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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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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즐겁게 의사당으로 향했다.
등백월도 마침 잘 됐다며 동행했다.
생각해 보니 그녀도 의원 중 한 명이었다.
의사당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인사를 건넸다.
서란을 향한 인사가 대부분이었지만 등백월을 향한 것들도 꽤 있었다.
어느새 금죽문에 부쩍 녹아든 모양이었다.
계단 근처에서 등백월이 말했다.
“류 수사님께서는 의장실로 가시죠?”
“예, 담청 님 좀 뵈려고요.”
“그러면 여기서 헤어져야겠네요. 제 사무실은 이쪽이거든요.”
인사를 마친 등백월은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서란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계단을 올랐다.
의장실은 위층에 있었다.
의사당 내부는 굉장히 혼잡했다.
민선 의원과 그들의 수행원, 자문 위원 등이 제각기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파 규모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의석수를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바쁠 수밖에 없었다.
서란은 의장실 앞에 도착했다.
내방 소식을 전할 보좌관은 보이지 않았다.
문 옆에 비단 끈이 하나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걸 당기라는 뜻 같았다.
서란은 조심스레 비단 끈을 당겼다.
딸랑 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장실 안에서 담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거라.”
서란은 별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의장실이 충격적인 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의 절반은 모래사장이고, 나머지 절반은 인조 해변이었다.
천장의 통유리를 통해 석양이 비치고 있었다.
책꽂이나 탁상 같은 건 코빼기도 안 보였다.
담청은 물 위에 해달처럼 동동 떠 있었다.
뭘 어떻게 했는지 인공 파도까지 구현해 놨다.
수면이 출렁거릴 때마다 담청의 몸 또한 연신 오르락내리락했다.
큼지막한 색안경을 낀 채, 담청이 말했다.
“무슨 용건으로 왔느냐? 업무 보고라면 부의장에게 가거라.”
서란은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랬다.
애초에 이게 현실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상대가 말이 없자 담청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서란과 눈이 딱 마주쳤다.
인공 파도가 철썩이는 가운데,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
의원, 의장, 부의장, 또 부의장.
네 사람이 의장실에 모였다.
차례대로 서란, 담청, 호혜문, 장선화였다.
서란이 물었다.
“담청 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 그게...”
“이 인조 해변은 또 뭐고요.”
담청의 시선이 장선화에게로 향했다.
장선화의 시선은 다시 호혜문에게 향했다.
호혜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끝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됐습니다...”
“혹시 제가 순회 재판하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죠...”
호혜문은 그 동안의 우여곡절에 대해 설명했다.
지나치게 많은 일이 담청에게 집중됐다.
의장이 고장나고 의회가 통째로 마비됐다.
결국 부의장 두 명(호혜문과 장선화)에게 의장의 권한을 포괄 위임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정말로 완벽한 세 줄 요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뒤로는 서란이 목격한 그대로였다.
담청은 의장실을 인조 해변으로 개조한 채 잔잔한 파도에 몸을 내맡겼다.
의장 직인은 아예 호혜문이 지니고 있었다.
담청이 처연한 목소리로 서란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법원 업무도 있고, 연수원 대체 강의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지. 도저히 의장 역할까지 수행할 여력이 안되더구나.”
“그러셨군요.”
“이런 날 이해해 주는 것이냐?”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최선을 다하셨던 거죠?”
“나, 나도 잘해 보려고 했었다. 금죽문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고, 또...”
“쉿, 더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 압니다.”
담청은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
“서란...”
“이제 괜찮습니다. 제가 왔으니까요.”
“서란...!”
담청이 서란을 와락 끌어안았다.
둘의 사슴뿔이 성대하게 맞부딪쳤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의 싸움을 보는 듯했다.
그것만 아니면 훨씬 감동적인 장면이었을 터였다.
장선화가 말했다.
“선생님, 괜찮으시겠어요? 막 순회 재판을 끝내신 참이잖아요. 대체 강의를 모두 이수하셨다지만 법원 업무 자체도 만만치 않다고 담청 님께 들었는데...”
“괜찮아, 나 한동안 휴가거든.”
“휴가요? 선생님께서요?”
서란은 이아금한테 했던 설명을 똑같이 반복했다.
호혜문과 장선화는 전후 사정을 모두 듣고 동시에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서란이 호혜문에게 물었다.
“혜문,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뭔가요?”
“음, 시찰 보고서가 필요해요. 곧 있으면 공약 이행 중간 평가 시기거든요.”
“좋아요, 맡겨만 주세요. 저 이제 시간 많아요.”
시간 갑부, 류서란 의원이 출동했다.
*****
시찰 일정이 잡혔다.
처음으로 평가할 공약은 호혜문의 ‘행복한 가정, 행복한 금죽문’이었다.
달리 말하면 양육 관련 기초 교육 이수 체계였다.
서란은 곧장 예비 부모 교육장으로 향했다.
교육장 책임자가 바람처럼 달려나왔다.
“류 의원님,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교육장 운영은 순조로운가요?”
“예, 그렇습니다.”
서란이 물었다.
“교육하는 모습을 좀 참관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럼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저 건물인가 보죠?”
서란은 책임자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젊은 부부들이 교육을 듣고 있었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임산부였다.
첫 아이를 갖는 부부들이 교육 대상자였다.
강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양육에 대해 설명했다.
아기에게 먹이면 안 되는 음식, 호의적인 눈맞춤이 아이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제대로 안는 법, 바람직한 양육 태도, 하면 안 되는 행동.
문외한인 서란이 보기에도 체계적인 교육이었다.
서란이 옆에 있는 책임자에게 물었다.
“의무 이수라고 들었는데 교육 대상자들의 반발은 없던가요?”
“기초 교육 수료자에게 각종 양육 지원을 제공하는 식으로 반발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의무 이수라고 해 봤자 한 분기 정도만 들으면 되니까요. 게다가 교육 한 번 듣고 끝이 아니라 수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긴, 한 번 듣고 완벽하게 실천하기는 어렵죠. 좋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시찰을 마친 서란은 고과 점수를 매겼다.
양육 관련 기초 교육 이수 체계, 상.
다음으로 향한 곳은 유원지였다.
담청이 내건 공약이었다.
겸사겸사 문화 지구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서란은 책임자와 함께 유원지를 둘러봤다.
방문객 대부분이 가족들끼리 온 듯 보였다.
범인 부모와 범인 자녀, 범인 부모와 수도자 자녀, 수도자 부모와 범인 자녀, 수도자 부모와 수도자 자녀.
하나같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란이 책임자에게 물었다.
“범인 가족들도 많이 보이는군요. 입장료는 얼마 정도 됐었죠? 범인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부담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있는 가정에는 매년 가족 구성원 수 만큼의 입장권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할인 행사도 자주 하는 편이죠.”
“괜찮네요. 문화 산업 쪽은 어떤가요?”
책임자가 대답했다.
“공연 관람료는 전부 최소로 책정했습니다. 애초에 돈 벌려고 하는 사업이 아니니까요. 무료 관람도 고려해 봤습니다만, 몰상식한 이들을 거르기 위해 적게라도 관람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공짜라고 하면 무작정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죠. 잘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류 의원님!”
문화 시설 겸 유원지.
고과, 상.
다음으로 서란이 향한 곳은 방송국이었다.
통신부장 겸 방송국장 겸 민선 의원인 금영영의 공약이었다.
문화 지구의 공연 대다수는 여기서 탄생했다.
금영영 대신 부국장이 서란을 맞이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류 의원님. 국장님께서 지금 촬영장에 계셔서요. 사람을 보내서 빨리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방해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안내만 해 주시면 그냥 조용히 보다 갈게요.”
“아, 감사합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촬영장으로 가는 건 좀 그래서 기록실로 갔다.
여태까지 만든 공연의 영상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음악, 연극, 무용, 영화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서란이 물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어떤 종류인가요?”
“아무래도 연속극이겠죠. 시청률이 제일 높을 때는 6할 이상도 종종 나오고 그럽니다. 아, 시청률은 금죽문에 보급된 단말기 숫자를 통해 계산합니다.”
“그렇군요. 음...? 이 연속극은 시청률이 왜 이 모양인가요?”
부국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첫 번째로 방영한 연속극 말씀이시군요. 주연 배우의 연기력 문제로 시청률이 꽤 저조했습니다.”
“주연 배우가 누구였는데요?”
“금 국장님이십니다. 참고로 총감독도 금 국장님께서 맡으셨습니다.”
서란은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통신부장 겸 방송국장 겸 민선 의원 겸 주연 배우 겸 총감독이라니.
연기하랴 연출하랴 정말 바쁘셨을 것 같았다.
적당히 좀 했으면 싶었다.
서란이 물었다.
“이제는 연기 안 하죠? 후속작 시청률 보면 안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예, 그래도 연출은 꾸준히 하십니다. 그쪽으로는 실력이 정말 대단하시거든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방송국 고과, 상.
이후에도 서란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노란 안전모를 쓴 채 인형 자동 제조 공정을 견학하는 어린 연기기 수사들도 봤다.
장선화의 인형술 의무 교육의 고과는 물론 ‘상’이었다.
시찰 보고서 작성을 마치자 어느새 심야였다.
*****
의사당을 나온 서란은 룰루랄라 귀가했다.
오늘도 정말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서 수행을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부득이 예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불 꺼진 방안에서 기다리던 이아금 때문이었다.
“언니, 잠깐만 여기 와서 앉아 봐.”
“왜왜왜, 왜? 갑자기 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서란은 나무젓가락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나마 호칭이 ‘언니’라서 이 정도였다.
만약 ‘오빠’나 ‘아들’이었다면 도망쳤을 터였다.
서란은 이아금 옆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서란은 심마 진료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