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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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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과 서대륙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망망대해를 사이에 둔, 두 대륙을 횡단하는 건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애초에 원양 항해 자체가 반쯤 자살 행위였다.
배는 육지가 보이는 곳까지만, 이게 상식이다.
하물며 몇 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항해라니.
일반적 인지를 초월한 규모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콜롬버스는 신대륙 찾겠다고 두 달 보름 항해했다가 선상 반란을 겪을 뻔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겁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바다 위에 드리워져 있던 미지의 장막도 벗겨졌다.
지도에 존재하는 빈 공간을 참지 못하는, 용감한 탐험가들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기적이었다.
그렇게 찾은 해로를 안전한 바다라고 불렀다.
사전 준비와 적절한 수행, 그리고 강인한 의지력.
이 세 가지만 있다면 바다란 더 이상 세계를 나누는 높디높은 장벽이 아니었다.
오히려 분열된 사대륙을 묶어 주는 연결고리였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틈틈이 바다 관련된 강의를 들을 때마다, 서란은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마치 우주 여행 같아.
초장기간 항해, 머나먼 목적지, 텅 빈 공허함.
우주와 바다는 닮은 점이 정말 많았다.
자연스럽게 생각도 그쪽으로 쏠렸다.
서대륙에 편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을 궁리하던 서란이 로켓을 떠올린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죽순 로켓에 편지를 담아서 서쪽으로 날린다.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이 유리병 안에 편지를 넣고 망망대해로 던지는 것과 비슷한 행위였다.
작전명, 대륙 간 로켓배송.
물론 성공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았다.
도중에 연료가 바닥날 수도, 비행 요수나 폭풍우를 만나서 격추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대범해진 서란의 사고 방식은 이 정도 난관에 좌절하지 않았다.
확률이 낮으면 물량공세를 하면 그만이었다.
서란은 태본곡을 잠시 떠났다.
그리고 곧장 동대륙 최서단으로 날아가서 어떤 바위섬에 자리를 잡았다.
이 근방에는 수도문파가 하나도 없었다.
서란은 지난 일 년 동안 태본곡에서 배운 인형술 관련 지식을 총동원 했다.
비행 거리를 생각하면 수많은 기능이 필요했다.
소형화로 무게를 줄이고, 추진 기관 연비를 개선하고, 소량의 자가 충전 기능까지 추가했다.
완성된 죽순 로켓의 크기는 무릎 높이 정도였다.
내부에는 서대륙으로 보낼 물건을 넣었다.
그리고 곧장 서쪽으로 발사했다.
만들고, 넣고, 발사한다.
서란은 일련의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제작에 익숙해질수록 양산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종래에는 몇 호흡만에 하나씩 발사할 정도였다.
재료로 사용된 바위섬은 갈수록 작아졌다.
겨울도 어느새 끝나고, 봄이 찾아왔다.
서란도 망망대해로 로켓 쏘는 것을 멈췄다.
바위섬을 전부 깎아서 없애버린 탓이었다.
“이 정도면 하나는 도착했겠지?”
서란은 태본곡으로 복귀했다.
안부는 전했으니, 공부를 재개할 시간이었다.
*****
죽순 로켓들은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며 셀 수 없는 고비를 만났다.
추진 기관 오작동 탓에.
연료인 법력이 고갈된 탓에.
방향을 잘못 잡은 탓에.
폭풍우를 만난 탓에.
번개에 직격해버린 탓에.
비행 요수와 충돌한 탓에.
세상의 중심에 빨려들어간 탓에.
어떤 용의 손아귀에 붙잡힌 탓에.
알 수 없는 인력에 휘말린 탓에.
극소수의 로켓만이 서쪽 바다에 도착했다.
하지만 끝내 육지에 도착한 경우는 없었다.
수명이 다 된 로켓들이 우수수 추락했다.
로켓은 계속해서 가라앉았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사방은 점차 어두워졌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심해까지 내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빛을 만났다.
영원한 어둠을 밝히는 불야성.
발광 산호로 이루어진 웅장한 용궁.
신앙에 살고 신앙에 죽는 어인족의 도시.
바로 어인 교단의 심해 본부였다.
마침 정기 순례를 떠나려던 어인족 무리 위로 석재로 만든 이상한 원통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응?”
정수리를 얻어맞은 일등 신도, 홍린어가 정체불명의 해양쓰레기를 집어 들었다.
꼭 성지에서 본 죽순처럼 생겼다.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던 와중, 돌연 원통이 반으로 쪼개지며 구슬을 하나 떨어뜨렸다.
홍린어는 구슬을 유심히 관찰했다.
“음...”
어떤 종류의 법기처럼 보였다.
시험 삼아 법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대뜸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공녀, 이웃나라로 끌려가네.
동쪽으로, 동쪽으로 멀리 가네.
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떠나가네.
타고 온 마차는 부서진 지 오래라네.
저를 기다리는 서쪽이 그리워지네.
어린 공녀, 고향으로 발길을 내딛네.
홍린어는 경악했다.
“대지모신님의 음성이야!”
구슬의 정체는 서란이 만든 인형 부품이었다.
법력을 주입하면 녹음된 소리가 흘러나온다.
굳이 명명하자면, ‘류서란의 골든 레코드’ 정도가 적절할 것 같았다.
편지 대신 노래를 선택한 건 보안 때문이었다.
이러면 다른 사람이 주워서 가사를 확인해도 제대로 된 의미 파악이 불가능했다.
녹음기 제작 방법은 인형술 강의에서 배웠다.
참고로 서란이 작사, 작곡한 신곡이었다.
녹음기는 공물로써 담청에게 바쳐졌다.
담청은 내용을 확인한 뒤 수뇌부에게 전달했다.
오죽문 수뇌부가 또 소집됐다.
백 명이 넘는 결단기 수사가 모인 조용한 공간, 선명하게 울리던 서란의 자작곡이 끝났다.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로 가득했다.
수뇌부는 어렵지 않게 숨겨진 전언을 파악했다.
“동대륙에 있었군.”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가사를 들어보니 돌아오는 중인 것 같죠?”
“그렇게 이해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휴, 그렇다면 몇 년 이내로 돌아오겠군요.”
“바로 소식을 전했다면, 지금은 반 정도 왔을 수도 있겠네요.”
“이제야 좀 안심이 되는군요.”
오죽문 수뇌부는 크게 안도했다.
가사 마지막 부분을 ‘지금 서대륙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었다.
물론 서란이 의도한 바는 전혀 아니었다.
단지 수미상관 방식을 선호했을 뿐이다.
서란은 아직도 태본곡에 있었다.
*****
안부를 전한 뒤, 서란(26세)은 결심했다.
올해까지만 공부하고 출발하자.
동대륙의 인형술을 오죽문에게 선물하는 거야.
겸사겸사 영석도 좀 벌어가고.
다음해, 서란(27세)은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공부하면 뭔가 보일 것 같아.
요즘 탐험대 투자도 성공적이잖아?
금의환향해서 오죽문에 보은하자.
다시 돌아온 봄, 서란(28세)이 투덜거렸다.
“아, 지루해. 영 들을 만한 강의가 없네.”
전송진을 밟고 날아와서 올해로 오 년 차.
태본곡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인형술 강의만을 찾아서 배움의 거리를 떠돌았다.
심지어 하루에 강의를 일곱 개씩 들었다.
돈 주고 배울 수 있는 지식은 벌써 모조리 습득해버린 지 오래였다.
서란은 극심한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숨겨진 인형술 비기도 많았다.
가장 쉬운 예시로는 동대륙 거대문파들이 대대로 지켜 온 비전 지식이 있겠다.
하지만 외지인은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서란은 할 일이 사라졌다.
결단기 강의도 옛날에 때려치웠다.
연이은 투자 대성공 덕분에 알량한 노동 소득 따위는 필요가 없어진 탓이었다.
축기기 수사들이 울부짖든 말든 영석 갑부가 된 서란은 손톱만큼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 뒤로는 오직 공부뿐이었다.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계절이 변하든 말든 태본곡에 틀어박혀 있었다.
슬슬 여기가 고향처럼 느껴질 지경에 이르렀다.
덕분에 인형술 실력은 수직 상승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던 심화편까지 끝마쳤다.
법술 사용이 가능한 인형조차 제작할 수 있는, 진정한 인형술사가 됐다는 의미였다.
빈둥빈둥 놀다가 문득 오죽문 생각이 났다.
“경매장만 들렀다가 집에 갈까?”
서란은 산더미 같은 영석을 벌어들였다.
이런 막대한 물량을 전부 들고 갈 수는 없었다.
불가피하게 경매장에서 보다 작고 비싼, 고가치 소형 품목으로 바꿔 줄 필요가 있었다.
대수림 밖에 위치한 묘나라로 갔다.
쌍룡문이 지배하는 속세왕국으로, 동대륙 최대 규모의 경매장이 열린다.
서란과 단원표가 만난 곳이기도 했다.
서란은 최고 등급 경매에 참가했다.
원래 사람을 가려 받는 곳이지만, 태본곡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강사는 상관없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하나같이 거대문파 소속들뿐이었다.
대부분이 결단기, 간혹 원영기도 있었다.
아마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문파의 대리인으로서 참석한 모양이었다.
구경에 열중하는 사이, 경매가 시작됐다.
첫 번째 물건은 단약이 든 병이었다.
장복하면 뼈와 근육이 튼튼해지고 수명도 몇 년 정도 늘려준다고 한다.
효능이 굉장히 훌륭했다.
서란이 가장 먼저 수신호를 보냈다.
다른 수도자들도 계속해서 가격을 올렸다.
반복되던 입찰 경쟁 끝에 단약은 어떤 거대문파의 대리인이 차지했다.
서란은 다소 아쉬웠지만, 금방 털어냈다.
어차피 첫 번째 물건이니까.
뒤에 나올 더 좋은 경매 물품을 위해서 자금을 아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경매는 계속 진행됐다.
강력한 영수의 알, 천 년 이상 된 영초, 대수림 심층부에서 가져온 고대 유물, 최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법기, 우연히 인계에 떨어진 법보 파편.
물론 서란은 눈으로만 구경했다.
다들 돈이 너무 많았다.
뒤에서 세 번째 경매 물건은 천년토영목이었다.
목재 주제에 토영기를 머금고 있어서 토속성 인형의 주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서란에게 너무 절실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곧장 입찰에 뛰어들었다.
입찰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서란은 전재산마저 지불할 각오가 있었다.
하지만 경매장에서는 돈이 전부였다.
천년토영목의 주인은 이번에도 거대문파였다.
최종 낙찰가는 서란의 전재산보다 훨씬 많았다.
개인이 아무리 부유해도 수천 년 된 거대문파의 재력에는 당해낼 방도가 없었다.
결국 경매가 끝날 때까지 서란은 빈손이었다.
서란은 쓸쓸하게 경매장을 나섰다.
적폐 문파들이 밉다.
그리고 천년토영목이 너무 가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