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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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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금죽문에서 연말을 보냈다.

유학을 결심했다고 덜렁 떠나면 좀 곤란했다.

수뇌부와 유학 관련으로 상의할 것도 있고, 지인들과 작별 인사도 나눠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년부터라고 한 것이었다.

수뇌부는 조직 개편으로 바쁜 와중에도 서란과 담청의 유학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두 유학생이 법관 고시 준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성큼 다가오자 연일 시끌벅적하던 극광제도도 꽤나 한산해졌다.

반면, 서란의 저택은 더할 나위 없이 북적거렸다.

다들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모인 덕분이었다.

연말 모임 참석자들은 저마다 대화를 하거나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호혜문은 늘 그렇듯 산양을 타고 나타났다.

“유학이라니, 정말 큰 결심을 하셨군요.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유학 응원 겸 드리는 선물입니다.”

서란이 물었다.

“오, 뭔가요?”

“붓입니다. 이것저것 사용해 봤는데 그게 가장 좋더군요. 글씨도 정갈하니 괜찮게 나오고.”

“정말 고마워요, 혜문. 잘 쓸게요.”

감사를 표하자 미소가 돌아왔다.

호혜문은 비승 이후로 줄곧 글방 업무와 수뇌부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몸가짐 하나하나에서 점차 관록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이아금이 도착했다.

“유학 간다며? 여기서 먼 곳이야?”

“딱히 그렇지도 않아. 전송진이 있잖아.”

“하긴, 그러네. 그래도 영상 통화 자주 해야 된다? 알겠지, 언니?”

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약속이다? 잊으면 안 돼?”

“응, 아금아.”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주색 사슴뿔이 포옹을 방해했다.

결국 이아금이 서란의 등 뒤로 돌아가야만 했다.

언니 정수리에 얼굴을 묻은 채, 이아금이 물었다.

“그런데 언니, 요즘은 비녀 거의 안 꽂네?”

“아, 비녀? 뭔가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

“신기하네, 반인반룡이라서 그런가?”

이아금은 마지막으로 서란을 한 번 꽉 끌어안고는 놓아줬다.

그리고는 피곤한 듯 작게 하품하며 멀어졌다.

선계의 낯선 약재를 연구하고, 신약을 개발하느라 연일 야근한 탓이었다.

서란은 모임 장소인 중정을 둘러봤다.

장선화는 연못에 발을 담근 채 앉아 있었다.

근래 들어 부쩍 고민이 잦았다.

자기만의 인형을 제작하려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탓이었다.

등백월은 이아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서란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눈인사했다.

하녀들 얘기를 들어 보면 오채지심 수행 때문에 요즘은 거의 방안에서 지낸다고 했다.

식산대붕, 홍순, 삼안묘 삼인방도 보였다.

요리 화덕 근처에 자리잡은 채 요리가 완성되는 즉시 꿀떡꿀떡 삼키는 중이었다.

자기들끼리 과일은 그냥 먹는 게 맛있다느니, 구워 먹는 게 더 맛있다느니 하며 쑥덕거렸다.

홍순이 말했다.

“당연히 구워 먹는 게 맛있지. 고기도 그렇잖아.”

자세히 보면 전신이 법력으로 충만했다.

선계에 와서 인면조용 공법을 배운 덕택이었다.

홍순은 이제 어엿한 축기기 수사였다.

삼안묘가 반박했다.

“아니, 과일이랑 고기가 같나? 생과일이 최고지.”

삼안묘는 영근 검사관이 됐다.

주된 업무는 당연히 영근보유자를 찾는 것이었다.

퇴근하면서 왕 수사의 안부 편지를 서란에게 가져다 주는 날도 종종 있었다.

분신 식산대붕이 중간에서 말했다.

“생과일과 구운 과일, 전부 맛있다고 생각해요.”

식산대붕은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았다.

책을 보거나 극광제도 인근을 비행하는 정도였다.

선계에는 인공위성이 없지만, 서란이 기지국을 설치해 준 덕분에 활동 반경은 꽤 넓었다.

금영영은 장의자에 드러누운 채 단말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극도로 편안한 자세와 무한 리필되는 음식, 따듯한 날씨, 친구들, 그리고 수선 교류회 탐방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금영영은 수선 교류회 법관 고시 게시판에 질문글을 하나 올렸다.

질문) 법관 고시 그거 자동문 아닌가요?

45점에서 55점이면 합격권이라면서요.

백 점 만점이니까 반타작만 해도 되는 거잖아요.

오늘 글방에서 받아쓰기 80점 맞았는데 저도 법관될 수 있을까요?

곧이어 고시생들의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답글) 너, 법관 고시가 우스워?

-필기 과목만 열 개가 넘고 그중에...

-일이차 총합 과락률이...

-게다가 합격자 평균 수험 기간은...

-질문자) 잉, 무섭게 왜 그러세요...

답글) 게시판지기는 이런 글 안 지우고 뭐하나?

답글) 슬슬 채용 공고 올라올 시기가 됐구나...

-어쩐지 분탕질이 만연하더라니...

답글) 너무 뻔해서 30점.

-질문자) 저 80점 맞았다니까요?

-뻔뻔해서 10점 추가.

답글) 법관 고시 꼭 봐라, 응원한다.

-질문자) 감사합니다!

답글) 방점 찍어 드렸습니다.

-이 자식 지금 방점이라고!

-질문자) 감사합니다!

답글) 얘 고위계 게시판 유명인 아닌가?

-뭘로 유명한데? 경지?

-아니, 분탕질.

-질문자) 이잉.

-가관이네...

금영영은 천변만화하는 가면 탈부착 실력으로 법관 고시 게시판을 활활 불태웠다.


비승 26년, 새해가 밝았다.

서란과 담청은 금죽문 식구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머나먼 유학길에 올랐다.

수행원 여남은 명도 함께였다.

임6 구역 중심지로 향하던 도중, 담청이 물었다.

“그런데 시험일은 얼마나 남은 것이냐?”

“6년인가 7년 정도 남았어요.”

“한참 남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유학을 갈 필요가 있는 것이냐?”

타륜을 돌리던 서란이 대답했다.

“6년이면 진짜 촉박한 편이에요. 필기 과목이 열다섯 개 정도 되거든요. 성실하게 읽어도 다 보는데만 이삼 년 정도 걸린대요. 과락을 피할 정도가 되려면 거기서 또 이삼 년은 더 공부해야 하고요.”

“그렇다면 딱 6년만 참고 공부하면 되겠구나.”

“예? 그건 아니죠. 법관 고시는 상대 평가잖아요.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합격하는 방식이에요. 단번에 합격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

담청이 한층 쭈글쭈글해진 얼굴로 물었다.

“그러면 다음번 시험은 언제 열리느냐?”

“백 년 뒤에 열려요.”

“뭐라고 했느냐...?”

서란이 또박또박 말했다.

“백 년 뒤에 열린다고요. 법관 고시는 백 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거든요.”

“그러면 한 번 낙방하면...”

“어쩔 수 있나요, 백 년 더 공부하는 거지. 아, 중심지에 거의 다 도착했네요. 내릴 준비하세요.”

서란은 비행 법기를 지상에 정박시켰다.

따라온 수행원들은 짐 가방과 넋이 나간 담청을 챙겨 우르르 내렸다.

비행 범선을 몰고 군도로 복귀할 인원만 남고, 나머지는 전송진 관리소에 입장했다.

서란이 창구 직원에게 말했다.

“임계 분타행 소형종 단체요.”

“왕복으로 드릴까요, 편도로 드릴까요?”

“편도로 주세요.”

표를 받은 뒤 검문소에 가서 줄을 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일행은 짐 가방을 깔고 앉은 채 수다를 떨었다.

충격에서 벗어난 담청이 서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임계 분타로 가는 것이냐? 영백도가 있는 계2 구역으로 곧장 가지 않고.”

“도원향이 각 구역 간 전송진 개설을 엄금했거든요. 질서 유지를 위해서래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임계 분타를 경유해서 계2 구역까지 가는 거예요.”

“왜 굳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서란이 천라지망 백과사전을 보며 대답했다.

“어디 보자... 아, 여기 있네요. 예전에 은한기 수사 한 명이 구역 간 전송진으로 선계 전역에 신출귀몰하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나 봐요. 그때부터 전송진을 규제하기 시작했대요.”

“확실히 범죄자를 체포하기에는 용이하겠구나.”

“대신에 줄 서는 시간도 같이 늘었다네요.”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수행원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꾸벅꾸벅 졸았다.

서란은 단말기로 책을 보고 있었다.

담청은 심심함에 몸을 배배 꼬았다.

결국 몸부림치는 것도 질린 담청은 검문소 앞에 늘어선 인파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등 다양한 종족이 보였다.

하나같이 지루해서 죽을 것 같은 얼굴들이었다.

종족 대통합의 기적이었다.

서란이 지겨워서 죽으려고 하는 담청에 말했다.

“담청 님, 지루하면 한숨 주무세요. 차례가 오면 깨워 드릴게요.”

“너만 혼자 깨어 있겠다는 소리냐?”

“저는 어차피 잠을 안 자잖아요.”

담청이 물었다.

“지루하진 않고?”

“책 읽고 있으면 돼요.”

“그렇다면야 뭐...”

담청은 커다란 짐 가방 위에 누웠다.

기울어진 시야에 곤히 자는 수행원들이 들어왔다.

다들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수면이 필요 없는 몸이라도 그렇지.

자기가 깨어 있을 테니 자도 된다니.

새삼 서란이 좋은 윗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청은 눈을 굴려 서란을 바라봤다.

외견답지 않게 진중한 태도로 책을 읽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 왔다.

대기줄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줄어들었다.

잠들어 있던 수행원들도 하나둘씩 깨어났다.

마침내 서란 일행의 차례가 다가왔다.

짧은 검문이 끝났다.

정해진 자리에 서자 전송진이 발동됐다.

임계 분타를 거쳐서 계2 구역으로 이동했다.

실컷 잔 담청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는 이미 목적지 영백도에 도착한 상태였다.