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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드디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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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은 당장 올해 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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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내년 봄, 동물농장이라는 이름답게 파종하는 시기에 선보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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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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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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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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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술로 녹이거나 하면 다시 얼어서 빙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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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불쌍한 연기기 수사들이 눈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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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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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빠져라 삽질을 하고 뒤로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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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도로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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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이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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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에는 왜 제설 법술이 없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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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이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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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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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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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뭐라고 떠들든 하늘은 꿈쩍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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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람은 날씨를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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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에서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존재는 화신기 수사와 용, 단 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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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죽문에도 용이 하나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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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담청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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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혹시 날씨를 바꿔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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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으로 얼굴만 빼꼼 내민 담청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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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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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폭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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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서란의 말을 끊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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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괜찮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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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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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란 것도 결국은 순환이다. 힘이 있다고 억지로 비틀어 봤자 좋을 거 하나 없지. 당장 오늘 날씨를 바꾼 여파 때문에 몇 년 동안 가뭄이 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바꾸길 원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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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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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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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난로 좀 침대 근처로 옮겨 주겠느냐? 너무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질 못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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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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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네 개를 옮겨 주고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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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내린 눈 무게로 지붕이 무너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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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가는 하녀들을 보며, 서란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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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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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앞서 해보기)이 긴급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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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눈삽과 함께 보내던 연기기 수사들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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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도자기로 된 동물친구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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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고양이, 말, 돼지, 양, 닭, 소, 토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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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눈삽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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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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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류 수사님의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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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설 작업 도와주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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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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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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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물친구들은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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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하게 삽질하다가 자기 발등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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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치우다가 눈삽으로 옆에 있던 인형 후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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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혼자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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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얼리 액세스 단계라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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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치우는 인형보다 땅바닥에 엎어진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버둥거리는 인형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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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은 기대를 접고 삽질이나 마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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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웠던 동물농장의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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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뇌는 당일 얻은 자료를 토대로 밤새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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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들 중에서 눈을 많이 치운 고성과자 일부의 행동을 나름대로 학습한 뒤, 나머지에게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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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부 동일하게 교육시킨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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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어김없이 동물친구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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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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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는 제 몸 하나 못 가누던 인형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꽤나 그럴싸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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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평균만 놓고 보면 괄목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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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법뇌는 다시 한 번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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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약간씩 다르게 교육시킨 탓에 인형들이 거둔 성과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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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뇌는 이번에도 고성과자 일부의 행동을 학습해서 동물친구들 전체를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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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들의 제설 숙련도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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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의 학습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서란은 점토를 대량으로 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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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조리 법뇌의 후두엽 구멍에 쏟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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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전두엽 구멍에서 따끈따끈한 인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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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교육을 반복하며 향상되는 업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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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만 있으면 꾸준히 증식하는 인형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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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정도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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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기기 수사들은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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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치울 장소, 눈 버릴 장소만 지정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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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인형들이 알아서 다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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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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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활 구역은 정말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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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의 제설 속도가 강설량을 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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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쌓인 눈도 녹았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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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은 무수한 개선을 거쳐 마침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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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활동 범주 역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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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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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키워요,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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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친구들이 낫과 괭이, 쟁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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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초나 파종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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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빨아요,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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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친구들이 빨랫방망이와 빨랫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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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다 두드리고, 힘껏 비틀어 탈수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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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옮겨요,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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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친구들이 무거운 짐을 이고 산맥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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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경사의 계단도 인형을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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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닦아요,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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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친구들이 오죽문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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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나 빨랫감도 인형들이 알아서 치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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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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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나고 다시 한 번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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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증식한 중계기와 동물친구들 덕분에 동물농장의 영향 범위는 산맥 전역으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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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운반, 청소, 세탁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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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가 담당하던 업무가 거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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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관리자 몇 명만 있어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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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은 사실상 노동에서 해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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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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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덕분에 비숙련 노동의 수요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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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의 몫은 인형이 못하는 영역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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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보육 교사나 사무 보조 따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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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나 두뇌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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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마저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명이 함께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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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연기기 수사들이 할 업무는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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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균적인 노동 시간은 대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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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은 그렇게 확보한 남는 시간을 수행이나 여가에 재량껏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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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늘어난 여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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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기 수사들은 심심해서 몸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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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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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수뇌부는 열띤 토론 끝에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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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장려 운동을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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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뜸 책을 들이밀면서 권유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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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스마트하지 못한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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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수뇌부는 취미 교실부터 잔뜩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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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도예, 자수, 공예, 요리, 목공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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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의 취미 교실이 닷새마다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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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라는 간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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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바둑 교실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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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란에게 승패패패승패패승패패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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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묘수를 배워서 탈탈 털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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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는 어떤 결단기 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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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처음 돌을 잡은 뒤, 어언 사백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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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국제 바둑 대회에서 우승만 열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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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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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운 정석을 곧장 서란에게 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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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안 통하게 됐지만, 삼 연승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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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이후에도 꼬박꼬박 수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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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점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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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마다 듣는 바둑 수업은 너무 감질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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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쯤, 바둑 강사가 이런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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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수업 시간 이외에도 홀로 공부하고 싶은 분은 장서각에 가보세요. 바둑 관련 서적이 많습니다. 정석이나 사활 문제, 명국 기보까지 있죠. 물론 대여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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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한달음에 장서각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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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둑 관련 서적을 두 권 정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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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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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취미 관련 서적만 보던 사람들도 장서각에 방문할수록 관심 분야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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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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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문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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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하는 백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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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이 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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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손해보는 영물 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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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문구가 사람을 제대로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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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책을 빌려보는 사람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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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할 일도 없어서 심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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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직접 책을 쓰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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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신간이 장서각 대여 목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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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하는 사람이 많으면 더 찍어내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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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기에 먹물 마를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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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에 찾아온 독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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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을 보고 서란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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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 한 번 써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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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눈을 감고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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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서란은 대문호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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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서란에게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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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작가님, 제발 신간을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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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나온 인형술 서적, 정말 굉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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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커서 인형술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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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및 출판 열풍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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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책을 써서 이 흐름에 올라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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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인형술 열풍도 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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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벌써 성공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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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 수사님, 제가 드디어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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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장 방에 틀어 박혀 집필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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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대륙 인형술의 정수를 집대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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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혼을 담아내는 고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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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마침내 완성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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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술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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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에 두고두고 물려줘야만 할 불후의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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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자신만만하게 책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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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서대륙 최고의 인형술사가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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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란은 동대륙 유학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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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자기 책이 불러올 파장이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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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 서란은 장서각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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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다독상은 금영영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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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한 달 동안 책을 백 권이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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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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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수행도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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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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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인기 도서, 해당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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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 도서, 해당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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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도서 부문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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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인기 신간, 해당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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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 신간, 해당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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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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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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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가 책을 낸 줄 몰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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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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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장서각 사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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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형술입문서’는 여태 얼마나 대여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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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서류를 뒤적이더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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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빌려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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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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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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