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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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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된 지 3년 차,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금영영이 금작파로 끌려갔다.

과제는 내팽개치고 내일 죽을 것처럼 놀던 어느 날, 외면하고 있던 현실이 들이닥쳤다.

바로 금영영의 부모님이었다.

직접 오죽문까지 온 두 사람은 딸을 양쪽에서 붙잡고 연행해 갔다.

금영영이 질질 끌려가면서 외쳤다.

“서란, 부탁이 있어! 내 방에 있는 책 좀 대신 반납해 줘! 그리고 서랍 안쪽 자작시도 꼭 태워 주고! 나 몰래 열어 보면 안된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다독왕 금영영의 장기 집권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올해로 서란은 서른다섯, 금영영은 서른여덟이다.

낼모레 마흔이 저렇게 추하기도 쉽지 않았다.

서란은 친구의 부탁을 착실하게 이행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를 싸맸다.

지금 쓰고 있는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다.

지난 3년 간, 대문호 류서란은 정말 바빴다.

장편 소설이 세 권, 단편 소설은 자그마치 스무 권도 넘게 연재했다.

이 와중에 매일매일 수행까지 빼먹지 않고 했다.

‘인형술사 소년과 인형 소녀’, 줄여서 ‘인형인형’ 시리즈의 인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덕분에 인형술 선호도가 덩달아 상승했다.

서란이 간절히도 바라던 결과였다.

그래서 서란은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초간단 인형 제작 키트 무료 증정.

‘인형인형’ 저자의 인형술 취미 교실 개설.

이 외에도 인형술 홍보를 위한 수많은 노력들.

원 소스 멀티 유즈와 유사한 전략이었다.

서란은 열심히 노를 저었다.

그 덕분에 ‘인형인형’의 팬이 된 독자들도 점차 인형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비주류 인형술의 흥망성쇠는 이렇게 시작됐다.

흥망성쇠인 이유는 간단했다.

인형술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에 버금가는 성장세였다.

그리고 역사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했다.

인형 제작 키트를 완성한 뒤, ‘인형술도 할 만 한데?’라고 생각한 독자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밀키트 좀 만들어 봤다고 갑자기 복어 요리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진짜 인형술을 목도한 뒤 정신을 차렸다.

‘인형술은 소설로만 즐기자.

연재 1년 차, 버블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야심차게 출판한 인형술입문서 개정판도 망했다.

더 열받는 건 딱 인형술만 망했다는 점이었다.

‘인형인형’ 시리즈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서란이 여태까지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이유였다.

아무도 인형술을 사랑해 주지 않아...

아서 코난 도일 선생님, 이런 심정이셨군요...

나도 그냥 ‘셜록 홈즈’ 해 버릴까?

서란은 원고지를 내려다 봤다.

아서 코난 도일은 소설 주인공을 죽인 뒤, 길을 걷다가 우산에 얻어맞았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후속작에서 주인공을 살려냈다.

하지만 서란은 때려 줄 사람이 없었다.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 글을 썼다.

사악한 악당에게 차례차례 희생되는 동료들.

간신히 이겼지만 악당의 자폭에 휘말린 주인공.

인형술사 소년이 죽고 홀로 남겨진 인형 소녀.

피폐 드리프트와 급전개, 몰살 엔딩이었다.

자기가 쓴 글을 읽던 서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란은 원고지를 갈기갈기 찢으며 소리쳤다.

“내 머리에서 썩 나가라, 이 마귀야!”

독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서란은 죽을 맛이었다.

아직도 이야기 전개가 막힌 탓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몸을 배배 꼬다가 생각했다.

그냥 이번 편까지만 마무리하고 그만 쓸까?

애초에 원고료 받으면서 연재한 소설도 아니잖아.

독자들 후원도 전부 거절했고.

생각이 점차 연재 중단 쪽으로 기울어졌다.

사실 서란이 마음만 먹으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원래 후원 닫은 무료 연재는 무적이었다.

서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결정하기에는 좀 어려운 문제였다.

다른 사람과 의논이라도 해 볼 생각이었다.

서란은 적절한 상담역을 찾기 시작했다.

‘담청 님과 의논해 볼까?

서란은 중정 연못으로 향했다.

담청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뿔이 바위틈에 껴서 혼자 끙끙거리고 있었다.

애를 쓰던 담청이 서란을 발견했다.

“서란, 마침 잘 됐구나. 나 좀 도와다오.”

“예, 제가 빼드릴게요.”

서란이 담청의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뿔이 쏙하고 빠졌다.

“어쩌다가 틈새에 뿔이 끼었나요?”

“들어갈 것 같아서 넣어 봤더니 안 빠지더구나.”

“아하...”

서란의 궁금증이 해결됐다.

‘상담은 호혜문에게 받자.

그리고 집을 나섰다.


서란은 글방에 도착했다.

호혜문은 잠깐 일이 있어서 부재중이었다.

학생들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서란은 고민했다.

앞으로도 연재를 계속할 것인가.

인형술 홍보도 망했는데?

창작의 고통까지 감내하며 더 쓸 이유가 있나?

애초에 돈도 안 받는데 뭘 위해서?

그렇다면 이대로 그만둘 것인가.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그래도 결말까지는 써야 하지 않나?

계속 써야할 의미가 정말 없을까?

한창 고심하고 있을 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헉!”

한 여학생이 서란을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바닥에 와르르 쏟아진 물건 중에는 서란이 쓴 ‘인형인형’ 단행본도 있었다.

대문호 류서란의 팬인 모양이었다.

“류, 류 작가님!”

서란이 노련하게 대응했다.

“호들갑, 곤란.”

“합!”

소녀는 터져 나오려던 환호성을 꿀꺽 삼켰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소녀.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했다.

“작가님, 책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특히 세 번째 장편소설, ‘마모된 톱니바퀴’ 편은 도대체 몇 번을 봤는지 몰라요. 한동안 밤을 새느라 수업 시간마다 졸았다니까요?”

서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참고로 어디가 마음에 들었니?”

소녀는 즉답했다.

“무사 인형이 아이를 지키려고 악당과 싸우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어요. 인형도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잖아요. 합리적인 판단을 하라는 악당의 협박 다음에 나온 대사가 잊혀지지 않아요. ‘내 톱니바퀴가 너무 마모돼서 오류가 생긴 모양이다.’라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면 된단다.”

“아하, 그러면 인형술은 어떻게 해야 늘까요?”

서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혹시 인형술에 관심이 있니?”

“네, 저 작가님이 쓰신 인형술입문서도 소장했어요. 인쇄와 제본 비용만 지불하면 살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라서 초판본이랑 개정판 둘 다 샀죠.”

“인형술입문서 내용은 어땠니? 어렵지는 않아?”

“초판본은 조금 어려웠는데, 개정판은 정말 이해하기 쉽더라고요. 어쩌면 제 실력이 늘어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요. 초간단 인형 제작 묶음이 도움 많이 됐어요.”

서란은 감격해서 말했다.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구나...”

“맞아요, 저 열심히 했어요. 이거 보세요.”

소녀는 품 안에서 직접 만든 인형을 꺼냈다.

다소 어설픈 부분이 많았지만 훌륭했다.

외형은 서란이 만든 동물친구들과 닮아 있었다.

“제 인형 귀엽죠? 동물친구들 너무 귀여워서 똑같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왜 인형술 책 안 내시나요? 입문서는 다 봐서 볼 게 없어요.”

서란은 말이 궁했다.

“그게...”

인형술 서적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아무도 안 보는 줄 알아서 그랬다.

소설을 쓰느라 바쁘기도 했고.

서란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제 쓰려고... 요즘 좀 바빠서 그만...”

“역시 그러셨군요!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저 소설이든 기술서든, 류 작가님이 쓰신 책은 다 좋아해요!”

아이는 떨어뜨린 학용품을 주워서 떠났다.

그리고 일은 마친 호혜문이 돌아왔다.

“서란, 무슨 일로 보자고 했나요?”

잠깐 침묵하던 서란이 대답했다.

“혜문, 미안해요. 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어요. 제가 불러놓고 이런 소리해서 미안해요.”

호혜문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는 괜찮으니까 어서 가 봐요.”

“네!”

“아, 우산...”

서란은 호혜문의 뒷말을 못 듣고 뛰쳐 나갔다.

밖에는 늦은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서란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인간 화력발전소.

서란은 빗속을 달리며 생각했다.

의미없는 일이 아니었어.

기술서든 소설이든 상관 없었던 거야.

내 책을, 내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면!

서란은 깨달았다.

예술가에게 작품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서란은 여태 자식을 사랑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건 힘들게 탄생시킨 작품에게도, 그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못할 짓이었다.

왜 전생에 그렇게도 영화를 봤던가.

흥미롭고, 슬프거나 놀랍고, 끝내는 즐거우니까.

즐거울 수만 있다면 장르도, 작품성도 상관없다.

서란의 내면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비를 쫄딱 맞고 돌아온 서란은 곧장 붓을 잡았다.

지금이 아니라면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작품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결코 숨길 수 없는 진심을 담아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을 담아서.

서란은 밤새 글을 썼다.

사람을 죽여서 인형으로 만드는 악당이 있다.

자신의 미학만을 고집하는 미치광이 인형술사.

그가 말했다.

‘너라면 내 예술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주인공, 인형술사 소년이 대답했다.

‘예술은 인간을 위한 것, 너는 그저 살인자다!

주인공 일행은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승리했다.

‘인형술사 소년과 인형 소녀’의 네 번째 장편소설.

부제는 ‘예술과 사랑’이었다.

이번에도 독자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서란이 휴재 통보를 했다.

‘휴재 및 자료 조사 여행을 떠납니다.

쪽지 한 장만 덜렁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