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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금죽문에서 연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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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결심했다고 덜렁 떠나면 좀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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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와 유학 관련으로 상의할 것도 있고, 지인들과 작별 인사도 나눠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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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년부터라고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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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는 조직 개편으로 바쁜 와중에도 서란과 담청의 유학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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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느 때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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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학생이 법관 고시 준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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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이 성큼 다가오자 연일 시끌벅적하던 극광제도도 꽤나 한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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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란의 저택은 더할 나위 없이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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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모인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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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임 참석자들은 저마다 대화를 하거나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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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문은 늘 그렇듯 산양을 타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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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이라니, 정말 큰 결심을 하셨군요.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유학 응원 겸 드리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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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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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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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입니다. 이것저것 사용해 봤는데 그게 가장 좋더군요. 글씨도 정갈하니 괜찮게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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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워요, 혜문. 잘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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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표하자 미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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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문은 비승 이후로 줄곧 글방 업무와 수뇌부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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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몸가짐 하나하나에서 점차 관록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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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이아금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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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간다며? 여기서 먼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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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렇지도 않아. 전송진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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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러네. 그래도 영상 통화 자주 해야 된다? 알겠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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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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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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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다? 잊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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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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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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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주색 사슴뿔이 포옹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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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아금이 서란의 등 뒤로 돌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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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정수리에 얼굴을 묻은 채, 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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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니, 요즘은 비녀 거의 안 꽂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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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녀? 뭔가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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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 반인반룡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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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마지막으로 서란을 한 번 꽉 끌어안고는 놓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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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피곤한 듯 작게 하품하며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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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의 낯선 약재를 연구하고, 신약을 개발하느라 연일 야근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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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모임 장소인 중정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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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연못에 발을 담근 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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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부쩍 고민이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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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인형을 제작하려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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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백월은 이아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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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서란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눈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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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 얘기를 들어 보면 오채지심 수행 때문에 요즘은 거의 방안에서 지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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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 홍순, 삼안묘 삼인방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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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화덕 근처에 자리잡은 채 요리가 완성되는 즉시 꿀떡꿀떡 삼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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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끼리 과일은 그냥 먹는 게 맛있다느니, 구워 먹는 게 더 맛있다느니 하며 쑥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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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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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구워 먹는 게 맛있지. 고기도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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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전신이 법력으로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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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에 와서 인면조용 공법을 배운 덕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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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은 이제 어엿한 축기기 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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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가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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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과일이랑 고기가 같나? 생과일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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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는 영근 검사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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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업무는 당연히 영근보유자를 찾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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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서 왕 수사의 안부 편지를 서란에게 가져다 주는 날도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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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식산대붕이 중간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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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일과 구운 과일, 전부 맛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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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산대붕은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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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거나 극광제도 인근을 비행하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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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에는 인공위성이 없지만, 서란이 기지국을 설치해 준 덕분에 활동 반경은 꽤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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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장의자에 드러누운 채 단말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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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편안한 자세와 무한 리필되는 음식, 따듯한 날씨, 친구들, 그리고 수선 교류회 탐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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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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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수선 교류회 법관 고시 게시판에 질문글을 하나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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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법관 고시 그거 자동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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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에서 55점이면 합격권이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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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점 만점이니까 반타작만 해도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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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방에서 받아쓰기 80점 맞았는데 저도 법관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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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고시생들의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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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너, 법관 고시가 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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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 과목만 열 개가 넘고 그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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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차 총합 과락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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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합격자 평균 수험 기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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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잉, 무섭게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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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게시판지기는 이런 글 안 지우고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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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슬슬 채용 공고 올라올 시기가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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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분탕질이 만연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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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너무 뻔해서 3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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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저 80점 맞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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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해서 10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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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법관 고시 꼭 봐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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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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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방점 찍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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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 지금 방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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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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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얘 고위계 게시판 유명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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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로 유명한데?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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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분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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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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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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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천변만화하는 가면 탈부착 실력으로 법관 고시 게시판을 활활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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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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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승 26년,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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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금죽문 식구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머나먼 유학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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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원 여남은 명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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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6 구역 중심지로 향하던 도중, 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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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험일은 얼마나 남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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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인가 7년 정도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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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남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유학을 갈 필요가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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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륜을 돌리던 서란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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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면 진짜 촉박한 편이에요. 필기 과목이 열다섯 개 정도 되거든요. 성실하게 읽어도 다 보는데만 이삼 년 정도 걸린대요. 과락을 피할 정도가 되려면 거기서 또 이삼 년은 더 공부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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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딱 6년만 참고 공부하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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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건 아니죠. 법관 고시는 상대 평가잖아요.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합격하는 방식이에요. 단번에 합격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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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한층 쭈글쭈글해진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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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음번 시험은 언제 열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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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뒤에 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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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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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또박또박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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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뒤에 열린다고요. 법관 고시는 백 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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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한 번 낙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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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있나요, 백 년 더 공부하는 거지. 아, 중심지에 거의 다 도착했네요. 내릴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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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비행 법기를 지상에 정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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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온 수행원들은 짐 가방과 넋이 나간 담청을 챙겨 우르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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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범선을 몰고 군도로 복귀할 인원만 남고, 나머지는 전송진 관리소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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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창구 직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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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 분타행 소형종 단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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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으로 드릴까요, 편도로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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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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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받은 뒤 검문소에 가서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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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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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짐 가방을 깔고 앉은 채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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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서 벗어난 담청이 서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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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임계 분타로 가는 것이냐? 영백도가 있는 계2 구역으로 곧장 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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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향이 각 구역 간 전송진 개설을 엄금했거든요. 질서 유지를 위해서래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임계 분타를 경유해서 계2 구역까지 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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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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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천라지망 백과사전을 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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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아, 여기 있네요. 예전에 은한기 수사 한 명이 구역 간 전송진으로 선계 전역에 신출귀몰하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나 봐요. 그때부터 전송진을 규제하기 시작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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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범죄자를 체포하기에는 용이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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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줄 서는 시간도 같이 늘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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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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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원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꾸벅꾸벅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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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단말기로 책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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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심심함에 몸을 배배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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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몸부림치는 것도 질린 담청은 검문소 앞에 늘어선 인파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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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등 다양한 종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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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지루해서 죽을 것 같은 얼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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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대통합의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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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지겨워서 죽으려고 하는 담청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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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지루하면 한숨 주무세요. 차례가 오면 깨워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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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혼자 깨어 있겠다는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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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차피 잠을 안 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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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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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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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있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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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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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커다란 짐 가방 위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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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시야에 곤히 자는 수행원들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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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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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수면이 필요 없는 몸이라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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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깨어 있을 테니 자도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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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서란이 좋은 윗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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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눈을 굴려 서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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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견답지 않게 진중한 태도로 책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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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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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줄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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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던 수행원들도 하나둘씩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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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서란 일행의 차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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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검문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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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자리에 서자 전송진이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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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 분타를 거쳐서 계2 구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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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잔 담청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는 이미 목적지 영백도에 도착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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