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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서란(당선자)은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잠깐, 저는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후보자 등록이요? 그게 뭐죠?”

“따로 등록 과정을 거쳐야지만 선거에 후보자로서 참가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어, 저는 잘... 선거 관리 위원, 나와 주세요.”

선거 관리 위원 셋이 무대에 올라왔다.

“그런 절차는 따로 없습니다.”

“금시초문입니다.”

“모든 금죽문 소속 수도자에게는 피선거권이 있습니다.”

선거 관리 위원 셋은 도로 무대를 내려갔다.

서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유체 이탈이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애초에 그 많은 표의 출처도 의아했다.

그때, 명탐정 서란의 직감이 발동했다.

“담청 님, 혹시 저 뽑으셨어요?”

담청이 대답했다.

“아니, 세 장 다 나한테 투표했다.”

“그러셨군요...”

“저번에 분명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담청의 표는 아니었다.

서란은 살짝 머쓱해졌다.

그리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도대체 누가 자신을 뽑았는가.

그냥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기명 투표이기도 하고.

서란이 크게 외쳤다.

“류서란 뽑은 사람, 거수!”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금죽문 수도자도 있고, 어인족도 있었다.

선거 유세조차 안 한 것 치고는 꽤 많았다.

하지만 득표율 2위를 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서란이 중얼거렸다.

“또 누구지?”

식산대붕이 말했다.

“접니다 박사님.”

“대붕아, 너도 투표했니?”

“예,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 고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세 표 중에 한 표는 박사님 뽑았습니다.”

서란의 머릿속에서 기억 하나가 부상했다.

식산대붕의 카탈로그 스펙에 관한 정보였다.

종합 전투력란에 분명 ‘원영기 초월’이라는 둥 적어 놨었던 것 같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서란을 득표율 2위로 만들어 준 건 식산대붕의 운무기 표가 분명했다.

금죽문 유일의 운무기답게 한 장에 무려 득표율 33.33%짜리였다.

사회자가 귀빈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류 수사님, 발표를 계속해도 괜찮을까요?”

“아, 그럼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이어서 득표율 3위, 발표합니다! 3위, 호혜문 님! 축하드립니다!”

서란이 식산대붕에게 물었다.

“대붕아, 혹시?”

“예, 호 수사님도 뽑았어요.”

“그랬구나.”

호혜문이 득표율 3위인 건 납득이 갔다.

서란과 식산대붕의 표만 합쳐도 벌써 50%였다.

수많은 제자들과 학부모의 표까지 생각하면 2위를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금영영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란, 그리고 호 수사. 우리 대붕이, 안목이 아주 대단하네. 정말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만 뽑았어.”

“헤헤!”

“그 다음은 물론 언니겠지? 그치?”

식산대붕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직후, 사회자가 외쳤다.

“득표율 4위, 등백월 님! 축하드립니다!”

서란과 금영영이 동시에 외쳤다.

“뭣!”

“뭐라고!”

식산대붕이 윙크했다.

“헤헷...!”

서란은 그제서야 떠올렸다.

등백월은 서류상으로는 금죽문 소속이었다.

예전에 지원금 받겠다고 그렇게 등록했었으니까.

혼란 속에서도 당선자 발표는 계속됐다.


종전에 수뇌부 회의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그대로 민회 의사당이 되었다.

당선자 발표 이후, 100명의 민선 의원들은 의사당 건물로 향했다.

곧장 의장 선거가 있을 예정이었다.

서란은 흐느적흐느적 의사당에 입장했다.

그러다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여무진과 금교월이었다.

서란이 물었다.

“혹시 두 분도?”

두 원영기 수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훌륭한 비언어적 표현이었다.

아무래도 민선 의회에 의해 징발된 피해자는 서란 혼자만이 아닌 듯했다.

서란과 여무진, 금교월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다들 선계에서도 잘 지내는 모양이었다.

다행이었다.

득표율 1위, 담청(임시 의장)이 발언했다.

“지금부터 제1회 민선 의회 의장 선거를 시작하겠습니다. 입후보자는 손을 번쩍 들어 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담청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럴 때는 또 입후보제였다.

열받게.

담청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더 없습니까? 그러면 표결하겠습니다. 입후보자 담청의 민회 의장 임명, 찬성하시는 분은 거수해 주세요.”

99명이 추가로 거수했다.

이미 아까부터 손을 들고 있었던 담청까지 포함하면 총 100명이었다.

만장일치였다.

담청이 나무망치를 땅땅 두드리며 말했다.

“찬성 100명, 반대 0명, 기권 0명. 이로써 담청 의원이 당선자가 되었습니다.”

민선 의원들은 일제히 물개 박수를 쳤다.

서란은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구태여 지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소용없을 걸 알기 때문이었다.

서란은 침울하고, 담청은 즐거웠다.


서란의 침울함은 딱 열흘 갔다.

금영영은 친구인 서란을 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구슬 서 말과 실을 주고 동굴에 가둬 놓으면 누가 안 시켜도 구슬을 실에 꿰고 있을 위인이라고.

더없이 정확한 통찰이었다.

서란은 그냥 일을 사랑했다.

그리고 의회 업무도 일은 일이었다.

즉,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서란은 기꺼운 마음으로 금죽문 유원지 건설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마찬가지로 담청의 즐거움도 열흘짜리였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많은 권한에는 많은 업무가 따른다.

선거 득표율과 의회 내 영향력이 정비례하는 금죽문의 의사 결정 과정을 고려했을 때, 민선 의원 중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담청 의장님이었다.

모두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의장님, 유원지 부지 선정 결과 보고서입니다.”

“이건 놀이기구 관련 안전 규정 신설안입니다.”

“입장료별 평균 방문객 예측 자료입니다.”

“정보 보안을 위한 외부 방문객 이동 경로 1안, 2안, 3안, 4안, 5안입니다.”

“놀이기구 설계 초안입니다.”

“의장님, 주무시면 안됩니다.”

“의장님.”

“결재하셔야 할 게 산더미입니다.”

“의장님, 결재 좀 부탁드립니다.”

“의장님.”

“일어나세요, 의장님.”

“의장님, 결재하셔야죠.”

“의장님!”

담청은 너덜너덜해져서 저택으로 돌아왔다.

비몽사몽간에 씻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자 아침이 되었다.

담청은 퀭한 눈을 한 채 중얼거렸다.

“이, 이건 아니야...”

곧이어 하녀들이 들이닥쳤다.

하녀들은 담청을 씻기고, 입히고, 먹였다.

순식간에 등청 준비가 끝났다.

서란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담청 님, 어서 출근하죠!”

담청은 후회했다.

출근하고 싶지 않아...

법관 고시 그만둬도 된다고 할 때 그만둘걸...

그걸 왜 계속하겠다고 해 가지고...

이래서 행복할 때 약속하지 말라고 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수명경벽회공을 배운 뒤였다.

법관의 의무근무기간은 100년이었다.

앞으로 94년 정도를 더 버텨야만 했다.

담청은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마침내 퇴근 시간이 도래했다.

퇴근길, 서란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담청 님, 어서 출석하죠!”

금죽문 민선 의회는 의장님이 필요했다.


담청은 서류 더미에 파묻힌 채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까 직접 의원이 될 필요는 없었다.

아니, 하다 못해 의장만이라도 안 했어야 했다.

그럼 이렇게 고통 받지도 않았을 터였다.

담청은 생기 없는 눈으로 의사당을 둘러봤다.

좌석 몇 개가 텅 비어 있었다.

일하기 싫어서 도망친 건 아니었다.

민선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태업하면 곧장 뇌옥행이니까.

공석의 주인들은 현재 휴직 중이었다.

출마 의사가 없었고, 수행에 매진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자들이었다.

여무진과 금교월이 그 예시였다.

아쉽게도 담청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선거 유세를 제일 열심히 한 탓이었다.

심지어 영생자라서 수행이 급하지도 않았다.

담청은 휴식 선언을 했다.

그리고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란이 물었다.

“담청 님, 어디 가세요?”

“자, 잠깐 바람 좀 쐬고 오마...”

“금방 오셔야 해요. 아시죠?”

담청은 의사당 밖으로 나왔다.

멀리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근처 공원 의자에 앉았다.

멍하니 달을 올려다봤다.

월광과 극광이 밤하늘을 밝혔다.

어느덧 익숙해진, 그럼에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런 아름다움을 보며, 담청은 고민했다.

의사당 바닥에 누워서 못하겠다고 때굴때굴 구르면 혹시라도 휴직 시켜주지 않을까?

전혀 아름답지 못한 생각이었다.

그때, 두 남녀가 다가와 말했다.

“용녀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뵈니 정말 기쁘네요.”

용녀님, 정말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었다.

담청의 시선이 두 남녀를 향했다.

둘 다 외모는 젊었다.

담청은 금방 두 사람을 알아봤다.

“아, 너희들이로구나.”

담청과 함께 공놀이를 했던 아이들이다.

당시에는 나이가 열 살, 열한 살 정도였었다.

항상 둘이 딱 붙어 다녔던 기억이 났다.

담청이 물었다.

“너희 둘은 여전히 함께 다니는구나.”

사내가 말했다.

“저희 결혼했습니다.”

“정말로?”

여인이 대답했다.

“예, 벌써 육십 년도 넘었어요.”

“그러면 자식도 있겠구나.”

“자식이 뭔가요, 손주도 있지. 저희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 들어요.”

담청은 감회가 새로웠다.

고작 수십 년 정도 지났을 뿐이다.

둘 다 훌쩍 자라 버렸다는 점이 놀랍고, 그럼에도 어릴 적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두 남녀는 한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떠났다.

담청은 멀어지는 두 남녀를 지켜봤다.

그리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당연히 의사당이었다.

담청, 힘차게 입장.

“휴식은 끝이다!”

담청은 조금만 더 열의를 내기로 했다.

그래 봤자 고작 백 년이었다.

이 정도면 사랑하는 금죽문을 위해서 충분히 헌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혼자 하는 것도 아니었다.

서란이 말했다.

“의장님, 문화 시설 확충 관련해서...”

“서란, 우리 금죽문을 위해서 함께 힘내자꾸나.”

“그럼요 그럼요. 아무튼 결재 좀 해 주세요.”

담청은 결재 도장을 쾅 찍었다.


정확히 한 달 뒤, 비승 39년.

서란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담청 님, 저 내일부터 의회 출석 안 해요.”

“왜, 왜 그러는 것이냐?”

“순회 재판 일정이 잡혔거든요.”

담청이 바닥을 때굴때굴 굴렀다.

“이 배신자!”

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