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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금영영은 금작파로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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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의 부모는 딸을 심마 전문가에게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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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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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가 아닙니다. 그냥 게으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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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의 부모는 비탄의 오 단계를 밟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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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부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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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영영이가?! 그럴 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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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진단서랑 바뀐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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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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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영영이에 대해서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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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심마 전문가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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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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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화를 내서 정말로 죄송해요... 생각해 보니 선생님 잘못이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데 혹시 검사를 다시 하면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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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거 아닙니까? 결단기병이었나? 그러고 보니 영영이 친구도 결단기병으로 고생 좀 했다고 하던데요. 혹시 우리 영영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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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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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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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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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다섯 번째, 수용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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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건강하면 됐지... 그렇죠,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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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부인. 함께 방법을 찾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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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머나먼 선조, 금교월에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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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게으른 막내딸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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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교월은 썩 공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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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이가 너무 게으르다고? 나는 잘 모르겠구나. 애들이 놀기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 영영이가 올해로 몇 살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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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금씨가 절박한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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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서른여덟 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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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백 살이 넘은 여인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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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한창 놀 시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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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금씨가 참다 못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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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때 애가 벌써 다섯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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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교월은 지나치게 선입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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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는 좀 다른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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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부는 성과도 없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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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서란이 금작파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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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교월은 드디어 두 번째 ‘요즘 세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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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쓸데없이 개방적이었던 금교월은 곧장 스스로 만들어 낸 뇌내 통계 자료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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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금교월이 알고 있던 ‘요즘 세대’의 표본은 금영영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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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든 기준이 금영영에게 맞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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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표본 수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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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요즘 세대’의 평균을 아득히 올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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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점과 천 점, 평균은 이제 오백오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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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정규분포곡선의 왼편에 처박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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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교월은 현명한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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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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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고가 이럴 때는 또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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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게는 행운, 금영영에게는 불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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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가마에서 금영영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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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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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도, 오향장육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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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파 인근에 위치한 약소문파, 만병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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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눈치를 못 챈 금영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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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향장육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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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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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맞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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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말 유명한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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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사이좋게 어떤 건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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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건물 안에서 한 여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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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세 사람을 보고 황급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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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가 어두운 여인, 설 수사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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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로 구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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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금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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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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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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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허름한 건물의 정체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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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퀭한 연기술사들, 그리고 온갖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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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바로 법기 공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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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작파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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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나 설비는 허름하고, 재료도 하급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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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의 상식이 실시간으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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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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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파와 만병문은 같은 법기 전문 문파지만, 둘 사이에는 상상 이상의 격차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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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비교하자면 보름달과 반딧불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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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파의 법기 공방은 제조업에 비유하면 최첨단 반도체 공장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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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기간 동안,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지출한 거대문파만이 선보일 수 있는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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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서대륙 전역에서 알아 주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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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병문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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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슈퍼 언럭키 금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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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소재도, 뛰어난 연기술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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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문파가 가진 건 오로지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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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사람을 갈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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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문의 주력 상품은 일회용 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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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주로 부적을 제작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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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은 영 허접하지만, 가격이 정말 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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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이익으로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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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업 전략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생산 물량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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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만병문의 수도자들이 자발적인 잔업을 이어가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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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제아무리 눈치 없는 금영영이라고 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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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술사인 자신을 여기로 왜 데리고 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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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즉시 몸을 돌려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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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방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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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이 처절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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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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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막내딸의 절규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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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수사, 여러모로 부족한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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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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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 공방장, 설 수사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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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염려 마세요. 금속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지지 않습니까. 사람도 얼추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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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이별의 슬픔을 뒤로 하고 공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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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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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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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물가까지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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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 수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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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가둬 놓는다고 할지라도 당사자가 마음을 안 먹으면 겨울잠과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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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행과 달리 노동은 억지로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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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려 일하다 보면 수행만 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게 분명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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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몰락영애 금영영은 가족과 잠시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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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좋아요 좋아요, 약소문파’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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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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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이 ‘할당량을 채우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 갇혀 있을 때, 서란은 수행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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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금선과를 먹고는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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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바로 이영근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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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를 느끼는 감각이 급격하게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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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이런 상태로 어떻게 수행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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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영근자들이 존경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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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무진의 편지에는 오채지심 관련 수행 도중에 유의해야할 사항들도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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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영근을 완전히 길들이기 전에 다른 영근을 또 보충하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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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되지 않는 영근이란 족쇄와도 같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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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요령을 피우다간 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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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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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사영근자, 오영근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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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족쇄를 서너 개씩 차고 있는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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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영근자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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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수선계의 영근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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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자기도 일영근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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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깨어나면 혹시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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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곧장 공법 수련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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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성 원영기 공법, ‘비절철비쇠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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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토속성 원영기 공법, ‘적토전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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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의 정토법력과 백색의 정금법력, 두 법력이 서란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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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선하며 길들여온 정토법력은 서란의 통제에 잘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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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로 생긴 정금법력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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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격적인 수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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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꼬박 열흘 뒤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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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기 수사는 잠을 잘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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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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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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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법력을 조화시키는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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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영기가 천재들의 무덤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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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더 힘들어질텐데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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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막힌 서란은 금교월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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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잘조잘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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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이나 쉬지 않고 수행에 매진했다는 말에 ‘요즘 세대’ 평균의 커트라인이 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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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교월은 서란이 마음에 쏙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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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심성의껏,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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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런 당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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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이걸 명심하거라. 성실한 건 좋은 일이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단다. 가끔씩은 머리를 비울 줄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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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그 말을 듣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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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된다고 집요하게 굴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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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기기 때도 그랬고, 결단기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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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정신이 지치지 않을 지라도, 항상 시야를 넓게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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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납득한 것 같자 금교월이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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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오늘은 법기 공방이라도 구경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너도 알다시피 금작파는 연기술로 명성이 자자하지. 마침 너도 인형술사라고 하니, 내 친히 출입 허가를 내려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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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신이 나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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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금 수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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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란은 법기 공방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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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찬란한 최고급 소재와 최신식 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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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술사들이 모여서 법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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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수백 년 경력의 법기 장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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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봤던 안내역을 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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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오시지요, 류 수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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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사내를 따라서 이곳저곳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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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이 일면 중간중간 질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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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꽤나 박식한 모양인지 모르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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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서란이 아는 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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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건 저도 알아요. 성백은,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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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살짝 놀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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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은을 아시는군요. 잘 알려진 광물이 아닌데, 참으로 견문이 넓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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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별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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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굉장히 희귀한 탓에 아는 사람도, 다룰 수 있는 사람도 드물죠. 하지만 조금만 사용해도 법기의 영성이 크게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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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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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창고에 쌓인 주괴 더미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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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뇌물이랍시고 계속 주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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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귀한 물건인지는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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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어인교단 녀석들, 이쁜 짓만 골라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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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바쁘게 돌아가는 공방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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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창작 활동을 구경하자 마음이 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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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전투용 인형들도 모조리 망가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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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예술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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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기대감에 혀를 낼름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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