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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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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기는 금방 끝났다.

애초에 짐이라고 해 봐야 갈아입을 옷 정도였다.

필요한 게 생기면 그때가서 사면 그만이니까.

이아금이 물었다.

“옷은 이것만 가져갈 거야?”

서란은 옷 보따리를 내려다 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매일 갈아입고 사나흘마다 세탁할 계획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완벽했다.

“왜? 이 정도면 넉넉하게 챙기지 않았나?”

이아금이 말했다.

“당연히 더 챙겨야지. 그리고 색 배합이 이게 뭐야. 죄다 흰색, 검은색, 회색이잖아. 바둑돌이냐고.”

무채색을 선호하는 서란이 반박했다.

“그런 단아함이 멋있는 거야.”

“뭐가 멋있어. 기다려 봐, 내가 더 골라 줄게.”

이아금이 서란의 옷장을 활짝 열었다.

안에는 오죽문이 비싼 돈 들여서 맞춤 제작해 준 형형색색의 의복들이 즐비했다.

서란이 한 번도 안 입은 탓에 지금 내다 팔아도 중고가 아니라 신품이었다.

이아금은 거침없이 옷을 골라냈다.

“이거랑, 이거. 아, 이 옷도 괜찮네. 역시 언니한테는 칙칙한 색보다 화사한 색이 잘 어울려.”

“저 두 개는 같은 색 아니야?”

서란의 눈에는 똑같은 빨간색이었다.

하지만 이아금은 의견이 달랐다.

“이게 뭐가 같아? 완전히 다른 색깔이잖아.”

“둘 다 빨간색인데?”

“서로 다른 빨강이야. 자 빨리 보따리에 넣어.”

서란은 이아금이 내민 옷들을 유심히 살폈다.

하나같이 알록달록한 게 독두꺼비를 연상시켰다.

성격상 절대로 안 입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했다.

어차피 동대륙까지만 가면 뭘 입든 자유니까.

그리고 기껏 골라줬는데 거절하기도 미안했다.

옷 보따리는 세 배 정도 빵빵해졌다.

이아금은 보따리를 대신 들어주며 물었다.

“이제 다 챙겼어? 뭐 놓고 가는 물건 없지?”

서란은 소매를 뒤적이더니 뭘 자꾸 꺼냈다.

“통행패, 챙겼고. 나팔, 챙겼고. 흑요석 소검, 챙겼고. 식물용 영양제, 챙겼고. 응, 다 챙긴 것 같아.”

이아금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소매 안에 뭘 그렇게 잔뜩 넣어 놨어? 흑요석 소검이랑 통행패는 그렇다 치고. 나팔이나 영양제는 도대체 왜 가져가는 거야?”

“나팔은 매일매일 연습해야 하니까 가져가는 거야. 꾸준한 훈련만이 실력 상승의 비결이지. 영양제는 친구한테 줄 선물이고. 저번에 한 번 말했지? 오행인면목이라는 종족.”

“이족보행하는 나무가 영양제를 먹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되네... 아무튼 필요하다는 거지? 그러면 이리 줘. 내가 다른 보자기로 싸 줄게.”

“소매 안에 넣으면 되니까 괜찮아.”

이아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슬슬 출발할까? 요 근방까지 배웅해 줄게.”

“그래!”

두 사람은 저택을 나섰다.

그리고 곧장 다시 돌아왔다.

뒤늦게 놓고 간 물건이 떠올라서 그랬다.

서란은 기념품 상자를 뒤적거리다가 뭘 꺼냈다.

바로, 예금자 증명용 옥패였다.

이게 없으면 은행에 맡긴 영석을 못 찾는다.

이아금이 물었다.

“이제는 진짜로 다 챙겼지?”

“응!”

“좋아, 가자.”

두 사람은 나룻배를 타고 이동했다.

목적지는 인근에 위치한 대형 협곡이었다.

여기가 자안효 군단의 주둔지였다.

서란이 나팔을 불자 동면 상태에 있던 올빼미 인형 일부가 깨어났다.

이아금은 움직이기 시작한 인형의 숫자를 셌다.

천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궁금해진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왜 천 마리만 데려가? 대수림 전역을 수색할건데 더 많이 데리고 가야 하는 거 아냐? 어차피 잔뜩 만들어 둔 거 놀리면 아깝잖아.”

“법력 소모를 고려하면 이 정도가 딱이야.”

“그래? 자가충전 기관인지 뭔지 때문에 괜찮은 거 아니었어? 동물농장은 천 마리보다 훨씬 많이 조종하잖아. 그건 잡무용이라서 좀 다른가?”

“아무래도 그렇지. 그리고 자가충전 기능도 만능은 아니야. 주변의 천지영기 농도에 영향을 크게 받거든. 변수를 제외하고 내 법력만 고려하면 천 마리 정도가 실질적인 한계야. 게다가...”

서란은 이후에도 한참을 떠들었다.

인계 평균 농도가 어쩌고, 만약 선계라면 저쩌고.

착한 이아금은 언니를 생각해서 전부 들어줬다.

잠시 후, 서란이 정신을 차렸다.

“아, 내 정신 좀 봐. 너무 몰두했네.”

이아금은 재빨리 맞장구쳤다.

“그러게, 이러다가 늦겠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지.”

“올빼미 인형 타고 갈 거지?”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만들었으니까.”

“생각해 보니까 언니가 올빼미 인형 타고 나는 건 본 적이 없네. 어떤 방식으로 타는 거야?”

“딱히 특별하진 않아.”

이아금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올빼미 등에 올라탄 채 비행하는 서란.

그야말로 동화에 나올 법한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한번쯤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말했다.

“언니, 나중에 나도 태워주면 안 돼?”

“당연히 되지! 말만 해, 언제든지!”

“고마워, 언니! 아, 옷 보따리 받아.”

서란은 보따리를 옆구리에 끼고 인사했다.

“아금아, 나 갈게!”

이아금도 손을 흔들었다.

“응, 조심해서 가!”

올빼미 한 마리가 날았다.

그리고 길쭉한 두 발로 서란의 어깨를 콱 잡았다.

천하의 이아금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상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어, 언니?”

손을 흔들던 서란은 돌풍과 함께 솟구쳤다.

이아금은 황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벌떼 같이 우글거리는 자안효 군단 사이로 해맑게 웃고 있는 서란이 보였다.

올빼미 군단은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이아금은 간절히 기원했다.

제발 언니가 자기 부탁을 까먹어 달라고.

저렇게 짐짝처럼 날고 싶지는 않았다.


자안효 군단은 양나라를 가로질렀다.

은닉술 덕분에 범인들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서란은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대의 첨탑이 위치한 발굴지.

전송진 관리자는 구름을 구경하다가 경악했다.

“저, 저게 뭐야!”

괴조 무리가 구름을 가르고 튀어나왔다.

그들은 첨탑을 향해서 초음속으로 접근 중이었다.

관리자는 요괴 출몰 경보를 울릴 뻔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요괴가 아니었다.

복잡하게 작동하는 법력 연결망.

저건 수도자가 조종하는 인형 군단이었다.

오죽문 사람들은 인형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특정 인물을 떠올리곤 했다.

화제의 인물, 류서란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서란이 도착했다.

발굴지는 한순간에 올빼미로 가득 찼다.

서란도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했다.

전송진 관리자가 물었다.

“류 수사님 아니십니까. 혹시 동대륙으로 가는 전송진을 사용하기 위해서 오신 겁니까?”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통행 허가는 받고 오셨나요? 아무리 류 수사님이라고 해도 통행패가 없으면 전송진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원칙이 그렇습니다.”

관리자의 예상과 달리, 서란은 허가를 받았다.

“통행패라면 여기 있습니다.”

“아니, 허가를 받으셨군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본산에서 통행패를 발급하면 저희 쪽에도 문서를 보내 주는게 원칙인데...”

본산 담당자는 정말로 억울했다.

그는 원칙대로 문서를 보냈다.

다만, 문서 전달용 인면조보다 올빼미 군단이 먼저 도착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통행패는 진짜였다.

서란은 무사히 전송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전송진 관리자가 주의 사항을 일러 줬다.

“최초 발견자이신 만큼 잘 아시겠지만, 다시 한 번 숙지해 주세요. 전송진 너머는 동대륙 중부에 위치한 대수림입니다. 정확히는 대수림 심층부라고 할 수 있죠.”

관리자는 직접 그린 그림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대균열은 닫혔지만 침식지대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명계의 인력 또한 건재하기 때문에 축기기 이하의 수도자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귀하는 결단기 이상의 수도자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서란이 대답했다.

“예?”

“저도 좀 이상한 질문이라는 거 압니다. 그래도 절차니까 대답을 해 주셔야 합니다. 다시 묻죠, 귀하는 결단기 이상의 수도자입니까?”

서란도 눈치껏 장단을 맞췄다.

“예, 저는 결단기 이상의 수도자입니다.”

“귀하는 서대륙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현지 담당자의 요청에 충실히 따를 것을 맹세하십니까?”

“예, 맹세합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몇 차례 문답을 주고 받았다.

전송진 관리자는 녹음기를 확인했다.

사전 설명과 음성 동의, 모든 절차는 완벽했다.

전송진 관리자가 말했다.

“다 됐습니다. 바로 동대륙으로 넘어 가십니까?”

“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시간이 언제죠?”

전송진 관리자는 일정표를 훑어봤다.

“운이 좋으시군요, 잠깐만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셨을 텐데... 요즘 수색 물자 수송하느라 정말 바쁘거든요.”

“오, 다행이네요.”

“인형을 전부 가져가실 거죠? 화물용 수레를 준비해 드릴까요? 아시다시피 심층부에서는 비행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괜찮아요, 도보로 이동할 겁니다.”

“하긴, 올빼미도 다리는 있군요.”

전송진 관리자가 갑자기 웃었다.

올빼미 인형들이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떠올린 탓이었다.

자그마치 천 마리나 되는 숫자였다.

상상만 해도 정말 귀여웠다.

잠시 후, 시간이 됐다.

“자, 차례차례 입장해 주세요. 전송이 끝난 뒤에는 즉시 전송진 밖으로 나가주세요. 안 그러면 뒤따라오는 화물과 부딪칠 위험이 있습니다.”

“예,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마친 서란이 힘차게 나팔을 불었다.

능숙하게 연주되는 올빼미 행진곡.

자안효 군단이 발 맞춰 행진했다.

서란은 십 년만에 동대륙 땅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