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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기 수사는 죽이기 어렵다.
애초에 주요 특징부터가 초월적인 생명력이다.
그래서 인계를 통틀어서 결단기 수사를 죽일 수 있는 생물은 굉장히 드물었다.
굳이 꼽아 보자면 용이나 고위계 수사, 대요괴 정도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그리고 명탐정 서란이 생각하기에, 이 수도자를 죽인 건 대요괴가 분명했다.
용이나 고위계 수사가 본인이 죽인 시체의 아랫도리를 어디에 쓰려고 가져가겠는가.
나중에 배고플 때 간식으로 먹으려고?
대요괴가 금단과 함께 꿀꺽한 게 분명했다.
서란은 대요괴에 대해서 빠삭하게 안다.
상고 시대부터 세상에 등장한 모든 대요괴의 종류와 위험성, 그 대처법에 대해서 숙지했다.
좋아서 한 건 아니고, 오죽문 수뇌부가 시켰다.
털레털레 돌아다니다가 ‘모르면 죽어야지.’를 당하지 말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서란이 머릿속 대요괴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다.
깊은 바다에 사는 놈, 제외.
고열 사막에 사는 놈, 제외.
고산 지대에 사는 놈, 제외.
밀림에 사는 놈, 결단기 수사를 두 동강 냄.
주어진 정보에 딱 들어맞는 기록이 있었다.
황금 사슴벌레처럼 생긴 대요괴였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가위처럼 생긴 턱으로 절단하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라고 했다.
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영역 본능이 강했다.
여기 있다가 걸리면 험한 꼴을 당할 것 같았다.
서란은 사슴벌레 대요괴의 턱에 자기 허리가 뎅강 잘리는 상상을 했다.
“헤엑!”
서란은 기겁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멈춰서 백골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토신력을 사용하자 대지가 저절로 갈라지며 백골이 매장되고, 작은 묘비가 세워졌다.
묘지를 완성한 서란은 즉시 도주했다.
위기에 처한 결단기 수사의 질주는 과연 빨랐다.
서란은 총알처럼 나무 사이를 누볐다.
그리고 어떤 시선이 서란을 주시하고 있었다.
볼품없는 외모와 길고 깡마른 팔다리.
다른 곳은 비쩍 마른 주제에, 오직 복부만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불균형적인 모습이었다.
식욕만이 들끓는 퀭한 눈과 오금이 저릴 정도로 날카로운 이빨이 나무 그림자 속에서 빛났다.
명계에 갇혀서 전생의 죗값을 치르는 귀신, 시선의 주인은 바로 아귀였다.
아귀는 점찍은 사냥감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앞을 가로막는 거목을 모조리 분쇄하는 질주였다.
밀림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앞서 달리던 서란도 가까워지는 소음을 들었다.
당연히 뭔가 싶어서 힐끔 뒤를 돌아봤다.
이상한 요괴가 거품을 문 채 쫓아오고 있었다.
병에 걸려서 털이 전부 빠진 원숭이처럼 생겼다.
아귀가 뭔지 모르는 서란이 잠시 고민했다.
저건 또 뭐지?
지금까지 봤던 원숭이 요괴 친척인가?
병에 걸려서 털이 빠지고 복수가 찬 건가?
서란은 신경을 끄고 계속 달렸다.
사냥감에게 달려들던 아귀도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쫓아가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명계에서는 물론, 인계로 올라와서도 이렇게 당황스러운 경우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아귀를 만난 사냥감은 모두 죽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포식자를 떨쳐 내지 못하고, 끝내 아귀의 위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귀란 네 발로 뛰는 죽음의 상징, 일단 마주치면 결코 도망칠 수 없는 존재였다.
이건 명백하게 비상식적인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삼켰던가.
대수림 심층부에서 자그마치 수백 년을 살아왔다.
그 동안 먹어 치운 희생자는 셀 수도 없었다.
서란이 본 결단기 수사도 아귀가 잡아 먹었다.
명계에 침식된 대수림 심층부에서는 원영기 수사조차 비행을 할 수 없었다.
항거할 수 없는 명계의 인력 탓이었다.
날지 못하는 아귀에게 이곳은 최고의 사냥터였다.
아귀 입장에서는 난생처음 경험한 무력감이었다.
영원히 계속되는 고통스러운 허기와 잡히지 않는 사냥감에 대한 분노로 아귀는 실성해 버렸다.
아귀가 거대한 증오를 토해냈다.
“키에에에엑-!”
대수림을 뒤흔드는 가공할 포효.
아귀의 손발톱이 길어지고, 안광마저 붉어졌다.
지옥에서나 볼 법한 질척거리는 사기가 아귀의 주둥이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 순간 서란이 뒤로 돌았다.
달리기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재주도 좋게 뒤로 달리면서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려 아귀를 가리켰다.
서란의 금단이 맹렬하게 소용돌이쳤다.
원래는 불쌍해서 봐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면 곤란했다.
대요괴가 듣고 찾아오면 어떻게 책임질 건가.
허공에 법력이 모여들더니 구슬 형태로 뭉쳤다.
예전에 담청이 보여준 묘기였다.
한순간에 황색 구체 수십 개가 발사됐다.
아귀는 날아오는 공격을 보며 상대를 비웃었다.
나에게 맞설 생각을 하다니, 정말로 어리석군.
도망치는데만 집중했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을텐데.
네 금단은 내가 맛있게 먹어 치워 주마.
아귀는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 뒤로 달리느라 속도가 느려진 사냥감을 물어뜯을 작정이었다.
스스로의 강인함을 신뢰하는 대담한 계획.
하지만 원래 세상 일은 내 마음대로 안된다.
아귀는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서란의 적대자들과 정말 유사한 최후를 맞이했다.
주변 지형, 혹은 아귀의 신체와 충돌한 법력 구슬이 성대하게 폭발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위력 속에서, 아귀는 영문도 모르고 증발해 버렸다.
대수림 심층부의 사흉, 그중 하나가 방금 죽었다.
물론 죽인 당사자는 알 길이 없었다.
서란은 즉시 뒤로 돌아서 전력 질주했다.
혹시라도 대요괴와 마주칠까 봐 조마조마했다.
스무날 뒤, 서란은 드디어 문명과 만났다.
간신히 찾은 사람의 흔적.
은닉술을 사용한 서란이 도시로 들어갔다.
원숭이 요괴가 득실거리는 대수림 근처에 위치한 도시치고는 상당히 번화한 편이었다.
서란은 곧장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리고 은폐 결계를 두른 채 단잠에 빠져들었다.
서란은 꼬박 하루를 자고 일어났다.
일단 근처 냇가로 가서 목욕부터 했다.
때 빼고 광낸 서란은 도시 관청에 잠입했다.
가장 먼저 군사용 지도를 살펴봤다.
지도에는 대륙 전체가 개략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서쪽은 안전한 바다, 그 외에는 위험한 바다.
대륙 중앙에는 광활한 대수림이 존재했다.
서란이 전송된 곳은 서대륙이 아니었다.
지금 있는 곳은 묘나라, 동대륙 중서부에 위치한 범인들의 국가였다.
어쩐지 말과 글이 약간 이질적이구나 싶었다.
서란은 관청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바다 건너 서대륙까지 돌아가려면 굉장히 험난한 여정을 감내할 필요가 있었다.
위험한 바다를 건널 수는 없으니, 오로지 안전한 항로를 따라서 움직여야만 했다.
도중에 세상의 중심까지 거쳐가는 대장정이었다.
길가에 쪼그려 앉은 서란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으, 으윽...”
서란은 개고생할 미래를 상상하며 신음했다.
그때 맛있는 냄새가 서란의 코를 자극했다.
서란은 고개를 들어서 냄새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달콤한 양념을 발라서 구운 닭꼬치였다.
서란은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린애처럼 군것질거리에 정신이 팔린 건 아니었다.
동대륙 식문화에 대한 학술적 탐구심일 뿐이었다.
서란은 홀린 듯이 닭꼬치를 주문했다.
“닭꼬치 단 양념으로 세 개 주게.”
신 노릇하면서 슬슬 하대가 자연스러워졌다.
“예, 알겠습니다요!”
가게 주인은 즉시 닭꼬치를 내밀었다.
원래는 돈부터 받고 넘겨주는 게 맞았다.
하지만 서란은 딱 봐도 부잣집 딸처럼 보였다.
머리에 꽂은 비녀만 팔아도 밭 한 뙈기는 산다.
서란은 닭꼬치를 맛있게 먹었다.
맛은 서대륙이나 동대륙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그래도 한 달만에 먹는 간식이라서 좋았다.
식사를 마친 서란이 물었다.
“얼마인가?”
가게 주인의 대답을 듣고는 소매를 뒤졌다.
당연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서란의 전낭은 바다 건너 서대륙에 있었다.
돌처럼 굳은 서란이 비 오듯 땀을 흘렸다.
누가 봐도 돈 없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관록있는 가게 주인 역시 상황을 파악했다.
애초에 부자는 전낭을 직접 들고 다니지 않는다.
가게 주인이 말했다.
“기다려 드릴 테니, 하인을 부르시지요.”
당연하지만 서란의 하인 역시 서대륙에 있었다.
“어, 어...”
서란이 우물쭈물하자 가게 주인이 다시 말했다.
“아니면 가문 이름만 알려주시지요. 값은 제가 차후에 방문해서 받아 가겠습니다.”
고민하던 서란이 비녀를 뽑아서 내밀었다.
닭꼬치 세 개 먹은 값으로는 과한 재물이었다.
가게 주인은 당연히 기겁했다.
“안됩니다요,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아기씨 집안에서 아시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 납니다요! 사족에게 사기를 쳤다고 맞아 죽을 겁니다!”
“나는 사족이 아니다!”
서란은 태생부터 소작농의 딸이었다.
물론 가게 주인은 절대로 믿지 않았다.
몰래 군것질을 해놓고 집안 어른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확신한 상태였다.
“그런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주변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비녀를 건네는 여아, 결코 받지 않는 중년.
보기 드문 구경거리였다.
그때 어떤 사내가 가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가게 주인이 곧장 사정을 설명했다.
“그랬군, 잘 알겠네.”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신 값을 치렀다.
그리고는 여자애를 데리고 사라졌다.
가게 주인은 방금 그 사내가 부잣집 아기씨의 하인 쯤 될 것이라고 혼자서 납득했다.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뒤, 사내가 물었다.
“선배님, 난처하신 상황 같아 실례를 무릅쓰고 나섰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주시지요.”
영안술을 사용해서 상대가 수도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서란이 감사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내가 황급히 손사래쳤다.
“말씀을 낮춰주시지요. 제 나이라고 해 봐야 고작 백 살 정도일 뿐입니다.”
서란은 사내가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스물네 살이라고 사실대로 털어 놓기에는 난감한 문제가 너무나 많았다.
결단기 수사의 나이가 고작 스물넷인 건 절대로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다.
납득시키든 못 시키든 서란은 곤란해진다.
그래서 그냥 흐름에 올라탔다.
“그래, 네가 편하다면 그리 하도록 하마.”
한결 안도한 사내가 말했다.
“어른 앞에서 공손히 행동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부디 마음 쓰지 마시지요.”
서란은 괜히 찔려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지, 내 나이가 올해로 이백사십이니까.”
열 배로 뻥튀기한 사기 나이였다.
축기기 수도자, 단원표와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