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2 KiB
인형 사 자매와 삼안묘는 마침내 석판 보관실에 도착했다.
활발한 인형, 이호가 커다란 문을 양쪽으로 열었다.
내부에는 석판이 줄지어 눕혀져 있었다.
여러 가지 문양이 있었다.
다행히 서란이 찾는 문양도 있었다.
인형 사 자매는 우선 주인에게 신호부터 보냈다.
그리고 석판의 네 귀퉁이를 한 곳씩 받쳐든 다음,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갔다.
좋은 성과를 얻은 삼안묘는 흡족했다.
작은 도움으로 강자에게 호의를 얻는 건, 정말로 흔치 않은 기회였다.
요괴 사회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밀림.
이런 사소한 친분이 목숨을 구해주기도 한다.
삼안묘는 음흉하게 웃으며 다짐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더욱 열심히 아부해야지.
나를 괴롭히던 사흉 녀석들, 긴장해라.
언젠가 그 분께 애원해서 해치워 주마.
어느새 서란이 기다리는 최상층에 당도했다.
삼안묘는 상급자의 요구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알랑거릴 절호의 기회였다.
삼안묘가 간신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수사님, 이걸 보십시오! 찾으시던 석판입...”
자기 공을 생색내려던 삼안묘가 입을 다물었다.
이런 재회는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서란은 무반주 막춤을 추고 있다.
뭐가 그렇게 기쁜지 잔뜩 흥이 오른 상태였다.
덕분에 누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긴 머리를 상모처럼 돌리기 시작한 서란을 보며, 삼안묘는 내심 감탄했다.
과연, 정말로 대단하다!
저 정도는 미쳐야 그토록 강해질 수 있구나!
내가 오늘 또 크게 개안했어!
삼안묘는 눈치를 보다 춤에 합류했다.
토끼 요괴의 경쾌한 탭댄스.
빠른 발 구르기로 바닥을 쳐, 리듬을 넣었다.
서란이 삼안묘를 힐끗 바라봤다.
짧은 시선 교환, 마음이 통하기에는 충분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서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머리와 팔을 신명나게 흔들던 서란이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있던 인형 사 자매에게 명령했다.
“빠른 음악, 어서!”
인형들이 같은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산개해서 입체 음향 효과까지 구현했다.
서란은 자기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인신공양 제사장처럼 춤을 췄다.
광란의 축제가 끝난 뒤, 삼안묘가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춤을 추신 겁니까?”
아직도 자아도취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서란이 두 팔을 한껏 벌리며 연극 톤으로 말했다.
“끝내 대균열의 비밀을 밝혀낸 자가 누구인가! 바로 이 몸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탐험가라고 할 수 있지! 아, 두렵구나! 내 두뇌가 품고 있는 지성이! 안타깝구나! 내 불멸의 명성에 가려질 범재들이!”
헛소리에도 불구하고, 삼안묘는 제 할 일을 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나저나 저기 좀 보십시오. 찾으시던 석판입니다.”
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치하했다.
“그래, 정말 잘했구나.”
“이제 다른 곳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서란은 지하 시설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지하 3층에서 제어실을 발견했다.
바닥에 붙어 있는 커다란 레버.
벽면을 가득 메운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
그림으로 본 장면과 굉장히 흡사했다.
서란의 예상대로였다.
역시 천장화는 사용 설명서의 일종이었다.
덕분에 제어 장치를 찾기 위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서란은 제어 장치를 유심히 살폈다.
이제 보니 레버가 끝까지 안 당겨져 있었다.
기능 고장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서란은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레버를 잡았다.
“동대륙 모든 산수와 약소문파, 그리고 오행인면목들아, 부디 나에게 힘을 줘.”
서란은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레버를 당겼다.
두꺼운 금속 기둥은 아주 조금씩 이동했다.
결단기 수사의 근력으로도 만만치 않은 무게였다.
서란이 하늘을 향해서 외쳤다.
“죽어라, 십대문파!”
결국 서란의 복수는 성공했다.
오죽문의 단약으로 탄생한 괴력은 과연 놀라웠다.
마침내 레버가 끝까지 당겨졌다.
혼자서 태산만 한 구조물을 움직인 셈이었다.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대균열이 닫혔다.
탈진한 서란은 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
하지만 얼굴 표정에는 환희만이 들끓었다.
과다 분비된 도파민에 뇌가 녹아버릴 것 같았다.
십대문파 카르텔의 인중에 반독점 펀치를 한 방 때려줬더니 도저히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았다.
물론 수천 년 동안 특권을 누린 십대문파가 대균열 좀 닫혔다고 하루 아침에 망하진 않는다.
서란도 거기까지는 기대 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십 년 살고 죽는 범인조차 복수를 당한다.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의 당첨 제비도, 제비뽑기가 영원히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뽑힌다.
십대문파들은 영원히 공포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래서 남에게 해코지를 하면 안된다.
영생을 꿈꾸는 자, 은원관계를 조심하라.
수선계의 유명한 금언이다.
십대문파의 말로에 어울릴 말이기도 했다.
서란은 길고 긴 모험 끝에 세상을 구했다.
명계 침식은 완전히 멈췄다.
물론 이미 침식된 지역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행인면목의 서식지는 무사히 지켰다.
대균열 탓에 편중된 영기 분포도 해결될 거다.
그러면 자연스레 변방 약소문파들이 살아난다.
거대문파의 영향력도 크게 축소될 테고.
동대륙은 마침내 구원받았다.
오행인면목과 산수, 그리고 약소문파까지.
모두가 행복한 최고의 결말이었다.
물론 십대문파는 불행해졌다.
하지만 알 바 아니었다.
서란의 구원 목록에 거대문파들은 없었으니까.
서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중요한 톱니바퀴를 몇 개 뽑아서 배낭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 아무도 대균열을 다시 열 수 없었다.
세상을 구한 모험가가 길잡이에게 물었다.
“혹시 나한테 따로 부탁할 일은 없어?”
삼안묘는 앞니를 보이며 기쁘게 웃었다.
삼안묘의 소원은 간단했다.
나를 괴롭히는 사흉을 퇴치해 주세요.
서란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흉에게 재앙이 닥쳤다.
대균열을 기준으로 서쪽 구역을 차지한 서흉, 아귀는 이미 몇 년 전에 서란에게 죽었다.
서란은 지하 시설이 위치한 남쪽 구역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였다.
가장 처음은 남쪽 구역의 지배자였다.
남흉은 미라처럼 비쩍 마른 원숭이 요괴였다.
정확히는 원숭이를 조종하는 마검이 본체였다.
지진 법술 한 방에 마검이 조종하던 원숭이 요괴의 시체가 산산조각 났다.
접근해서 검 한 번 휘둘러 볼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남흉은 조용히 기회를 노렸다.
강력한 육체, 정말로 탐이 나는군.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와라.
당장 너의 몸에 빙의해 주마!
마검은 신화적인 명검이었다.
검객이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유혹.
이 방법으로 여태 수많은 검객의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서란은 권각술의 달인.
검을 보는 안목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못 이길 싸움이었다.
서란이 명령했다.
“불길하게 생겼네, 가서 분질러 버려.”
인형 셋이 곧장 마검에게 다가갔다.
둘이 억센 손길로 칼자루와 칼끝을 잡았다.
나머지 하나가 발차기 준비 자세를 취했다.
마검이 뭔가 눈치채고 다급히 말했다.
“자, 잠깐! 나를 손에 넣으면 세상 모든...!”
아음속 앞차기에 맞은 마검이 뚝 부러졌다.
다음 희생자는 동쪽의 지배자였다.
동흉은 빠른 속도로 구르는 바위벌레였다.
멈출 수 없는 돌진에 무수한 생명이 스러졌다.
바위벌레는 서란과 인형들을 보며 웃었다.
연약하고 가벼운 장난감이 여기 있었군.
너희는 또 어떤 소리를 내며 죽을까.
모두 함께 짓뭉개 주마!
맹렬한 돌진 앞에서 서란은 주먹을 쥐었다.
서란의 몸이 발목까지 땅밑에 잠겼다.
거산요지선공과 공명한 대지가 서란을 붙잡았다.
아빠 심해거인에게 받은 비전 무술이었다.
거인은 크기 탓에 무기 사용이 곤란하다.
그래서 거인족의 무술은 대부분 권각술이었다.
이름하여 거인살법.
사용자의 체중이 고스란히 파괴력으로 전환된다.
서란이 대지와 한 몸이 된 이유였다.
코앞까지 다가온 바위벌레에게 정권 지르기.
대지의 무게가 작은 주먹을 통해서 쏘아졌다.
압도적인 파괴력이 한 점에 집중됐다.
바위벌레는 미세먼지벌레가 되어 사라졌다.
마지막 순서는 북흉이었다.
날지 못하는 괴조, 속도는 번개처럼 빠르다.
하지만 인형들이 눈으로 발사한 불가청비가시 파괴광선보다는 느렸다.
대수림 심층부의 공포, 사흉은 그렇게 사라졌다.
더욱 안전한 주거지를 얻은 삼안묘가 인사했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혹시라도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세요!”
서란도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나중에 올 때는 생과일도 가져올게!”
“감사합니다, 류 수사님!”
작별 인사를 마친 뒤, 둘은 귀갓길에 올랐다.
서란의 경우는 서대륙이었다.
온통 돌로 지어진 고대 궁전.
서란과 인형 사 자매는 비밀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 좌우 폭이 왜 이리 넓은가 했더니, 전송 석판이나 시체 수레가 오갈 길이라 그런 듯 했다.
전송실에 도착한 서란이 인형을 부렸다.
인형들이 석판을 제자리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딱 맞게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다.
서란이 말했다.
“이호, 한 번 들어가 봐.”
인형 이호가 전송진 위에 섰다.
하지만 딱히 작동하지는 않았다.
서란이 이마를 탁 쳤다.
“아참!”
그리고 벽에 달린 레버를 올렸다.
예전과는 달리 다시 내려오는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게 스위치인 것 같았다.
“이호, 다시 올라가 봐.”
이번에는 전송진을 밟자마자 사라졌다.
서란은 함박웃음과 함께 삼호를 불렀다.
“삼호, 들어가서 잠깐 있다가 나와 봐.”
정찰병 삼호가 전송진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하는 셈이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삼호는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이제 안전은 모두 확인했다.
마침내 집에 갈 수 있게 됐다.
서란은 잠시 추억에 잠겼다.
동대륙에서 보낸 몇 년이 스쳐 지나갔다.
고마워,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강의 보조.
고마워, 수많은 수강생들.
고마워, 인형술사들.
고마워, 성미목 곧은 줄기.
고마워, 소소와 심해거인 가족.
고마워, 삼안묘.
고마워, 동대륙.
고마워, 모두들.
고마워, 십대문파 너희만 빼고.
카르텔 녀석들 나중에 두고 보자.
대균열을 닫은 업적은 한동안 비밀이다.
거대문파가 알면 잡아 죽이려고 벼를 테니까.
원한을 사지 않는 스마트한 복수란 이런 것이다.
“다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서란은 점프와 함께 전송진에 입장했다.
파란만장했던 동대륙 여정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