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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금영영은 죽었다.
향년 100세,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나 먹던 부끄러움 많은 생애가 끝났다.
남은 건 통신부의 금 부장뿐이었다.
금영영이 출근하자 부하들의 인사가 쏟아졌다.
“오셨습니까, 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금 부장님!”
부장님이라니, 참으로 좋은 울림이었다.
금영영은 부장실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따듯한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딱 알맞은 온도, 보좌관이 금영영의 출근 시간에 맞춰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금영영이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부하 직원들이 보고서를 들고 몰려들었다.
“부장님, 여론 몰이 담당 직원들은 어떻게 교육시킬 예정이십니까?”
“교육 같은 건 필요 없어.”
“예? 하, 하지만 어휘력이나 전달력 같은 건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신규 직원들의 글은 너무 엉망진창입니다.”
금영영은 현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획일적인 교육은 부자연스러움을 유발할 뿐이야. 잘 써도 좋고, 못 써도 좋다. 참담한 어휘력, 전달력 부족, 문법 오류, 박살난 논리까지, 전부 향신료지. 우리 글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거야.”
“그러면 교육 없이 검수 과정만 거칠까요?”
“검수 과정도 필요 없어. 요점이 뭔지도 모르는 채 중구난방 떠드는 게 우리 목적을 이루기에는 훨씬 효과적이지. 다른 사람들을 속 터지게 만드니까.”
다른 직원이 들어와서 물었다.
“익명 투서의 초안, 서른다섯 개 모두 완성했습니다. 이대로 주요 언론에 제보할까요?”
“주요 언론은 안돼. 그런 곳은 이런 익명 투서 따위로는 결코 움직이지 않아.”
“예? 그러면 어디에...?”
금영영은 꽃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삼류 언론에 제보해. 직원 숫자가 두 자릿수인 그런 곳 말이야.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이 류 수사님이잖아. 법관 고시 약발 떨어지기 전에 조회수 하나라도 더 뽑아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을 거야. 사실 확인 같은 건 절대로 안 할 걸?”
“아, 그렇군요...!”
“삼류 언론들이 너도나도 떠들어대기 시작하면 경기는 끝이지. 고상한 척하던 나머지 언론들도 부랴부랴 흐름에 편승할 거다. 요즘 천라지망을 뜨겁게 달군 류 법관 관련 소문들, 뭐 그런 제목으로 말이야.”
또 다음 직원.
“부장님, 통신부 직원들 내부 단속 문제는 어떻게 할까요? 수뇌부에서 단말기 소유 규제 완화하면서 정보 통제가 한층 힘들어졌는데 말이죠.”
“정보 유출을 미연에 방지하기는 힘들겠지. 그냥 기밀 유포자만 사후에 체포하도록 해.”
“하지만, 저희가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진 않을까요?”
금영영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도 우리가 먼저 유포하면 되지.”
“먼저요?”
“그래, 특정 집단이 조직적으로 류 법관을 음해한다는 정보를 퍼뜨려 버려. 완전 말도 안되는 정보도 덧붙여서 말이야. 뭐, 막후에서 선계를 좌지우지하는 용족 비밀 결사가 반인반룡을 표적으로 삼았다든가 그런 식으로. 정반대 형태의 음모론도 같이 퍼뜨리는 거 잊지 말고.”
통신부 직원들은 감탄하며 부장실을 나섰다.
그 누구도 금영영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았다.
원래 취미도 미친 듯이 하면 업이 되는 법이었다.
금영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뉘었다.
부장님 의자라서 그런지 정말 푹신푹신했다.
새삼 출세했다는 실감이 났다.
금영영은 고요한 부장실에 홀로 남았다.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묻은 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졸음이 몰려오지는 않았다.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금영영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심장은 잠들기에는 너무나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난생처음이었다.
금영영은 살며시 미소지었다.
비로소 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서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의 진정한 합일.
수행할 때마다 너는 항상 이런 심정이었겠구나.
하늘이 금영영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너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태어났던 거라고.
절실히 공감하는 바였다.
내일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 무렵, 서란과 담청은 등청하고 있었다.
(서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출근이었다.
목적지는 임6 구역 중심지에 위치한 법원이었다.
비행 도중, 담청이 물었다.
“매일매일 이 먼 거리를 오가야 하는 것이냐?”
“뭐가 멀어요, 이 정도면 코앞이잖아요.”
“벌써 사직하고 싶구나...”
서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법관의 의무근무기간은 100년이에요.”
“그만두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냐?”
“수명경벽회공 값이라고 생각하세요.”
담청이 물었다.
“혹시 대체 강의를 미이수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머리 뚜껑 열어서 수명경벽회공을 회수해 가지 않을까요?”
“으음...”
일벌레와 월요병 환자는 마침내 법원에 도착했다.
내부에서는 잠시 헤어져서 각자의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여섯 명의 수행원과 만나게 됐다.
구성은 호법 세 명, 보좌관 세 명이었다.
놀랍게도 호법 전원이 용족 태성기 수사였다.
각각의 명칭은 대호법, 좌호법, 우호법이었다.
법관의 신변을 보호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말끔한 인상의 용족 여성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류 법관님. 제 이름은 손달입니다. 편하게 손 호법이라고 불러 주세요. 이쪽은 좌호법, 그리고 저쪽이 우호법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손 호법, 다른 분들도요.”
우호법과 좌호법, 보좌관 셋도 자기소개를 했다.
전부 여성이었다.
아마도 법관의 성별에 맞춘 모양이었다.
대호법 손달이 서란에게 말했다.
“결정해 주셔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저희의 거취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 수행원과 법관은 온종일 함께 해야만 합니다. 신변 보호와 업무 보조를 위해서죠. 하지만 원하신다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서란이 물었다.
“예를 들면 어떤 방식인가요?”
“법원에 계실 때만 저희와 함께하셔도 됩니다. 퇴청하신 다음에는 해산하고요. 류 법관님과 저희들, 모두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는 거죠. 어떤 방식이 편하실까요?”
“퇴청 이후에도 쭉 함께 하시죠.”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문제였다.
법관 수행원단의 구성은 용족 태성기 수사 3명, 그리고 인간 원영기 수사 3명이었다.
단순하게만 계산해도 금죽문 전체와 맞먹거나 상회하는 수준의 전력이었다.
손달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참, 수면 문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호법 세 분은 용족이시잖아요.”
“교대로 눈을 붙이면 됩니다.”
서란은 법복으로 갈아입고 담청과 합류했다.
저쪽 수행원단도 이쪽과 대동소이한 구성이었다.
한 곳에 14명이나 모여 있으니 북적북적했다.
담청이 헐렁한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
“서란, 우리 이제 뭐 하면 되는 것이냐?”
“오늘은 약식 재판 절차에 대해서 배운대요. 영상 강의만으로는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없으니까요. 이 과정이 끝나면 순회 재판소 쪽 업무를 담당하게 될 거예요.”
“벌써부터 재판이라고? 영 자신이 없구나...”
서란이 교육실로 향하며 말했다.
“순회 재판은 대부분 소소한 사건들이에요.”
“아, 그런 것이냐?”
“그럼요, 암만 인력이 부족해도 최고재판소가 시보 기간인 법관한테 중대 사건을 맡기진 않죠. 그리고 보좌관 분들도 도와주실 거예요.”
서란과 담청은 교육실로 들어섰다.
이적 중개 전문 해결사, 오대랑과 그의 조수는 열심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뜻밖에도 장소는 해결사 사무소가 아니었다.
임6 구역 법원 근처에 위치한 찻집이었다.
민들레차만 열 잔 넘게 마신 조수가 푸념했다.
“오 수사님, 우리 언제까지 차 마셔야 해요?”
“류 법관 퇴청할 때까지.”
“단호한 거 봐?”
오대랑은 새로운 차를 주문하며 말했다.
“해결사한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인내심이야.”
“아니, 그래도 좀 심하잖아요. 저 민들레차 벌써 열세 잔째예요. 하도 많이 마셨더니 이제는 향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려요.”
“나처럼 다른 차 마시면 되겠네.”
조수는 반쯤 남은 찻잔을 멀리 치우며 말했다.
“금죽문, 지나치게 폐쇄적이지 않아요? 특히 그 올빼미 인형들, 우리가 극광제도에 접근하자마자 벌떼처럼 몰려들었잖아요. 저 그거 보고 진짜 심장 마비 올 뻔했어요.”
“신비문파인가 보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통 그 정도까지 하나?”
조수는 이후에도 한참을 투덜거렸다.
열심히 조사했는데 뭐 하나 나오는 게 없었다.
덕분에 잠복 근무 비슷한 짓까지 하면서 이렇게 생고생 중이었다.
그때, 오대랑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왔다, 류 법관이야...!”
“으, 예? 어, 정말이네? 바로 접촉할까요?”
“아니, 일단은 지켜보자.”
오대랑과 조수의 의식 영역이 확장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경지 차이 때문에 아차 하면 발각될 수 있었다.
서란과 담청, 수행원단이 법원 부지를 벗어났다.
태성기 수사가 동격의 수도자를 무려 셋이나 수행원으로 두고 있었다.
법관의 사회적 지위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어떤 수도자가 서란 일행에게 다가갔다.
호법 중 한 명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수도자는 포기하지 않고 뭐라 뭐라 외쳤다.
조수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저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들리세요?”
“저쪽도 이적 중개인인가 봐. 휘황찬란한 계약 조건을 들이밀고 있어. 절세의 공법, 준선경 수도자의 수제자가 될 기회, 산더미 같은 영석. 뻔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대가만 제시하네.”
“그, 그러면 어쩌죠? 우리 쪽 의뢰인이 제시한 거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요.”
오대랑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류 법관이 이적 제안을 거절했어.”
“진짜요?”
“그래, 잠깐도 고민을 안 하더라. 자기는 여기까지 혼자 오지 않았다는데?”
조수가 다 식은 민들레차를 들이켜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 의뢰는 볼 것도 없이 실패겠네요?”
“왜?”
“예? 왜라뇨, 당연한 거 아니에요?”
떠나는 서란 일행을 보며 오대랑이 말했다.
“건네는 돈주머니의 크기만으로 이적 여부가 결정되면 우리 같은 이적 중개 해결사가 도대체 왜 필요하겠어?”
“아니, 방법이 있다고요?”
“해 보기 전에는 모르지. 일단 의뢰인한테 가자.”
오대랑은 조수와 함께 찻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