷을 골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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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랑, 이거. 아, 이 옷도 괜찮네. 역시 언니한테는 칙칙한 색보다 화사한 색이 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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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두 개는 같은 색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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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눈에는 똑같은 빨간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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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아금은 의견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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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가 같아? 완전히 다른 색깔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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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빨간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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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빨강이야. 자 빨리 보따리에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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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이아금이 내민 옷들을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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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알록달록한 게 독두꺼비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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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상 절대로 안 입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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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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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동대륙까지만 가면 뭘 입든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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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껏 골라줬는데 거절하기도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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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보따리는 세 배 정도 빵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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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보따리를 대신 들어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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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챙겼어? 뭐 놓고 가는 물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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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소매를 뒤적이더니 뭘 자꾸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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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패, 챙겼고. 나팔, 챙겼고. 흑요석 소검, 챙겼고. 식물용 영양제, 챙겼고. 응, 다 챙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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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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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안에 뭘 그렇게 잔뜩 넣어 놨어? 흑요석 소검이랑 통행패는 그렇다 치고. 나팔이나 영양제는 도대체 왜 가져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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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은 매일매일 연습해야 하니까 가져가는 거야. 꾸준한 훈련만이 실력 상승의 비결이지. 영양제는 친구한테 줄 선물이고. 저번에 한 번 말했지? 오행인면목이라는 종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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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족보행하는 나무가 영양제를 먹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되네... 아무튼 필요하다는 거지? 그러면 이리 줘. 내가 다른 보자기로 싸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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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안에 넣으면 되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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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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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출발할까? 요 근방까지 배웅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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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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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저택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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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장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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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놓고 간 물건이 떠올라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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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기념품 상자를 뒤적거리다가 뭘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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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예금자 증명용 옥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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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없으면 은행에 맡긴 영석을 못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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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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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진짜로 다 챙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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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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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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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나룻배를 타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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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인근에 위치한 대형 협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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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자안효 군단의 주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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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나팔을 불자 동면 상태에 있던 올빼미 인형 일부가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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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움직이기 시작한 인형의 숫자를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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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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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진 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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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왜 천 마리만 데려가? 대수림 전역을 수색할건데 더 많이 데리고 가야 하는 거 아냐? 어차피 잔뜩 만들어 둔 거 놀리면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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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력 소모를 고려하면 이 정도가 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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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가충전 기관인지 뭔지 때문에 괜찮은 거 아니었어? 동물농장은 천 마리보다 훨씬 많이 조종하잖아. 그건 잡무용이라서 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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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렇지. 그리고 자가충전 기능도 만능은 아니야. 주변의 천지영기 농도에 영향을 크게 받거든. 변수를 제외하고 내 법력만 고려하면 천 마리 정도가 실질적인 한계야.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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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이후에도 한참을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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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 평균 농도가 어쩌고, 만약 선계라면 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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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이아금은 언니를 생각해서 전부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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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서란이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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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정신 좀 봐. 너무 몰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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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재빨리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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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이러다가 늦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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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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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인형 타고 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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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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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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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까 언니가 올빼미 인형 타고 나는 건 본 적이 없네. 어떤 방식으로 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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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특별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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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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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등에 올라탄 채 비행하는 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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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동화에 나올 법한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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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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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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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중에 나도 태워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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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되지! 말만 해,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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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언니! 아, 옷 보따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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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보따리를 옆구리에 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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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금아, 나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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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도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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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조심해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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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한 마리가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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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길쭉한 두 발로 서란의 어깨를 콱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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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이아금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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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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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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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들던 서란은 돌풍과 함께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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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황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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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 같이 우글거리는 자안효 군단 사이로 해맑게 웃고 있는 서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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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군단은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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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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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언니가 자기 부탁을 까먹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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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짐짝처럼 날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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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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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안효 군단은 양나라를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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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술 덕분에 범인들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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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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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첨탑이 위치한 발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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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관리자는 구름을 구경하다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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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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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조 무리가 구름을 가르고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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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첨탑을 향해서 초음속으로 접근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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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는 요괴 출몰 경보를 울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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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시 보니 요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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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작동하는 법력 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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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수도자가 조종하는 인형 군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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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 사람들은 인형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특정 인물을 떠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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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류서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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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서란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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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지는 한순간에 올빼미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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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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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관리자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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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님 아니십니까. 혹시 동대륙으로 가는 전송진을 사용하기 위해서 오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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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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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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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허가는 받고 오셨나요? 아무리 류 수사님이라고 해도 통행패가 없으면 전송진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원칙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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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의 예상과 달리, 서란은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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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패라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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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허가를 받으셨군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본산에서 통행패를 발급하면 저희 쪽에도 문서를 보내 주는게 원칙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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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산 담당자는 정말로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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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칙대로 문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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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서 전달용 인면조보다 올빼미 군단이 먼저 도착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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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통행패는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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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무사히 전송진을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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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관리자가 주의 사항을 일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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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견자이신 만큼 잘 아시겠지만, 다시 한 번 숙지해 주세요. 전송진 너머는 동대륙 중부에 위치한 대수림입니다. 정확히는 대수림 심층부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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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는 직접 그린 그림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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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균열은 닫혔지만 침식지대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명계의 인력 또한 건재하기 때문에 축기기 이하의 수도자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귀하는 결단기 이상의 수도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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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질문에 서란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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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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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좀 이상한 질문이라는 거 압니다. 그래도 절차니까 대답을 해 주셔야 합니다. 다시 묻죠, 귀하는 결단기 이상의 수도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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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눈치껏 장단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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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는 결단기 이상의 수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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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서대륙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현지 담당자의 요청에 충실히 따를 것을 맹세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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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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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후에도 몇 차례 문답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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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관리자는 녹음기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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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설명과 음성 동의, 모든 절차는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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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관리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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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됐습니다. 바로 동대륙으로 넘어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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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시간이 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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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관리자는 일정표를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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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으시군요, 잠깐만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셨을 텐데... 요즘 수색 물자 수송하느라 정말 바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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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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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전부 가져가실 거죠? 화물용 수레를 준비해 드릴까요? 아시다시피 심층부에서는 비행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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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도보로 이동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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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올빼미도 다리는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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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관리자가 갑자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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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인형들이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떠올린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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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천 마리나 되는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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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해도 정말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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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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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차례차례 입장해 주세요. 전송이 끝난 뒤에는 즉시 전송진 밖으로 나가주세요. 안 그러면 뒤따라오는 화물과 부딪칠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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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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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마친 서란이 힘차게 나팔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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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연주되는 올빼미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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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안효 군단이 발 맞춰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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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십 년만에 동대륙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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