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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 의식의 과정은 간단하다.
천지영기와 법력을 하단전에 응축한다.
그러면 금단이 만들어진다.
원영 의식도 얼추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천지영기와 법력, 영혼을 상단전에 응집한다.
원영을 완성하면 원영기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존재했다.
원영 의식은 하늘의 시련을 견뎌야만 했다.
천겁이라 불리는 번개가 원영 형성을 방해한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나워진다.
방해를 이기고 원영을 형성하면 성공.
마침내 원영기 수사가 된다.
끝내 천겁을 견디지 못하면 실패.
운이 좋으면 수행 퇴보, 대부분은 즉사였다.
존재하는 건 하늘과 자기 자신뿐.
자격을 증명한다고 표현하는 이유였다.
이처럼 원영기에 도달하는 과정은 지극히 고독했다.
하지만 서란과 위지목의 경우는 약간 달랐다.
존재하는 건 하늘과 나 자신, 그리고 대적자.
한가롭게 원영이나 형성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서로가 필사적으로 상대를 방해할 테니까.
천겁이 내리치는 상황에 벌어지는 사투.
양측의 기량은 이미 경지를 초월한 지 오래였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었다.
심지어 천겁은 계속해서 강해질 예정이었다.
살고 싶으면 한시라도 빨리 상대를 제거하고 원영을 응집할 필요가 있었다.
중도 포기 같은 건 불가능했다.
살아서 나갈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보주가 폭발하면서 튕겨나간 서란과 위지목은 즉시 비행법기에 올라탔다.
서란은 날아오르며 인형 사 자매를 조종했다.
금단 생존자를 멀리 대피시키기 위해서였다.
육신도 없는 상태에서 천겁을 버틸 수는 없었다.
인형 사호가 근처에 떨어진 금단 생존자를 붙잡은 뒤, 천겁 범위 밖으로 냅다 던져 버렸다.
동시에 거대한 회오리가 인근을 집어 삼켰다.
외부와 단절된 산꼭대기가 암흑 속에 잠겼다.
그리고 천겁이 내리쳤다.
어둠을 가르는 수백 줄기의 벼락.
서란과 위지목은 결계를 두를 틈도 없이 무수한 천겁을 얻어맞았다.
그리고 난생처음 겪는 격통과 마주했다.
일격에 의식이 날아갈 뻔했다.
결코 정상적인 천겁의 위력이 아니었다.
함께 의식을 치르는 탓에 생긴 이상현상 같았다.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결계를 둘렀다.
다시 한 번 천겁이 내리쳤다.
서란과 위지목은 안간힘을 쓰며 결계를 유지했다.
한층 강해진 천겁의 위력은 경악스러웠다.
두 사람은 동시에 직감했다.
결계만으로는 결코 오래 버틸 수 없다.
이대로라면 상대가 아니라 천겁에게 죽는다.
세 번째 천겁이 내리친 순간, 서란이 선공했다.
인형 사 자매가 폭주했다.
뒷감당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회로 과부하.
불가청비가시의 파괴광선이 빗발쳤다.
천겁을 견디느라 취약해진 위지목의 결계가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부서진 결계는 순식간에 복구됐지만, 인형 사 자매에게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파괴광선이 무방비한 위지목을 난도질했다.
결계를 완성시킨 위지목은 이미 빈사상태였다.
두 다리는 허벅지 아래부터 잘려나갔고, 왼쪽 어깨와 함께 얼굴 절반도 소실됐다.
대처가 조금만 늦었어도 즉사였다.
위지목은 필사적으로 법력을 운용했다.
오른팔에 감겨있던 넝쿨, 삼환목령이 막대한 정목법력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두 번째 열매를 터트렸다.
삼환목령에는 세 개의 열매가 맺힌다.
첫 번째 열매의 내용물은 꽃씨였다.
수도자에게 기생한 뒤, 법력을 흡수해서 폭발한다.
이 공격 한 번에 합동 추격대 절반이 죽었다.
두 번째 열매의 내용물은 수액이었다.
효능은 초재생, 어떤 치명상도 순식간에 낫는다.
열매가 한 번 맺히는데만 삼백 년 가까이 걸렸다.
삼환문이 산송장이나 다름없던 원영기 노괴의 목숨을 끈질기게도 연명시켰던 이유다.
수십 년 뒤에 맺힐 열매를 기다린 것이었다.
물론 결실을 보기 직전에 삼환문은 망했고, 보물은 위지목의 차지가 됐다.
덕분에 위지목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위지목은 즉시 법용술을 사용했다.
제단 근처에 놓인 무수한 법기들이 날아올랐다.
삼환문에서 가지고 나온 것도 있고, 수도자들을 죽이고 약탈한 것도 있었다.
방어법기들이 위지목을 빈틈없이 에워쌌다.
법기들은 인형 사 자매의 파괴광선에 맞는 족족 영성을 잃고 부스러졌다.
하지만 그 수효가 너무나 방대했다.
그 동안 공격법기들이 서란을 공격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병장기, 불을 토해내는 호리병, 소리로 정신을 현혹하는 방울.
서란은 즉시 복잡한 회피 기동을 펼쳤다.
인형 사 자매가 즉시 표적을 변경했다.
대공 사격에 맞은 공격법기들이 우수수 추락했다.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서란의 구슬 목걸이가 발광했다.
그리고 구슬들이 사방으로 발사됐다.
백팔 개의 구슬은 기괴한 벽돌로 변하더니 서란을 중심으로 뭉쳤다.
변신과 합체를 마친 삼두육비 거대인형, 금강야차의 목이 맹렬하게 회전했다.
세 개의 머리, 여섯 개의 눈이 공격을 시작했다.
어지러이 움직이는 광선이 모든 걸 붕괴시켰다.
다시 위지목을 공격하는 인형 사 자매.
최상급 부적을 소나기처럼 퍼붓는 위지목.
결계를 두르고 하늘을 유영하는 금강야차.
파괴광선을 맞고 위태롭게 깜빡이는 결계.
암흑천지를 은하수처럼 뒤덮은 부적의 광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천 줄기의 벼락.
단기간에 셀 수 없는 공방이 오고갔다.
법기나 부적은 바닥났고, 금강야차도 반파됐다.
서란과 위지목은 한계에 직면한 상태였다.
다만 약간이나마 위지목이 유리했다.
서란이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른 건 아니었다.
유불리를 가른 건 공중전 경험의 차이였다.
위지목은 서란보다 수백 년을 더 살아왔다.
지독한 내전에서 살아남았고, 실전을 통해서 수많은 수도자를 살육하기도 했다.
덕분에 전투 중반부터 미약하나마 우위를 점했다.
물론 서란도 급속도로 하늘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위지목은 결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침내 금강야차가 기능을 정지했다.
가뜩이나 내구력이 부족한 인형이었다.
차근차근 누적된 피해를 버티지 못했다.
그 순간, 위지목은 직감했다.
승리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명백한 외통수였다.
서란과 위지목, 두 사람의 비행궤도가 뒤엉켰다.
위지목의 공격에 서란이 하늘 높이 떠밀렸다.
서란의 반격이 위지목의 재생된 왼팔을 앗아갔다.
제단과 위지목, 서란, 하늘이 일직선을 이뤘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 셈이었다.
이게 위지목의 수읽기가 찾아낸 외통수였다.
천지영기의 박동, 천겁이 내리칠 전조였다.
하늘을 등지고 지상을 내려다보는 서란.
지상을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위지목.
대부분의 천겁을 서란에게 집중시키고,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게 위지목의 노림수였다.
위지목은 삼환목령에게 법력을 주입했다.
세 번째 열매의 내용물은 가시.
금단 정도는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비수였다.
서란도 위기를 직감했다.
인형 사 자매가 최후의 일격을 보조했다.
한계까지 작동한 자가충전 기관이 천지영기를 끌어당겨 법력으로 전환했다.
막대한 법력은 무선 공급 기능을 통해서 고스란히 주인에게 전달됐다.
서란의 금단이 필사적으로 법력을 통제했다.
요동치던 법력이 거대한 황금빛 구체를 형성했다.
당장이라도 통제불능에 빠질 것 같은 힘이었다.
서란이 오른손으로 위지목을 가리켰다.
위지목도 오른손으로 서란을 가리켰다.
그리고 천겁이 내리꽂혔다.
아버지는 위지목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바둑은 정신 수양, 실력보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스승은 위지목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선인이 되기에 앞서 사람부터 되라고.
친구는 위지목에게 이렇게 칭찬했다.
너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위지목의 의식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암흑천지, 홀로 빛나는 천공의 황금빛 구체.
위지목은 찰나에 상황 파악을 끝냈다.
자신이 천겁을 맞고 한순간 의식을 잃었다고.
기절 직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 떠올랐다.
하늘이 내리꽂은 수백 줄기의 벼락, 천겁은 명백하게 서란을 비켜 갔다.
부자연스러운 경로로 꺾이더니, 하늘에 가까웠던 서란이 아닌 위지목에게 내리쳤다.
결국 위지목은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마침내 황금빛 구체가 안정됐다.
이제 서란의 일격이 날아온다.
전부 갑자기 굴절된 천겁 탓이었다.
그게 결정적인 순간에 꽂힌 비수가 됐다.
이제 승패는 뒤집을 수 없었다.
죽음이 위지목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위지목은 영민한 머리로 깨달았다.
반상 위에 제삼자는 없었다.
실력을 겨루는 두 대국자만이 존재했다.
그의 지론은 대부분 맞았다.
다만 위지목은 착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절대로 대국자가 아니었다.
그저 반상 위에 놓인 바둑돌일 뿐이었다.
위지목은 하늘이 둔 한 수를 복기했다.
바둑은 두 대국자가 번갈아 돌을 둔다.
당연히 한 수, 한 수가 전부 중요했다.
그래서 돌을 잘 구분하면 바둑도 잘 둔다.
쓸모없는 돌은 폐석이다.
이런 돌은 죽든 살든 대세와는 무관했다.
중요한 돌은 요석이다.
이런 중요한 돌의 생사는 승패와 직결된다.
문득, 정신을 잃었을 때 봤던 광경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당부.
돌이켜 보면 교만을 경계하라는 의미였다.
스승의 가르침.
돌이켜 보면 순리를 따르라는 의미였다.
친구의 칭찬.
세상도 바꿀 수 있는 재주.
위지목은 마침내 하늘의 의지를 목도했다.
두 원영기 노괴는 폐석이었다.
하늘이 신경 쓸 가치도 없는 돌.
순리를 따르지 않았을지언정, 그들에게는 세상을 바꿀 재주가 없었다.
반면에 자신은 요석이었다.
하늘 입장에서는 죽여야만 하는 돌.
세상을 바꿀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교만했기 때문에 순리를 따르지 않았다.
죽일 가치조차 없는 돌.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돌.
그리고 반드시 살려야만 하는 돌.
위지목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서란이 보였다.
천공이 그녀를 품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하늘에게 선택이라도 받은 것만 같구나.’
직후, 위지목에게 눈부신 광선이 내리꽂혔다.
하늘과 대지를 잇는 빛기둥에 천지가 요동쳤다.
서란은 일격에 위지목과 제단, 산봉우리를 먼지로 만들어 버렸다.
교만했던 사내는 그렇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