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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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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금영영은 금작파로 연행됐다.
금영영의 부모는 딸을 심마 전문가에게 데려갔다.
그리고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심마가 아닙니다. 그냥 게으른 겁니다.”
금영영의 부모는 비탄의 오 단계를 밟아 나갔다.
첫 번째는 부정이었다.
“우리 딸 영영이가?! 그럴 리 없어요!”
“다른 사람 진단서랑 바뀐 거 아닙니까?”
두 번째는 분노였다.
“당신이 영영이에 대해서 뭘 알아!”
“맞아, 심마 전문가 주제에!”
세 번째는 협상이었다.
“갑자기 화를 내서 정말로 죄송해요... 생각해 보니 선생님 잘못이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데 혹시 검사를 다시 하면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있나요?”
“혹시 그거 아닙니까? 결단기병이었나? 그러고 보니 영영이 친구도 결단기병으로 고생 좀 했다고 하던데요. 혹시 우리 영영이도...”
네 번째는 우울이었다.
“아아,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이건... 이건 아니잖아...”
그리고 마침내 다섯 번째, 수용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 건강하면 됐지... 그렇죠, 여보?”
“맞습니다, 부인. 함께 방법을 찾아보죠.”
부부는 머나먼 선조, 금교월에게 갔다.
그리고 게으른 막내딸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금교월은 썩 공감하지 못했다.
“영영이가 너무 게으르다고? 나는 잘 모르겠구나. 애들이 놀기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 영영이가 올해로 몇 살이었지?”
남편 금씨가 절박한 얼굴로 대답했다.
“벌써 서른여덟 살입니다.”
구백 살이 넘은 여인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흠, 한창 놀 시기구나.”
남편 금씨가 참다 못해 말했다.
“저는 그때 애가 벌써 다섯이었습니다!”
하지만 금교월은 지나치게 선입견이 없었다.
“요즘 세대는 좀 다른 모양이지.”
결국 부부는 성과도 없이 돌아갔다.
얼마 뒤, 서란이 금작파에 방문했다.
금교월은 드디어 두 번째 ‘요즘 세대’를 만났다.
사고가 쓸데없이 개방적이었던 금교월은 곧장 스스로 만들어 낸 뇌내 통계 자료를 수정했다.
여태까지 금교월이 알고 있던 ‘요즘 세대’의 표본은 금영영이 유일했다.
그래서 모든 기준이 금영영에게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표본 수가 증가했다.
서란은 ‘요즘 세대’의 평균을 아득히 올려버렸다.
십 점과 천 점, 평균은 이제 오백오 점이었다.
금영영은 정규분포곡선의 왼편에 처박히게 됐다.
금교월은 현명한 어른이었다.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열린 사고가 이럴 때는 또 도움이 됐다.
부부에게는 행운, 금영영에게는 불행이었다.
*****
하늘을 나는 가마에서 금영영이 내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음식점도, 오향장육도 없었다.
금작파 인근에 위치한 약소문파, 만병문이었다.
아직도 눈치를 못 챈 금영영이 물었다.
“오향장육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가 맞단다.”
“그래, 정말 유명한 곳이지.”
세 사람은 사이좋게 어떤 건물로 향했다.
허름한 건물 안에서 한 여인이 나왔다.
여인은 세 사람을 보고 황급히 다가왔다.
눈가가 어두운 여인, 설 수사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바로 구경하시겠습니까?”
남편 금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부탁드립니다.”
일행은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금영영은 허름한 건물의 정체를 깨달았다.
눈이 퀭한 연기술사들, 그리고 온갖 재료.
이곳은 바로 법기 공방이었다.
그런데 금작파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건물이나 설비는 허름하고, 재료도 하급품이었다.
금영영의 상식이 실시간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금작파와 만병문은 같은 법기 전문 문파지만, 둘 사이에는 상상 이상의 격차가 존재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보름달과 반딧불 정도 된다.
금작파의 법기 공방은 제조업에 비유하면 최첨단 반도체 공장쯤 된다.
초장기간 동안,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지출한 거대문파만이 선보일 수 있는 명품.
괜히 서대륙 전역에서 알아 주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만병문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그야말로 슈퍼 언럭키 금작파.
훌륭한 소재도, 뛰어난 연기술사도 없었다.
약소문파가 가진 건 오로지 사람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사람을 갈아 넣었다.
만병문의 주력 상품은 일회용 법기.
그 중에서도 주로 부적을 제작하곤 했다.
성능은 영 허접하지만, 가격이 정말 착했다.
적은 이익으로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었다.
이런 사업 전략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생산 물량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오늘도 만병문의 수도자들이 자발적인 잔업을 이어가는 이유였다.
이쯤 되면 제아무리 눈치 없는 금영영이라고 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연기술사인 자신을 여기로 왜 데리고 왔겠는가.
금영영은 즉시 몸을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공방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잡혔다.
금영영이 처절하게 외쳤다.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부부는 막내딸의 절규를 무시했다.
“설 수사, 여러모로 부족한 아이입니다.”
“꼭 좀 잘 부탁드립니다.”
법기 공방장, 설 수사가 대답했다.
“그럼요, 염려 마세요. 금속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지지 않습니까. 사람도 얼추 비슷합니다.”
부부는 이별의 슬픔을 뒤로 하고 공방을 떠났다.
두 사람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말을 물가까지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폐관 수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 년을 가둬 놓는다고 할지라도 당사자가 마음을 안 먹으면 겨울잠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수행과 달리 노동은 억지로 시킬 수 있다.
땀 흘려 일하다 보면 수행만 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게 분명했다, 아마도.
그렇게 몰락영애 금영영은 가족과 잠시 이별했다.
이후, ‘좋아요 좋아요, 약소문파’ 생활이 시작됐다.
*****
금영영이 ‘할당량을 채우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 갇혀 있을 때, 서란은 수행을 하고 있었다.
서란은 금선과를 먹고는 감탄했다.
“와, 이게 바로 이영근자의 삶?”
영기를 느끼는 감각이 급격하게 둔화됐다.
남들은 이런 상태로 어떻게 수행하나 싶다.
갑자기 다영근자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여무진의 편지에는 오채지심 관련 수행 도중에 유의해야할 사항들도 적혀 있었다.
새로 생긴 영근을 완전히 길들이기 전에 다른 영근을 또 보충하면 안된다고 했다.
통제되지 않는 영근이란 족쇄와도 같은 법.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요령을 피우다간 피 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사영근자, 오영근자들은?
시작부터 족쇄를 서너 개씩 차고 있는 셈인가?
진짜 일영근자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냐.
잔혹한 수선계의 영근 계급.
억울하면 자기도 일영근자 하면 된다.
죽었다 깨어나면 혹시 모르니까.
서란은 곧장 공법 수련에 매진했다.
금속성 원영기 공법, ‘비절철비쇠금’.
그리고 토속성 원영기 공법, ‘적토전해경’.
황색의 정토법력과 백색의 정금법력, 두 법력이 서란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지금까지 수선하며 길들여온 정토법력은 서란의 통제에 잘 따랐다.
하지만 새로 생긴 정금법력이 문제였다.
그렇게 본격적인 수행이 시작됐다.
서란은 꼬박 열흘 뒤에 눈을 떴다.
원영기 수사는 잠을 잘 필요가 없었다.
서란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
서로 다른 법력을 조화시키는 수행.
왜 원영기가 천재들의 무덤인지 알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더 힘들어질텐데 걱정이 앞섰다.
수련이 막힌 서란은 금교월을 찾아갔다.
그리고 조잘조잘 떠들었다.
열흘이나 쉬지 않고 수행에 매진했다는 말에 ‘요즘 세대’ 평균의 커트라인이 또 올라갔다.
금교월은 서란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성심성의껏,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이런 당부도 덧붙였다.
“얘야, 이걸 명심하거라. 성실한 건 좋은 일이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단다. 가끔씩은 머리를 비울 줄도 알아야지.”
서란은 그 말을 듣고 반성했다.
잘 안된다고 집요하게 굴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축기기 때도 그랬고, 결단기 때도 그랬다.
육체와 정신이 지치지 않을 지라도, 항상 시야를 넓게 할 필요가 있었다.
서란이 납득한 것 같자 금교월이 본론을 꺼냈다.
“그러면 오늘은 법기 공방이라도 구경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너도 알다시피 금작파는 연기술로 명성이 자자하지. 마침 너도 인형술사라고 하니, 내 친히 출입 허가를 내려 주마.”
서란은 신이 나서 대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금 수사님!”
그렇게 서란은 법기 공방에 입장했다.
호화찬란한 최고급 소재와 최신식 설비.
연기술사들이 모여서 법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수백 년 경력의 법기 장인들이었다.
저번에 봤던 안내역을 또 만났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류 수사님.”
서란은 사내를 따라서 이곳저곳을 누볐다.
궁금증이 일면 중간중간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사내는 꽤나 박식한 모양인지 모르는 게 없었다.
그러다가 서란이 아는 게 나왔다.
“아, 저건 저도 알아요. 성백은, 맞죠?”
사내가 살짝 놀라며 대답했다.
“성백은을 아시는군요. 잘 알려진 광물이 아닌데, 참으로 견문이 넓으십니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나요?”
“예, 그렇습니다. 굉장히 희귀한 탓에 아는 사람도, 다룰 수 있는 사람도 드물죠. 하지만 조금만 사용해도 법기의 영성이 크게 늘어납니다.”
“오...”
서란은 창고에 쌓인 주괴 더미를 떠올렸다.
어쩐지 뇌물이랍시고 계속 주더라니.
이렇게까지 귀한 물건인지는 몰랐네.
하여튼 어인교단 녀석들, 이쁜 짓만 골라서 해.
서란은 바쁘게 돌아가는 공방을 둘러봤다.
타인의 창작 활동을 구경하자 마음이 동했다.
마침 전투용 인형들도 모조리 망가진 참이다.
다시 한 번 예술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서란은 기대감에 혀를 낼름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