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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만찬을 즐기던 서란이 물었다.

“토토서, 그러고 보니 기자들이 수사 반장이라고 부르더라? 승진했나 봐?”

후식으로 빙과를 먹던 토토서가 대답했다.

“그래, 맞아. 승진한 지 꽤 됐지. 흑린역류혈사를 퇴치한 영웅들 중에서 우리 둘이 가장 눈에 띄지 않았나. 자네는 인간 수도자고, 나는 전직 장교였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좀 과분한 출세였어.”

“뭐가 과분해. 그때 작전을 세운 것도, 다른 미궁언서들을 지휘한 것도 너잖아. 연쇄 실종 사건도 해결했고. 자신을 가져, 토토서.”

토토서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음, 그게 말이지. 순수하게 실적만 고려하면 나보다 우수했던 수사관도 몇 마리 있었거든. 그들을 제치고 내가 수사 반장이 된 건, 정치적인 이유도 적지 않았다네. 파벌 싸움 탓에 얻어 걸린 셈이야.”

“파벌 싸움이라고?”

토토서가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공화국에는 두 개의 정치 파벌이 존재했다.

바로, 수직갱도파와 수평갱도파였다.

그들은 하나의 쟁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저 세계는, 미궁언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외부 세계의 이종족과 교류할 것인가.

수직갱도파는 개방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

반대로 수평갱도파는 쇄국 정책을 주장한다.

두 파벌의 싸움은 오죽문과 지저 세계가 손을 잡은 천 년 전부터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수직갱도파는 상대 파벌을 이렇게 부른다.

집권을 위해 혐오와 공포를 휘두르는 선동가라고.

할 줄 아는 게 공포 마케팅뿐이라는 뜻이었다.

수평갱도파도 마찬가지로 상대 파벌을 욕했다.

집권을 위해 이종족과 붙어 먹는 매국노라고.

강대한 외세에 빌붙어 설친다는 뜻이었다.

지지율은 비등비등했고,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수직갱도파가 약간이나마 우세했다.

교역으로 얻는 풍족한 식량 덕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흑린역류혈사가 나타났다.

계속 발생하는 실종 사건에 두려워하던 시민들.

멸종한 줄 알았던 천적, 그리고 영웅의 등장.

인간과 미궁언서, 두 종족이 협력해서 흑린역류혈사를 퇴치해 버린 것이다.

이십 년 전, 그 사건 이후로 미궁언서들은 외부 세계와의 교류에 한층 호의적으로 변했다.

시민들의 뒤바뀐 태도는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직갱도파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지저 세계가 몇 년 정도 떠들썩했다.

수평갱도파는 전직 장교였던 토토서의 공적을 부각시키며 이렇게 외쳤다.

인간 수도자의 도움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저 세계는 흑린역류혈사를 물리칠 수 있었을 거라고.

토토서가 수사 반장이 된 것도 그때쯤이었다.

설명을 마친 토토서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알겠지? 내가 왜 이러는지. 그래서 편지를 보낼 때도 승진 얘기는 일부러 뺀 거라네.”

서란은 떠듬떠듬 위로했다.

“어, 그게... 힘내, 토토서.”

그러면서 자기 몫의 빙과를 건네줬다.

토토서는 빙과 2인분을 꿀꺽했다.

그리고 짐짓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래도 괜찮다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는 일이니까! 분위기가 좀 우중충해졌군. 다 먹었으면 이만 일어나지, 채굴 본부로 안내해 줄 테니.”

일행은 요정을 나와 중심지로 향했다.

여러 청사들이 모여 있는 광장 한 가운데, 거대한 물체가 하나 눈에 띄었다.

서란과 미궁언서들이 흑린역류혈사를 집단 구타하는 상황을 표현한 동상이었다.

다행히 옷은 입고 있었다.

옆에서 걷고 있던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저게 아까 말한 이십 년 전 사건이야?”

“응, 두들겨 맞고 있는 뱀이 흑린역류혈사야.”

“그렇구나.”

짧은 대화가 끝났다.

이아금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서란은 이내 깨달았다.

이아금은 살면서 미궁언서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주눅이 든 것이었다.

제아무리 사교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난생처음 이종족과 만난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서란은 살며시 이아금의 손을 잡았다.

이아금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언니?”

서란은 별말 없이 웃었다.

그래도 의도는 전해진 모양이었다.

이아금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두 사람이 사이 좋게 걷고 있을 때, 앞서 가던 토토서가 말했다.

“저 건물이 내가 일하는 수사 본부야. 이제 다 온 셈이지. 조금만 더 가면 채굴 본부가 나오거든.”

이아금이 토토서에게 질문했다.

“저 미궁언서들은 뭘 하는 건가요?”

수사 본부 앞, 서로 닮은 암컷 미궁언서 네 마리가 나란히 서서 외치고 있었다.

“우리의 사랑을 막지 말라!”

“막지 말라! 막지 말라!”

“우리의 남편을 돌려 달라!”

“돌려 달라! 돌려 달라!”

토토서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 저 여자들? 죄인을 풀어 달라고 시위하는 거야. 신경 쓸 필요 없네. 벌써 이십 년째 저러고 있으니까. 저래도 소용 없는데 말이야.”

“아, 그렇군요.”

갑자기 궁금해진 서란이 물었다.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 이십 년씩이나?”

“모르는 게 차라리 낫다네. 그나마 자매 전원이 탄원서를 제출해서 오십 년 형이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무기형이었어. 내가 잡아 넣어서 잘 알거든.”

얘기를 듣던 이아금이 질문했다.

“미궁언서는 평균 수명이 얼마나 되나요?”

“그렇게 오래는 못 산다네. 아무리 장수해도 오백 년 정도가 최대니까. 요수 치고는 짧은 편이지. 아, 도착했군! 저기가 바로 채굴 본부야!”

일행은 웅장한 건물로 들어갔다.


토토서는 건물 일층에서 친구를 호출했다.

잠시 후, 두더지 한 마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저 멀리서 토토서를 발견한 미궁언서는 황급히 멈춰선 다음, 신중하게 매무새를 정리했다.

서란은 우연히 그 모습을 목격했다.

미궁언서는 태연하게 다가와서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토토서.”

수첩을 보고 있던 토토서가 고개를 들었다.

“지암서, 너는 여전히 잘 나가는 모양이야!”

암컷 미궁언서, 지암서가 대답했다.

“아무리 잘 나가도 최연소 수사 반장 만큼 대단할까. 오늘은 어쩐 일이야? 얼굴 좀 보자고 하면 매번 바쁘다더니,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고?”

“뭐 좀 부탁하려고. 혹시 시간 괜찮아?”

지암서가 즉답했다.

“완전 괜찮지. 응, 나 시간 많아.”

“다행이네, 우선 소개부터 해 줄게. 이쪽은 지상에서 온 인간들이야. 내 친구 류 수사, 그리고 친구 동생 이 수사. 두 사람도 지암서한테 인사하라고.”

서란과 이아금이 양팔을 벌려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류서란이에요.”

“안녕하세요, 이아금이라고 해요.”

지암서가 떨떠름한 얼굴로 인사했다.

“그래, 나는 지암서야. 채굴 본부 연구원이지.”

옆에서 토토서가 부연 설명을 했다.

“채굴 본부 연구소는 지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미궁언서들이 모이는 곳이지. 지암서는 나랑 동창인데,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전교 일등이었다네.”

서란이 질문했다.

“토토서는 공부 잘 했나요?”

“나? 그냥 사관 학교 들어갈 정도만 했지.”

굉장히 잘했다는 뜻이었다.

지켜보던 지암서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재촉했다.

“나 바빠, 무슨 용건인지나 말해.”

“방금 시간 많다며?”

“생각해 보니까 오후에 일정이 하나 있어.”

일정이 있다는 소리에 토토서가 머리를 긁었다.

“그래? 여기 있는 두 사람에게 채굴 본부 보관소 좀 안내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이 친구가 최상급 광물을 찾고 있거든, 채굴 본부는 지저 세계의 모든 광물을 보관 중이니까 괜찮겠다 싶었지. 오후 일정이면 잠깐 둘러보는 건 괜찮지 않아?”

“그러고 보니, 오전 일정도 있었던가?”

“너 요즘 꽤 바쁘구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일이 많다는데 밥 한끼 사는 정도로 부탁하기도 뭐하고. 방해해서 미안해, 지암서. 류 수사, 아쉽지만 광물 저장소를 몇 군데 돌아봐야 할 것 같아.”

서란이 대답했다.

“나는 괜찮아.”

“그러면 바로 출발하지. 며칠 정도 걸리겠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원하는 광물을 찾을 때까지 내가 계속 도와줄 테니까.”

지암서가 다급하게 만류했다.

“자, 잠깐만 토토서! 음, 그러니까... 아, 내 정신 좀 봐! 오전 일정은 내일이었군! 두 사람은 내가 도와주지, 마침 보관소에 갈 필요도 있고.”

토토서가 안도했다.

“정말? 다행이다, 꼼짝없이 며칠 동안 돌아다녀야 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식사 대접 꼭 할게.”

“그래, 좋아.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은?”

“굉장히 철저하구나, 연구원이라서 그런가? 음, 사흘 뒤 저녁 시간이 비네. 그때는 어때?”

“좋아.”

“그럼 부탁할게? 모르는 게 있으면 설명도 좀 해주고, 너 아는 거 많잖아. 나는 이만 간다?”

그 말을 남기고 토토서는 떠났다.

서란과 이아금, 지암서는 보관소에 들어섰다.

지저 세계에서 발견된 온갖 광물이 모여 있었다.

아마도 연구 목적으로 수집한 듯 했다.

서란이 근처에 놓인 광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지암서, 이건 뭔가요?”

“글쎄다, 잘 모르겠네.”

“연구원인데 몰라요?”

“그러게, 분명히 알았는데 기억이 안 나네.”

서란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인간의 미적 기준에 대해서 아시나요? 일단 큰 손발과 풍성한 털은 아니랍니다.”

지암서가 고개를 돌려 서란을 바라봤다.

“흠, 정말로 흥미로운 사실이군.”

“그렇다면, 혹시 이것도 아시나요?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답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라든지.”

“남녀 관계에 대해서 잘 아나?”

“천하에 저만 한 전문가도 드물죠.”

지암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알겠네, 물론 나는 짝사랑을 안 하고 있지만.”

그리고 광물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줬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아금이 몰래 속삭였다.

“언니가 무슨 남녀 관계 전문가야! 연애도 한번 안 해 봤잖아!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해?!”

하지만 서란은 당당했다.

“연애는 너도 안 해 봤잖아. 그리고 나, 남녀 관계 전문가 맞는데?”

“무슨 근거로?”

“너는 영원히 알 수 없는 통찰력으로.”

“양심이 있나?”

서란의 양심은 당연히 안녕했다.

자신은 남녀 관계 전문가가 맞다.

왜냐하면 남자, 여자를 둘 다 해 봤으니까.

게다가 로맨스 영화 마니아로서 무수한 시청각 자료를 관람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권위자라고 자칭하기 충분했다.

서란은 지암서의 협조로 쾌적한 쇼핑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